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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대 기업 제조업 비중

100대 기업 제조업 비중

2002년 상위 10위 기업 중 7곳, 100대 기업 중 22곳 탈락 SK텔레콤·KT 등 통신 대표주 일제히 순위 하락 금호석유화학 250계단, 대우인터내셔널 160계단 상승 15년 전 ‘빅5’였던 SK하이닉스, ‘톱10’ 복귀 부동 1위 삼성전자, 3~10위 시가총액 합과 맞먹어 현대자동차 소속 상장사 10곳 중 8곳 ‘톱100’



지난 10년간 국내 증권시장 상장사의 시가총액은 1000조원 가까이 늘었다. 시가총액은 주식시장 크기를 알 수 있는 지표이자 한 나라의 경제와 산업 구조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시가총액 변화를 통해 개별 기업의 부침은 물론 산업별·업종별 변화를 읽을 수 있다. 본지는 한국거래소 통계를 활용해 2010년 6월 1일 기준으로 시가총액 상위 100대 상장사를 10년 전과 비교·분석했다.

1998~1999년 외환위기, 2000년 초 정보기술(IT) 버블 붕괴, 2003년 카드사태,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한국 기업 생태계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특히 외환위기 전후 기업들의 흥망은 두드러졌다. 1996~2002년 사이 시가총액 상위 30대 기업 중 13곳이 탈락했다. 살아남은 기업들은 2002년 최고의 실적을 냈다. 강도 높은 구조조정 후 이익을 내는 경영을 추구한 것이 주효한 듯 했다.

하지만 이듬해 국내 기업 실적은 다시 나빠졌다. 유가는 오르고 환율은 불안한 차에, 신용카드 부실이 불거지며 투자와 소비가 줄었다. 학계에서 2002년 호실적이 사상누각이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무조건 비용을 줄이고, 투자는 덜하면서 성장 잠재력이 훼손됐다는 반성이 일었다.이후 기업들은 두 길을 걸었다. 어떤 기업은 과감한 투자에 나섰다. 제조와 수출에 올인했다. 경영 환경이 나빠져도 실적을 낼 수 있는 체력을 키우는 데 주력했다. 일부 기업은 여전히 비용 절감에 매몰됐다. 실적이 괜찮았던 기업은 미래 투자를 기피하며 불확실성과 맞서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지난 10년간 한국 경제를 키운 것은 신성장 동력에 투자한 수출 제조업이라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이 과정에서 일부 대기업에 경제력이 집중되는 현상이 빚어졌고, 대·중소기업 간 양극화는 심해졌다.이는 한국경제 대표 기업들이 모인 증권시장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본지가 2012년 6월 1일 기준으로 시가총액 상위 100대 기업을 10년 전과 비교했더니, 업종·산업별격차는 벌어졌고 일부 대형주로 돈이 몰리는 현상이 뚜렷했다. 상사와 물산 대신 전자·IT(정보기술), 자동차, 철강, 화학에 집중 투자한 기업이 경제 성장을 이끌었고, 통신·식품·서비스·도소매업은 후퇴했다.

2002년 상위 100대 기업 중 22개 기업은 10년 후 ‘톱(TOP) 100’에서 탈락했다. 14개 기업은 다른 회사에 피인수되거나, 지주사 전환, 계열사 간 통합 등으로 자리를 유지했다.대신 36개 기업이 2012년 시가총액 100대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증시 대표기업 희비 엇갈려= 2002년 시가총액 상위 10대 기업 중 7곳은 2012년 6월 초 현재 10위권 밖으로 밀려난 것으로 나타났다. 1990년대 말과 2000년 대 초를 호령했던 SK텔레콤(2위→21위), KB금융(3→13,옛 국민은행), KT(4→32, 옛 한국통신), 한국전력(5→12), KTF(4→2009년 KT와 합병당시 40), LG전자(9→17), 삼성전기(10→30)다. 이들 기업 대신 기아차(14위→3위), 현대모비스(29→5), 현대중공업(32→5), 삼성생명(7, 2010년 상장), LG화학(24→8위), 신한지주(11→9), SK하이닉스(74→10)가 ‘톱10’ 자리를 꿰찼다.

2002년 당시 시가총액 상위 100대 기업에 이름을 올렸던 기업들 중에는 22곳이 탈락했다. 10년 전 시가총액 1조1300억원으로 46위에 올랐던 휴맥스가 가장 크게 강등됐다. 현재 시가총액은 1870억원, 순위는 426위다. 10년 전 35위였던 하이트맥주(현 하이트진로)는 123위, 36위였던 하나로통신(현 SK브로드밴드)은 159위로 떨어졌다. 롯데칠성(57위→108위)과 농심(67→133), L G홈쇼핑(58→182, 현 G S홈쇼핑), C J39쇼핑(76→138, 현 CJ오쇼핑) 등 식품·홈쇼핑 대표기업도 ‘톱100 리스트’에서 이름을 내렸다.

신도리코(70→196), 아남반도체(71→267, 현동부하이텍), 대덕전자(72→208) 등 신성장엔진을 제때 장착하지 못했다는 평을 받는기업들도 하락폭이 컸다. 2002년 94위였던 삼보컴퓨터는 2007년 상장 폐지됐다.2002년 200위~400위에 머물던 넥센타이어, 현대미포조선, 대우인터내셔널, 금호 석유화학은 100위권에 진입했다. 특히 대우인터내셔널은 2000년 말 대우에서 무역 부문을 떼어내 분할할 당시 회생 가능성이 없다는 세간의 평을 이겨내고 올 6월 현재 시가총액 상위 71위 기업으로 성장했다. 금호석유화학은 오랜 경영권 분쟁에도 안정적인 실적을 내며 2002년 312위에서 올해 62위로 뛰었다.

2002년 시가총액이 1890억원에 불과했던 삼성엔지니어링의 시가총액은 6월 1일 현재 7조3000억원으로 늘어났다. 매출액은 2002년 말 1조원에서 지난해 9조3000억원으로 증가했다. 한국타이어(113위→34위),오리온(129→42), 현대상선(111→60), 대우건설(106→61), 동부화재(151→65), 웅진코웨이 (130→77) 등도 100위권에 들었다. 10년 전에는 비상장 기업이었다가 2003~2011년 상장한 종목 중 21곳이 100대 기업 리스트에 올랐다. 2010년 증시의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상장한 삼성생명(7위), 2005년 상장한 현대 글로비스(27위), 지난해 신세계에서 분할해 상장한 이마트(36위), 중견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성장해 2010년 상장한 만도(74위) 등이다.

◇굴뚝 제조업의 저력= 지난 10년간 한국경제는 ‘제조업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2000~2010년 사이국내 2000대 기업 매출액은 2배 이상 성장했다. 제조업 역할이 컸다. 2000년 49:51이던 제조업 대 서비스업 매출 비중은 2010년에는 61:39로 역전했다. 정보기술(IT)업체 활약도 컸지만, 굴뚝산업으로불리는 자동차, 철강, 화학, 조선 업종에 속한 기업들의 활약이 특히 두드러졌다. 이런 현상은 2002~2012년 시가총액 100대 상장사 변화에서도 읽을 수 있다.

2002년 시가총액 상위 10대 기업 중 제조업 업종은 삼성전자, 한국전력, 포스코, 현대차, LG전자, 삼성전기 등 5곳이었다. 올해 6월초 기준으로는 삼성생명과 신한지주를 제외하면 모두 제조업이 차지했다. 상위 30위를 업종별로 분류하면 10년 전에는 제조업이 11곳,금융업 11곳, 통신과 서비스업이 각각 4곳이었다. 2012년에는 제조업이 18곳, 금융 6곳, 서비스 5곳, 통신 1곳이다.

상위 100대 기업으로 넓히면 2012년 제조업 비중은 58%로 10년전 49%에 비해 증가했다. 금융은 21%에서 19%, 서비스업은 23%에서 20%로 감소했다. 통신업 비중은 7%에서 5%로 줄었다.

◇통신기업의 추락= 통신업종 추락이 두드러졌다. 2000년 대 초 통신업종은 명실상부한 증시 대장주였다. 2002년만 해도 SK텔레콤,KT, KTF가 상위 10위 안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10년 새 사정은 달라졌다. 정부의 과보호 속에 내수 시장에서 고객 빼앗기에 치중했던 통신회사들은 시장이 포화상태가되고, 해외 진출에 실패하면서 내리막길을 걸었다.

2002년 시가총액 2위(23조9400억원)로 증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5%에 달했던 SK텔레콤은 2000년 대 중반부터 순위가 뒤로 쳐지더니, 올해 20위권 밖으로 밀리는 수모를 겪고 있다. SK텔레콤은 10년사이 시가총액이 14조원 가까이 줄었다. 시가총액 비중은 0.87%로 쪼그려 들었다. KT는 더 심각하다.

2002년 6월 시가총액 3위에 올랐던 KT는 2006년 11위, 2009년 18위로 미끄럼을 타더니 올해는 30위 밖으로 밀렸다. 2009년 KTF와 합병한 후는 더 안 좋다. KT의 최근 주가는 2만7000~2만9000원 사이에서 거래된다. 1998년 상장 이래 최저가 수준이다.증권가에서는 “합병 후 3년 사이에 KTF 기업가치가 몽땅 날아갔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다. 10년 전 2위 KT와 8위 KTF의 시가총액은 합쳐서 24조4000억원이었지만, 현재는 16조9000억원이다. LG유플러스(옛 LG텔레콤) 역시 같은 기간 시가총액이 8700억원 느는데 그쳐 30위에서 76로 떨어졌다. 36위(1조3700억원)였던 하나로통신(현 SK브로드밴드)은 159위(8600억원)다.



◇증권주도 초라한 신세= 통신기업 못지 않게 증권사도 지난 10년 사이 초라한 신세가 됐다. 2002년에는 시가총액 100위권 안에 삼성증권(23위), LG투자증권(31위), 대우증권(41위), 굿모닝증권(47위), 대신증권(49위)을 포함해 8곳이 포진돼 있었다. 100~200위에도 6곳의 증권사가 포함됐다. 하지만 2012년 6월 1일 현재 시가총액 ‘톱 100’에 들어간 증권사는 우선주를 제외한 23곳의 상장 증권사 중 삼성증권(60위), 대우증권(65위), 우리투자증권(96위) 세 곳뿐이다.

또한, 시가총액 1000억~5000억원 사이에 14개 증권사가 밀집돼 있다. 순위도 많이 떨어졌다. SK증권은 82위에서 250위로, 교보증권은 180위에서 462위로 내려갔다. 23곳 중 시가총액 순위 200위 밖인 증권사가 16곳이다. 한편, 2002년증권사를 제외한 금융회사(은행, 카드사, 보험사) 중 100위 안에 든 곳은 15곳이었고,2012년도 마찬가지였다. 2000년 대 중후반 지주사로 전환한 금융지주들은 대부분 시가총액 상위에 올라 있다. 신한지주(9위, 17조9200억원)는 2010년 상장한 삼성생명(19조6000억원)과 함께 상위 1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대·중소기업 주가 양극화= 언제부턴가 주식시장에도 양극화라는 말이 등장했다. 대형주와 중·소형주 간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는 말이다. 대기업간 양극화도 벌어지고 있다는 게 대다수 증권 전문가의 분석이다.시가총액 상위 100대 기업만 놓고 보면 증시 양극화는 10년 전보다 오히려 완화된 것으로 보인다. 2002년 상위 10대 기업이 전체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6.9%였다. 하지만 2012년 6월 기준으로는 36.1%로 줄었다.

2002년 ‘빅3’인 삼성전자, SK텔레콤, 국민은행의 비중은 26.5%였다. 2012년 ‘빅3’의 비중은 23.1%다. 시총 상위 100대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2002년 79.9%에서 76.5%로 낮아졌다. 하지만 이는 일종의 착시다. 지난 10년간 증시 시가총액은 330조원에서 1300조원으로 늘었다. 덩치가 커진 만큼 작은 비중 차이도 액수로는 매우 크다. 삼성전자만 봐도 알 수 있다.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시가총액 비중은 10년간 1.2%포인트 늘었지만, 같은 기간 2위 기업과의 차이는 30조원에서 120조원으로 벌어졌다.

2012년 6월 현재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3위(기아자동차)~10위(SK하이닉스) 시가총액을 모두 합한 액수와 맞먹는다. 현재 100대기업의 시가총액 평균은 4조4200억원이지만,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3조5000억원으로 준다. 증권 전문가들은 중·소형주가 소외되고,일부 대형주에 돈이 몰리는 현상이 더 심화할 것으로 본다. 삼성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이 코스닥 상장사 전체와 비슷할 정도로 구조적문제기 때문이다. 물론 2001~2002년에도 양극화 조짐은 보였다.2001년 시가총액 1위와 2위 차이는 21조였는데, 2002년에는 31조원으로 벌어졌다.

◇삼성전자 부동의 1위= 당분간 삼성 독주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2002년 말 삼성전자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매출 40조원을 돌파했다. 영업이익은 7조2500억원이었다. 10년이 지난 현재 삼성전자는 소니(TV·가전)를 제쳤고, 노키아(휴대전화)를 눌렀고, 인텔(반도체)를 바짝 뒤쫓는다. 지난해 매출액은 165조원, 영업이익은 16조2500억원에 달했다. 삼성전자는 국내 증권시장에서도 10년간 부동의 1위를 지켰다.

2002년 6월 첫 거래일 기준으로 이 회사의 시가총액은 53조3900억원. 당시 2위인 SK텔레콤과는 30조원 차이였다. 올 6월첫 거래일 기준 이 회사의 시가 총액은 10년 전보다 128조원이 늘어난 181조3300억원이다. 2위 현대자동차와는 127조 차이가 난다. 증시 전체에서 차지하는 시가총액 비중은 같은 기간 14.5%에서 15.7%로 높아졌다.

우선주를 포함하면 19%에 이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국내 증시에서 처음으로 시가총액 1위에 오른 것은 1999년 7월 29일이다. 이후 한국전력, 한국통신(현 KT), SK텔레콤과 1위 경쟁을 하다가 2000년 11월 이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시가총액 1위 자리를 내주지 않았다. 올 4월 27일에는 200조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시가총액 기준으로 20위권이다.

◇현대·기아차그룹의 선전= 아울러, 지난 10년간 눈에 띄는 현상 중 하나는 현대차·기아차 그룹의 약진이다. 2002년 5월 말 기준으로 현대차그룹 소속 상장법인 6곳의 시가총액은 LG그룹, SK그룹에 한참 뒤진 19조1300억원. 하지만 10년이 지난 현재 소속 상장사 10곳의 시가총액은 142조8400억원으로 늘어 확고한 2등을 굳혔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모든 소속 상장사의 순위가 올랐다. 2002년부터 2009년까지 6~10위를 맴돌던 현대차는 2010년 3위로 뛰어오른 뒤 2011년부터 2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2002년 9조4200억원이던 시가총액은 올해 53조5300억원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기아차는 8배(32조3000억원)로 증가했고 순위는14위에서 3위로 올라섰다. 2002년 2조1700억원이던 현대모비스 시가총액은 26조8000억원으로 증가했다. 현대제철(옛 INI스틸)은 64위에서 35위로, 현대하이스코는 95위에서 73위로 위상을 높였다.

2005년 상장한 현대글로비스는 올 6월 1일 현재 시가총액 7조9500억원으로 27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상장한 현대위아는 54위(4조4400억원)다. 현정은 회장이 이끄는 현대그룹과의 치열한 인수전 끝에 지난해 초 품에 안은 현대건설의 시가총액은 7조1900억원으로 10년 새 6조원 넘게 증가했다. 현대차그룹은 시가총액 상위 10위 안에 3곳, 100위 안에 8곳의 이름을 올렸다. 그룹 상장사의 이런 선전에 힘입어 정몽구 회장, 정의선 부회장은 2~3위 주식 부호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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