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 건설 영토를 넓히다
COVER STORY - 건설 영토를 넓히다
권혁운 아이에스동서 회장은 건설업계의 워런 버핏으로 불린다. 건설에 제조·물류·렌탈 등 사업다각화로 건설경기 침체에도 리스크를 분산하고 성장세를 구가한다.
아파트 브랜드 ‘에일린의 뜰’로 잘 알려진 아이에스동서는 국내에서는 보기 드문 건설·제조 겸영 기업이다. 종합건설회사 일신건설산업이 2008년 국내 건자재업계 선두였던 동서산업을 흡수합병하면서 탄생했다. 국내 건설경기 침체가 계속되고 있지만 아이에스동서 매출은 2009년 2997억원에서 지난해 6397억원으로 두 배 이상으로 성장했다.
지난 연말에는 기업 가치를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부산 용호동 부지에 1조2000억원 규모의 건설사업 승인을 받은 것이다. 매립지를 개발한 용호동 부지엔 69층 4개동의 주상복합아파트가 건설된다.
권혁운 회장은 “우연한 기회에 건설업에 뛰어들었는데 궁합이 잘 맞아 평생 일터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신동양건설이 부도나고 연대 보증인으로 집안에 압류 딱지가 붙는 것을 보고 건설업의 위험성을 깨달았다”며 “3~4년 주기로 호황과 불황이 교체하는 부동산 경기 특성상 호황 때 불황을 대비하고 불황 때 호황을 맞을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건설회사는 아파트 등 상업용 건물이 미분양되거나 경기부침을 심하게 타면 부도나기 십상입니다. 제조업을 하다가 망하면 공장이나 기계라도 남지만 건설회사는 부도나면 빈 책상에 먼지밖에 없습니다. 아이들 탁상시계에까지 붙은 압류 딱지를 보면서 부채비율이 100%대를 넘어서는 안 된다는 원칙과 건설부문 매출이 40%를 넘지 않아야 한다는 기준을 세웠습니다. 현재 저희 회사의 부채비율은 100%를 약간 넘었습니다.”
창업 후 첫 사업은 고급빌라 건설이었다. 부동산 거래가 뜸하던 1986년 부산 해운대 달맞이고개 일대 땅이 저렴하게 나왔다. 9700만원에 사들여 고급빌라를 짓기로 하고 벤치마킹에 나섰다. 서울 양재동 빌라촌을 다니며 사진을 찍다가 경비원에게 쫓겨나기도 하고, 일본의 고급주택을 찾아가 발품을 들였다.
권 회장은 “좋은 마감재를 썼는데 당시 한 방송국에서 ‘해운대 달맞이고개 호화 빌라 신축’이라는 보도를 냈다. 이 보도 탓에 지방국세청에서 조사를 받았지만 그 덕분에 공짜 광고가 돼 100% 분양했다”며 웃었다.
이후 아파트로 사업 영역을 넓혔다. 하지만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부산은 부동산 경기 침체로 아파트를 지어도 팔리지 않았다. 그때 계획도시라 인프라가 잘 구축되고 한창 공장이 들어서던 경남 창원이 눈에 들어왔다. 마침 공영주택 개발자로 선정된 향토기업이 수행 능력이 되지않아 내놓은 사업이 있었다. 5000가구 아파트로 건설비가 4000억원 필요했다.
거래은행을 찾아가 “기업이 한 단계 도약할 기회”라며 설득하자 “당신이라면 믿고 빌려주겠다”는 답이 왔다. 평소 쌓은 신용이 기반이 된 것이다. 권 회장은 “공사를 하고 나면 다음 공사 자금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였는데 이 사업을 통해 그런 고민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며 “기업도 오너도 신용이 튼튼해야 한다. 지금도 신용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고 말했다.
이후 10년 가까이 권 회장은 부산에서 창원으로, 경남 진해로, 울산으로, 다시 부산으로 전지역을 넓히면서 영남권의 탄탄한 건설기업이 됐다. 아파트 분양이 순조롭고 입주자 만족도도 높았다.
“창원과 울산은 노조 등 지역단체의 목소리가 큰 곳이라 아파트 입주자 모임의 영향력도 세더군요. 소비자 요구에 맞게 까다롭게 지을 수밖에 없죠. 녹지율이 높고 하자보수가 적은 아파트로 자리 잡게 된 계기입니다. 지난 연말 부산 명지국제신도시에서 동시분양한 7개 기업 중 우리 아파트 분양률이 가장 높았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답이 나오거든요.”
아이에스동서의 성장 핵심은 사업다각화다. 2008년 동서산업, 2010년 삼홍테크·대한조선(아이에스해운), 2011년 한국렌탈 등을 인수합병(M&A)하면서 건설·제조·물류·렌탈 서비스를 고루 갖춘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권 회장은 “M&A에 대한 지식도 짧고 M&A라는 말도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마치 기업 사냥하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대신 그는 ‘사업다각화’라는 표현을 썼다.
“건설업은 늘 ‘올인’의 유혹에 노출 됩니다. 500억원 규모의 사업을 했다면 이후 800억원 규모의 사업에 도전하게 됩니다. 그렇다고 300억원 수익을 낸 것도 아닙니다. 회사 전 재산에다 금융권 차입까지 더해 투자합니다. 이게 바로 올인이죠. 어느 순간 돈이 돌지 않으면 모든 것이 무너집니다. 건설업만으로 기업을 지속하기는 힘듭니다. 사업 비중을 나누어 리스크를 분산하는 사업다각화가 필요합니다.”
권 회장의 사업다각화는 연관성이 높은 사업 간의 시너지였다. 주택건설과 정부 토목공사를 전문으로 하던 일신건설산업은 2008년 동서산업을 흡수합병하면서 사업영역을 넓혔다. 동서산업은 1997년 외환위기로 어려움을 겪다가 2001년 부도를 냈고, 법정관리를 거쳐 2004년 대상그룹에 인수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하지만 여전히 요업·타일 등 분야에서 1위였다. 두 회사 합병으로 동서산업은 일신건설산업이 갖춘 네트워크를 통해 신규 수요처 발굴에도 나설 수 있었다.
2010년에는 ‘비데 사관학교’로 불리는 삼홍테크를 인수해 위생도기 사업에 진출했다. 이 회사는 유럽을 중심으로 전 세계 50여 개국에 비데를 수출한다. 같은 해 대한 조선이 싸게 내놓은 18K(18만t) 벌크선 2대를 사들여 아이에스해운을 설립했다. 권 회장은 “대한조선공사 출신이다보니 바다와 선박에 대한 DNA가 내 안에 숨어 있다.
외도로 보일 수도 있지만 조선업이 가장 바닥일 때 사들여 큰 손해는 없다. 지금은 눈에 띄는 매출은 없지만 건설 경기가 살아나면 물류 분야에서 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1년에는 공장건설장비와 건설 관련 컴퓨터기기 렌탈 부문의 강자로 꼽히는 한국렌탈을 사들였다. 이 장비들은 국내 기업의 해외 건설현장에서 쓰이고 있다.
“사실 지금과 같은 건설경기 위축을 정확히 예측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미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은데다 도로건설 등 주요 인프라가 포화상태에 이른 우리나라에서 과거와 같은 건설경기 붐이 재연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어요. 게다가 건설사업은 경기 부침에 영향을 많이 받거든요. 기업이 한가지 분야의 성공에 안주하면 망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결과 현재 아이에스동서에서 건설부문 매출은 전체 매출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건설경기와 건자재시장이 다소 위축되긴 했지만 기업 전체 매출은 오히려 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권 회장을 ‘코스피(KOSPI)의 작은 워런 버핏’이라고 평한다. 아이에스동서가 본업을 알차게 키우는 동시에 싸게 나온 회사를 인수하며 성장하는 모습이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의 한국판 같다는 이야기다.
인수합병한 기업을 흑자 전환시키는 등 경영 능력도 뛰어나다는 평가다. 특히 부동산 경기가 최고조에 달했던 2007~2008년에는 보유 용지를 매각하며 현금을 확보하고 2008년 금융위기가 터진 뒤 헐값에 나오는 토지를 매입한 것을 두고 업계에서는 권 회장의 ‘감’을 높이 산다.
권 회장은 “특별한 비결은 없다. 평소 부동산의 흐름을 파악하려고 현장을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염두에 둔 땅이 있으면 아침저녁으로 가 봅니다. 유동인구가 많을 때도, 한가할 때도 가보죠. 시내 중심가와의 시간적 거리, 도시발전에 대한 비전 등을 따져 보려면 몸소 현장을 다녀보는 것이 상책입니다.”
아이에스동서는 가족 경영회사다. 권 회장의 아들 민석(35)씨는 아이에스동서·아이에스건설·아이에스해운의 대표를, 딸 지혜(38)씨는 삼홍테크 대표를 맡고 있다. 권 회장은 두 대표에게 “끊임없이 위기의식을 갖고 생존 방법을 고민하라”고 강조한다.
그는 “천석꾼은 천 가지 걱정, 만석꾼은 만 가지 걱정이 있듯이 기업이 커질수록 마음을 더 졸인다”며 “우리 회사가 세계적인 기술을 가진 기업도 아니고 남들 다하는 건설·제조업이니 소비자 신뢰가 중요하다. 최우선은 기업과 임직원의 겸손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사업다각화를 주도하고 있지만 건설은 여전히 아이에스동서의 주력사업이다. 건설이야말로 밑바닥 경기를 살리는데 효과가 크다. 권 회장은 “기업 규모를 막론하고 모두 건설업과 관련된다. 건설경기를 살리려면 부동산 관련 규제를 더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설경기 호황 때 정해놓은 법을 불황에도 적용한다면 문제가 큽니다. 시장에서 자연도태 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지만 시대에 맞지 않는 규제 탓에 기업이 쓰러지는 것은 막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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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의성에서 8남매 중 막내로 태어난 권혁운의 꿈은 애초 금융맨이었다. 그는 1974년 대학을 중퇴하고 일본 유학을 준비했다. 고향이나 다름없는 부산에 도착해 모든 준비를 마쳤지만 일본행 배는 뜨지 않았다. 그해 8월 15일 광복절 기념식에서 육영수 여사가 흉탄에 숨지는 사건이 터졌는데 범인 문세광이 일본에서 들어오는 배편에 총기를 숨겨온 사실이 밝혀지면서 한·일 관계가 악화됐기 때문이다. 이제나저제나 뱃길이 열리기를 기다렸지만 시간만 하릴없이 지났다.
아파트 브랜드 ‘에일린의 뜰’로 잘 알려진 아이에스동서는 국내에서는 보기 드문 건설·제조 겸영 기업이다. 종합건설회사 일신건설산업이 2008년 국내 건자재업계 선두였던 동서산업을 흡수합병하면서 탄생했다. 국내 건설경기 침체가 계속되고 있지만 아이에스동서 매출은 2009년 2997억원에서 지난해 6397억원으로 두 배 이상으로 성장했다.
지난 연말에는 기업 가치를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부산 용호동 부지에 1조2000억원 규모의 건설사업 승인을 받은 것이다. 매립지를 개발한 용호동 부지엔 69층 4개동의 주상복합아파트가 건설된다.
권혁운 회장은 “우연한 기회에 건설업에 뛰어들었는데 궁합이 잘 맞아 평생 일터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신동양건설이 부도나고 연대 보증인으로 집안에 압류 딱지가 붙는 것을 보고 건설업의 위험성을 깨달았다”며 “3~4년 주기로 호황과 불황이 교체하는 부동산 경기 특성상 호황 때 불황을 대비하고 불황 때 호황을 맞을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건설회사는 아파트 등 상업용 건물이 미분양되거나 경기부침을 심하게 타면 부도나기 십상입니다. 제조업을 하다가 망하면 공장이나 기계라도 남지만 건설회사는 부도나면 빈 책상에 먼지밖에 없습니다. 아이들 탁상시계에까지 붙은 압류 딱지를 보면서 부채비율이 100%대를 넘어서는 안 된다는 원칙과 건설부문 매출이 40%를 넘지 않아야 한다는 기준을 세웠습니다. 현재 저희 회사의 부채비율은 100%를 약간 넘었습니다.”
창업 후 첫 사업은 고급빌라 건설이었다. 부동산 거래가 뜸하던 1986년 부산 해운대 달맞이고개 일대 땅이 저렴하게 나왔다. 9700만원에 사들여 고급빌라를 짓기로 하고 벤치마킹에 나섰다. 서울 양재동 빌라촌을 다니며 사진을 찍다가 경비원에게 쫓겨나기도 하고, 일본의 고급주택을 찾아가 발품을 들였다.
권 회장은 “좋은 마감재를 썼는데 당시 한 방송국에서 ‘해운대 달맞이고개 호화 빌라 신축’이라는 보도를 냈다. 이 보도 탓에 지방국세청에서 조사를 받았지만 그 덕분에 공짜 광고가 돼 100% 분양했다”며 웃었다.
이후 아파트로 사업 영역을 넓혔다. 하지만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부산은 부동산 경기 침체로 아파트를 지어도 팔리지 않았다. 그때 계획도시라 인프라가 잘 구축되고 한창 공장이 들어서던 경남 창원이 눈에 들어왔다. 마침 공영주택 개발자로 선정된 향토기업이 수행 능력이 되지않아 내놓은 사업이 있었다. 5000가구 아파트로 건설비가 4000억원 필요했다.
거래은행을 찾아가 “기업이 한 단계 도약할 기회”라며 설득하자 “당신이라면 믿고 빌려주겠다”는 답이 왔다. 평소 쌓은 신용이 기반이 된 것이다. 권 회장은 “공사를 하고 나면 다음 공사 자금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였는데 이 사업을 통해 그런 고민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며 “기업도 오너도 신용이 튼튼해야 한다. 지금도 신용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고 말했다.
이후 10년 가까이 권 회장은 부산에서 창원으로, 경남 진해로, 울산으로, 다시 부산으로 전지역을 넓히면서 영남권의 탄탄한 건설기업이 됐다. 아파트 분양이 순조롭고 입주자 만족도도 높았다.
“창원과 울산은 노조 등 지역단체의 목소리가 큰 곳이라 아파트 입주자 모임의 영향력도 세더군요. 소비자 요구에 맞게 까다롭게 지을 수밖에 없죠. 녹지율이 높고 하자보수가 적은 아파트로 자리 잡게 된 계기입니다. 지난 연말 부산 명지국제신도시에서 동시분양한 7개 기업 중 우리 아파트 분양률이 가장 높았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답이 나오거든요.”
아이에스동서의 성장 핵심은 사업다각화다. 2008년 동서산업, 2010년 삼홍테크·대한조선(아이에스해운), 2011년 한국렌탈 등을 인수합병(M&A)하면서 건설·제조·물류·렌탈 서비스를 고루 갖춘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권 회장은 “M&A에 대한 지식도 짧고 M&A라는 말도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마치 기업 사냥하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대신 그는 ‘사업다각화’라는 표현을 썼다.
“건설업은 늘 ‘올인’의 유혹에 노출 됩니다. 500억원 규모의 사업을 했다면 이후 800억원 규모의 사업에 도전하게 됩니다. 그렇다고 300억원 수익을 낸 것도 아닙니다. 회사 전 재산에다 금융권 차입까지 더해 투자합니다. 이게 바로 올인이죠. 어느 순간 돈이 돌지 않으면 모든 것이 무너집니다. 건설업만으로 기업을 지속하기는 힘듭니다. 사업 비중을 나누어 리스크를 분산하는 사업다각화가 필요합니다.”
권 회장의 사업다각화는 연관성이 높은 사업 간의 시너지였다. 주택건설과 정부 토목공사를 전문으로 하던 일신건설산업은 2008년 동서산업을 흡수합병하면서 사업영역을 넓혔다. 동서산업은 1997년 외환위기로 어려움을 겪다가 2001년 부도를 냈고, 법정관리를 거쳐 2004년 대상그룹에 인수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하지만 여전히 요업·타일 등 분야에서 1위였다. 두 회사 합병으로 동서산업은 일신건설산업이 갖춘 네트워크를 통해 신규 수요처 발굴에도 나설 수 있었다.
2010년에는 ‘비데 사관학교’로 불리는 삼홍테크를 인수해 위생도기 사업에 진출했다. 이 회사는 유럽을 중심으로 전 세계 50여 개국에 비데를 수출한다. 같은 해 대한 조선이 싸게 내놓은 18K(18만t) 벌크선 2대를 사들여 아이에스해운을 설립했다. 권 회장은 “대한조선공사 출신이다보니 바다와 선박에 대한 DNA가 내 안에 숨어 있다.
외도로 보일 수도 있지만 조선업이 가장 바닥일 때 사들여 큰 손해는 없다. 지금은 눈에 띄는 매출은 없지만 건설 경기가 살아나면 물류 분야에서 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1년에는 공장건설장비와 건설 관련 컴퓨터기기 렌탈 부문의 강자로 꼽히는 한국렌탈을 사들였다. 이 장비들은 국내 기업의 해외 건설현장에서 쓰이고 있다.
“사실 지금과 같은 건설경기 위축을 정확히 예측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미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은데다 도로건설 등 주요 인프라가 포화상태에 이른 우리나라에서 과거와 같은 건설경기 붐이 재연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어요. 게다가 건설사업은 경기 부침에 영향을 많이 받거든요. 기업이 한가지 분야의 성공에 안주하면 망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결과 현재 아이에스동서에서 건설부문 매출은 전체 매출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건설경기와 건자재시장이 다소 위축되긴 했지만 기업 전체 매출은 오히려 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권 회장을 ‘코스피(KOSPI)의 작은 워런 버핏’이라고 평한다. 아이에스동서가 본업을 알차게 키우는 동시에 싸게 나온 회사를 인수하며 성장하는 모습이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의 한국판 같다는 이야기다.
인수합병한 기업을 흑자 전환시키는 등 경영 능력도 뛰어나다는 평가다. 특히 부동산 경기가 최고조에 달했던 2007~2008년에는 보유 용지를 매각하며 현금을 확보하고 2008년 금융위기가 터진 뒤 헐값에 나오는 토지를 매입한 것을 두고 업계에서는 권 회장의 ‘감’을 높이 산다.
권 회장은 “특별한 비결은 없다. 평소 부동산의 흐름을 파악하려고 현장을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염두에 둔 땅이 있으면 아침저녁으로 가 봅니다. 유동인구가 많을 때도, 한가할 때도 가보죠. 시내 중심가와의 시간적 거리, 도시발전에 대한 비전 등을 따져 보려면 몸소 현장을 다녀보는 것이 상책입니다.”
아이에스동서는 가족 경영회사다. 권 회장의 아들 민석(35)씨는 아이에스동서·아이에스건설·아이에스해운의 대표를, 딸 지혜(38)씨는 삼홍테크 대표를 맡고 있다. 권 회장은 두 대표에게 “끊임없이 위기의식을 갖고 생존 방법을 고민하라”고 강조한다.
그는 “천석꾼은 천 가지 걱정, 만석꾼은 만 가지 걱정이 있듯이 기업이 커질수록 마음을 더 졸인다”며 “우리 회사가 세계적인 기술을 가진 기업도 아니고 남들 다하는 건설·제조업이니 소비자 신뢰가 중요하다. 최우선은 기업과 임직원의 겸손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사업다각화를 주도하고 있지만 건설은 여전히 아이에스동서의 주력사업이다. 건설이야말로 밑바닥 경기를 살리는데 효과가 크다. 권 회장은 “기업 규모를 막론하고 모두 건설업과 관련된다. 건설경기를 살리려면 부동산 관련 규제를 더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설경기 호황 때 정해놓은 법을 불황에도 적용한다면 문제가 큽니다. 시장에서 자연도태 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지만 시대에 맞지 않는 규제 탓에 기업이 쓰러지는 것은 막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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