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EW WORLD - ‘팔방미인’ 효모의 재발견

일본 미야기 현에 거주하는 스즈키 사토미씨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직후 이상한 증상을 경험했다. 그 무엇을 먹어도 아무런 맛을 느끼지 못하는 미각장애였다. 항상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어쩌다 한번 미각장애가 시작되면 2주 정도 지속됐다. 뿐만 아니라 머리에 피가 돌지 않는 느낌이 들면서 빈혈 증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대형병원 이비인후과를 찾아가 봤지만 “원인을 전혀 알 수 없다”는 말만 들었다. “미각장애는 통상 아연이 부족하면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하는데 세 끼 식사를 잘 챙겨먹고 신체 건강한 스즈키에게 아연이 부족할 리가 없다는 것이었다.
답은 멀리 떨어진 교토에서 나왔다. 스즈키는 친구의 소개로 2013년 7월 교토 교린예방의학연구소를 찾았다. 야마다 도요후미 소장은 “틀림없는 아연부족 현상”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아연은 방사성 물질을 체내에서 배출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지진 피해 당시 후쿠시마 원전 인근인 미야기 현에 거주하면서 방사성 물질의 영향을 받은 스즈키는 아연을 많이 소모했다는 것이다.
방사성 물질로 피폐해진 스즈키에게 야마다가 내린 처방은 아연효모, 즉 아연이 듬뿍 함유된 미네랄 효모였다. 스즈키는 “미네랄 효모를 섭취하기 시작하자 놀랍게도 금세 입맛이 돌아오고 빈혈 증상도 사라졌다”고 말했다.
야마다는 왜 스즈키에게 아연 함유 미네랄 효모를 처방했을까? “그것은 효모가 생물이기 때문”이라고 야마다는 말했다. “아연효모는 효모라는 생물 속에 아연이라는 미네랄을 주입한 것이다. 따라서 아연효모는 일반 미네랄 아연보다 흡수가 잘되고 생체이용성(생체에 섭취된 물질이 이용되는 비율)이 높다는 특징이 있다.” 자연 상태의 미네랄을 그대로 섭취할 경우 생체이용성이 낮을 뿐 아니라 독성을 나타낼 위험도 있는 반면 효모에 주입된 미네랄은 단백질이나 핵산 등 효모 내 성분과 결합된 형태로 존재하기 때문에 흡수가 잘 되고 안전하다.
아연이 중요한 또 한 가지 이유는 활성산소 제거 능력이다. 활성산소란 환경오염이나 화학물질 등 외부 요인으로 인해 형성되는 산소로 산화력이 보통 산소에 비해 강해 인체에 큰 해를 입힌다. 마치 금속이 산화되면서 녹이 슬듯이 인체 또한 활성산소가 일으키는 산화작용으로 손상당하는 것이다.
암, 치매, 중풍, 심근경색, 백내장 등 현대인의 질병 중 약 90%가 활성산소와 관련됐다고 알려져 있다. 활성산소를 유발하는 주된 원인 중 하나가 바로 방사선이다. 야마다의 말을 들어보자. “아연은 신체의 활성산소 제거 능력을 높이는 작용을 한다. 그래서 아연이 결핍되면 활성산소로 인한 산화반응이 나타나고, 산화반응은 면역체계나 DNA 복구기능에 큰 영향을 미친다.”
야마다는 방사선 피해를 방지하는 데는 아연뿐 아니라 모든 미네랄을 균형 있게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방사성 물질과 미네랄은 구조가 아주 비슷하다. 원자 속 중성자 수만 다를 뿐이다. 방사성 원소와 비슷한 필수 미네랄 전반을 충분히 섭취해두면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예를 들어 칼슘을 적정량 섭취하지 않은 사람의 몸은 스트론튬90 등 칼슘과 비슷한 방사성 물질을 쉽게 흡수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체내에 충분한 칼륨이 있는 사람의 몸에는 세슘137 등 칼륨과 구조가 비슷한 방사성 물질이 머무르기 어렵다.” 미네랄을 안전하면서도 효과적으로 섭취할 수 있는 미네랄 효모가 일본에서 각광받는 이유다.
미네랄 효모의 방사선 방호 및 치료 효과는 이미 실험으로 검증됐다. 2005년 일본 방사선의학종합연구소는 가기야 츠토무 교토대 공학부 명예교수와 공동으로 실험을 실시했다. 생후 10주가 지난 실험용 쥐를 대상으로 치사량인 7.5Gy의 방사선을 쪼인 뒤 30일 간 생존율을 측정하는 실험이었다. 쥐를 두 집단으로 나눠 한쪽에는 미네랄 효모를 투여하고 다른 한쪽에는 투여하지 않았다. 실험 결과 효모를 투여한 집단은 30일 뒤에도 생존율이 80% 이상인 반면 투여하지 않은 집단에서는 7%였다.
특히 방사선을 쬐고 60분 후 미네랄 효모를 투여한 경우에도 높은 생존율을 나타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고 실험보고서는 평가했다. 피폭 전에 투여해야 효과가 있는 타 방호제와 달리 미네랄 효모는 피폭 후에 투여해도 높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는 것이다.
이 보고서는 “미네랄 효모가 방사선에 의해 발생하는 활성산소를 제거함으로써 신체를 보호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뿐만 아니라 미네랄 효모가 함유한 아연, 동 등은 활성산소를 억제하는 항산화효소를 유도하며 효모에 포함된 베타글루칸이 면역증강 작용을 통해 방사선 장해를 방호한다고 여겨진다”고 결론지었다.
베타글루칸은 효모가 함유한 주요 성분 중 하나다. 일본 국립건강영양연구소는 효모제품의 함유성분 분석란에 “비타민과 미네랄 외에도 다당류 베타글루칸이 주목받고 있다”고 표기했다. 베타글루칸이란 설탕의 성분인 글루코스가 다수 결합해 형성된 다당류을 통틀어 일컫는 말로, 식물 유지의 일종이다.
자연 상태에선 식물이나 버섯, 미생물 등에서 찾아볼 수 있다. 베타글루칸이 주목받는 이유는 신체 면역증진에 큰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일본 베타글루칸종합연구소 츠바키 가즈후미 연구주임은 “베타글루칸을 섭취할 경우 면역담당 세포를 생산하는 생리활성 물질 사이토카인의 생산이 2~5배 촉진된다”고 말했다.
사이토카인은 신체 면역체계에서 중심 역할을 맡는 단백질의 총칭이다. 대식세포, 수지상세포 등 면역담당 세포에는 덱틴-1이라는 수용체가 있다. 베타글루칸은 이 수용체를 자극해 면역 세포들의 움직임을 활발하게 하는데, 이렇게 자극받은 면역 세포가 분비하는 일종의 ‘공격 명령’이 사이토카인이다. 사이토카인은 세포의 성장, 회복, 증식, 자멸 등 활동을 조절하며 면역력을 강화한다.
바이러스의 증식을 억제하고 파괴함으로써 다양한 질병을 예방할 뿐 아니라 종양세포의 괴사를 유도해 항암치료에서도 주목받는 물질이다. 베타글루칸종합연구소측이 실시한 실험에서는 쥐를 대상으로 효모 베타글루칸을 투여하고 29일 뒤 종양크기를 조사해본 결과 베타글루칸을 투여하지 않은 쪽 종양이 10g으로 커진 데 비해 투여한 쪽 종양은 7g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조대호 숙명여대 생명과학과 교수에 따르면 사이토카인이 항암 신약 개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갈수록 커지는 추세다. “세계 면역조절 신약중 사이토카인의 비중은 백신과 항체를 합한 것보다 더 크다”고 말했다. “면역세포에는 암세포를 제거 하는 능력이 탁월한 특정 세포들이 있다. 암환자의 경우 그런 세포의 기능이 떨어진 상태다. 사이토카인을 이용해서 그 세포의 항암능력을 극대화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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