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군인의 대등한 파트너 수준까지 역할이 확대됐지만 여전히 전투 참여를 가로막는 장벽이 존재한다. 바로 인간이다. 로봇에 열광하는 어린세대가 갈수록 늘어난다.
인간-로봇 간 상호작용의 미래를 알고 싶다면 영화 ‘허(Her)’를 분석할 일이 아니다. 영화에선 호아킨 피닉스가 연기하는 캐릭터가 운영체제(스칼렛 요한슨의 목소리 연기)와 사랑에 빠진다. 그보다는 미국 군대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살펴보는 편이 나을지 모른다. 미국의 전군에 걸쳐 자율 로봇(인간의 지시나 조작 없이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로봇)들이 전쟁의 모든 분야에서 어느 때보다 더 큰 역할을 수행한다. 군인들은 기계와 다소 비정통적인 관계를 쌓아가고 있다. 대니얼이 산 증인, 아니 증거물이다.
대니얼은 원격 작동 로봇 탤런이었다. 전투시 정찰용으로서뿐아니라 바위투성이의 협곡과 동굴 같은 접근하기 힘든 지형에서 사용됐다. 아프가니스탄에 파견됐을 동안 군인들은 매일 밤 트럭 안에 몸을 숨겨야 했다고 육군의 코너 병장이 돌이켰다. 로봇을 포함한 장비 더미뿐 아니라 여러 명의 사람이 좁은 공간 안에 비비고 들어가야 했다.
“모두 다 채워 넣어야 했다. 따라서 탤런이 트럭의 중앙 통로에 자리잡았다”고 그가 회상했다. “한 졸병이 거기에 대니얼이라는 여자 이름을 붙여줬다. 그리고 밤에 애인처럼 끌어안고 잤다.” 불행하게도 로맨스는 오래 가지 못했다. “대니얼이 폭파됐다”고 코너가 말했다.
“로봇은 항상 임무를 완수했다. 면전에서 두어 차례 폭탄이 터졌지만 작업을 멈추지 않았다.”제2차 세계대전 당시의 파일럿들은 비행기에 멤피스 벨 같은 이름을 붙여주고 노즈 아트(기수에 그려 넣은 섹시한 여성 등의 그림)로 장식했다. 마찬가지로 오늘날의 군인들은 영화 스타, 가수 이름을 따서 로봇을 명명한다. 또 다른 육군 병장 브래디는 자신의 탤런을 엘리라는 이름으로 불렀다. “조종간을 잡을 때면 말을 걸었다. ‘어서, 자기야’ 라며 그녀를 구슬렀다”고 그가 말했다.
“일종의 가족인 셈이다.” 공군 병장 벤은 한 로봇이 급조폭발물(IED) 폭발로 날아갔을 때의 일을 돌이켰다. 그의 팀이 “부품들, 말하자면 시체를 수습해 기지로 후송했다. 다음 날 그 앞에 한 메시지가 나붙었다.
“왜 나를 죽였어? 왜?” 로봇을 위해 21발의 예포, 무공훈장, 묘비를 모두 갖춰 정성스럽게 장례식을 거행하기도 한다. 또는 해병대 병장 사이먼의 말마따나 “자기 인격의 연장”으로 일체감을 갖기도 한다.
이렇듯 군인들은 요즘 필시 다른 어떤 분야보다도 더 친밀한 수준에서 로봇 작업을 효과적으로 수행한다. 그 과정에서 인명을 구조하기도 한다.
이상의 사례들은 워싱턴 대학에서 인간-로봇의 상호교류를 연구하는 줄리 카펜터 박사가 실시한 일련의 인터뷰를 추린 내용이다(대상자들의 익명성을 지켜주기 위해 가명을 사용했다). 그녀는 인터뷰에 응했던 폭발물 처리대원 카펜터에 관해 이야기했다. “로봇을 대하는 방식이 우리가 다른 도구들을 다루는 방식과는 좀 달랐다.”
미군은 새 자율 로봇 시스템의 개발자금을 지원한다. 따라서 이 같은 인간-기계의 상호관계가 더 보편화할 가능성이 크다. 미군은 이미 독자적으로 적을 사살할 수 있는 무인기뿐 아니라 기능적 인간형 로봇의 개발을 한창 진행 중이다. 미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과 보스턴 다이내믹스(최근 구글에 인수됐다)같은 민간 군수업체를 통해서다. DARPA는 초창기 인터넷과 GPS(글로벌위치확인시스템) 같은 혁신기술의 개발을 담당했다.
“전쟁터에서 자동화가 확대됨에 따라 요즘 인간과 기계 간 경계의 재조정이 진행되는 중이다.”그러나 미래형 무인기들이 아무리 위협적으로 보일지라도 로봇의 전투 참여를 가로막는 장벽들이 존재한다. 예를 들면 군의 굼뜬 기술획득 과정, 실험의 부재, 어린 사병과 장교 간의 세대차 등이다. 미군 로봇전의 현실은 영화 ‘터미네이터’보다는 ‘조니 5 파괴작전(사람처럼 생각하는 로봇에 관한 코미디)’에 더 가깝다.
로봇이 처음 전투에 참여한 때는 2002년이었다. 브루스 제티는 미 육군의 첨단장비조달단(REF) 설립자였다. 아프가니스탄에 파견된 군인들이 동굴 기지를 소탕하는 방식에 주목했다.
“군인들이 2000년 전과 조금도 다름 없이 쇠갈퀴 로프를 던졌다.” 전 REF 단장 피터 뉴웰이 돌이켰다. 그 사병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도구의 개발이 REF에 주어진 첫 과업이었다.
미 국방부에 따르면 3D에 속하는 임무에는 로봇이 안성맞춤이다. 단조롭고(dull) 더럽고(dirty) 위험한(dangerous) 작업을 말한다. IED 제거가 바로 그런 일이다. 이라크는 주로 도로 상에서 전쟁이 벌어져 전차에 의존했다. 반면 2009년 아프가니스탄 병력증파에는 다른 접근법이 필요했다.
반군들은 “IED로 도로상의 대형 차량을 공격하는 전술을 중단했다. 대신 아무런 보호장비 없이 하차하는 장병들을 표적으로 삼았다”고 뉴웰이 말했다. 장병들은 한 번에 몇 시간씩 발 아래 쪽에서 지뢰탐지기를 앞뒤로 휘두르며 이동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고 그가 돌이켰다. 더 효율적인 폭탄 대처법을 모색해야 했다.
REF는 IED를 터뜨리는 데 제곱 인치(6.45㎠) 당 17~25㎏의 압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완전 군장을 한 군인의 제곱 인치 당 41㎏보다 훨씬 가벼웠다. 뉴웰이 이끄는 개발 팀은 로봇 키트가 연결된 트랙터 비슷한 장비를 만들어냈다. 그 반자율 로봇 60대를 제작해 레콘 스카웃이라는 던져도 문제 없는 소형 로봇과 함께 야전으로 내보냈다. “2년 전 실전에 투입했다. 몇 대가 파손되어 회수됐는지 물었더니 한 대도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고 뉴웰이 말했다. 고장난 스카웃이 한 대도 없으며 모두 아직도 왕성하게 활동중이라는 의미다.
로봇은 군인들이 사용하는 어휘의 일부가 됐다. 이는 탤런 병장 같은 성공 스토리를 의미했다. 마이클 맥슨 병장이 워싱턴 포스트에 이 탤런 로봇에 관해 설명했다. “항상 임무를 완수했다. 면전에서 두어 차례 폭탄이 터졌지만 작업을 멈추지 않았다.” 폭탄제거반은 그 로봇에 모조 퍼플 하트 훈장을 수여하고 독립적으로 병장으로 진급시켰다. 다른 로봇들은 그렇게 우수한 실적을 올리지 못했다.
레딧(소셜뉴스 사이트)의 한 이용자는 자신이 “돌머리”로 부르던 로봇을 떠올렸다. “도움을 준 만큼 해를 끼쳤다. 걸핏하면 아무런 이유 없이 속도를 내고, 마음 내키는 방향으로 가다간 멈춰 선다. 시도 때도 없이 경고신호를 보냈다.” 팀은 결국 로봇을 알려진 IED 쪽으로 곧장 밀어 보냈다. “이때만큼은 도움이 되는 역할을 했다.” 그 군인이 썼다.
뉴웰은 국방부 로봇공학 계획의 지지부진한 혁신 속도를 이해하지 못한다. 자금 조달 시스템이 기술변화에 맞춰 계속 유용성을 유지할 만큼 탄력적이지 않다고 그는 말한다. “로봇공학은 거의 수직으로 발전한다. 어떤 한 과업에 거금을 투자할 경우 그것을 개발하고 프로그램을 구성해 배치할 무렵에는 이미 구식기술이 되고 만다”고 그가 말했다. “그것이 숙제다. 적절한 신흥 기술을 실전에 통합하는 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이 문제의 개선책으로 장병들에게 그들이 현장에서 사용하는 기계를 직접 개발하는 기회를 주는 방법도 있다. “막사에 앉아 직접 로봇을 제작하는 장병들도 있다”고 뉴웰이 말한다. “설계와 로봇공학의 활용 측면에서 [그들의] 창의적인 재능을 우리가 충분히 활용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조종자가 더 많이 참여하는 야전 실험을 보고 싶다. 그들이 최선의 활용법을 결정하도록 말이다.” 해군 혁신 및 컨셉 담당 장교이면서 동시에 미군혁신그룹 ‘혁신적 사고자들’의 설립자인 벤저민 콜먼이 말했다. 콜먼은 해군 장병들에게 3D 프린터를 보급해 병력이 신기술을 어떻게 통합하는지 지켜보는 등의 실험을 이끌었다. 그는 군에 “해커 스타일의 문화를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고 믿는다.
어린 장병들은 여가 시간에 로봇을 제작하기도 한다. 반면 야전에서 로봇 활용을 지휘하는 사관급은 여전히 금속제 전우에 익숙하지 않다. “구세대 사이에 불신이 있다”고 콜먼이 말했다. “전술적으로 유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고위 지도자들이 로봇을 충분히 신뢰하지 않는다. 25년간 군에서 근무한 사람의 사고회로를 개조하기가 쉽지 않다.”
매튜 히플과 데이비드 블레어도 미군에서 로봇에 열광하는 청년 세대다. 히플은 해군 혁신 싱크탱크인 국제해양안전연구소의 설립자다. 블레어는 그곳의 공동편집자다. 둘 다 군복무 경험이 있다. 무인기는 필시 군대에서 가장 잘 알려진 유형의 실전 로봇이다. 그에 대한 과민반응은 로봇이 오래 전부터 전쟁의 일익을 담당해 왔다는 사실을 간과했기 때문이라고 블레어는 주장한다.
“우리는 군의 로봇기술을 마치 새로운 기술처럼 대한다. 그것이 모두의 일상생활에서 이미 얼마나 폭넓게 자리잡고 있는지를 보지 못한다.” F-35 같은 비행기에서 조종사는 비행기의 컴퓨터 자동화 시스템과 동등한 파트너라고 히플은 지적한다. “컴퓨터 시스템 없이는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다.”
블레어는 군인과 기계가 보완적인 관계라고 본다. “인간은 경험에 기초한 판단에 능하고 컴퓨터는 알고리즘에 뛰어나다. 전쟁터에서 자동화가 확대됨에 따라 요즘 양자간 경계의 재조정이 진행되는 중이다.”
하지만 새로운 기술임에도 불구하고 기계보다 사람 쪽에서 절차적 오류가 더 많이 발생한다. “프레데터 무인기 (조종사) 커뮤니티에 떠도는 우스갯소리가 하나 있다. 로봇 비행기가 하는 말, 내 문제는 왜 모두 사람과 관계가 있을까?” 블레어의 말이다.
무인기 파일럿은 조종석이 아니라 사무실에서 근무한다. 비행기 파일럿보다 상관의 직접적인 지휘 감독을 훨씬 더 많이 받는다. 당면 과제에 집중하기 보다는 “온갖 인적 네트워크를 관리하는데 시간의 대부분을 쓰게 된다.” 불레어가 말을 이었다. “사람들은 그것이 인간-로봇 간 인터페이스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론 거의 항상 인간-인간 인터페이스의 문제다.”
미군은 로봇이 군 병력을 대체한다고 보지 않는다. 실전에서 기계가 군인을 대체하리라고 보느냐고 육군 REF의 프로젝트 관리자 태미 존슨에게 물었다. 국방부의 로봇 공학 프로그램은 “필요한 병력 수를 줄이려는 의도가 아니라 장병의 작업량이나 부담을 줄이려는 목적”이라고 그가 대답했다.
진짜 미래는 로봇 전사들이 아니라 보조 기능을 하는 기계와 인간이 함께 일하는 더 협력적인 환경에 있다. 현재로선 사람이 그 길을 가로막는 걸림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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