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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주택시장의 ‘물갈이’

전원주택시장의 ‘물갈이’

쾌적한 환경 따지는 수요 늘어 … 투자보단 실용적 주거 목적으로 접근
계약자의 70%가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인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남동 라움빌리지 1차.



은퇴 했거나 은퇴를 앞둔 50, 60대 장·노년층의 전유물로 여겨진 전원주택 시장에 새 바람이 불고 있다.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의 수요가 부쩍 늘어나면서 젊은층으로 ‘물갈이’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서울 강남역까지 자동차로 1시간 정도 걸리는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남동 라움빌리지 1차(32가구)는 계약자의 70%가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이다. 서울 잠실역까지 이동시간이 1시간 정도인 경기도 가평군 달전리 북한강 동연재 1차(27가구) 계약자의 50%도 이들과 비슷한 또래다.

이들은 주로 서울에서 1시간 거리에 있는 지역을 선호한다. 용인·광주·수원·파주·남양주 등지를 많이 찾는다. 서울로 이동하는 교통 여건이 좋은 편이기 때문이다. 양평에선 중앙선 양평·용문역 인근이 인기다. 광주시는 퇴촌이나 곤지암 일대 수요가 많다. 중부고속도로·45번 국도 등 교통망이 잘 갖춰진데다 성남 분당신도시나 서울 강남권이 가까운 편이기 때문이다.

용인시는 수지구 고기동, 처인구 양지면 일대가 인기다. 경부고속도로, 용인∼서울 고속도로, 영동고속도로 등의 이용이 편한 것이 장점이다. 전원주택 시공업체인 스마트하우스 이영주 대표는 “한창 경제활동을 할 시기라 직장인 서울까지 1시간 정도에 이동할 수 있는 거리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1시간 거리 지역 선호집 크기를 줄여 가격 부담이 적어진 것도 이유다. 도심 아파트 전셋값 수준으로 전원주택을 장만할 수 있다. 이전에는 전원주택을 대개 별장급으로 지었다. 크기가 165㎡(50평, 이하 건축면적)를 넘었으나 요즘은 대개 115㎡(35평)를 넘지 않는다. 165㎡ 크기의 집을 지으려면 495~660㎡ 정도의 땅이 필요하지만 66㎡는 198~330㎡면 충분하다.

전원주택 컨설팅업체인 광개토개발 오세윤 대표는 “전원주택지로 널리 알려진 경기도 양평·가평군, 광주·용인시 등의 평균 땅값이 3.3㎡당 50만~100만원 정도여서 땅값으로 5000만~7000만원이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전원주택 전문업체 풍산우드홈 김창근 대표는 “전원주택 크기가 작아지면서 적은 돈으로 넓은 마당이 있는 집에서 살 수 있으니 이사 결심이 쉬워지는 것”이라고 전했다.

건축비도 많이 낮아졌다. 이전까지 전원주택을 지으려면 설계부터 골조·인테리어·새시·마감재까지 일일이 선택해야 하는 맞춤형이 대부분이었다. 이렇게 집을 지으면 건축비가 3.3㎡당 400만~500만원 정도 든다. 맞춤형보다 비용을 아낄 수 있는 방식이 표준형이다. 직접 설계하는 것이 아니라 업체에서 준비한 설계 중 마음에 드는 것을 고르는 것이다. 대개 업체별로 수십 가지의 설계도면을 갖추고 여기에 맞는 자재를 대량 구매해두기 때문에 자재비 등을 아낄 수 있다.

건축비는 3.3㎡당 350만~400만원 정도다. 표준형이라도 어느 정도 설계 변경이 가능하기 때문에 개성을 살릴 수 있다. 공장에서 집을 조립하는 모듈형은 건축비가 가장 적게 든다. 정해진 설계·자재로 공장에서 제작해서 현장으로 옮기는 제작 방식으로 비용을 낮췄다. 3.3㎡ 당 200만~350만원 정도다. 가평·양평군 일대 땅 231㎡에 50㎡ 형 전원주택을 짓는 데 1억2000만원(땅값 포함) 정도면 된다.

전원주택을 전세로 찾기도 한다. 한번쯤 살아보고 싶지만 전원주택을 사기는 부담스러운 이들이 찾는다. 아파트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되레 아파트보다 전셋값이 싼 것도 이유다. 최근 2~3년 간 아파트 전셋값은 급등했지만 전원주택 전셋값은 큰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양평군 용문면 일대 109㎡형 아파트 전셋값은 1억~1억2000만원 선. 같은 크기 전원주택 전셋값은 8000만~1억원이다. 양평군 용문면 명문공인 유명권 사장은 “자금 부담도 덜 수 있고 전원 생활에 대한 호기심에 전세 물건을 찾는 수요가 늘면서 혁신학교 인근 등 교육 여건이 괜찮은 지역 전세 물건이 나오면 바로 거래된다”고 전했다.

그간 보기 드물었던 전세 물건이 늘어난 영향도 크다. 이런 저런 사정으로 이사는 해야 하고 경기 침체로 팔기 어렵자 집주인들이 전세를 내놓는 것이다. 교육 걱정도 많이 줄었다. 단지 형태의 전원주택은 집에서 초등학교를 왕복하는 셔틀버스를 도입하는 식으로 불편을 줄인다. 전원주택 전문업체인 드림사이트 코리아 이광훈 대표는 “학업성취도가 높은 기숙형 공립학교나 혁신학교가 늘어나면서 명문 대학 진학률이 높아져 되레 집중도 있는 공부를 시키기에는 낫다고 판단하는 학부모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찾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환금성이 다소 좋아졌다. 라움빌리지 1차는 분양을 시작한지 1년 만에 4가구가 거래됐다. 분양가(땅값)는 3.3㎡당 150만원이었지만 최근 3.3㎡당 180만원에 거래됐다. 전원주택은 아파트처럼 분양 받을 수 있다. 분양업체가 땅과 집을 한꺼번에 공급한다. 단지로 조성되는 경우 보안이나 커뮤니티 조성 등이 유리하다. 땅만 분양 받고 별도로 시공업체를 골라 지을 수도 있다.

원하는 땅을 골라 직접 지어도 된다. 하지만 복잡한 인허가 문제를 직접 해결해야 하고 ‘나홀로’ 부지의 경우 팔기 쉽지 않을 수 있다. 이 경우 해당 토지에 대한 규제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자칫 개발이 제한되는 자연·보존녹지지역 등에 해당되면 낭패를 볼 수 있다.

지자체별로 관련 규정이 다를 수 있어 건축면적 제한, 대지경계선 등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 아파트와 달리하자·보수가 쉽지 않기 때문에 시공업체와 계약할 때 하자·보수 보증 기간이나 범위를 분명히 해야 한다. 특히 전기·통신·보일러 등 전문 분야는 시공업체가 직접 보수하는 조건을 명시하는 것이 유리하다.



아파트처럼 분양받고 환금성도 커져기존 전원주택을 살 수도 있다. 이 경우 내 취향에 맞는 집을 고르기 쉽지 않고 예상치 못한 보수 비용이 들 수 있어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 전원주택을 장만할 때 간과하기 쉬운 게 관리비다. 집을 저렴하게 지어도 관리비가 많이 든다면 유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단열재나 창호를 특히 신경 써야 한다.

이영주 대표는 “단열재 등을 제대로 쓰지 않으면 전원주택은 냉난방비, 수도요금 등이 아파트 같은 공동주택보다 비싸 실제 관리비 수준을 미리 알아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원주택은 주택 설계에 개인 취향이 반영돼 나중에 팔 때 조건에 맞는 매수인을 찾기 쉽지 않다는 점을 알아둬야 한다.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실 홍석민 실장은 “아파트처럼 거래가 쉽지 않기 때문에 실수요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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