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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처럼 평화의 한 해 되길

양처럼 평화의 한 해 되길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신년 연설을 통해 남북회담에 의지를 보였다.
2014년의 마지막 날인 12월 31일 밤을 속초 바닷가에서 보냈다. 2015년 첫날, 갑오년이 어떻게 끝났고 을미년은 어떻게 지낼 건지 생각했다. 2014년이 말답게 지내왔듯이 역시 2015년도 양처럼 보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말은 빠르고, 강하고, 소리가 큰 동물이다. 잘 다루지 못하면 위험한 동물이다. 빠르게 달리다가 떨어져서 크게 다칠 수도 있다. 반면 양은 평화적인 동물이다. 인간을 위협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부지런하게 일하면 양털을 깎아서 따뜻한 옷을 만들거나 젖을 짜서 마실 수도 있다. 그래서 2014년에 비해 2015년에 일어날 일들이 우리에게 말과 양의 차이점을 보여 줄 거라고 생각했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스마트폰으로 기사를 살펴봤다. 내 생각이 어느 정도 맞다고 느꼈다. 2014년이 저물어갈 무렵 터진 ‘땅콩 회항’ 사건으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구치소에 수감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대기업 임원의 구치소 수감은 가슴 아픈 일이다. 그러나 언론에 나온 주장들이 맞는다면, 자만심에 패배한 조 전 부사장은 이제 겸손해질 기회를 찾기도 한다.

이 사건은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도 큰 파장을 일으켰다. 대한항공은 사기업이지만 이름 안에 한국의 이름을 담고 있다. 많은 사람이 이 사건을 한국 정부와 연관지어 생각한 이유다. 한국의 이미지를 손상시킬 만한 사건이었다. 그러나 한국은 이 문제에 잘 대처해서 오히려 좋은 이미지를 구축했다. 한국이 약자와 강자에게 똑같이 법을 적용하는 나라라는 사실을 전 세계에 알렸다.

박근혜 대통령의 신년사와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신년 연설도 2015년이 양처럼 평화로운 해가 될 가능성을 보여줬다. 2014년에 남북 고위급 회담 시도가 몇 차례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모두 무산됐다. 2014년 말 류길재 통일부장관은 다시 한 번 북한에 고위급 회담을 요청했고, 김정은이 여기에 신년사로 화답하면서 2015년을 열어젖혔다. 2015년에 대규모 남북회담이 열릴 조짐이다.

그 다음으로 전망이 좋은 분야는 한일관계다. 2015년을 앞두고 한 라디오 방송국에서 외신기자들과 함께 2014년과 2015년을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일본 기자들은 2015년엔 꼭 한일정상회담을 취재하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한일관계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임기 막바지에 일본에서 자민당이 다시 정권을 차지하면서 악화되기 시작했다. 일단 악화된 상태에서 취임한 박 대통령은 아직까지는 이 문제에서 손을 쓸 기회를 얻지 못했다.

한국의 명예를 지키면서 일본과 정상회담을 갖기란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박 대통령 취임 이후 한국 정부는 대일정책이 강경 일변도로 흘러가선 안 된다는 인식을 보여줬다. 내가 보기에 한국은 일본과 관계 정상화를 위해 물밑으로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물론 일본이 아직 풀어야 할 역사 문제들이 남아 있지만, 그럼에도 일본은 한국의 중요한 이웃국가다. 2015년엔 한일정상회담이 개최되고 양국 관계가 어느 정도 나아질 가능성이 있다.


[필자 알파고 시나씨(터키)는 터키 지한통신사 서울 특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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