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차드 하우저 슈탕글비르트 대표 - “ 호텔이 아닌 또 다른 ‘집’을 경험하게 해주고 싶다”
4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오스트리아 전통 호텔 슈탕글비르트(Stanglwirt)의 특징은 자연과 생명을 중시하는 ‘바이오 호텔’이라는 점이다. 리차드 하우저 슈탕글비르트 대표는 오스트리아처럼 산악지형이 많은 한국도 자연을 활용해 고유의 문화를 입힌 호텔을 만들면 세계적인 호텔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리차드 하우저(Richard Hauser, 46) 슈탕글비르트 호텔 대표가 한국을 처음 찾은 것은 25년 전이다. 소설가 이순애(60) 씨의 소개로 쌍방울그룹의 리조트 건설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이 씨는 2005년 이승만 대통령의 부인인 프란체스카 여사의 일대기를 담은 『프란체스카 리 스토리』를 펴낸 소설가로 슈탕글비르트호텔과 가까운 오스트리아의 서부도시 인스브루크에 살고 있다. 이 씨에 따르면, 당시 전라북도 무주에 오스트리아식 리조트를 짓고 싶어 했던 쌍방울에게 슈탕글비르트가 롤모델로 안성맞춤이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이 씨의 소개로 하우저 대표가 아버지 발트하자르 하우저 전 대표를 도와 자신들의 노하우를 쌍방울에 적극 전수했다. 알프스산 전통 목재를 공급한 것은 물론 공사 진행자들까지 직접 한국으로 보내 오스트리아식 ‘티롤호텔’을 완성했다.
그로부터 4반세기가 지난 2월 3일, 하우저 대표가 이번에는 혼자가 아니라 21개 오스트리아 기업 실무진을 이끌고 한국을 다시 찾았다. 2018년 강원도 평창에서 열리는 동계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오스트리아 기업이 가지고 있는 동계스포츠산업의 노하우를 전해주기 위해서다. 오래 전에 맺어진 한국과의 인연을 소중히 간직해온 그는 2013년부터 인스브루크의 한국 명예 영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하우저 대표가 오스트리아로 출국하기 하루 전인 2월 4일, 서울 중구 조선호텔에서 그를 만났다. 평창 일정을 마치고 호텔로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아 피곤해 보였지만, 그는 “의미 있는 일을 하러 온 만큼 피곤할 겨를이 없다”며 웃었다. 그리고는 방한을 계기로 한국 기업과 오스트리아 기업의 교류가 활발해졌으면 하는 바람도 내비쳤다. 하우저 대표는 “한국을 한 번도 방문하지 않은 오스트리아 사람도 삼성이나 LG, 현대와 같은 한국 기업을 잘 알고 있고,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다”며, “오스트리아 기업도 한국에서 좋은 이미지로 인식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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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멘트 대신 잔디로 지붕을 만들다
알프스 산맥에 둘러싸여 목가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슈탕글비르트 앞에서 찍은 리차드 하우저 대표(오른쪽 뒤)의 가족사진.슈탕글비르트는 인스브루크에서 한 시간 정도 더 들어가면 나오는 키츠뷜(Kitzbuhel)이라는 마을에서 알프스 산속으로 20여 분을 더 들어가야 만날 수 있다. 1609년 광산과 목장이 있던 곳에 레스토랑과 여행자들의 숙소가 생기면서 호텔의 역사가 시작됐다. 호텔은 그때부터 지금까지 가족경영으로 운영되고 있다. 경영진의 세대교체에 맞춰 한 단계씩 성장해왔는데, 슈탕글비르트가 호텔 수준의 외형을 갖추게 된 것은 하우저 대표의 할머니인 안나 하우저 때부터였다고 한다. 탁월한 호텔 경영자였던 안나 하우저는 호텔에서 알프스 요들송대회를 개최하는 등 인스브루크를 찾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호텔 홍보를 강화해 대박을 터뜨렸다. 이후 1980년, 안나 하우저의 장남이자 하우저 대표의 아버지인 발트하자르 하우저 전 대표가 경영을 맡게 되면서 호텔에 지금의 ‘슈탕글비르트 문화’가 입혀졌다.
“당시 아버지는 호텔을 새로 짓고 보수하는 일에 열정적이셨어요. ‘바이오 호텔’이라는 콘셉트를 정한 것도 그때 쯤입니다. 아버지는 건강한 로컬 먹을거리와 자연을 즐길 수 있는 호텔이 미래에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내다본 겁니다.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선택이었어요.” 시대를 앞선 발트하자르의 아이디어가 지금의 슈탕글비르트를 있게 했다고 했다. 당시 발트하자르가 보기에 알프스산맥으로 둘러싸여 있는 슈탕글비르트는 ‘바이오호텔’ 콘셉트에 꼭 맞는 입지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그래서 그때부터 자연을 해치지 않고 자연과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호텔을 만들어나갔다고 한다. 시멘트를 쓰지 않고 잔디로 지붕을 만들자 호텔 안 어디서든 은은한 나무향을 맡을 수 있게 됐다. 400년 전 마부들이 말이나 소가 풀을 뜯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식사를 하던 곳을 그대로 남겨둔 것도 그 때문이다.
슈탕글비르트에서 투숙객들은 다른 호텔에서 만나기 어려운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된다. 예를 들면 수영장 지붕 위에서 풀을 뜯는 염소를 본다거나, 사우나실 문을 열고 나오면 2만8000리터의 바닷물을 채워둔 저수공간에서 유유히 헤엄치는 두 마리의 상어와 마주치게 되는 식이다. 투숙객의 식탁에 올라가는 음식들도 대부분 직접 재배한다. 호텔 내 40만4700㎡ 농지에서 채소와 곡식을 수확하고, 소를 키워 천연치즈와 우유 등을 만든다. 이러한 슈탕글비르트의 독특한 문화를 체험하기 위해 매년 1만 명이 넘는 투숙객이 호텔을 찾는다. 슈탕글비르트의 객실 점유율이 일 년 내내 93%가 넘는 이유다. 하우저 대표는 슈탕글비르트의 인기 비결을 호텔의 정체성에서 찾았다. “우리 전통을 그대로 보존하고 이어가는 거죠. 정체성이 분명하니까 경영진이 교체돼도 큰 혼돈이 없습니다.” 슈탕글비르트는 특히 건축자재에 신경을 많이 쓰는데, 대부분 석재·목재·리넨·가죽 등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천연원료를 소재로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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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노하우를 한국에 전수해 주고싶어
슈탕글비르트의 야외수영장에 누워있으면 주변에 펼쳐진 알프스 산맥이 한눈에 들어온다.하우저 대표는 유년시절의 대부분을 아버지가 경영하던 호텔에서 보냈다. 각기 다른 문화, 다른 생활방식을 가진 사람들이 슈탕글비르트에 모여 휴식을 취하면서 각자의 다름을 인정하고 공유하는 모습이 어린 그에게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어린 마음에 휴식을 취하고 있는 그들이 슈탕글비르트를 집처럼 여겼으면 하는 마음이 들더군요.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하우저 대표는 투숙객에서 좋은 호텔이 아닌 또 다른 ‘집’을 경험하게 해주는 게 슈탕글비르트의 목적이라고 했다. “저희는 다른 사람의 행복을 통해 발전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의 말이다.
호텔운영의 고수인 그에게 한국 호텔의 모습은 어떻게 비쳤을까? 그는 다른 호텔에 묵게 되면 먼저 직원들의 표정을 보는 습관이 있다고 했다. 직원들의 표정에서 일을 좋아서 하는지 마지못해 하는지 알 수 있다는 것이다. 투숙객들은 호텔에 들어오면 먼저 조직원들의 밝은 표정에서 편안함을 느낀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한국호텔 특징은 직원들이 대부분 즐거워 보인다는 점입니다. 이 일을 정말 좋아한다는 인상을 받았죠.” 하우저 대표는 한국호텔의 미래를 호텔 밖에서 찾았다. “한국은 호텔 밖을 나가면 가까운 곳에 풍광 좋고 산책하기 좋은 산은 물론이고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곳이 풍부합니다. 이 점은 슈탕글비르트와 꼭 닮았습니다.”
그는 호텔을 비롯한 오스트리아의 서비스산업이 알프스산맥을 중심으로 발달한 점을 고려할 때 한국 역시 자연을 이용하면 서비스산업이 세계적인 수준으로 발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특히 한국 전통 호텔들이 자연을 활용해 특유의 문화를 만든다면 호텔을 경험하려는 투숙객들이 늘어날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슈탕글비르트는 그러면서 한국 전통 호텔에 자연을 활용하는 노하우를 전수해줄 준비가 돼 있다고 호탕하게 웃었다.
- 글 정혜선 포브스코리아 기자 / 사진 전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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