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도에 부는 호텔 건설 열풍] 경기 침체? 관광업은 콧노래
[열도에 부는 호텔 건설 열풍] 경기 침체? 관광업은 콧노래
삿포로에서 차로 3시간 정도를 달리면 구찬정(町, 우리나라의 ‘읍’과 비슷한 개념)과 니세코정에 걸친 일본 최대의 스키 리조트 니세코유나이티드에 도착한다. 현재 호텔 업계 핫 플레이스로 꼽히는 곳이다. 오는 2020년 미국의 메리어트인터내셔널은 고급 호텔 ‘더 리츠칼튼’의 리조트 브랜드인 ‘리저브’를 내세워 니세코 지역에 진출한다. ‘차이를 아는 여행객’을 목표로 만드는 50실 규모의 고급 리조트 호텔이다. 리저브는 푸에르토리코 등 전 세계 5곳에만 있다. 일본에는 처음 진출하는 것이다. 벌써부터 아시아를 중심으로 국내외 부유층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호텔이 들어서는 자리는 과거 프린스호텔이 있었던 히가시야마다. 현재 니세코빌리지라고 불리는 지역이다. 한때 미국 시티그룹의 손에 넘어갔다가 말레이시아 발사인 YTL호텔스가 2010년 약 60억엔(약 650억원)에 사들였다. 도쿄 디즈니리조트의 6배에 달하는 엄청난(615㏊) 규모다. 이 중 시티그룹 시대에 개업한 힐튼니세코빌리지를 포함해 48㏊를 2010~2015년에 걸쳐 개발했다. 앞으로 개발 여지가 더 많이 남았다는 의미다.
스키 호텔은 겔렌데(스키 슬로프가 있는 경사진 지형)와 바로 연결되느냐의 여부가 가치를 좌우한다. 하지만 리저브 예정지와 YTL 독자 브랜드인 ‘카사라’ 분양용 콘도미니엄은 겔렌데와 접해있지 않다. 그래서 새로운 리프트 2대를 설치하고 경사면을 정비해 인공적으로 연결시켰다. 이 리프트는 내년 겨울 가동 예정이다. 같은 라인으로 곤돌라까지 운행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형이다. 일본에서는 처음 도입된다.
YTL은 홍콩 등지에서 자사 브랜드인 콘도미니엄을 지난 1월부터 판매하고 있다. 개당 가격은 약 1900만 홍콩달러(약 30억원). 면적이 250㎡(약 76평)에 달하는 대형 콘도라고는 하나 경악할 만한 가격이다. 그래도 인기가 대단하다. 이용하지 않는 기간은 호텔로 대여할 수 있으며, 4% 정도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YTL은 곧 이 콘도미니엄을 42개(현재 8개)로 확장한다. 니세코 지역이 중심이다. 투자액이 수백억엔을 웃돌 것으로 보인다.
니세코가 주목받게 된 계기는 2001년 미국 동시다발 테러였다. 호주의 스키 선수들이 미국과 캐나다를 피해 이곳에 몰려들었다. 수준 높은 빙질로 좋은 평가를 받기 시작하자 더 많은 사람이 찾게 됐다. 자원 버블에 따른 호주 경제의 호조와 일본의 지가 하락이 맞물려 호주 투자자의 콘도 건설이 줄을 이었다. 판매가 활발해진 건 2007년 무렵이다. 홍콩이나 싱가포르 등 아시아 각국 부유층이 콘도를 구입하기 시작했다. 입지가 좋은 곳은 평당 단가가 300만엔으로 도쿄 수준과 비슷하다. 니세코를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은 2008년 리먼쇼크와 2011년 동일본대지진 전후를 제외하고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처음에는 호주인이 중심이었으나, 점차 아시아 전역으로 다양해지고 있다.
동쪽 사면에 있는 카나조노스키장에서도 니세코빌리지와 쌍벽을 이루는 대형 개발 움직임이 일기 시작했다. 우선 리저브보다 앞서 2019년 파크하얏트가 문을 연다. 약 100㏊의 땅을 보유한 홍콩 기업 PCPD가 약 1000억엔을 투자해 호텔과 분양형 콘도미니엄(총 200실)을 건설한다. 카나조노는 원래 도큐부동산이 보유해오다가 2004년 호주 자본이 대주주인 일본 하모니리조트에 매각됐다. 이 하모니를 인수한 PCPD는 중국 부호인 리자청이 이끄는 명문 기업이다. 인근 와이스스키장도 지난해 사들였다. 카나조노와 약 2㎞ 밖에 떨어지지 않아 곤돌라 등으로 충분히 연결할 수 있다.
카나조노 주변에도 고급 부티크 호텔이 늘고 있다. 2014년 12월 문을 연 키니세코(96실)는 니세코에서 가장 인기 있는 히라후 겔렌데에 있다. 호주 기업이 운영하고 있는데, 각 객실의 소유주는 대부분 홍콩이나 싱가포르 등 아시아 부호들이다. 크리스마스 연휴는 연초에 예약이 끝날 정도로 성황이다. 소유도 운영도 이용도 모두 외국인의 몫이다. 일본에 있지만 일본인이 등장하지 않는 것, 이것이 니세코의 특징이다. 이런 외국인 수요는 니세코가 소화할 수 없을 정도로 늘어 인근으로 확산하는 중이다. 2015년 12월 구찬정에 인접한 아카이가와촌의 키로로리조트에는 쉐라톤호텔이 문을 열었고, 니세코정에서 비교적 가까운 루스쓰촌에는 웨스턴호텔이 개업했다. 두 호텔을 위탁 운영하는 스타우드 호텔&리조트의 로타펠 수석부사장은 “외국인 관광객이 앞으로 2~3년 안에 2배로 늘어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나하시 국제거리는 오키나와에 가면 꼭 가봐야 하는 관광지 중 하나다. 연말 연시와 프로야구 캠프가 쉬는 1월 중순은 매년 관광객이 적다. 하지만 올해 국제거리의 풍경은 사뭇 달랐다. 기념품 매장이나 음식점은 수많은 인파로 붐볐고, 인근 호텔 로비는 관광객으로 넘쳐났다. 류긴종합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오키나와 현내 주요 호텔의 2015년 1~9월 객실 가동률은 81.1%로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했다. 리먼쇼크 이전에 찍었던 정점에 거의 근접한 수준이다. 상황이 변하자 일본 본토 부동산 회사들의 오키나와 호텔 개발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2014년 7월 오릭스부동산이 중심이 돼 ‘힐튼 오키나와 자탄리조트’를 개업했다. 대형 부동산 업체 모리트러스트는 지난해 12월 오키나와 본섬에서 가까운 세소코섬, 올해 1월에는 미야코섬과 다리로 이어지는 이라부섬에 리조트 용지를 구입했다. 세소코섬의 호텔 용지는 과거 도쿄의 한 부동산 회사가 개발을 추진해온 장소다. 그러나 리먼쇼크 때 파산해 공사가 약 60% 진행된 시점에서 사업이 중단됐다. 이 땅을 모리트러스트가 사들인 것이다. “세소코는 오키나와의 중심부에서 떨어져 있으나, 츄라우미 수족관이라는 ‘킬러 콘텐트’와 가깝다. 규모에 걸맞은 호텔을 개발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다테 미와코 모리트러스트 호텔앤리조트 사장)본토 자본이 오키나와에 진출하면서 토지 취득부터 호텔 개발까지 직접 추진하는 건 지금까지 극히 드문 일이었다. 오키나와라는 지역 특성상 여름에 관광객이 몰리고, 바다에서 수영을 즐길 수 없는 겨울엔 발길이 뜸하다. 호텔을 운영하기에는 리스크가 꽤 크다. 하지만 2014년 2월 나하공항 신국제선 터미널 개설이 전환점이 됐다. 여객기 운항 편수가 늘자 대만이나 한국, 중국 관광객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2013년에 연간 약 60만 명이었던 오키나와 방문 외국인 관광객은 지난해 무려 150만 명으로 늘었다. “최근에는 외국인 관광객 비율이 높아지고 있어 일년 내내 안정된 객실 가동률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여름에 태풍이 와도 만회할 기회가 있다. 이는 본토 자본에게 매력적인 투자 요소다. 호텔 개발 경쟁도 이전보다 한층 치열해졌다.”(나카무라 코세이 오릭스 개발사업부 제3과장)
외국계 호텔의 참여도 잇따르고 있다. 미국의 힐튼이나 리츠칼튼에 이어 지난해 7월에 나하시(市)에 미국의 하얏트리젠시가 문을 열었다. “모리 트러스트가 취득한 섬 두 곳의 용지도 외국 브랜드를 유치하는 방향으로 검토 중이다.”(다테 사장)
본토 자본뿐 아니라 외국계 호텔들이 이렇게 앞다퉈 오키나와를 노리는 것은 인바운드(방일 외국인 관광객) 중심의 관광객 증가가 확실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 배경에는 나하공항에서 진행하는 2000억엔 규모의 대형 프로젝트가 있다. 국제선이나 LCC(저비용항공사)의 취항 횟수가 꾸준히 증가하는 나하공항은 활주로 처리 능력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이 때문에 도쿄올림픽 개최 전인 2020년 3월을 목표로 신활주로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오키나와현은 2015년 3월 ‘2021년 관광객(내국인 포함) 1000만 명’을 목표로 내건 로드맵을 만들었다. 관광업에 대한 현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역시 숙박시설 증가에 순풍 역할을 하는 셈이다. 개업 이래 줄곧 높은 가동률을 보이고 있는 나하 하얏트리젠시의 사토 켄토 총지배인은 “이런 속도로 관광객이 늘어난다면 호텔이 부족해지는 것은 당연하다”며 “200실 수준의 호텔이 80~100개는 필요하지만 그렇게 생긴다고 해도 기존 호텔의 가동률은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키나와가 국제적인 관광지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과제도 있다. 우선 동아시아 이외 국가에서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해야 한다. 2015년 오키나와를 방문한 외국인 중 80% 이상이 대만이나 한국 등 동아시아 관광객이다. 이들 국가의 경기 악화나 대형 악재로 관광객이 갑자기 줄어들 위험이 있다. 이에 오키나와는 신규 수요 개척지로 동남아시아와 북미 지역을 노리고 있다. 항공사의 노선 정책도 이 방향으로 개선할 계획이다.
저녁에 즐길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 시설이 부족한 것도 문제다. 해외 LCC 취항이 증가하면 비행기 이착륙 문제로 야간에 오키나와에 도착하는 외국인 관광객도 늘어날 것이다. 츄라우미 수족관이나 전쟁 유적지 등 오키나와 주요 관광시설은 야간에 거의 영업을 하지 않는다. 음식점도 늘려야 한다. “대만인이 가장 먹고 싶어하는 요리는 라멘, 한국인은 스시라고 들었다. 오키나와 요리뿐 아니라 여러 고객의 요구에 대응할 수 있는 음식점을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사토 총지배인)
최대 관문은 인력난 해소다. “일본 본토 호텔과 급여 격차가 약 30% 정도 난다. 이 격차를 좁히지 않으면 인재가 유입되지 않는다.”(사토 총지배인). 도쿄나 오사카 호텔에는 외국어를 할 수 있는 직원이 매우 많지만 오키나와에서는 아직 부족한 상황이다.
호텔 개발 러시는 도쿄도 예외가 아니다. 세계 고급 브랜드 매장이 줄지어 늘어선 도쿄 긴자의 나미키거리. 1월의 어느 날 이곳을 방문하니 미국 하얏트 그룹의 신규 브랜드 ‘하얏트센트릭’의 개발 예정지에서 공사 소리가 들려온다. 그곳에서 도보로 2~3분 거리인 스키야바시 교차점 근처, 하루미거리 인근 부지에서도 흙먼지가 피어 오른다. 부동산 회사 휴릭이 진행하는 ‘게이트 호텔 긴자’ 건설 공사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두 곳 모두 2018년 문을 연다. 고급 호텔이 집중된 도쿄역 주변이나 긴자·오테마치 지역을 중심으로 2020년 도쿄올림픽 전에 새 호텔을 짓는 계획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숙박객 수의 증가가 배경이다. 시니어층을 중심으로 일본 내국인 여행객이 꾸준히 늘어나고, 인바운드는 급증하고 있다. 일본 도심부나 관광지에서는 호텔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속출하고 있다. 특히 방일 외국인이 총 숙박객 수의 약 30%를 차지하는 도쿄도 내에서는 객실 가동률이 월 단위로 80%를 넘어섰다. 거의 ‘상시 만실’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가동률이 높아지면 객실 단가도 상승한다. 예를 들어 앞서 말한 휴릭이 도쿄 아사쿠사에서 2012년부터 운영 중인 ‘게이트 호텔 카미나리몬’은 지난해 객실 가동률이 무려 90%에 달했다. 2015년 12월 ADR(평균객실 단가)은 2만엔으로, 전년 동월의 1만7000엔보다 약 18% 상승했다. 가동률과 ADR의 상승은 호텔 개발에 크게 일조한다. 호텔 경영으로 기대할 수 있는 현금창출 흐름이 좋아진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오피스 용도의 토지 활용이 많았지만 지금은 호텔 개발이 가장 중요한 이슈가 됐다. 아베노믹스로 인해 가장 수혜를 입은 건 바로 호텔이 아닐까?”(부동산 서비스업체 CBRE 요시야마 나오키 수석 디렉터)
기존 호텔 매매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CBRE에 따르면 지난해 도쿄 호텔 매매 거래액은 전년 대비 약 40% 증가한 약 3000억 엔을 기록했다. 장기 보유를 목적으로 취득한 경우도 많다. 기관 투자가가 호텔을 매력적인 투자 대상으로 보고 있다는 의미다. 세부적으로는 연회장을 두지 않는 150~200실 규모의 숙박 특화형 호텔이 대세로 떠오른다. 앞서 말한 ‘하얏트센트릭 긴자 도쿄’엔 상설 연회장이 없다. 164개의 객실과 레스토랑으로 고객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주의를 기울이는 서비스가 특징이다. “럭셔리 호텔과 비즈니스 호텔의 중간에 속하는 제3의 호텔을 지향한다. 일본에는 아직 이런 호텔이 많지 않다.”(아베히로 히데 일본 하얏트 대표이사 부사장)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방일 외국인은 앞으로 꾸준히 늘어날 것이란 견해가 우세하다. 당분간 호텔 개발 러시는 계속될 전망이다.
- 일본 경제 주간지 주간동양경제 특약, 번역=김다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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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이 들어서는 자리는 과거 프린스호텔이 있었던 히가시야마다. 현재 니세코빌리지라고 불리는 지역이다. 한때 미국 시티그룹의 손에 넘어갔다가 말레이시아 발사인 YTL호텔스가 2010년 약 60억엔(약 650억원)에 사들였다. 도쿄 디즈니리조트의 6배에 달하는 엄청난(615㏊) 규모다. 이 중 시티그룹 시대에 개업한 힐튼니세코빌리지를 포함해 48㏊를 2010~2015년에 걸쳐 개발했다. 앞으로 개발 여지가 더 많이 남았다는 의미다.
스키 호텔은 겔렌데(스키 슬로프가 있는 경사진 지형)와 바로 연결되느냐의 여부가 가치를 좌우한다. 하지만 리저브 예정지와 YTL 독자 브랜드인 ‘카사라’ 분양용 콘도미니엄은 겔렌데와 접해있지 않다. 그래서 새로운 리프트 2대를 설치하고 경사면을 정비해 인공적으로 연결시켰다. 이 리프트는 내년 겨울 가동 예정이다. 같은 라인으로 곤돌라까지 운행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형이다. 일본에서는 처음 도입된다.
30억원짜리 콘도 없어서 못 팔아
니세코가 주목받게 된 계기는 2001년 미국 동시다발 테러였다. 호주의 스키 선수들이 미국과 캐나다를 피해 이곳에 몰려들었다. 수준 높은 빙질로 좋은 평가를 받기 시작하자 더 많은 사람이 찾게 됐다. 자원 버블에 따른 호주 경제의 호조와 일본의 지가 하락이 맞물려 호주 투자자의 콘도 건설이 줄을 이었다. 판매가 활발해진 건 2007년 무렵이다. 홍콩이나 싱가포르 등 아시아 각국 부유층이 콘도를 구입하기 시작했다. 입지가 좋은 곳은 평당 단가가 300만엔으로 도쿄 수준과 비슷하다. 니세코를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은 2008년 리먼쇼크와 2011년 동일본대지진 전후를 제외하고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처음에는 호주인이 중심이었으나, 점차 아시아 전역으로 다양해지고 있다.
동쪽 사면에 있는 카나조노스키장에서도 니세코빌리지와 쌍벽을 이루는 대형 개발 움직임이 일기 시작했다. 우선 리저브보다 앞서 2019년 파크하얏트가 문을 연다. 약 100㏊의 땅을 보유한 홍콩 기업 PCPD가 약 1000억엔을 투자해 호텔과 분양형 콘도미니엄(총 200실)을 건설한다. 카나조노는 원래 도큐부동산이 보유해오다가 2004년 호주 자본이 대주주인 일본 하모니리조트에 매각됐다. 이 하모니를 인수한 PCPD는 중국 부호인 리자청이 이끄는 명문 기업이다. 인근 와이스스키장도 지난해 사들였다. 카나조노와 약 2㎞ 밖에 떨어지지 않아 곤돌라 등으로 충분히 연결할 수 있다.
카나조노 주변에도 고급 부티크 호텔이 늘고 있다. 2014년 12월 문을 연 키니세코(96실)는 니세코에서 가장 인기 있는 히라후 겔렌데에 있다. 호주 기업이 운영하고 있는데, 각 객실의 소유주는 대부분 홍콩이나 싱가포르 등 아시아 부호들이다. 크리스마스 연휴는 연초에 예약이 끝날 정도로 성황이다. 소유도 운영도 이용도 모두 외국인의 몫이다. 일본에 있지만 일본인이 등장하지 않는 것, 이것이 니세코의 특징이다. 이런 외국인 수요는 니세코가 소화할 수 없을 정도로 늘어 인근으로 확산하는 중이다. 2015년 12월 구찬정에 인접한 아카이가와촌의 키로로리조트에는 쉐라톤호텔이 문을 열었고, 니세코정에서 비교적 가까운 루스쓰촌에는 웨스턴호텔이 개업했다. 두 호텔을 위탁 운영하는 스타우드 호텔&리조트의 로타펠 수석부사장은 “외국인 관광객이 앞으로 2~3년 안에 2배로 늘어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나하시 국제거리는 오키나와에 가면 꼭 가봐야 하는 관광지 중 하나다. 연말 연시와 프로야구 캠프가 쉬는 1월 중순은 매년 관광객이 적다. 하지만 올해 국제거리의 풍경은 사뭇 달랐다. 기념품 매장이나 음식점은 수많은 인파로 붐볐고, 인근 호텔 로비는 관광객으로 넘쳐났다. 류긴종합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오키나와 현내 주요 호텔의 2015년 1~9월 객실 가동률은 81.1%로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했다. 리먼쇼크 이전에 찍었던 정점에 거의 근접한 수준이다.
사계절 관광지로 진화 중인 오키나와
5년 뒤 오키나와 관광객 1000만 명에 이를 듯
본토 자본뿐 아니라 외국계 호텔들이 이렇게 앞다퉈 오키나와를 노리는 것은 인바운드(방일 외국인 관광객) 중심의 관광객 증가가 확실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 배경에는 나하공항에서 진행하는 2000억엔 규모의 대형 프로젝트가 있다. 국제선이나 LCC(저비용항공사)의 취항 횟수가 꾸준히 증가하는 나하공항은 활주로 처리 능력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이 때문에 도쿄올림픽 개최 전인 2020년 3월을 목표로 신활주로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오키나와현은 2015년 3월 ‘2021년 관광객(내국인 포함) 1000만 명’을 목표로 내건 로드맵을 만들었다. 관광업에 대한 현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역시 숙박시설 증가에 순풍 역할을 하는 셈이다. 개업 이래 줄곧 높은 가동률을 보이고 있는 나하 하얏트리젠시의 사토 켄토 총지배인은 “이런 속도로 관광객이 늘어난다면 호텔이 부족해지는 것은 당연하다”며 “200실 수준의 호텔이 80~100개는 필요하지만 그렇게 생긴다고 해도 기존 호텔의 가동률은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키나와가 국제적인 관광지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과제도 있다. 우선 동아시아 이외 국가에서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해야 한다. 2015년 오키나와를 방문한 외국인 중 80% 이상이 대만이나 한국 등 동아시아 관광객이다. 이들 국가의 경기 악화나 대형 악재로 관광객이 갑자기 줄어들 위험이 있다. 이에 오키나와는 신규 수요 개척지로 동남아시아와 북미 지역을 노리고 있다. 항공사의 노선 정책도 이 방향으로 개선할 계획이다.
저녁에 즐길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 시설이 부족한 것도 문제다. 해외 LCC 취항이 증가하면 비행기 이착륙 문제로 야간에 오키나와에 도착하는 외국인 관광객도 늘어날 것이다. 츄라우미 수족관이나 전쟁 유적지 등 오키나와 주요 관광시설은 야간에 거의 영업을 하지 않는다. 음식점도 늘려야 한다. “대만인이 가장 먹고 싶어하는 요리는 라멘, 한국인은 스시라고 들었다. 오키나와 요리뿐 아니라 여러 고객의 요구에 대응할 수 있는 음식점을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사토 총지배인)
최대 관문은 인력난 해소다. “일본 본토 호텔과 급여 격차가 약 30% 정도 난다. 이 격차를 좁히지 않으면 인재가 유입되지 않는다.”(사토 총지배인). 도쿄나 오사카 호텔에는 외국어를 할 수 있는 직원이 매우 많지만 오키나와에서는 아직 부족한 상황이다.
호텔 개발 러시는 도쿄도 예외가 아니다. 세계 고급 브랜드 매장이 줄지어 늘어선 도쿄 긴자의 나미키거리. 1월의 어느 날 이곳을 방문하니 미국 하얏트 그룹의 신규 브랜드 ‘하얏트센트릭’의 개발 예정지에서 공사 소리가 들려온다. 그곳에서 도보로 2~3분 거리인 스키야바시 교차점 근처, 하루미거리 인근 부지에서도 흙먼지가 피어 오른다. 부동산 회사 휴릭이 진행하는 ‘게이트 호텔 긴자’ 건설 공사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두 곳 모두 2018년 문을 연다. 고급 호텔이 집중된 도쿄역 주변이나 긴자·오테마치 지역을 중심으로 2020년 도쿄올림픽 전에 새 호텔을 짓는 계획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숙박객 수의 증가가 배경이다. 시니어층을 중심으로 일본 내국인 여행객이 꾸준히 늘어나고, 인바운드는 급증하고 있다. 일본 도심부나 관광지에서는 호텔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속출하고 있다. 특히 방일 외국인이 총 숙박객 수의 약 30%를 차지하는 도쿄도 내에서는 객실 가동률이 월 단위로 80%를 넘어섰다. 거의 ‘상시 만실’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가동률이 높아지면 객실 단가도 상승한다. 예를 들어 앞서 말한 휴릭이 도쿄 아사쿠사에서 2012년부터 운영 중인 ‘게이트 호텔 카미나리몬’은 지난해 객실 가동률이 무려 90%에 달했다. 2015년 12월 ADR(평균객실 단가)은 2만엔으로, 전년 동월의 1만7000엔보다 약 18% 상승했다. 가동률과 ADR의 상승은 호텔 개발에 크게 일조한다. 호텔 경영으로 기대할 수 있는 현금창출 흐름이 좋아진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오피스 용도의 토지 활용이 많았지만 지금은 호텔 개발이 가장 중요한 이슈가 됐다. 아베노믹스로 인해 가장 수혜를 입은 건 바로 호텔이 아닐까?”(부동산 서비스업체 CBRE 요시야마 나오키 수석 디렉터)
연회장 없는 숙박 특화형 호텔이 대세
- 일본 경제 주간지 주간동양경제 특약, 번역=김다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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