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도에 부는 호텔 건설 열풍] 경기 침체? 관광업은 콧노래

호텔이 들어서는 자리는 과거 프린스호텔이 있었던 히가시야마다. 현재 니세코빌리지라고 불리는 지역이다. 한때 미국 시티그룹의 손에 넘어갔다가 말레이시아 발사인 YTL호텔스가 2010년 약 60억엔(약 650억원)에 사들였다. 도쿄 디즈니리조트의 6배에 달하는 엄청난(615㏊) 규모다. 이 중 시티그룹 시대에 개업한 힐튼니세코빌리지를 포함해 48㏊를 2010~2015년에 걸쳐 개발했다. 앞으로 개발 여지가 더 많이 남았다는 의미다.
스키 호텔은 겔렌데(스키 슬로프가 있는 경사진 지형)와 바로 연결되느냐의 여부가 가치를 좌우한다. 하지만 리저브 예정지와 YTL 독자 브랜드인 ‘카사라’ 분양용 콘도미니엄은 겔렌데와 접해있지 않다. 그래서 새로운 리프트 2대를 설치하고 경사면을 정비해 인공적으로 연결시켰다. 이 리프트는 내년 겨울 가동 예정이다. 같은 라인으로 곤돌라까지 운행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형이다. 일본에서는 처음 도입된다.
30억원짜리 콘도 없어서 못 팔아
니세코가 주목받게 된 계기는 2001년 미국 동시다발 테러였다. 호주의 스키 선수들이 미국과 캐나다를 피해 이곳에 몰려들었다. 수준 높은 빙질로 좋은 평가를 받기 시작하자 더 많은 사람이 찾게 됐다. 자원 버블에 따른 호주 경제의 호조와 일본의 지가 하락이 맞물려 호주 투자자의 콘도 건설이 줄을 이었다. 판매가 활발해진 건 2007년 무렵이다. 홍콩이나 싱가포르 등 아시아 각국 부유층이 콘도를 구입하기 시작했다. 입지가 좋은 곳은 평당 단가가 300만엔으로 도쿄 수준과 비슷하다. 니세코를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은 2008년 리먼쇼크와 2011년 동일본대지진 전후를 제외하고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처음에는 호주인이 중심이었으나, 점차 아시아 전역으로 다양해지고 있다.
동쪽 사면에 있는 카나조노스키장에서도 니세코빌리지와 쌍벽을 이루는 대형 개발 움직임이 일기 시작했다. 우선 리저브보다 앞서 2019년 파크하얏트가 문을 연다. 약 100㏊의 땅을 보유한 홍콩 기업 PCPD가 약 1000억엔을 투자해 호텔과 분양형 콘도미니엄(총 200실)을 건설한다. 카나조노는 원래 도큐부동산이 보유해오다가 2004년 호주 자본이 대주주인 일본 하모니리조트에 매각됐다. 이 하모니를 인수한 PCPD는 중국 부호인 리자청이 이끄는 명문 기업이다. 인근 와이스스키장도 지난해 사들였다. 카나조노와 약 2㎞ 밖에 떨어지지 않아 곤돌라 등으로 충분히 연결할 수 있다.
카나조노 주변에도 고급 부티크 호텔이 늘고 있다. 2014년 12월 문을 연 키니세코(96실)는 니세코에서 가장 인기 있는 히라후 겔렌데에 있다. 호주 기업이 운영하고 있는데, 각 객실의 소유주는 대부분 홍콩이나 싱가포르 등 아시아 부호들이다. 크리스마스 연휴는 연초에 예약이 끝날 정도로 성황이다. 소유도 운영도 이용도 모두 외국인의 몫이다. 일본에 있지만 일본인이 등장하지 않는 것, 이것이 니세코의 특징이다. 이런 외국인 수요는 니세코가 소화할 수 없을 정도로 늘어 인근으로 확산하는 중이다. 2015년 12월 구찬정에 인접한 아카이가와촌의 키로로리조트에는 쉐라톤호텔이 문을 열었고, 니세코정에서 비교적 가까운 루스쓰촌에는 웨스턴호텔이 개업했다. 두 호텔을 위탁 운영하는 스타우드 호텔&리조트의 로타펠 수석부사장은 “외국인 관광객이 앞으로 2~3년 안에 2배로 늘어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나하시 국제거리는 오키나와에 가면 꼭 가봐야 하는 관광지 중 하나다. 연말 연시와 프로야구 캠프가 쉬는 1월 중순은 매년 관광객이 적다. 하지만 올해 국제거리의 풍경은 사뭇 달랐다. 기념품 매장이나 음식점은 수많은 인파로 붐볐고, 인근 호텔 로비는 관광객으로 넘쳐났다. 류긴종합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오키나와 현내 주요 호텔의 2015년 1~9월 객실 가동률은 81.1%로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했다. 리먼쇼크 이전에 찍었던 정점에 거의 근접한 수준이다.
사계절 관광지로 진화 중인 오키나와


5년 뒤 오키나와 관광객 1000만 명에 이를 듯

본토 자본뿐 아니라 외국계 호텔들이 이렇게 앞다퉈 오키나와를 노리는 것은 인바운드(방일 외국인 관광객) 중심의 관광객 증가가 확실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 배경에는 나하공항에서 진행하는 2000억엔 규모의 대형 프로젝트가 있다. 국제선이나 LCC(저비용항공사)의 취항 횟수가 꾸준히 증가하는 나하공항은 활주로 처리 능력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이 때문에 도쿄올림픽 개최 전인 2020년 3월을 목표로 신활주로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오키나와현은 2015년 3월 ‘2021년 관광객(내국인 포함) 1000만 명’을 목표로 내건 로드맵을 만들었다. 관광업에 대한 현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역시 숙박시설 증가에 순풍 역할을 하는 셈이다. 개업 이래 줄곧 높은 가동률을 보이고 있는 나하 하얏트리젠시의 사토 켄토 총지배인은 “이런 속도로 관광객이 늘어난다면 호텔이 부족해지는 것은 당연하다”며 “200실 수준의 호텔이 80~100개는 필요하지만 그렇게 생긴다고 해도 기존 호텔의 가동률은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키나와가 국제적인 관광지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과제도 있다. 우선 동아시아 이외 국가에서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해야 한다. 2015년 오키나와를 방문한 외국인 중 80% 이상이 대만이나 한국 등 동아시아 관광객이다. 이들 국가의 경기 악화나 대형 악재로 관광객이 갑자기 줄어들 위험이 있다. 이에 오키나와는 신규 수요 개척지로 동남아시아와 북미 지역을 노리고 있다. 항공사의 노선 정책도 이 방향으로 개선할 계획이다.
저녁에 즐길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 시설이 부족한 것도 문제다. 해외 LCC 취항이 증가하면 비행기 이착륙 문제로 야간에 오키나와에 도착하는 외국인 관광객도 늘어날 것이다. 츄라우미 수족관이나 전쟁 유적지 등 오키나와 주요 관광시설은 야간에 거의 영업을 하지 않는다. 음식점도 늘려야 한다. “대만인이 가장 먹고 싶어하는 요리는 라멘, 한국인은 스시라고 들었다. 오키나와 요리뿐 아니라 여러 고객의 요구에 대응할 수 있는 음식점을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사토 총지배인)
최대 관문은 인력난 해소다. “일본 본토 호텔과 급여 격차가 약 30% 정도 난다. 이 격차를 좁히지 않으면 인재가 유입되지 않는다.”(사토 총지배인). 도쿄나 오사카 호텔에는 외국어를 할 수 있는 직원이 매우 많지만 오키나와에서는 아직 부족한 상황이다.
호텔 개발 러시는 도쿄도 예외가 아니다. 세계 고급 브랜드 매장이 줄지어 늘어선 도쿄 긴자의 나미키거리. 1월의 어느 날 이곳을 방문하니 미국 하얏트 그룹의 신규 브랜드 ‘하얏트센트릭’의 개발 예정지에서 공사 소리가 들려온다. 그곳에서 도보로 2~3분 거리인 스키야바시 교차점 근처, 하루미거리 인근 부지에서도 흙먼지가 피어 오른다. 부동산 회사 휴릭이 진행하는 ‘게이트 호텔 긴자’ 건설 공사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두 곳 모두 2018년 문을 연다. 고급 호텔이 집중된 도쿄역 주변이나 긴자·오테마치 지역을 중심으로 2020년 도쿄올림픽 전에 새 호텔을 짓는 계획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숙박객 수의 증가가 배경이다. 시니어층을 중심으로 일본 내국인 여행객이 꾸준히 늘어나고, 인바운드는 급증하고 있다. 일본 도심부나 관광지에서는 호텔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속출하고 있다. 특히 방일 외국인이 총 숙박객 수의 약 30%를 차지하는 도쿄도 내에서는 객실 가동률이 월 단위로 80%를 넘어섰다. 거의 ‘상시 만실’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가동률이 높아지면 객실 단가도 상승한다. 예를 들어 앞서 말한 휴릭이 도쿄 아사쿠사에서 2012년부터 운영 중인 ‘게이트 호텔 카미나리몬’은 지난해 객실 가동률이 무려 90%에 달했다. 2015년 12월 ADR(평균객실 단가)은 2만엔으로, 전년 동월의 1만7000엔보다 약 18% 상승했다. 가동률과 ADR의 상승은 호텔 개발에 크게 일조한다. 호텔 경영으로 기대할 수 있는 현금창출 흐름이 좋아진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오피스 용도의 토지 활용이 많았지만 지금은 호텔 개발이 가장 중요한 이슈가 됐다. 아베노믹스로 인해 가장 수혜를 입은 건 바로 호텔이 아닐까?”(부동산 서비스업체 CBRE 요시야마 나오키 수석 디렉터)
연회장 없는 숙박 특화형 호텔이 대세
- 일본 경제 주간지 주간동양경제 특약, 번역=김다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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