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춘근 프렉코 사장
지춘근 프렉코 사장
지춘근(49) 프렉코 대표는 기계공고 3학년 재학 시절 반도체 금형 기업 세원금형에 입사한 뒤 갈고 닦은 금형 실력으로 불과 28세의 나이에 창업에 성공한 어엿한 중소기업 CEO였다. 연 매출 450억원대 중소기업 프렉코의 지춘근 사장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남부러울 게 없었다. 당시 프렉코는 과거 일본에서 전량 수입하던 휴대폰용 힌지(hinge·경첩)를 자체 개발해 국내 시장을 평정했다. 삼성전자 등 든든한 납품처를 확보했고, 당기순이익(29억원)도 차곡차곡 쌓는 알짜배기 코넥스 기업이었다. 잉여금을 활용해 제습기·공기청정기로 포트폴리오를 넓혔다. 하지만 새옹지마(塞翁之馬)라고 했던가. 탄탄대로를 달리던 프렉코는 2014년 7월 날벼락을 맞았다. 휴대폰 케이스를 납품하던 주력회사 중 하나가 부도를 맞으면서 프렉코도 극심한 자금난을 겪게 됐다. 다급해진 지 대표는 주채권은행 문을 두드렸다. 10년 이상 거래하면서 한푼도 연체한 적 없는 우량 고객이었다.
일시적 유동성 위기를 겪는 중소기업을 신속하게 지원하는 제도인 패스트트랙금융 프로그램에 지원해 3개월 동안 이를 악물고 버티며 회계법인 실사를 받았다. 회계법인은 “프렉코의 EBITDA(세금·이자지급전이익)율은 6.8%→8.6%→9.2%로 꾸준히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결론 냈다. 2014년만 넘기면 2017년엔 16억원~33억 원의 현금을 보유할 걸로 예상했다.
하지만 주채권은행의 대답은 ‘노(No)’였다. 담보가 충분한데도 은행은 입장을 바꾸지 않았다.
지 대표는 법정관리를 신청한 뒤, 부품을 납품하는 거래업체를 일일이 찾아다니며 어려운 상황을 설명하고 도움을 요청했다. 대신 향후 대금은 매주 현금으로 결제하겠다고 약속했다. 150여 개 협력사들은 법정관리로 채권이 동결돼 3개월 동안 대금을 못 받는데도 프렉코를 믿고 납품했다. 공장은 3일 만에 정상화됐다. 회사가 어려워도 지 사장은 신제품 연구개발(R&D) 비용은 아끼지 않았다. 4월에는 공기 청정기능과 제습 기능을 동시에 갖춘 천장 부착형 공기청정제습기를 세계 최초로 개발하기도 했다. 삼성전자와 차세대 플렉서블 디스플레이에 사용될 플렉서블 힌지(flexible hinge)도 공동 개발 중이다.
6월 13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2파산부가 프렉코 법정관리 회생절차를 종결했다. 불과 1년 만에 법정관리를 졸업한 것이다. 지춘근 대표는 “제품이나 기업 자체에 문제가 있던 게 아닌데도 법정관리라는 나락으로 떨어지는 경험을 하면서, 중소기업의 한계를 느꼈다”고 말했다. 회사를 지켜낸 건 결국 협력사 신뢰와 기술력뿐이었다. 그는 “대기업이나 은행이 중소기업을 일방적으로 다루는 행태가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사진 김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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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력으로 승부해 법정관리 졸업
하지만 주채권은행의 대답은 ‘노(No)’였다. 담보가 충분한데도 은행은 입장을 바꾸지 않았다.
지 대표는 법정관리를 신청한 뒤, 부품을 납품하는 거래업체를 일일이 찾아다니며 어려운 상황을 설명하고 도움을 요청했다. 대신 향후 대금은 매주 현금으로 결제하겠다고 약속했다. 150여 개 협력사들은 법정관리로 채권이 동결돼 3개월 동안 대금을 못 받는데도 프렉코를 믿고 납품했다. 공장은 3일 만에 정상화됐다. 회사가 어려워도 지 사장은 신제품 연구개발(R&D) 비용은 아끼지 않았다. 4월에는 공기 청정기능과 제습 기능을 동시에 갖춘 천장 부착형 공기청정제습기를 세계 최초로 개발하기도 했다. 삼성전자와 차세대 플렉서블 디스플레이에 사용될 플렉서블 힌지(flexible hinge)도 공동 개발 중이다.
6월 13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2파산부가 프렉코 법정관리 회생절차를 종결했다. 불과 1년 만에 법정관리를 졸업한 것이다. 지춘근 대표는 “제품이나 기업 자체에 문제가 있던 게 아닌데도 법정관리라는 나락으로 떨어지는 경험을 하면서, 중소기업의 한계를 느꼈다”고 말했다. 회사를 지켜낸 건 결국 협력사 신뢰와 기술력뿐이었다. 그는 “대기업이나 은행이 중소기업을 일방적으로 다루는 행태가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사진 김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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