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니 애보비츠 매직리프 창업자
로니 애보비츠 매직리프 창업자
극비리에 부쳐진 스타트업 매직리프(MAGIC LEAP)는 디지털 세계와 물리적 세계를 혼합한다는 급진적 개념을 추구하며 기록적인 액수의 자금을 모았다. 이러한 ‘혼합현실(Mixed reality·MR)’은 우리가 일하고, 즐기고, 쇼핑하고, 보는 방식에 변혁을 야기하고, 더 나아가 산업계 전체의 모습을 영원히 바꾸어놓을 것이다.요새 첨단기술업계에서 가장 인기 높은 티켓은 무엇일까? 겉에서 보면 미국의 여느 교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다소 따분해 보이기까지 하는 사우스플로리다의 사무실 거리로 들어갈 수 있는 초청장이다. 하지만 일단 안으로 들어가면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펼쳐진다. 사실은 완전히 다른 현실이라 해야 맞을 것이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복도를 걸어다니고, 녹색의 파충류 괴물이 라운지에서 유유자적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만화에 등장하는 요정들이 불을 켰다 껐다하고, 높이가 75피트(22.86m)나 되는 전쟁 기계들이 주차장을 순찰한다.
사무실 기기조차도 불가능한 일을 해낸다. 벽에 걸려 있는 HD급 TV는 지극히 평범해보인다. 그러나 다가가는 순간 눈 앞에서 사라져버린다. 잠시 후 TV가 방 한가운데 다시 나타난다. 놀랍게도 이제 TV는 허공에서 부유하고 있다. 최대한 TV 가까이 다가가 다른 각도에서 보면, 이 TV는 대각선 길이 80인치로 ESPN 채널에 고정되어 있다. 그리고 아무런 지지장치 없이 그저 공중에 떠 있다.
진짜처럼 보이는 이 TV는 물론 현실이 아니다. 이 모든 놀라운 광경은 환영이다. 스타트업 매직리프가 만들어낸 신비로운 발명품 ‘혼합현실’이다. 헤드셋의 렌즈를 통해 마법처럼 존재하게 된 환영이다.
모든 훌륭한 마법사가 그러하듯, 매직리프의 창업자이자 CEO인 로니 애보비츠(Rony Abovitz·45)는 자신이 갖고 있는 패를 철저히 감추고 있다. 매직리프는 2011년 창업 이후 모든 것을 철저히 비밀에 부치며 운영돼왔다. 매직리프 기술을 실제로 본 사람은 소수이며, 이 기술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알고 있는 사람은 더욱 적다. 그리고 이들 모두 기업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기조차 힘들 정도의 수없이 많은 기밀유지협약서에 얽매여 있다. 그러나 매직리프가 자리한 곳, 플로리다 포트 로더데일 바로 남쪽 인구 3만 명의 작은 마을 데니아 비치로 천문학적인 액수의 자금이 흘러들어가고 있다. 현재까지 매직리프는 14억 달러의 벤저차금을 모았다. 매직리프의 평가액은 가장 최근의 자금 조달을 통해 45억 달러로 확인됐다. 만약 애보비츠가 지분의 22%만 갖고 있다 하더라도 (본인은 부인한다) 억만장자가 되는 셈이다.
사실 매직리프는 단 한 번도 제품을 출시한 적이 없다. 제품을 공개적으로 시연한 적도, 제품을 발표한 적도, 제품의 근간이 되는 자사 고유의 ‘라이트필드(lightsfield)’ 기술(상자기사 참조)을 소개한 적도 없다. 이제 매직리프는 가려있던 장막을 서서히 걷어내고 있다. 포브스와 인터뷰를 통해 애보비츠는 매직리프가 시제품을 완벽하게 다듬는 데 10억 달러가 소요되었으며 소비자용 제품을 내놓기 전 플로리다의 생산라인을 건설하기 위한 작업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향후 18개월 내에 출시될 가능성이 크다. 제품이 출시된다면 우리가 향후 수십 년 동안 사용하게 될 차세대 인터페이스와 함께 컴퓨팅의 새로운 시대가 열릴 것이다. “우리는 완전히 새로운 타입의 상황인식(contextual) 컴퓨터를 만들고 있습니다.” 애보비츠의 말이다.
매직리프의 혁신은 단순한 첨단기술 디스플레이가 아닌, 기존 산업계의 와해를 야기할 기계(disruption machine) 자체다. 매직리프의 기술은 스크린·컴퓨터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과 더불어 이를 사용하지 않는 많은 사업에 영향을 미친다. 1200억 달러 규모의 평면패널디스플레이 시장을 사장시키고 1조 달러 규모의 글로벌 소비자 가전산업을 뿌리째 뒤흔들 수도 있다. 이 기술이 적용된다면 그야말로 심오한 변화가 야기될 것이다. 지금의 PC, 노트북 그리고 휴대폰은 잊어버려라. 이제 여러분이 필요로 하는 컴퓨터의 능력은 그저 안경 하나를 통해 구현될 것이며, 이 안경은 당신이 원하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당신이 원하는 크기로 이미지를 보여줄 것이다.
다음 회의가 열릴 곳으로 가는 길을 도로를 따라 선명한 노란색 화살표로 그려 보여주는 등 이 안경은 그 무엇이든지 보여줄 수 있다. 구매할까 고민하고 있는 신상품 소파가 있다면, 이 소파가 우리 집의 거실에 놓일 경우 어떠한 모습일지를 그 어떠한 각도에서든지 그리고 그 어떠한 조명 불빛 아래서든지 집에서 한 발짝 걸어나갈 필요없이 미리 볼 수 있다. 기계를 만지는 쪽으로 도통 소질이 없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어떤 부품을 교체해야 할지 정확히 짚어주고, 만약 틀리게 하고 있으면 이를 알려주는 대화형 프로그램을 통해 자동차를 수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여기서 매직리프는 사용자와의 모든 상호작용에서 수익을 낼 수 있도록 포지셔닝돼있다. 생각해보라.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판매뿐만 아니라 여기서 창출되는 대량의 데이터의 수집, 분석 더 나아가 재판매 모두 수익원이 될 수 있다.
“ 우리 기술이 대대적인 변화를 불러오지 않을 분야가 무엇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애보비츠의 말이다. 독자 여러분은 아마도 가상현실(VR)을 체험해봤을 것이다. 소니, 구글, 삼성 그리고 페이스북 모두 지난 12개월 동안 VR 제품을 선보였다. VR은 VR 헤드셋으로 실제 세계를 가리고 이를 대신하는 몰입형 컴퓨터생성 시뮬레이션이다. 주로 비디오게임에 사용된다.
여러분은 물리적 환경에 디지털 콘텐츠를 덧입히는 증강현실(AR)도 체험해봤을 것이다. 2016년 불어닥친 최대의 디지털 열풍으로 손꼽히는 현상 덕분에 증강현실 AR은 업계의 주류로 자리 잡았다. 바로 7월 모바일앱 개발업체 나이언틱이 출시한 ‘포켓몬 고’다. 이 게임은 스마트폰 카메라를 이용해 움직이는 괴물이 실제 세계 혹은 적어도 휴대폰 화면에서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게 한다. VR 게임 혹은 포켓몬 고 게임 그 어느 것도 매직리프의 ‘혼합현실(MR)’에서 가능한 것을 해낼 수는 없다. VR이 나를 다른 장소로 데려가고 AR이 나의 거실에 피카츄가 나타나게 할 수 있다면 어떨까? 혼합현실은 내가 다른 곳으로 움직일 필요 없이, 내가 있는 장소 바로 그 곳에 피카츄가 나타나도록 만드는 것이다.
어떻게 가능할까? 매직리프 기술의 핵심은 머리에 착용하는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사용자의 머리에 장착하여 입체화면을 표시하고 아울러 머리의 움직임을 검출하여 이를 로봇이나 제어시스템에 이용하는 장치)다. 하지만 최종제품은 안경의 형태로 구현될 것이다. 이 안경은 착용해도 앞의 시야를 가리지 않는다. 반투명 유리 안에 내장된 광학시스템을 통해 착용자의 망막으로 직접 이미지가 투사된다(그렇다고 착용자의 안구가 과다한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는다. 이 제품은 착용자가 스크린을 응시하도록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자연스럽게 세계를 관찰하는 방식을 모방한다). 안경은 끊임없이 정보를 수집하고, 장애물이 있는지 공간을 스캐닝한다. 목소리를 듣고, 안구의 움직임을 추적하며 손의 움직임을 주시한다. 그 결과 혼합현실의 객체는 주변의 환경을 인식하고 실제 세계와 상호작용하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 매직리프의 하드웨어 안경에서 포켓몬은 잡히지 않으려고 우리집 소파 뒤에 숨거나 혹은 내가 ‘스마트’ 주택에 거주할 경우 집의 불을 끄고 어둠 속에 숨어버릴지 모른다.
매직리프는 한 차례 시연을 통해 컴퓨터가 생성한 ‘가상 상호작용 인간(virtual interactive human)’을 보여준 바 있다. 실물크기인데다 놀라우리만큼 현실적이다. 애보비츠와 그 팀은 이 가상 인간(혹은 동물이나 여타 다른 것이 될 수 있다)이 디지털 조수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아마존이 선보인 에코(인공지능 비서)와 비슷하다. 단, 물리적인 존재감이 있어 함께 일하는 것이 더 쉬워지는 것과 동시에 그 존재를 무시하기가 더 어려워지는 것이다. 가상 조수에게 동료에게 메시지를 전달해 달라고 요청하면, 가상 조수는 나의 사무실 밖으로 나간다. 동료가 착용한 혼합현실 헤드셋을 통해 동료의 책상 옆에 다시 나타나 직접 메시지를 전달한다. 혼합현실의 세계에서 컴퓨팅 파워는 책상 위의 기기에 한정되지 않는다. 실제건 가상이건 어떠한 객체로든지 연결할 수 있고, 자신이 어디 있는지 인식할 수 있다. 자신의 목적에 대해 인지하고 내가 자신을 어떻게 사용하고자 하는지에 대한 통찰력도 지니고 있다.
“미래의 컴퓨팅 모습이라 생각하면 됩니다.” 애보비츠의 말이다. “세상이 나의 데스크톱인 것이지요.” 우리는 메인프레임(대형 컴퓨터)으로 시작해 PC 그리고 모바일 기기의 시대를 살고 있다. 만약 매직리프가 상상하는 세계가 펼쳐진다면, 미래는 가상의 세계가 될 것이다. “이는 엔터테인먼트나 단순한 비디오게임이 아닙니다.” 레전더리 엔터테인먼트의 창업자이자 억만장자인 토마스 툴(Thomas Tull)의 말이다. “세상과 상호작용하는 방식이 달라지는 것이며 새로운 세대의 컴퓨터가 등장하는 것입니다. 저는 매직리프가 정말이지 너무나 중요한 기업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1971년 클리블랜드의 이스라엘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애보비츠는 자라면서 컴퓨터와 과학소설에 매료되었다. “우리 세대는 스티브 잡스와 조지 루카스를 보고 자랐습니다.” 애보비츠의 말이다. “우리 성장기의 밑바탕이 되고 또 우리의 머릿속에서 항상 떠나지 않았던 주제들이지요… 저와 제 친구들은 모두 루크 스카이워커가 되어 죽음의 별을 패배시키고 C-3PO(영화 스타워즈의 로봇 캐릭터)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애보비츠가 11살 되던 해 가족은 사우스플로리다로 이사했다. 애보비츠는 한 해 이른 13살 되던 해 고등학교 과정을 시작했다. 졸업 후 MIT에 합격했으나 집에서 가까운 마이애미 대학을 선택했다. 1994년 기계공학 학사를, 2년 후에는 의공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그리고 애보비츠는 다시 스타워즈를 꿈꾸기 시작했다.
애보비츠는 1997년 “스타워즈에 등장하는 의료용 로봇을 만들기 위해” Z-KAT이라는 이름의 기업을 공동창업했다. 이후 2004년, Z-KAT의 로봇사업부를 분할해 정형 외과수술에서 의사를 보조하는 로봇팔을 제조하는 마코서지컬이라는 새로운 기업을 탄생시켰다. 당시 의료용 로봇팔에 대한 수요는 뜨거웠으며, 2008년 마코서지컬은 주식상장을 통해 5100만 달러의 자금을 확보했다.
마코서지컬에서 정규직으로 일하며 결혼 후 어린 딸도 있었던 애보비츠는 아워블루(Hour Blue)라고 명명한 프로젝트에서 자신의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창구를 찾았다. 아워블루는 애보비츠 자신이 만들어낸 허구의 공상세계로 말하는 로봇과 날아다니는 고래 등 환상적인 생물로 가득한 외계 행성이었다. 2010년 애보비츠는 아워블루 프로젝트를 소설만화시리즈·장편영화 프랜차이즈로 개발하기 위해 새로운 기업 매직리프스튜디오스(Magic Leap Studios)를 출범시켰다. “직원은 저한 명뿐이었고 말 그대로 저희 집 차고에서 시작한 사업이었습니다”라고 애보비츠는 말했다.
프로젝트 진행을 위해 도움이 필요했던 애보비츠는 마코서지컬에 투자했던 현금을 일부 빼내 웨타워크숍(Weta Workshop) 멤버들을 기용했다. 뉴질랜드에 소재한 특수효과·크리에이티브 개발업체 웨타워크숍은 <반지의 제왕> 3부작 영화로 이름을 널리 알렸다. 애보비츠는 자신의 이야기를 기반으로 한 상상의 세계를 발전시키고 여기에 살을 덧붙여 구체화하기 위한 작업을 웨타워크숍에 주문했다. 윌리엄 깁슨의『뉴로맨서(Neuromancer)』나 버너 빈지의『레인보스 엔드(Rainbow's End)』와 같은 과학소설에서 영감을 받은 애보비츠는 소설에서 읽었던 증강현실이나 가상현실이 실제 세계에서는 가능하지 않다는 데 실망하고 어떻게 하면 이를 현실로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2011년 매직리프스튜디오스는 사업방향을 전환해 사명을 매직리프로 바꿨다. 애보비츠는 혼합현실이라는 아이디어를 개발하고자 작은 팀을 고용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매직리프는 실제로 사용가능한 프로토타입을 만들었다. “처음 하나의 픽셀을 공중에 띄우고 방 안에서 이리저리 움직였을 때, 우리는 너무나 흥분했습니다.” 애보비츠의 말이다. “사람들은 ‘저게 뭐야? 그냥 점 하나일 뿐이잖아.’라는 반응이었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알았지요. 저는 바로 그때 이 기술이 현실화될 것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또한 애보비츠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할 것이라는 점도 알았다. 다행히 기술 그 자체로 홍보효과가 있었다. “우리가 하는 일에 대해 이야기하면, 사람들은 우리 말을 믿지 않았습니다.” 애보비츠의 말이다. “하지만, 우리 회사를 방문한 다음에는 이렇게 말하는 겁니다. ‘음…정말 이런 일들을 현실로 만들어냈군요.’ 투자한 사람들은 모두 이런 과정을 거쳤습니다. ‘불가능한 일이야’에서 ‘우리도 끼워줘’라고 태도가 변하는 겁니다.”
2014년 2월 매직리프는 민간투자자들로부터 종잣돈으로 5000만 달러 이상을 모았다고 발표했다. 8개월 후 매직리프는 구글이 주도한 5억4200만 달러의 B시리즈 펀딩을 마무리했다. “우리가 매직리프에 투자한 이유는 라이트필드 기술이 PC, 인터넷 그리고 스마트폰의 뒤를 잇는 중대한 차세대 변곡점이 될 것이라 믿었기 때문입니다. 라이트필드 기술은 엔터테인먼트, 교육, 생산성을 비롯한 여러 가지의 글로벌 경제분야에서 변혁을 불러올 잠재력이 있습니다.” 오비어스 벤처스의 제임스 조아퀸의 말이다.
2016년 2월 발표된, 역사상 최고기록을 경신한 7억 9400만 달러 규모의 매직리프 C 라운드 펀딩을 주도한 것은 알리바바다. 이후 구글과 퀄컴 벤처스가 투자하고 피델리티인베스트먼츠, JP모건, 모건스탠리, T. 로우프라이스에서도 신규투자를 제공했다. “광풍이 불었다고 말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토마스 툴의 말이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롤모델이 찰리와 초콜릿 공장에 등장하는 윌리 웡카라면 모를까 애보비츠는 산업계를 진두지휘하는 대장 타입은 아닌 듯하다. 플로리다 플랜테이션에 자리한 매직리프의 새로운 본사 건물 안을 안내하는 애보비츠의 얼굴은 로널드 달이 창조한 소설 속의 천재 초콜릿제조업자 윌리 웡카의 얼굴처럼 환하게 빛났다. 애보비츠는 ‘멋진’ 기계들을 가리키고 각종 도구를 감탄 어린 어조로 소개하며, 손님들에게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배관통로 안의 고급 공기필터를 확인해보라고 이야기한다. 애보비츠는 친근하고 쾌활하며 어조나 복장 모두 매우 캐주얼하다. 사람들은 애보비츠의 지적인 능력만큼이나 친절한 인품에 대해서 많이 이야기한다. 매직리프는 2015년 10월 2만400㎡ 규모의 새로운 본사 건물 준공식을 치렀다. 2016년 말까지 850명의 직원 대다수가 이 건물에서 일하게 된다. 나머지 직원들은 전세계 각지에 자리한 사무소 9곳에 흩어져있다. 실리콘밸리나 오스틴 같은 첨단기술의 핫스팟뿐만 아니라 뉴질랜드의 웰링턴이나 텔아비브와 같은 다소 외진 변방에도 매직리프의 사무소가 자리하고 있다. 매직리프는 이곳 플랜테이션 본사 부지에 제조시설 역시 건설하고 있다.
“매직리프에서 우주선 같은 느낌을 가장 강하게 느낄 수 있는 곳이죠.” 제조라인 구역으로 안내하며 애보비츠가 하는 말이다. 기다랗고 모듈방식으로 각각 독립적으로 구성된 일련의 격실들이 항만에 정박한 잠수함처럼 정렬되어 있다. 각각의 라인은 필요할 경우 연간생산량을 수천 개부터 100만 개 이상까지 증산할 수 있다. 애보비츠는 매직리프가 플로리다에 계속 남기를 바란다. 기밀 보호를 위해서다. 만약 매직리프가 캘리포니아 북부 지역에 본사를 두었더라면, 이직률이 높은 실리콘밸리의 문화와 온갖 루머가 양산되는 특성을 고려했을 때 비밀리에 사업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을 것이다.
당연히 이 분야에서 기회를 발견한 기업가는 애보비츠만이 아니다. 인터내셔널데이터코퍼레이션에 따르면, 증강·가상 현실 시장의 전세계 매출은 올해 52억 달러에서 2020년경 1620억 달러 이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때문에 모든 업계 거물들이 이 시장에 뛰어들고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구글은 이미 구글글라스를 통해 2013년 증강현실 시장에 발을 담갔다. 가상의 컴퓨터 스크린이 착용자 앞에 나타나도록 하는 안경제품 구글글라스는 사생활침해와 안전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로 베타버전 상태에 머물러 있지만, 구글이 매직리프에 투자하고 있다는 사실은 구글이 계속 이 시장에 관심이 있음을 시사한다.
애플도 증강현실을 연구하고 있으나, 독자적으로 헤드셋을 개발하고 있는지 혹은 아이폰에 증강현실 기능을 추가할 것인지 확실하지 않다. 7300만 달러를 유치한 메타, 2300만 달러를 유치한 것으로 알려진 아티어와 같은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들은 독자적으로 증강현실 헤드셋을 개발하고 있으며, 성공할 경우 응당 다른 기업에 인수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재 매직리프 최대의 경쟁사는 마이크로소프트(MS)다. 2014년 홀로렌즈라 명명한 증강현실 헤드셋을 발표했다. 생산 전단계 버전인 홀로렌즈디벨롭먼트 에디션은 2016년 3월 마이크로소프트 하드웨어·소프트웨어 개발업체로 출하되었으며 그 수는 밝혀지지 않았다. 2017년경에는 소비자용 버전도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업계에 구축한 인맥 때문에 사업을 하는 데 커다란 이점이 있습니다.” 가트너의 리서치 애널리스트 브라이언 블로의 말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사업에 깊이 관여하고 있으며, 홀로렌즈 역시 바로 그렇게 포지셔닝했습니다.”
자, 그렇다면 제조라인을 보유했으니 매직리프가 시장에 뛰어들 타이밍은 언제가 될까? 2017년에 마이크로소프트가 증강현실 헤드셋 홀로렌즈의 소비자용 제품을 출시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매직리프도 같은 기간 내 제품을 출시해야 할 것이다. 메타의 헤드셋에 대한 사전주문가격이 1000달러 내외로 책정되었음을 고려하면, 매직리프의 신제품도 동일한 가격대가 될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 결국 매직리프가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칠 분야는 비즈니스용, 특히 의료영상과 소매업 분야(번거로움 없이 집에서 사고 싶은 옷을 ‘입어볼 수 있다’고 상상해보라)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기술이 그러하듯, 엔터테인먼트 분야가 시장을 주도할 것이다. 매직리프는 콘텐트의 대부분을 독자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이미 유명한 비디오게임 설계전문가, 만화가, 예술가, 작가를 몇몇 채용했다. 1992년 출간된 가상현실을 다룬 기념비적 소설 『스노우 크래시』의 작가 닐 스티븐슨은 매직리프의 수석퓨처리스트로, 매직리프의 시애틀 사무실 외부에서 게임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게임의 이름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 밖에도 웨타워크숍에 있는 애보비츠의 연합군들이 콘텐트를 개발하고 있다. 최초의 프로젝트 ‘닥터 그로드보츠 인베이더스(Dr. Grordbort’s Invaders)’는 스팀 펑크(증기기관을 뜻하는 ‘스팀’과 첨단공상과학소설 사이버펑크를 합성한 SF 용어) 분위기의 대안세계에서 펼쳐지는 액션장르의 게임이다. 플레이어는 레이저총을 쏘며 마치 자신의 거실의 벽을 뚫고 들어와 집 안을 날아다니는 듯한 사악한 로봇에 대항해 싸운다.
2016년 6월, 매직리프는 루카스필름의 몰입형 엔터테인먼트사업부 ILMxLAB(ILM Experience LAB)와도 전략적 제휴를 맺고 루카스필름의 샌프란시스코 부지에 공동연구소를 열었다. 양사는 협업을 통해 이미 스타워즈 세계를 배경으로 한 혼합현실 경험세트를 여러 개 만들어냈다. 이 중에는 영화 <제국의 역습> 의 아이콘으로 영화 도입부 호스의 전투에 등장하는 아직 공개되지 않은 액션장면세트가 있다. 이것으로 애보비츠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비밀리에 X-윙 파이터를 만들고 싶어 사업을 시작했으나, 지금은 정말로 X-윙 파이터를 만들고 있다.
- DAVID M. EWALT 포브스 기자
위 기사의 원문은 http://forbes.com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포브스 코리아 온라인 서비스는 포브스 본사와의 저작권 계약상 해외 기사의 전문보기가 제공되지 않습니다.
이 점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포토닉 라이트필드 칩’은 매직리프가 독자적으로 소유한, 가장 비밀스러운 기술로 매직리프는 이 기술의 정확한 작용기전을 밝히지 않으려 한다. 그러나 일반에 공개된 특허문서와 연구자료를 기반으로 분석한 결과, 기본적으로 구식 TV처럼 작동하는 기술임을 알 수 있다. 브라운관 안에서 코팅된 유리를 따라 전자가 흐르듯 통과하며, 빛을 내는 인광물질을 활성화시키고, 스크린 위에 이미지를 띄운다. 매직리프의 시스템에서는 광자가 라이트 필드 칩을 따라 흐르듯 통과하며, 빛을 반사하는 나노 크기의 구조물과 부딪히며 산란되고, 이미지를 착용자의 망막 위에 직접 그린다.
“우리의 뇌가 진화를 통해 처리할 수 있게 된 신호를 시뮬레이션 하는 것이 핵심 아이디어입니다.” 애보비츠의 말이다. “매직리프에서 저희가 하는 일은 이같은 과정에 방해가 되지 않게 비켜 서는 겁니다.” 스크린 위에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대신, 광자칩은 착용자의 눈에 정보를 제공하고 착용자의 뇌가 그림을 그리도록 한다는 것이다.
그 결과 놀랍도록 현실적인 가상이미지가 그려진다. 광자칩이 착용자의 눈으로 직접 빛을 보내기 때문에, 물리적인 스크린보다 훨씬 더 높은 해상도로 이미지를 보여줄 수 있다. 발광다이오드와 같은 부품의 크기에 구애받지도 않는다. 또한 광자칩은 3D 디스플레이에 수반되는 편의성의 문제로부터도 상당수 자유롭다. 매직리프의 시스템에서는 착용자가 물체가 실제로 보여지는 스크린이 아닌, 물체가 있는 것처럼 보이는 지점에 초점을 맞추면 된다. 따라서 눈에 주는 부담은 덜면서도 뇌에서 더욱 그럴듯하게 인식되는 3D 시뮬레이션을 가능케 할 것이다. 제국의>반지의>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사무실 기기조차도 불가능한 일을 해낸다. 벽에 걸려 있는 HD급 TV는 지극히 평범해보인다. 그러나 다가가는 순간 눈 앞에서 사라져버린다. 잠시 후 TV가 방 한가운데 다시 나타난다. 놀랍게도 이제 TV는 허공에서 부유하고 있다. 최대한 TV 가까이 다가가 다른 각도에서 보면, 이 TV는 대각선 길이 80인치로 ESPN 채널에 고정되어 있다. 그리고 아무런 지지장치 없이 그저 공중에 떠 있다.
진짜처럼 보이는 이 TV는 물론 현실이 아니다. 이 모든 놀라운 광경은 환영이다. 스타트업 매직리프가 만들어낸 신비로운 발명품 ‘혼합현실’이다. 헤드셋의 렌즈를 통해 마법처럼 존재하게 된 환영이다.
모든 훌륭한 마법사가 그러하듯, 매직리프의 창업자이자 CEO인 로니 애보비츠(Rony Abovitz·45)는 자신이 갖고 있는 패를 철저히 감추고 있다. 매직리프는 2011년 창업 이후 모든 것을 철저히 비밀에 부치며 운영돼왔다. 매직리프 기술을 실제로 본 사람은 소수이며, 이 기술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알고 있는 사람은 더욱 적다. 그리고 이들 모두 기업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기조차 힘들 정도의 수없이 많은 기밀유지협약서에 얽매여 있다.
14억 달러의 벤처자금을 모은 스타트업
사실 매직리프는 단 한 번도 제품을 출시한 적이 없다. 제품을 공개적으로 시연한 적도, 제품을 발표한 적도, 제품의 근간이 되는 자사 고유의 ‘라이트필드(lightsfield)’ 기술(상자기사 참조)을 소개한 적도 없다. 이제 매직리프는 가려있던 장막을 서서히 걷어내고 있다. 포브스와 인터뷰를 통해 애보비츠는 매직리프가 시제품을 완벽하게 다듬는 데 10억 달러가 소요되었으며 소비자용 제품을 내놓기 전 플로리다의 생산라인을 건설하기 위한 작업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향후 18개월 내에 출시될 가능성이 크다. 제품이 출시된다면 우리가 향후 수십 년 동안 사용하게 될 차세대 인터페이스와 함께 컴퓨팅의 새로운 시대가 열릴 것이다. “우리는 완전히 새로운 타입의 상황인식(contextual) 컴퓨터를 만들고 있습니다.” 애보비츠의 말이다.
매직리프의 혁신은 단순한 첨단기술 디스플레이가 아닌, 기존 산업계의 와해를 야기할 기계(disruption machine) 자체다. 매직리프의 기술은 스크린·컴퓨터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과 더불어 이를 사용하지 않는 많은 사업에 영향을 미친다. 1200억 달러 규모의 평면패널디스플레이 시장을 사장시키고 1조 달러 규모의 글로벌 소비자 가전산업을 뿌리째 뒤흔들 수도 있다. 이 기술이 적용된다면 그야말로 심오한 변화가 야기될 것이다. 지금의 PC, 노트북 그리고 휴대폰은 잊어버려라. 이제 여러분이 필요로 하는 컴퓨터의 능력은 그저 안경 하나를 통해 구현될 것이며, 이 안경은 당신이 원하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당신이 원하는 크기로 이미지를 보여줄 것이다.
다음 회의가 열릴 곳으로 가는 길을 도로를 따라 선명한 노란색 화살표로 그려 보여주는 등 이 안경은 그 무엇이든지 보여줄 수 있다. 구매할까 고민하고 있는 신상품 소파가 있다면, 이 소파가 우리 집의 거실에 놓일 경우 어떠한 모습일지를 그 어떠한 각도에서든지 그리고 그 어떠한 조명 불빛 아래서든지 집에서 한 발짝 걸어나갈 필요없이 미리 볼 수 있다. 기계를 만지는 쪽으로 도통 소질이 없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어떤 부품을 교체해야 할지 정확히 짚어주고, 만약 틀리게 하고 있으면 이를 알려주는 대화형 프로그램을 통해 자동차를 수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여기서 매직리프는 사용자와의 모든 상호작용에서 수익을 낼 수 있도록 포지셔닝돼있다. 생각해보라.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판매뿐만 아니라 여기서 창출되는 대량의 데이터의 수집, 분석 더 나아가 재판매 모두 수익원이 될 수 있다.
“ 우리 기술이 대대적인 변화를 불러오지 않을 분야가 무엇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애보비츠의 말이다. 독자 여러분은 아마도 가상현실(VR)을 체험해봤을 것이다. 소니, 구글, 삼성 그리고 페이스북 모두 지난 12개월 동안 VR 제품을 선보였다. VR은 VR 헤드셋으로 실제 세계를 가리고 이를 대신하는 몰입형 컴퓨터생성 시뮬레이션이다. 주로 비디오게임에 사용된다.
여러분은 물리적 환경에 디지털 콘텐츠를 덧입히는 증강현실(AR)도 체험해봤을 것이다. 2016년 불어닥친 최대의 디지털 열풍으로 손꼽히는 현상 덕분에 증강현실 AR은 업계의 주류로 자리 잡았다. 바로 7월 모바일앱 개발업체 나이언틱이 출시한 ‘포켓몬 고’다. 이 게임은 스마트폰 카메라를 이용해 움직이는 괴물이 실제 세계 혹은 적어도 휴대폰 화면에서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게 한다.
안경을 통해 보여주는 ‘혼합현실’의 세계
어떻게 가능할까? 매직리프 기술의 핵심은 머리에 착용하는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사용자의 머리에 장착하여 입체화면을 표시하고 아울러 머리의 움직임을 검출하여 이를 로봇이나 제어시스템에 이용하는 장치)다. 하지만 최종제품은 안경의 형태로 구현될 것이다. 이 안경은 착용해도 앞의 시야를 가리지 않는다. 반투명 유리 안에 내장된 광학시스템을 통해 착용자의 망막으로 직접 이미지가 투사된다(그렇다고 착용자의 안구가 과다한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는다. 이 제품은 착용자가 스크린을 응시하도록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자연스럽게 세계를 관찰하는 방식을 모방한다). 안경은 끊임없이 정보를 수집하고, 장애물이 있는지 공간을 스캐닝한다. 목소리를 듣고, 안구의 움직임을 추적하며 손의 움직임을 주시한다. 그 결과 혼합현실의 객체는 주변의 환경을 인식하고 실제 세계와 상호작용하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 매직리프의 하드웨어 안경에서 포켓몬은 잡히지 않으려고 우리집 소파 뒤에 숨거나 혹은 내가 ‘스마트’ 주택에 거주할 경우 집의 불을 끄고 어둠 속에 숨어버릴지 모른다.
매직리프는 한 차례 시연을 통해 컴퓨터가 생성한 ‘가상 상호작용 인간(virtual interactive human)’을 보여준 바 있다. 실물크기인데다 놀라우리만큼 현실적이다. 애보비츠와 그 팀은 이 가상 인간(혹은 동물이나 여타 다른 것이 될 수 있다)이 디지털 조수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아마존이 선보인 에코(인공지능 비서)와 비슷하다. 단, 물리적인 존재감이 있어 함께 일하는 것이 더 쉬워지는 것과 동시에 그 존재를 무시하기가 더 어려워지는 것이다. 가상 조수에게 동료에게 메시지를 전달해 달라고 요청하면, 가상 조수는 나의 사무실 밖으로 나간다. 동료가 착용한 혼합현실 헤드셋을 통해 동료의 책상 옆에 다시 나타나 직접 메시지를 전달한다. 혼합현실의 세계에서 컴퓨팅 파워는 책상 위의 기기에 한정되지 않는다. 실제건 가상이건 어떠한 객체로든지 연결할 수 있고, 자신이 어디 있는지 인식할 수 있다. 자신의 목적에 대해 인지하고 내가 자신을 어떻게 사용하고자 하는지에 대한 통찰력도 지니고 있다.
“미래의 컴퓨팅 모습이라 생각하면 됩니다.” 애보비츠의 말이다. “세상이 나의 데스크톱인 것이지요.” 우리는 메인프레임(대형 컴퓨터)으로 시작해 PC 그리고 모바일 기기의 시대를 살고 있다. 만약 매직리프가 상상하는 세계가 펼쳐진다면, 미래는 가상의 세계가 될 것이다. “이는 엔터테인먼트나 단순한 비디오게임이 아닙니다.” 레전더리 엔터테인먼트의 창업자이자 억만장자인 토마스 툴(Thomas Tull)의 말이다. “세상과 상호작용하는 방식이 달라지는 것이며 새로운 세대의 컴퓨터가 등장하는 것입니다. 저는 매직리프가 정말이지 너무나 중요한 기업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1971년 클리블랜드의 이스라엘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애보비츠는 자라면서 컴퓨터와 과학소설에 매료되었다. “우리 세대는 스티브 잡스와 조지 루카스를 보고 자랐습니다.” 애보비츠의 말이다. “우리 성장기의 밑바탕이 되고 또 우리의 머릿속에서 항상 떠나지 않았던 주제들이지요… 저와 제 친구들은 모두 루크 스카이워커가 되어 죽음의 별을 패배시키고 C-3PO(영화 스타워즈의 로봇 캐릭터)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컴퓨터와 과학소설에 매료된 유대계 소년
애보비츠는 1997년 “스타워즈에 등장하는 의료용 로봇을 만들기 위해” Z-KAT이라는 이름의 기업을 공동창업했다. 이후 2004년, Z-KAT의 로봇사업부를 분할해 정형 외과수술에서 의사를 보조하는 로봇팔을 제조하는 마코서지컬이라는 새로운 기업을 탄생시켰다. 당시 의료용 로봇팔에 대한 수요는 뜨거웠으며, 2008년 마코서지컬은 주식상장을 통해 5100만 달러의 자금을 확보했다.
마코서지컬에서 정규직으로 일하며 결혼 후 어린 딸도 있었던 애보비츠는 아워블루(Hour Blue)라고 명명한 프로젝트에서 자신의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창구를 찾았다. 아워블루는 애보비츠 자신이 만들어낸 허구의 공상세계로 말하는 로봇과 날아다니는 고래 등 환상적인 생물로 가득한 외계 행성이었다. 2010년 애보비츠는 아워블루 프로젝트를 소설만화시리즈·장편영화 프랜차이즈로 개발하기 위해 새로운 기업 매직리프스튜디오스(Magic Leap Studios)를 출범시켰다. “직원은 저한 명뿐이었고 말 그대로 저희 집 차고에서 시작한 사업이었습니다”라고 애보비츠는 말했다.
프로젝트 진행을 위해 도움이 필요했던 애보비츠는 마코서지컬에 투자했던 현금을 일부 빼내 웨타워크숍(Weta Workshop) 멤버들을 기용했다. 뉴질랜드에 소재한 특수효과·크리에이티브 개발업체 웨타워크숍은 <반지의 제왕> 3부작 영화로 이름을 널리 알렸다. 애보비츠는 자신의 이야기를 기반으로 한 상상의 세계를 발전시키고 여기에 살을 덧붙여 구체화하기 위한 작업을 웨타워크숍에 주문했다. 윌리엄 깁슨의『뉴로맨서(Neuromancer)』나 버너 빈지의『레인보스 엔드(Rainbow's End)』와 같은 과학소설에서 영감을 받은 애보비츠는 소설에서 읽었던 증강현실이나 가상현실이 실제 세계에서는 가능하지 않다는 데 실망하고 어떻게 하면 이를 현실로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2011년 매직리프스튜디오스는 사업방향을 전환해 사명을 매직리프로 바꿨다. 애보비츠는 혼합현실이라는 아이디어를 개발하고자 작은 팀을 고용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매직리프는 실제로 사용가능한 프로토타입을 만들었다. “처음 하나의 픽셀을 공중에 띄우고 방 안에서 이리저리 움직였을 때, 우리는 너무나 흥분했습니다.” 애보비츠의 말이다. “사람들은 ‘저게 뭐야? 그냥 점 하나일 뿐이잖아.’라는 반응이었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알았지요. 저는 바로 그때 이 기술이 현실화될 것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또한 애보비츠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할 것이라는 점도 알았다. 다행히 기술 그 자체로 홍보효과가 있었다. “우리가 하는 일에 대해 이야기하면, 사람들은 우리 말을 믿지 않았습니다.” 애보비츠의 말이다. “하지만, 우리 회사를 방문한 다음에는 이렇게 말하는 겁니다. ‘음…정말 이런 일들을 현실로 만들어냈군요.’ 투자한 사람들은 모두 이런 과정을 거쳤습니다. ‘불가능한 일이야’에서 ‘우리도 끼워줘’라고 태도가 변하는 겁니다.”
2014년 2월 매직리프는 민간투자자들로부터 종잣돈으로 5000만 달러 이상을 모았다고 발표했다. 8개월 후 매직리프는 구글이 주도한 5억4200만 달러의 B시리즈 펀딩을 마무리했다. “우리가 매직리프에 투자한 이유는 라이트필드 기술이 PC, 인터넷 그리고 스마트폰의 뒤를 잇는 중대한 차세대 변곡점이 될 것이라 믿었기 때문입니다. 라이트필드 기술은 엔터테인먼트, 교육, 생산성을 비롯한 여러 가지의 글로벌 경제분야에서 변혁을 불러올 잠재력이 있습니다.” 오비어스 벤처스의 제임스 조아퀸의 말이다.
2016년 2월 발표된, 역사상 최고기록을 경신한 7억 9400만 달러 규모의 매직리프 C 라운드 펀딩을 주도한 것은 알리바바다. 이후 구글과 퀄컴 벤처스가 투자하고 피델리티인베스트먼츠, JP모건, 모건스탠리, T. 로우프라이스에서도 신규투자를 제공했다. “광풍이 불었다고 말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토마스 툴의 말이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롤모델이 찰리와 초콜릿 공장에 등장하는 윌리 웡카라면 모를까 애보비츠는 산업계를 진두지휘하는 대장 타입은 아닌 듯하다. 플로리다 플랜테이션에 자리한 매직리프의 새로운 본사 건물 안을 안내하는 애보비츠의 얼굴은 로널드 달이 창조한 소설 속의 천재 초콜릿제조업자 윌리 웡카의 얼굴처럼 환하게 빛났다. 애보비츠는 ‘멋진’ 기계들을 가리키고 각종 도구를 감탄 어린 어조로 소개하며, 손님들에게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배관통로 안의 고급 공기필터를 확인해보라고 이야기한다. 애보비츠는 친근하고 쾌활하며 어조나 복장 모두 매우 캐주얼하다. 사람들은 애보비츠의 지적인 능력만큼이나 친절한 인품에 대해서 많이 이야기한다.
투자자들 ‘불가능한 일이야’에서 ‘우리도 끼워줘’로
“매직리프에서 우주선 같은 느낌을 가장 강하게 느낄 수 있는 곳이죠.” 제조라인 구역으로 안내하며 애보비츠가 하는 말이다. 기다랗고 모듈방식으로 각각 독립적으로 구성된 일련의 격실들이 항만에 정박한 잠수함처럼 정렬되어 있다. 각각의 라인은 필요할 경우 연간생산량을 수천 개부터 100만 개 이상까지 증산할 수 있다. 애보비츠는 매직리프가 플로리다에 계속 남기를 바란다. 기밀 보호를 위해서다. 만약 매직리프가 캘리포니아 북부 지역에 본사를 두었더라면, 이직률이 높은 실리콘밸리의 문화와 온갖 루머가 양산되는 특성을 고려했을 때 비밀리에 사업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을 것이다.
당연히 이 분야에서 기회를 발견한 기업가는 애보비츠만이 아니다. 인터내셔널데이터코퍼레이션에 따르면, 증강·가상 현실 시장의 전세계 매출은 올해 52억 달러에서 2020년경 1620억 달러 이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때문에 모든 업계 거물들이 이 시장에 뛰어들고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구글은 이미 구글글라스를 통해 2013년 증강현실 시장에 발을 담갔다. 가상의 컴퓨터 스크린이 착용자 앞에 나타나도록 하는 안경제품 구글글라스는 사생활침해와 안전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로 베타버전 상태에 머물러 있지만, 구글이 매직리프에 투자하고 있다는 사실은 구글이 계속 이 시장에 관심이 있음을 시사한다.
애플도 증강현실을 연구하고 있으나, 독자적으로 헤드셋을 개발하고 있는지 혹은 아이폰에 증강현실 기능을 추가할 것인지 확실하지 않다. 7300만 달러를 유치한 메타, 2300만 달러를 유치한 것으로 알려진 아티어와 같은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들은 독자적으로 증강현실 헤드셋을 개발하고 있으며, 성공할 경우 응당 다른 기업에 인수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재 매직리프 최대의 경쟁사는 마이크로소프트(MS)다. 2014년 홀로렌즈라 명명한 증강현실 헤드셋을 발표했다. 생산 전단계 버전인 홀로렌즈디벨롭먼트 에디션은 2016년 3월 마이크로소프트 하드웨어·소프트웨어 개발업체로 출하되었으며 그 수는 밝혀지지 않았다. 2017년경에는 소비자용 버전도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업계에 구축한 인맥 때문에 사업을 하는 데 커다란 이점이 있습니다.” 가트너의 리서치 애널리스트 브라이언 블로의 말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사업에 깊이 관여하고 있으며, 홀로렌즈 역시 바로 그렇게 포지셔닝했습니다.”
자, 그렇다면 제조라인을 보유했으니 매직리프가 시장에 뛰어들 타이밍은 언제가 될까? 2017년에 마이크로소프트가 증강현실 헤드셋 홀로렌즈의 소비자용 제품을 출시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매직리프도 같은 기간 내 제품을 출시해야 할 것이다. 메타의 헤드셋에 대한 사전주문가격이 1000달러 내외로 책정되었음을 고려하면, 매직리프의 신제품도 동일한 가격대가 될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 결국 매직리프가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칠 분야는 비즈니스용, 특히 의료영상과 소매업 분야(번거로움 없이 집에서 사고 싶은 옷을 ‘입어볼 수 있다’고 상상해보라)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기술이 그러하듯, 엔터테인먼트 분야가 시장을 주도할 것이다. 매직리프는 콘텐트의 대부분을 독자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이미 유명한 비디오게임 설계전문가, 만화가, 예술가, 작가를 몇몇 채용했다. 1992년 출간된 가상현실을 다룬 기념비적 소설 『스노우 크래시』의 작가 닐 스티븐슨은 매직리프의 수석퓨처리스트로, 매직리프의 시애틀 사무실 외부에서 게임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게임의 이름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 밖에도 웨타워크숍에 있는 애보비츠의 연합군들이 콘텐트를 개발하고 있다. 최초의 프로젝트 ‘닥터 그로드보츠 인베이더스(Dr. Grordbort’s Invaders)’는 스팀 펑크(증기기관을 뜻하는 ‘스팀’과 첨단공상과학소설 사이버펑크를 합성한 SF 용어) 분위기의 대안세계에서 펼쳐지는 액션장르의 게임이다. 플레이어는 레이저총을 쏘며 마치 자신의 거실의 벽을 뚫고 들어와 집 안을 날아다니는 듯한 사악한 로봇에 대항해 싸운다.
2016년 6월, 매직리프는 루카스필름의 몰입형 엔터테인먼트사업부 ILMxLAB(ILM Experience LAB)와도 전략적 제휴를 맺고 루카스필름의 샌프란시스코 부지에 공동연구소를 열었다. 양사는 협업을 통해 이미 스타워즈 세계를 배경으로 한 혼합현실 경험세트를 여러 개 만들어냈다. 이 중에는 영화 <제국의 역습> 의 아이콘으로 영화 도입부 호스의 전투에 등장하는 아직 공개되지 않은 액션장면세트가 있다. 이것으로 애보비츠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비밀리에 X-윙 파이터를 만들고 싶어 사업을 시작했으나, 지금은 정말로 X-윙 파이터를 만들고 있다.
- DAVID M. EWALT 포브스 기자
위 기사의 원문은 http://forbes.com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포브스 코리아 온라인 서비스는 포브스 본사와의 저작권 계약상 해외 기사의 전문보기가 제공되지 않습니다.
이 점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박스기사] 마법을 부리다
“우리의 뇌가 진화를 통해 처리할 수 있게 된 신호를 시뮬레이션 하는 것이 핵심 아이디어입니다.” 애보비츠의 말이다. “매직리프에서 저희가 하는 일은 이같은 과정에 방해가 되지 않게 비켜 서는 겁니다.” 스크린 위에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대신, 광자칩은 착용자의 눈에 정보를 제공하고 착용자의 뇌가 그림을 그리도록 한다는 것이다.
그 결과 놀랍도록 현실적인 가상이미지가 그려진다. 광자칩이 착용자의 눈으로 직접 빛을 보내기 때문에, 물리적인 스크린보다 훨씬 더 높은 해상도로 이미지를 보여줄 수 있다. 발광다이오드와 같은 부품의 크기에 구애받지도 않는다. 또한 광자칩은 3D 디스플레이에 수반되는 편의성의 문제로부터도 상당수 자유롭다. 매직리프의 시스템에서는 착용자가 물체가 실제로 보여지는 스크린이 아닌, 물체가 있는 것처럼 보이는 지점에 초점을 맞추면 된다. 따라서 눈에 주는 부담은 덜면서도 뇌에서 더욱 그럴듯하게 인식되는 3D 시뮬레이션을 가능케 할 것이다. 제국의>반지의>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젠슨 황 엔비디아 CEO “삼성전자 HBM 승인 위해 최대한 빨리 작업 중”
2‘꽁꽁 얼어붙은’ 청년 일자리...10·20대 신규 채용, ‘역대 최저’
3'로또' 한 주에 63명 벼락 맞았다?...'네, 가능합니다', 추첨 생방송으로 불신 정면돌파
4LG·SK·GC…국내 바이오 산업 네트워크 이곳으로 통한다
51147회 로또 1등 ‘7, 11, 24, 26, 27, 37’…보너스 ‘32’
6러 루블, 달러 대비 가치 2년여 만에 최저…은행 제재 여파
7“또 올랐다고?”…주유소 기름값 6주 연속 상승
8 정부, 사도광산 추도식 불참키로…日대표 야스쿠니 참배이력 문제
9알렉스 웡 美안보부좌관 지명자, 알고 보니 ‘쿠팡 임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