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고에 시달리던 단역 배우 해리슨 포드, ‘스타워즈’의 한 솔로 역으로 스타덤에 올라 해리슨 포드는 ‘스타워즈: 새로운 희망’의 오디션 현장에서 조지 루카스 감독을 도와 배우들의 상대역 대사를 읽어주다가 한 솔로 배역을 따냈다.해리슨 포드는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도청’(1974)에 조연으로 출연한 뒤 몇 년 동안 배역을 맡지 못했다. 그러자 그는 이전에 했던 목수일을 다시 시작했다. 할리우드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기 위한 노력은 계속했지만 가치 없는 역할에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고 싶진 않았다.
포드가 골드윈 스튜디오에 있는 코폴라 감독의 사무실 공사를 할 때 그 기회가 찾아왔다. 포드는 지난해 롤링스톤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어느날 그 사무실에서 늦게까지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는데 조지 루카스가 리처드 드레이퍼스와 함께 들어왔다. 그들과 몇 분 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그게 다였다.” 하지만 포드와 루카스 감독의 관계는 그때부터 시작됐다.
얼마 뒤 캐스팅 에이전트 프레드 로스가 포드에게 ‘스타워즈’ 오디션 현장에서 루카스 감독을 도와 배우들의 상대역 대사를 읽어달라고 요청했다. “그 오디션에서 100명이 넘는 배우를 상대로 대사를 읽었다”고 포드는 말했다. “듣기로는 제작진이 오디션 참가자 중 주인공 3인방 두 그룹을 최종적으로 저울질하고 있었는데 내가 그중 한 그룹에 속했다고 한다. 그런 일이 일어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들이 내게 배역을 맡고 싶냐고 묻기에 ‘기꺼이 하겠다’고 대답했다.”
‘스타워즈’의 오디션 과정을 대충이라도 지켜본 사람이라면 자만심에 찬 코렐리아 출신 밀수업자 한 솔로 역은 크리스토퍼 워큰이나 톰 셀렉 혹은 커트 러셀에게 돌아갈 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이들 중 누가 솔로 역을 맡았다면 결과가 어땠을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포드의 현실적인 연기가 루카스 감독의 환상적인 우주 사무라이 이야기를 실감나게 만든 것만은 확실하다.
포드가 솔로 역에 불어넣은 건방진 성격은 진지하고 무거운 분위기의 ‘스타워즈: 새로운 희망’(1977, 가장 먼저 제작됐지만 에피소드 순서로는 네 번째다)에 꼭 필요한 유머 감각을 제공한다. ‘스타워즈’ 시리즈에서 포드의 중요성에 의구심을 품는 사람들은 가벼운 캐릭터(자자 빙크스는 제외)가 결여된 프리퀄 3부작을 보라. 포드는 브라보 TV의 토크쇼 ‘인사이드 디 액터스 스튜디오’에 출연했을 때 진행자 제임스 립턴에게 “난 솔로와 나머지 두 주인공, 그리고 알렉 기네스가 맡았던 오비완 케노비의 관계에 주목했다”고 말했다. “대본을 다 읽고 나서 솔로를 건방진 성격으로 묘사해야 한다는 생각이 분명해졌다. 그렇지 않다면 이 이야기에서 솔로의 존재 의미가 없다고 느꼈다.”
립턴과의 인터뷰에서 포드는 ‘새로운 희망’ 제작 과정에서 힘든 고비가 많았다고 밝혔다. “우리가 제작을 무사히 마칠 수만 있다면 영화의 새 역사를 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 과정은 매우 험난했다.” 루카스 감독을 비롯해 이 영화의 제작에 참여한 사람들은 모두 능력 있는 전문가였다. 하지만 당초 그들은 이 정도로 어마어마한 작품을 꿈꾸진 않았다. ‘새로운 희망’은 최신 기술이 동원된 특수효과와 정교한 의상, 광대한 튀니지 사막에서의 촬영 등으로 화제를 모았다. 촬영장에서는 침착한 성격의 포드조차 종종 이성을 잃을 정도로 모두 열의가 대단했다. 대본의 한 대목에 불만을 품은 포드가 루카스 감독에게 “글은 이렇게 쓸지 몰라도 말을 이렇게 하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며 따진 일화는 유명하다.
포드나 다른 배우들은 이 영화가 과연 그 정도의 노고를 쏟아부을 만큼 가치 있는 작품일까 의구심을 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스타워즈: 새로운 희망’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영화의 판도를 바꿔놓자 그런 의구심은 말끔히 씻겼다. 포드는 그 후로 다시는 무명배우 시절의 편안함을 누리지 못했다. ‘스타워즈’는 그의 얼굴을 전 세계에 알렸다.
포드의 명성과 인기는 그가 ‘스타워즈: 제국의 역습’(1980, 에피소드 5)에서 솔로 역으로 돌아왔을 때 전혀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이 작품의 플롯은 포드와 동료 배우들에게 도전 의식을 불러일으켰고 관객은 특수효과를 뛰어넘어 캐릭터들에게 애정을 갖기 시작했다. 포드는 ‘제국의 역습’ 개봉을 앞두고 NBC 방송의 투데이쇼 인터뷰에서 “이 작품은 제국과 반군의 갈등보다 각각의 캐릭터에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포드는 솔로가 레이아 공주와 사랑에 빠지고 큰 역경 속에서 친구들을 안전하게 지키려고 애쓰는 장면을 멋지게 소화한다. 솔로가 레이아 공주의 사랑 고백에 간단하게 “알아(I know)”라고 대답한 대목은 이 영화 최고의 장면으로 꼽힌다. 이 대사는 포드의 애드리브였다는 설도 돌았지만 포드와 어빈 커시너 감독의 사전 논의 끝에 나온 결과물이다.
커시너 감독은 2010년 배니티 페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 장면에 관해 논의할 때 수많은 의견이 오갔지만 이거다 싶은 대사를 찾지 못했다. 점심 시간에 난 포드에게 다시 한번 생각해 보라고 했다. 머리 속에 떠오르는대로 말해보라고 했더니 그가 ‘알아’라는 대사를 생각해냈다. 그 장면을 촬영한 후 난 조감독 데이비드 톰블린에게 ‘바로 이거야’라고 말했다.”
‘제국의 역습’에서 솔로를 탄소 냉동시키는 결정은 순전히 영화의 흐름을 위한 것만은 아니었다. 마크 해밀이나 캐리 피셔와 달리 포드는 ‘스타워즈’ 영화 2편에만 출연한다는 계약을 맺은 상태였다. 또한 그 두 사람과 달리 포드는 명성이 높고 다른 작품을 촬영할 기회도 많아 세 번째 작품에 출연할 수 있을지 미지수였다.
‘스타워즈: 제다이의 귀환’(1983, 에피소드 6)의 제작자 하워드 카잔지안은 ‘스타워즈 인터뷰즈’ 웹사이트에 “루카스에게 이 작품에 포드를 다시 출연시켜야 한다고 말했을 때 루카스가 ‘그는 돌아오지 않을 거야’라고 말했던 게 생각난다”고 올렸다. 루카스 감독의 예상은 빗나갔다. 포드는 자신을 스타로 만들어준 ‘스타워즈’ 시리즈로 돌아왔다.
하지만 그의 캐릭터 해석에는 논란의 여지가 있었다. “난 솔로의 캐릭터를 가장 잘 활용하는 방법은 그가 높은 이상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작품에 진지성을 부여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포드가 나중에 코넌 오브라이언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이전에 그런 면이 없었다는 말이 아니라 일부 대목에 진지한 무게감을 더하고 싶었다.”
이 3부작의 마지막에 솔로는 전쟁 영웅으로서의 명성을 누린다. 그리고 포드는 위대한 캐릭터를 연기해 세계적인 아이콘을 창조하는 데 일조한 덕을 톡톡히 봤다.
- 제임스 엘리스 뉴스위크 기자
[ 이 기사는 뉴스위크 특별호 ‘해리슨 포드-할리우드 최고 배우의 50년(Harrison Ford - 50 Years of Hollywood’s Greatest Hero)에서 발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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