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 대책 그 후 부동산시장은 어디로] 재건축 시장은 지금 정중동
[8·2 대책 그 후 부동산시장은 어디로] 재건축 시장은 지금 정중동
개포·은마 등 호가 수천만원 내려도 매수세 없어 … 보유세 인상 등 추가 규제 예의주시
문재인 정부의 첫 부동산 대책인 6·19 대책이 ‘옐로카드’라면 8·2 대책은 ‘레드카드’로 평가된다. 시장에서는 거래·세금·대출 3가지를 꽁꽁 묶는 ‘사상 최대 규제’라는 반응이 나온다. 일단 단기적인 정책 효과가 엿보인다. 이후 서울과 세종시를 중심으로 과열 양상을 보이던 주택시장이 주춤하는 분위기다. 서울 강남권 재건축 단지에선 급매물이 나오고 있고, 세종에선 아파트 매매 계약을 포기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규제 강도가 워낙 강력해 정부가 우려한 주택시장 과열을 어느 정도 안정시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한편에선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6·19 대책이 부동산 거래를 일시적으로 위축시키는 효과를 냈지만 결국 매수심리를 부추기고 지역별 풍선효과를 초래하는 결과를 낳은 탓이다.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는 이상 부동산 투자의 흐름을 막기 어려운 데다 보유세 인상 등 부동산 자산가에게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는 규제가 빠져 추가 규제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8월 11일 오후 서울 강남구 개포지구. 보름 전까지만 해도 재건축 사업이 막바지에 이르면서 개포지구 전체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던 곳이다. 하지만 8·2 대책으로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부동산중개업소 대부분은 문을 닫았다. 언제 끝날지 모를 긴 휴가가 시작된 것이다. 8·2 부동산 대책 직격탄을 맞은 서울 강남권(서초·강남·송파·강동구) 재건축 단지는 숨을 죽이고 있다. 서울 전 지역이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서 조합설립인가 이후 재건축 단지의 조합원 지위 양도가 금지됐기 때문이다. 아직 조합 설립 전이거나 조합 설립 이후 2년 이상 지났지만 사업 진척이 없어 조합원 지위 양도가 가능한 단지에서는 규제 적용 전 팔려는 움직임도 나오지만 매수 문의가 끊기며 개점휴업 상태다. 이미 조합이 설립된 곳은 벌써 찬바람이 분다. 조합원 지위 양도 예외 단지로 한시적으로 거래가 가능한 반포 주공1단지 중 1·2·4지구 전용면적 84㎡ 급매물이 25억원대에 나와 있다. 8·2 대책이 나오기 전인 7월 말까지만 해도 28억원을 호가(부르는 값)했던 매물이다. 8·2 대책 이후 호가가 2억~3억원가량 떨어진 셈이다. 서초구 반포동 신반포3차, 송파구 잠실동 주공5단지 역시 거래가 가능한 곳으로 호가가 하락세다. 잠실 주공5단지 전용 82㎡는 17억원을 훌쩍 넘어서기도 했지만 지금은 5000만원 떨어진 급매물이 나와 있다. 신반포3차 전용면적 99㎡는 15억5000만~16억원을 호가했지만 현재 5000만원 떨어진 매물이 나온다. 잠실동 스타공인중개소 김선희 실장은 “1억원까지 떨어진 급매물이 더 나올 것으로 보이지만 매수자의 문의만 있는 상황”이라며 “실제 거래로 이어질 것인지는 미지수”라고 설명했다.
조합설립 인가 전이라 거래에 걸림돌이 없는 강남구 대치동 은마 아파트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급매물이 등장하고 있지만 아직은 가격이 더 내릴 것이라는 기대감에 거래는 안 된다. 매도 호가를 묻는 문의 전화만 간간히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은마 인근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사장은 “조합 설립 전이어서 은마가 풍선효과를 누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며 “하지만 아직은 매수·매도자간 눈치 보기 장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은마 아파트 전용 76.8㎡는 8·2 대책 직전 14억원을 호가하다 지금은 5000만원 정도 떨어진 매물이 나와 있다.
이미 조합이 설립돼 8월 3일부터 조합원 지위 양도가 금지된 강남구 개포지구 재건축 단지엔 찬바람만 분다. 주공1단지 전용면적 58㎡는 직전 15억6000만원에 팔린 이후 매매가 실종됐다.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로 조합원이 보유한 아파트를 팔더라도 이를 사는 매수자는 새 아파트 입주권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급매물이라고 할 것도 없다. 인근 부동산중개업소도 상당수 문을 닫았다. 당분간은 이런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 부동산중개업소 사장은 “무리하게 집을 산 매도자가 대출 압박 등으로 헐값에 매물을 던지는 예는 있을 수 있겠지만 그렇더라도 지금 상황에선 이 아파트를 살 사람이 없다”며 “사려는 사람도, 팔려는 사람도 없는 장세가 당분간 이어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정부가 재건축과 함께 또 다른 투기시장으로 지목한 서울 강북권은 어떨까. 강북은 매매가격과 전세가격 차이가 별로 없어 갭투자(매매가와 전세가의 차액을 활용해 여러 채에 투자하는 것)로 인기를 끌었다. 정부는 강북을 투기과열지구로 묶어 대출을 제한해 갭투자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방침이다. 투기과열 지구 다주택자에겐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이 30%로 대폭 낮아진다. 또 내년 4월부터 2주택 이상 다주택자가 조정대상지역 내 주택을 팔면 양도소득세율이 강화된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도 갭투자자에게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그는 “세를 끼고 집을 사고, 또 대출을 끼고 집을 사는 것은 집을 거주하는 공간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투기수단으로 보는 신종수법”이라고 지적했다.
일단 갭투자 문의는 시장에서 사라지고 매도 시기에 대한 문의만 이어지고 있다. 성북구 길음동의 A중개업소 관계자는 “대책 발표 후 앞으로 시장 상황 변화에 대한 문의가 빗발치기도 했다”며 “일단 추가적인 갭투자 문의는 뚝 끊겼고 지금은 언제 팔면 좋을지를 묻는 투자자만 있다”고 말했다. 성북구는 서울에서도 전세가율이 높아 ‘갭투자 성지’로 불린다. 실제 부동산 114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성북구의 전세가율(전세가격 대비 매매가격 비율)은 83.33%로 서울에서 가장 높다. 전세가율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부산 등 지방에서 원정 온 투자자가 전세를 끼고 여러 채를 매입하기도 했다. 하지만 매물이 크게 늘 것이라는 정부의 기대와는 달리 매물이 나오진 않는다. 보유세 강화가 빠진 데다 내년 4월까지는 시간이 있으니 일단 지켜보겠다는 투자자가 많기 때문이다. 양도세를 더 내더라도 월세 (반전세 투자자) 수익을 챙기겠다는 투자자도 늘고 있다. 또 가족 명의로 투자에 나선 이들은 이번 대책에 큰 부담을 느끼지 않고 있다. 이는 기존 투자자뿐 아니라 실수요가 튼튼하게 받쳐주는 성북구 특수성이 반영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그러다 보니 아파트값도 큰 변동이 없다. 서울시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7월 길음뉴타운 6단지 전용면적 59㎡는 4억8500만원에 거래됐는데, 현재 매물은 5억원을 호가한다. 인근 부동산중개업소 사장은 “투자자들이 손해를 보면서까지 거래를 할 정도로 급박함을 느끼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오히려 일각에선 정부의 고강도 대책에 따른 집값 조정을 틈타 또 다른 갭투자가 늘어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세가격은 그대로인 상태에서 집값을 내리겠다는 정부 의도 자체가 또 다른 갭투자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보유세 강화라는 변수는 남아 있다. 정부가 보유세 강화 카드를 꺼낸다면 시장 분위기가 확 바뀔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팀장은 “집주인 입장에선 양도세 강화는 안 팔면 그만인 규제”라며 “그러나 정부가 보유세 카드를 꺼낸다면 갭투자자들이 한 번에 무너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8·2 대책에 대한 반응은 지역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8·2 대책은 워낙 범위가 넓고 여러 규제가 겹쳐 있기 때문에 당분간 주택거래가 줄면서 시장이 침체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만큼 이번 규제는 엄격하고 포괄적이다. 더구나 6·19 대책처럼 약효가 금방 끝난다면 보유세 인상, 분양가상한제 부활과 같은 정부의 추가 규제가 나올 수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수석전문위원은 “세금과 대출, 재건축, 청약 등 각 분야를 아우른 12년 만의 초고강도 종합대책”이라며 “부동산 투자는 심리적인 부분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강도 높은 규제로 관망세가 짙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전문가들 가운데선 8·2 대책을 두고 상반된 전망과 보완책을 요구하기도 한다. 이번 규제로 부동산 경기가 너무 침체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과 이와는 정반대로 공급 대책이 없어 오히려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침체론은 하반기 공급 증가, 금리 인상 등 경기 하방 압력이 예고된 상황에서 수요 심리가 위축돼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올해 하반기부터 2019년 1분기까지 매 분기 10만 가구가 넘는 아파트가 입주한다. 전방위적 수요억제책이 자칫 주택시장 전반을 냉각시켜 거래가 끊기는 현상을 불러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집값이 잘 안 잡히는 서울은 수요억제책뿐만 아니라 공급에 대한 대안도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시중 유동자금이 여전히 풍부한 상황이어서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규제가 느슨한 서울 인근 수도권 신도시로 수요가 이동하는 등 대책 사각지대로 유동자금이 몰릴 수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곳이 분당·일산·평촌 등 수도권 1기 신도시다. 실제로 분당 등지에선 8·2 대책 이후 서울 등 타 지역 사람들의 매수 문의가 늘고 있다. 투자자의 경우 주로 전세 수요가 풍부한 역세권 아파트를 중심으로 매물을 찾는다.
지하철 분당선 서현역에 인접한 한양 아파트 전용면적 84㎡는 최근 종전 최고 시세인 7억2000만원대에 잇따라 계약됐다. 6·19 대책 전 6억4000만원에 최고가 거래된 이 단지는 이후에도 꾸준히 올라 7억원을 넘어선 뒤 8·2 대책 예고로 거래가 일시적으로 멈췄으나 최고 시세에 다시 거래를 재개했다. 이번에 거래된 매물 중 하나는 전세를 낀 매물로 서울에서 건너간 투자자가 매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접한 현대 아파트는 8·2 대책 이후 매도 호가가 2000만 원가량 뛰었다. 거래가 재개되고 매수문의가 늘자 집주인들이 호가를 다시 조정한 것이다. 인근의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대책 발표 직후 투자 문의가 몰리기 시작하면서 집주인은 매물을 거둬들였고 호가는 오르고 있다”며 “전세가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곳이다 보니 대놓고 갭투자를 묻는 투자자도 많다”고 말했다.
평촌신도시 대표 단지 중 하나인 무궁화코오롱 아파트는 소형 주택형은 모두 거래되고 중소형인 전용면적 84㎡ 주택형만 1~2개 매물로 남아있는 상태다. 정부가 서울 강남 4구를 투기 지구로, 서울 전역을 투기과열지구로 묶어 투기를 원천 봉쇄하자 상대적으로 규제가 약하면서도 강남 접근성이 좋은 분당이나 하남 등지로 투자자의 관심이 옮겨왔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과열 지역에 대해 정부가 투기과열지구 추가 지정 등을 이미 예고한 만큼 풍선효과가 크게 확산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급매물 없어요. 양도세 고작 10%포인트 오르는데 그것 무섭다고(재건축) 분양권 내놓겠어요? 어차피 다운계약서에다 양도세는 매수자한테 떠넘기면 되니 분양권 보유자는 자신감이 넘쳐요.” 정부가 8·2 부동산 대책을 통해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를 금지하면서 이미 분양한 재건축 단지의 분양권은 희소성이 높아지고 있다. 분양권에는 ‘양도세 강화’ 대책을 내놓았지만 약발이 먹히지 않고 있다. 현재로서는 재건축 단지에 입주할 수 있는 방법이 재건축 단지 분양권을 매입하는 것밖에는 없기 때문이다. 매도자 우위시장이 형성되면서 분양권 보유자들은 느긋하게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실제 강동구 고덕그라시움 분양권 웃돈은 현재 8000만∼9000만원 선으로 8·2 대책 직전과 별반 다르지 않다. 지난해 3.3㎡당 평균 4457만원에 분양한 서초구 반포동 신반포자이 웃돈도 3억원 이상 호가한다. 개포동 역시 분양권엔 흔들림이 없다. 삼성물산이 개포 주공2단지를 재건축해 분양한 래미안 블레스티지 웃돈은 여전히 3억원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개포동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개포동에 입성하려면 블레스티지와 디에이치 아너힐스 분양권을 사는 방법 밖에 없다”며 “분양권 매물 자체가 없어 보유자가 가격을 낮춰 내놓을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분양권 투기를 막기 위해 내년부터 분양권을 팔면 보유기간에 관계없이 양도소득세율 50%를 일괄 적용키로 했다. 올해 분양권을 팔면 종전처럼 1년 이내는 50%, 1년 이상∼2년 미만은 40%, 2년 이상 6∼40%의 세율이 적용되지만 분양권 소유자들은 별 움직임이 없다. 양도세율 10~20%포인트가 오른다고 해도 큰 부담은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다운계약서가 만연해있는 상황에서 실제 매도자들이 부담하는 금액은 생각만큼 높지 않다. 또 양도세를 매수자가 부담하는 분양권 시장 구조에서 급하게 매물을 내놓을 이유가 없는 게 현실이다. 절대적인 분양권 매물이 적다는 점이 매도자 우위 시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재건축한 단지의 일반분양 물량은 전체 가구수 대비 20∼30% 불과하다. 가령 9510가구에 달하는 송파구 헬리오시티의 일반분양 물량은 1558가구에 불과하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팀장은 “정부가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를 금지한 데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적용키로 해 앞으로 재건축 사업이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며 “이 때문에 재건축 단지 분양권 거래가 상대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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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첫 부동산 대책인 6·19 대책이 ‘옐로카드’라면 8·2 대책은 ‘레드카드’로 평가된다. 시장에서는 거래·세금·대출 3가지를 꽁꽁 묶는 ‘사상 최대 규제’라는 반응이 나온다. 일단 단기적인 정책 효과가 엿보인다. 이후 서울과 세종시를 중심으로 과열 양상을 보이던 주택시장이 주춤하는 분위기다. 서울 강남권 재건축 단지에선 급매물이 나오고 있고, 세종에선 아파트 매매 계약을 포기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규제 강도가 워낙 강력해 정부가 우려한 주택시장 과열을 어느 정도 안정시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한편에선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6·19 대책이 부동산 거래를 일시적으로 위축시키는 효과를 냈지만 결국 매수심리를 부추기고 지역별 풍선효과를 초래하는 결과를 낳은 탓이다.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는 이상 부동산 투자의 흐름을 막기 어려운 데다 보유세 인상 등 부동산 자산가에게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는 규제가 빠져 추가 규제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8월 11일 오후 서울 강남구 개포지구. 보름 전까지만 해도 재건축 사업이 막바지에 이르면서 개포지구 전체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던 곳이다. 하지만 8·2 대책으로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부동산중개업소 대부분은 문을 닫았다. 언제 끝날지 모를 긴 휴가가 시작된 것이다. 8·2 부동산 대책 직격탄을 맞은 서울 강남권(서초·강남·송파·강동구) 재건축 단지는 숨을 죽이고 있다. 서울 전 지역이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서 조합설립인가 이후 재건축 단지의 조합원 지위 양도가 금지됐기 때문이다. 아직 조합 설립 전이거나 조합 설립 이후 2년 이상 지났지만 사업 진척이 없어 조합원 지위 양도가 가능한 단지에서는 규제 적용 전 팔려는 움직임도 나오지만 매수 문의가 끊기며 개점휴업 상태다. 이미 조합이 설립된 곳은 벌써 찬바람이 분다.
사려는 사람도, 팔려는 사람도 없는 장세
조합설립 인가 전이라 거래에 걸림돌이 없는 강남구 대치동 은마 아파트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급매물이 등장하고 있지만 아직은 가격이 더 내릴 것이라는 기대감에 거래는 안 된다. 매도 호가를 묻는 문의 전화만 간간히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은마 인근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사장은 “조합 설립 전이어서 은마가 풍선효과를 누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며 “하지만 아직은 매수·매도자간 눈치 보기 장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은마 아파트 전용 76.8㎡는 8·2 대책 직전 14억원을 호가하다 지금은 5000만원 정도 떨어진 매물이 나와 있다.
이미 조합이 설립돼 8월 3일부터 조합원 지위 양도가 금지된 강남구 개포지구 재건축 단지엔 찬바람만 분다. 주공1단지 전용면적 58㎡는 직전 15억6000만원에 팔린 이후 매매가 실종됐다.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로 조합원이 보유한 아파트를 팔더라도 이를 사는 매수자는 새 아파트 입주권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급매물이라고 할 것도 없다. 인근 부동산중개업소도 상당수 문을 닫았다. 당분간은 이런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 부동산중개업소 사장은 “무리하게 집을 산 매도자가 대출 압박 등으로 헐값에 매물을 던지는 예는 있을 수 있겠지만 그렇더라도 지금 상황에선 이 아파트를 살 사람이 없다”며 “사려는 사람도, 팔려는 사람도 없는 장세가 당분간 이어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또 다른 ‘갭투자’ 우려 시각도
일단 갭투자 문의는 시장에서 사라지고 매도 시기에 대한 문의만 이어지고 있다. 성북구 길음동의 A중개업소 관계자는 “대책 발표 후 앞으로 시장 상황 변화에 대한 문의가 빗발치기도 했다”며 “일단 추가적인 갭투자 문의는 뚝 끊겼고 지금은 언제 팔면 좋을지를 묻는 투자자만 있다”고 말했다. 성북구는 서울에서도 전세가율이 높아 ‘갭투자 성지’로 불린다. 실제 부동산 114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성북구의 전세가율(전세가격 대비 매매가격 비율)은 83.33%로 서울에서 가장 높다. 전세가율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부산 등 지방에서 원정 온 투자자가 전세를 끼고 여러 채를 매입하기도 했다. 하지만 매물이 크게 늘 것이라는 정부의 기대와는 달리 매물이 나오진 않는다. 보유세 강화가 빠진 데다 내년 4월까지는 시간이 있으니 일단 지켜보겠다는 투자자가 많기 때문이다. 양도세를 더 내더라도 월세 (반전세 투자자) 수익을 챙기겠다는 투자자도 늘고 있다. 또 가족 명의로 투자에 나선 이들은 이번 대책에 큰 부담을 느끼지 않고 있다. 이는 기존 투자자뿐 아니라 실수요가 튼튼하게 받쳐주는 성북구 특수성이 반영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그러다 보니 아파트값도 큰 변동이 없다. 서울시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7월 길음뉴타운 6단지 전용면적 59㎡는 4억8500만원에 거래됐는데, 현재 매물은 5억원을 호가한다. 인근 부동산중개업소 사장은 “투자자들이 손해를 보면서까지 거래를 할 정도로 급박함을 느끼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풍선효과 우려에 정부 “추가 규제”
이처럼 8·2 대책에 대한 반응은 지역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8·2 대책은 워낙 범위가 넓고 여러 규제가 겹쳐 있기 때문에 당분간 주택거래가 줄면서 시장이 침체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만큼 이번 규제는 엄격하고 포괄적이다. 더구나 6·19 대책처럼 약효가 금방 끝난다면 보유세 인상, 분양가상한제 부활과 같은 정부의 추가 규제가 나올 수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수석전문위원은 “세금과 대출, 재건축, 청약 등 각 분야를 아우른 12년 만의 초고강도 종합대책”이라며 “부동산 투자는 심리적인 부분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강도 높은 규제로 관망세가 짙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전문가들 가운데선 8·2 대책을 두고 상반된 전망과 보완책을 요구하기도 한다. 이번 규제로 부동산 경기가 너무 침체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과 이와는 정반대로 공급 대책이 없어 오히려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침체론은 하반기 공급 증가, 금리 인상 등 경기 하방 압력이 예고된 상황에서 수요 심리가 위축돼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올해 하반기부터 2019년 1분기까지 매 분기 10만 가구가 넘는 아파트가 입주한다. 전방위적 수요억제책이 자칫 주택시장 전반을 냉각시켜 거래가 끊기는 현상을 불러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집값이 잘 안 잡히는 서울은 수요억제책뿐만 아니라 공급에 대한 대안도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시중 유동자금이 여전히 풍부한 상황이어서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규제가 느슨한 서울 인근 수도권 신도시로 수요가 이동하는 등 대책 사각지대로 유동자금이 몰릴 수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곳이 분당·일산·평촌 등 수도권 1기 신도시다. 실제로 분당 등지에선 8·2 대책 이후 서울 등 타 지역 사람들의 매수 문의가 늘고 있다. 투자자의 경우 주로 전세 수요가 풍부한 역세권 아파트를 중심으로 매물을 찾는다.
지하철 분당선 서현역에 인접한 한양 아파트 전용면적 84㎡는 최근 종전 최고 시세인 7억2000만원대에 잇따라 계약됐다. 6·19 대책 전 6억4000만원에 최고가 거래된 이 단지는 이후에도 꾸준히 올라 7억원을 넘어선 뒤 8·2 대책 예고로 거래가 일시적으로 멈췄으나 최고 시세에 다시 거래를 재개했다. 이번에 거래된 매물 중 하나는 전세를 낀 매물로 서울에서 건너간 투자자가 매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접한 현대 아파트는 8·2 대책 이후 매도 호가가 2000만 원가량 뛰었다. 거래가 재개되고 매수문의가 늘자 집주인들이 호가를 다시 조정한 것이다. 인근의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대책 발표 직후 투자 문의가 몰리기 시작하면서 집주인은 매물을 거둬들였고 호가는 오르고 있다”며 “전세가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곳이다 보니 대놓고 갭투자를 묻는 투자자도 많다”고 말했다.
평촌신도시 대표 단지 중 하나인 무궁화코오롱 아파트는 소형 주택형은 모두 거래되고 중소형인 전용면적 84㎡ 주택형만 1~2개 매물로 남아있는 상태다. 정부가 서울 강남 4구를 투기 지구로, 서울 전역을 투기과열지구로 묶어 투기를 원천 봉쇄하자 상대적으로 규제가 약하면서도 강남 접근성이 좋은 분당이나 하남 등지로 투자자의 관심이 옮겨왔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과열 지역에 대해 정부가 투기과열지구 추가 지정 등을 이미 예고한 만큼 풍선효과가 크게 확산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스기사]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 막으니…재건축 분양권은 매물 품귀
정부는 분양권 투기를 막기 위해 내년부터 분양권을 팔면 보유기간에 관계없이 양도소득세율 50%를 일괄 적용키로 했다. 올해 분양권을 팔면 종전처럼 1년 이내는 50%, 1년 이상∼2년 미만은 40%, 2년 이상 6∼40%의 세율이 적용되지만 분양권 소유자들은 별 움직임이 없다. 양도세율 10~20%포인트가 오른다고 해도 큰 부담은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다운계약서가 만연해있는 상황에서 실제 매도자들이 부담하는 금액은 생각만큼 높지 않다. 또 양도세를 매수자가 부담하는 분양권 시장 구조에서 급하게 매물을 내놓을 이유가 없는 게 현실이다. 절대적인 분양권 매물이 적다는 점이 매도자 우위 시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재건축한 단지의 일반분양 물량은 전체 가구수 대비 20∼30% 불과하다. 가령 9510가구에 달하는 송파구 헬리오시티의 일반분양 물량은 1558가구에 불과하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팀장은 “정부가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를 금지한 데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적용키로 해 앞으로 재건축 사업이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며 “이 때문에 재건축 단지 분양권 거래가 상대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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