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칫돈 몰리는 부동산펀드] 순자산 60조원 돌파 눈앞에
[뭉칫돈 몰리는 부동산펀드] 순자산 60조원 돌파 눈앞에
올 들어 매달 1조원씩 늘어 전체 펀드시장의 11% 차지 투자처를 찾지 못한 뭉칫돈이 국내외 대형 부동산에 투자하는 부동산펀드로 몰리고 있다. 저성장·저금리가 장기화되면서 자연스럽게 투자 수익률이 높은 상품을 찾는 이들과 이를 활용해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금융사의 수요가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 결과다. 10년 전 6조6500억원에 불과했던 부동산펀드는 현재 60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부동산펀드에 돈이 몰리는 가장 큰 이유는 직접 투자에 대한 부담감 때문이다. 부동산펀드는 전문 업체가 투자자로부터 모은 자금을 국내외 부동산이나 부동산 개발사업에 투자해 발생하는 수익(시세차익·임대수익 등)을 배당하는 상품이다. 소액으로 부동산에 투자해 비교적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아직은 일반 개인이 투자할 수 있는 공모형보다는 대형 기관·기업이 참여하는 사모형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공모형도 최근 늘고 있는 추세다. 실제 전체 부동산펀드에서 공모형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말에는 2.7%에 불과했지만 10월 말 현재 3.5% 수준으로 증가했다. 시장에서는 앞으로 공모형 부동산펀드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규제 정책으로 부동산 직접 투자가 갈수록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정부가 특히 시중의 초과 유동성을 부동산 간접투자 시장으로 돌리기 위해 규제 완화를 추진하고 있다. 명지대 권대중 부동산학과 교수는 “통상적으로 부동산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 역으로 부동산펀드 등 간접 투자시장이 활발해지는 경향이 있다”며 “정부의 부동산시장 규제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간접 투자시장으로의 투자자 유입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50조8985억원이었던 부동산펀드의 순자산은 10월 말 58조원을 넘어섰다. 7개월 만에 7조1000억원이 늘어난 것으로 매달 평균 1조원씩 증가한 셈이다. 이런 추세라면 연내에 6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부동산펀드가 전체 펀드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월 말 현재 11%에 이른다. 2011년 말 5.9% 수준에 불과했지만 6년 만에 거의 두 배 가까이로 성장한 것이다. 부동산펀드의 투자 대상은 부동산 임대형이 가장 많다. 10월 말 기준 17조원대로 전체의 40%에 달한다. 또 해외 부동산형 펀드도 33.5%로 전년 대비 4.4%포인트 증가했다. 이와 달리 투자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큰 부동산 대출 채권형 펀드는 8조9000억원(22%)을 기록하며 최근 5년 내 최저치를 나타냈다. 임대형에 투자가 집중된 건 안정적이면서도 수익률이 괜찮기 때문이다. 펀드정보회사인 펀드닥터에 따르면 국내 사모펀드 중 부동산 임대형의 최근 3년 누적 수익률은 28.5%에 이른다.
사모형은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국내 임대형 투자 비중이 큰 반면 개인 투자자는 국내보다는 해외 부동산펀드를 더 선호하는 분위기다. 기대 수익률이 대체로 더 높은 편이기 때문이다. 자산운용사들도 공모형으로는 해외 부동산펀드를 더 많이 선보이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부동산펀드의 해외 설정액은 1조5401억원으로 같은 기간 국내 설정액 1조3241억원을 넘어섰다. 2015년 4분기까지 1조원에 미치지 못했던 해외 부동산펀드 투자액이 국내 설정액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분기부터다. 지난해 1분기 1조3073억원을 기록한 해외 설정액은 이후 매 분기 1조원을 상회하며 국내 설정액을 넘어서고 있다. 올해 1분기에는 2조1479억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교보리얼코 관계자는 “국내 부동산펀드의 경우 리스크가 낮은 대신 거둘 수 있는 수익률이 연 4%선이기 때문에 연 5%를 웃도는 해외 부동산으로 눈길을 돌리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해외에서는 주로 미국을 비롯해 유럽·일본 등 주요 지역 업무 시설에 대한 투자가 활발한 편이다. 지역은 단연 미국이 인기다. 미국 부동산시장 분위기가 나쁘지 않은 데다 미국 정부가 대규모 감세안을 포함하는 세제 개편을 추진하면서 미국 상업용 부동산에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하나자산운용은 올 들어 잇따라 워싱턴 D.C의 미국항공우주국 본사가 임차해 있는 빌딩과 로스앤젤레스의 드림웍스 글로벌 본사 빌딩을 매입했다. 안다자산운용은 플로리다의 한 오피스 빌딩을, 미래에셋 자산운용은 애틀랜타의 스테이트팜 빌딩에 투자했다. 시장에선 트럼프 정부의 감세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부동산 매각 때 세금 부담이 줄어 수익률이 더 좋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하나 자산운용의 ‘하나미국LA부동산 투자신탁1호’(드림웍스 빌딩)의 경우 회사 측은 연 6% 초·중반대의 수익률을 예상하고 있으나, 시장에선 세법 개정안이 통과하면 수익률이 연 7%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도 최근 인기 지역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경기 개선에 대한 기대감과 저금리 매력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본은 대출금리가 여전히 연 1%대다. 일본에서도 도쿄는 가장 안정적인 투자처로 꼽힌다. 도쿄를 둘러싼 도시재생사업과 2020년 도쿄 올림픽도 일본 경기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최근 일본 도쿄 오피스에 투자하는 공모형 상품을 잇따라 내놨다. 10월에는 도쿄의 아리아케 센트럴 타워에 투자하는 공모형 부동산펀드를 판매했고, 11월엔 역시 도쿄의 오카토상사 빌딩에 투자하는 공모형 상품을 내놨다. 이 상품은 국내에서 펀드로 모집한 283억원과 일본 현지 대출을 포함해 총 593억원 규모다. KTB자산운용도 최근 야마구치 호후시에 있는 복합쇼핑몰 이온(AEON)타운 쇼핑센터를 500억원에 매입했다. 7월에는 하나자산운용이 300억원 규모 도쿄 레지던스 빌딩에 투자하는 사모형 펀드는 내놨다.
해외 부동산에 투자하는 공모형 부동산펀드가 최근 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분위기에 휩쓸려 부동산의 성격도 파악하지 않은 채 막무가내로 투자에 뛰어들어선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곳곳에 위험 요소가 숨어 있어 까다롭게 따져보고 투자를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표면적으로 드러난 수익률만 보고 성급하게 뛰어들어서는 안 된다. 공시된 펀드의 높은 수익률은 실제 투자자가 손에 쥐는 수익과는 괴리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자산운용업계의 한 관계자는 “수익률은 온전히 운용성과라기보다 자본 유출입이나 부동산 감정평가 등 다양한 외부 영향을 받는다”며 “실제 투자자에게 돌아가는 수익은 보여주는 수익률과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동산펀드는 경기에 따라 영향을 많이 받고, 특히 임대형 펀드의 경우 임차하는 기관이 얼마나 안정적인가에 따라서도 수익률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따라서 임차인의 신용도나 임대료 수준, 임차기간 등도 투자 전 체크해야 할 필수사항이다.
해외 부동산에 투자하는 부동산펀드는 실물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기회는 물론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정보가 적은 만큼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환율 변동에 따라 수익률이 오르락내리락 할 수 있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금리 인상기라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상당수 해외 부동산펀드는 환헤지(현재 수준의 환율로 거래액을 고정시키는 것)를 하지 않아 환차손 위험이 높다. 만기 때 달러 가치가 오르면 손실이 날 수 있는 셈이다. 원할 때 투자금을 회수하기도 쉽지 않다. 중도 환매를 원하는 투자자를 위해 금융당국은 펀드 설정 후 90일 이내에 거래소에 의무상장하도록 했지만, 상장했다고 환금성을 보장받는 건 아니다. 부동산펀드는 일반 기업 주가와 달리 변동성이 적고 거래가 거의 없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상장된 14개의 부동산펀드 가운데 거래가 이뤄진 펀드는 4개에 불과했다. 나머지 10개 펀드는 상장 후 단 한 번도 거래가 이뤄지지 않았다. 금투협 이환태 자산운용지원부장은 “부동산펀드는 기본적으로 폐쇄형이라 환매청구를 할 수 없는 데다 만기까지 기간이 길므로 투자금이 오랫동안 묶일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부동산 간접 투자 활성화에 적극 나선다. 아파트와 같은 실물자산에 직접 투자하는 것이 아닌 안정적인 배당 수익을 제공하는 부동산 간접 투자 상품에 투자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시키기 위한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우선 12월께 부동산투자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개정안은 사모 리츠의 공모 리츠 전환을 유도하기 위해 공모 의무가 면제되는 연기금 투자비율을 50%로 높이는 게 주요 골자다. 리츠는 부동산펀드처럼 기업이나 일반 투자자 누구나 참여할 수 있지만, 각종 규제 등으로 부동산펀드에 비해 활성화하지 못했다. 그래서 정부는 우선적으로 리츠에 대한 제도적 지원을 통해 간접투자 시장을 활성화하겠다는 것이다. 최대 5개월 이상 소요되는 비개발·위탁관리형 리츠의 공모상장 심사도 예비심사를 생략해 최소 2개월로 줄인다. 비개발·위탁관리형 모(母)리츠가 자(子)리츠에 투자할 경우 투자액의 20%만 부동산자산으로 간주하던 간주부동산제도도 폐지한다. 국토교통부는 “총자산의 70%가 부동산 자산으로 인정돼야 상장이 가능한데 기존엔 모리츠가 자리츠에 투자한 금액 중 20%만 부동산 자산으로 인정돼 부동산 자산 70%를 채울 수 없었다”며 “이 같은 제한을 폐지해 자리츠에 투자한 모리츠도 상장이 가능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 밖에 내년 2월부터 모든 공모형 부동산펀드에 대해 국민주택채권 매입 의무를 면제해 공모를 유도할 계획이다. 리츠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상장 심사기간을 단축하기로 했지만 여전히 부동산펀드에 비해 경쟁력이 뒤쳐진다”며 “정부가 간접 투자시장 활성화에 나선 건 고무적이지만 시장 활성화를 위해선 규제를 더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인이 투자할 수 있는 공모형 펀드 규모도 커져
사모형은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국내 임대형 투자 비중이 큰 반면 개인 투자자는 국내보다는 해외 부동산펀드를 더 선호하는 분위기다. 기대 수익률이 대체로 더 높은 편이기 때문이다. 자산운용사들도 공모형으로는 해외 부동산펀드를 더 많이 선보이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부동산펀드의 해외 설정액은 1조5401억원으로 같은 기간 국내 설정액 1조3241억원을 넘어섰다. 2015년 4분기까지 1조원에 미치지 못했던 해외 부동산펀드 투자액이 국내 설정액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분기부터다. 지난해 1분기 1조3073억원을 기록한 해외 설정액은 이후 매 분기 1조원을 상회하며 국내 설정액을 넘어서고 있다. 올해 1분기에는 2조1479억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교보리얼코 관계자는 “국내 부동산펀드의 경우 리스크가 낮은 대신 거둘 수 있는 수익률이 연 4%선이기 때문에 연 5%를 웃도는 해외 부동산으로 눈길을 돌리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해외에서는 주로 미국을 비롯해 유럽·일본 등 주요 지역 업무 시설에 대한 투자가 활발한 편이다. 지역은 단연 미국이 인기다. 미국 부동산시장 분위기가 나쁘지 않은 데다 미국 정부가 대규모 감세안을 포함하는 세제 개편을 추진하면서 미국 상업용 부동산에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하나자산운용은 올 들어 잇따라 워싱턴 D.C의 미국항공우주국 본사가 임차해 있는 빌딩과 로스앤젤레스의 드림웍스 글로벌 본사 빌딩을 매입했다. 안다자산운용은 플로리다의 한 오피스 빌딩을, 미래에셋 자산운용은 애틀랜타의 스테이트팜 빌딩에 투자했다. 시장에선 트럼프 정부의 감세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부동산 매각 때 세금 부담이 줄어 수익률이 더 좋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하나 자산운용의 ‘하나미국LA부동산 투자신탁1호’(드림웍스 빌딩)의 경우 회사 측은 연 6% 초·중반대의 수익률을 예상하고 있으나, 시장에선 세법 개정안이 통과하면 수익률이 연 7%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환차손 위험 있고 투자금 오래 묶일 수도
해외 부동산에 투자하는 공모형 부동산펀드가 최근 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분위기에 휩쓸려 부동산의 성격도 파악하지 않은 채 막무가내로 투자에 뛰어들어선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곳곳에 위험 요소가 숨어 있어 까다롭게 따져보고 투자를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표면적으로 드러난 수익률만 보고 성급하게 뛰어들어서는 안 된다. 공시된 펀드의 높은 수익률은 실제 투자자가 손에 쥐는 수익과는 괴리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자산운용업계의 한 관계자는 “수익률은 온전히 운용성과라기보다 자본 유출입이나 부동산 감정평가 등 다양한 외부 영향을 받는다”며 “실제 투자자에게 돌아가는 수익은 보여주는 수익률과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동산펀드는 경기에 따라 영향을 많이 받고, 특히 임대형 펀드의 경우 임차하는 기관이 얼마나 안정적인가에 따라서도 수익률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따라서 임차인의 신용도나 임대료 수준, 임차기간 등도 투자 전 체크해야 할 필수사항이다.
해외 부동산에 투자하는 부동산펀드는 실물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기회는 물론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정보가 적은 만큼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환율 변동에 따라 수익률이 오르락내리락 할 수 있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금리 인상기라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상당수 해외 부동산펀드는 환헤지(현재 수준의 환율로 거래액을 고정시키는 것)를 하지 않아 환차손 위험이 높다. 만기 때 달러 가치가 오르면 손실이 날 수 있는 셈이다. 원할 때 투자금을 회수하기도 쉽지 않다. 중도 환매를 원하는 투자자를 위해 금융당국은 펀드 설정 후 90일 이내에 거래소에 의무상장하도록 했지만, 상장했다고 환금성을 보장받는 건 아니다. 부동산펀드는 일반 기업 주가와 달리 변동성이 적고 거래가 거의 없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상장된 14개의 부동산펀드 가운데 거래가 이뤄진 펀드는 4개에 불과했다. 나머지 10개 펀드는 상장 후 단 한 번도 거래가 이뤄지지 않았다. 금투협 이환태 자산운용지원부장은 “부동산펀드는 기본적으로 폐쇄형이라 환매청구를 할 수 없는 데다 만기까지 기간이 길므로 투자금이 오랫동안 묶일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스기사] 부동산 간접 투자 활성화 나선 정부 - 시중 유동자금 부동산리츠로 유도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홍준표 "기업 살아야 한국이 산다...투자하는 기업엔 얼마든지 특혜를 줘도 상관 없어"
2미국투자이민 새 기준 국민이주㈜, VIP 미국영주권 세미나 개최…예비 신청자 기대감 모아
3컴투스 ‘스타시드’, 출시 하루만에 태국 구글 인기 게임 1위
4지씨셀 떠난 제임스 박 대표...롯데바이오로직스로
5S&P "내년 한국 기업 신용도 둔화 가능성 높아"
6자본시장법으로 '주주 충실 의무' 보장한다…정부안, 여당 협의 후 국회 제출 계획
7김준수 협박해 8억 갈취한 30대 여성 BJ, 끝내…
8'내가 고라니라니' 낚시하다 공기총 기습 '탕탕'
9우리금융, 그룹 통합 슈퍼앱 ‘뉴 우리WON뱅킹’ 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