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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맥짚기] 보호무역 강화 악영향은 단기에 그칠 듯

[증시 맥짚기] 보호무역 강화 악영향은 단기에 그칠 듯

교역 둔화까지 1~2년 걸리고 파급 범위 넓지 않아…실적 대비 주가 높아 주도주 상승 탄력 둔화
트럼프 미 대통령은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지지층 결집을 위해 보호무역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이 수입 철강에 대해 25%, 알루미늄에는 10%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이 진행 중인 우리 입장에서 부담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미국의 보호무역 강화는 일찍부터 예견됐던 일이다. 트럼프가 대통령 후보일 때부터 미국 우선주의를 얘기해왔기 때문이다.

보호무역이 강화되면 주식시장이 어떻게 될까? 단기적인 악영향을 피할 수는 없다.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 우선 우리 경제의 대외 의존도가 너무 높다. 2016년 세계은행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 대비 무역 비중은 77.7%로 세계 평균(58.3%)보다 훨씬 높다. 대미 무역도 비슷하다. 미국은 중국에 이어 우리나라 제2의 무역국가이다. 우리 전체 수출과 수입에서 각각 13%와 11%를 차지하고 있다. 이 같은 수치는 지난 5년 간 한·미 FTA를 통해 수출과 수입 비중이 3% 가까이 늘어난 결과다. 상반기에 한·미 FTA 재협상이 끝날 경우 두 나라의 무역 비중이 더 늘어날 수 있다. 이렇게 대외 비중이 크기 때문에 보호무역이 강화될 경우 다른 나라보다 피해를 더 입을 수밖에 없다.

미국 정치 일정상 11월까지 보호무역 기조가 강화될 가능성이 큰 점도 신경이 쓰인다. 최근 보호무역 정책이 강화되고 있는 건 중간선거를 염두에 둔 트럼프 정부의 정치적 필요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취임 이래 50%를 넘은 적이 거의 없다. 11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다수당의 지위를 잃을 경우 트럼프의 정치적 입지가 지금보다 더 약해질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 감세안처럼 적극적인 경제 정책을 폈는데, 비슷한 이유가 보호무역에도 적용된다.
 국내총생산 대비 무역 비중 커서 단기 악재
단기적 영향이 끝나면 보호무역의 영향이 다시 줄어들 것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은 우리나라에 대한 보호무역 조치를 축소해왔다. 최근의 강성 이미지와 다른 모습이다. 2007년 450건에 달하던 보복조치가 작년에 50건 수준으로 줄어든 게 그 증거다. 트럼프가 당선된 2016년에도 150건을 넘지 않았다. 보호무역 조치의 내용도 달라졌다. 과거에는 세이프가드 등 직접적인 제재가 대부분이었던 반면 지금은 검역 강화나 기술장벽의 비중이 커졌다. 자유무역협정이 확대된 결과로 이런 큰 흐름은 갑자기 변하지 않는다.

우리 경제가 보호무역을 이겨낼 힘을 가지고 있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지난 30년 간 우리나라 수출입 동향을 보면, 미국의 무역 규제가 강해질 경우 미국 시장에서 우리 상품이 차지하는 점유율이 낮아지지만 글로벌 시장 전체의 점유율은 오히려 상승했다. 미국 시장에서 점유율이 낮아진 이상으로 다른 시장에서 늘었기 때문이다. 1994~2005년이 대표적이다. 보호무역 조치로 미국의 전체 수입에서 우리 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3.5%에서 2.5%로 낮아졌지만 세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반대로 2.5%에서 3.0%로 높아졌다.

미국의 보호무역 조치 강화는 주식시장에 본질적인 문제가 아니다. 미국의 보호무역 조치가 세계 교역 둔화로 이어지려면 최소 1~2년의 시간이 필요할 뿐 아니라 영향을 미치는 범위도 넓지 않다. 언론에서 보호무역을 걱정하는 기사가 넘쳐나도 실제 주가는 크게 움직이지 않는 이유다.

3월 들어 주가가 급변했다. 월 초를 바닥으로 주가가 빠르게 상승해 단기에 5% 넘게 올랐다. 급등락을 벗어나지 못하던 2월과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바닥을 확인했다는 안도감이 주가를 끌어올린 역할을 했다. 2350선에서 두 번이나 하락을 막아내자 이 선에 대해 신뢰가 생긴 것이다. 1분기 실적 전망이 시간이 갈수록 낮아지고, 나스닥을 제외한 선진국 주식시장, 특히 유럽 시장이 지지부진했지만 주가를 끌어내리지 못했다. 미국 금리 상승도 2.8%에서 멈춰 당분간 주식시장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 거란 기대가 작동했다.

다만, 주가가 올랐지만 2600선을 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번 상승은 천장이 어디인지 다시 한번 확인하는 정도로 끝나지 않을까 생각된다. 주가를 올릴 만한 결정적 요인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은 주가가 높아 평범한 경제지표와 기업 실적으로는 시장을 움직이기 힘든 상황이다.

종합주가지수가 오르면서 상승 종목이 바뀌었다. 한때 230만원을 밑돌았던 삼성전자 주가가 단기에 15% 이상 급등한 반면 바이오주는 하락했다. 바이오주도 몇 개 그룹으로 나뉘어졌는데, 셀트리온을 비롯해 현재 이익이 가시적으로 발행하고 있는 종목은 주가가 약한 반면, 대중성이 떨어지는 종목은 크게 상승했다. 주가가 오르면서 바이오 주식 안에서 손 바뀜이 진행되고 있는 건데 그다지 좋은 모습이 아니다.

반도체 주가 상승에는 해외 관련주의 강세가 역할을 했다. 미국 메모리반도체 회사 마이크론테크놀로지의 주가가 한 달 사이에 45% 가까이 급등해 국내 반도체 주식을 끌어올리는데 역할을 했다. 주가가 오르자 이익에 대한 기대도 높아졌다. 반도체 경기가 위축될 때 이익이 급감하던 과거와 달리 이번에는 경기 둔화에도 이익이 크게 줄지 않을 걸로 전망된다. 반도체 시장이 과점 형태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1분기 실적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슷한 14조4000억원의 영업이익이 예상된다.

반도체 주가 상승으로 바이오주가 타격을 입었다. 상승 종목이 줄어들면 줄어들수록 투자자들은 현재 오르고 있는 주식에 집착하게 된다. 이들을 유일한 투자 대안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2월까지는 그 대상이 바이오주였지만, 이번 상승을 계기로 반도체주로 바뀌었다. 문제는 반도체 역시 3월 초와 같은 힘을 발휘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3월 초 2370선에서 주가가 오른 부분 중 60% 가까이는 반도체 양사 덕분이었다. 몇 달 동안의 주가 하락으로 가격이 낮아진 상태에서 해외의 관련 주식이 올랐기 때문인데, 주가가 높아지면서 그 힘이 점차 약해지고 있다.
 조선업종 투자 유망
바이오는 이들을 대체할 수 있는 종목이 나오느냐에 따라 주가가 결정될 것이다. 4차 산업혁명 등 중소형주에서 대체 종목이 나올 경우 바이오의 조정이 상당 기간 계속될 수 있다. 바이오가 차지하고 있던 성장성 부분이 다른 종목으로 넘어가기 때문이다. 반면 대형주가 대체 종목이 될 경우 바이오의 조정은 짧게 끝날 것이다. 대형주 상승이 오래 계속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대체 종목이 중간에 끊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상의 조건이 만들어진다 해도 당분간 바이오 주가는 2월에 기록했던 고점을 넘지 못할 걸로 전망된다. 현재 주가가 성장성만으로 꾸려나가기 힘들 정도로 높아서다.

올해는 작년보다 이익 증가율이 높지 않을 걸로 전망된다. 따라서 성장성에 대한 집착이 더 심해져 종목 간 차별화가 두드러지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이익 증가율이 높을 걸로 생각되는 기업을 중심으로 초과 수익을 얻는 전략을 구사하는 게 필요하다. 작년에 이익 증가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던 산업은 은행과 반도체였다. 은행은 2011~2015년까지 진행된 구조조정 효과와 금리 상승으로 예대 마진이 늘어나 부분이, 반도체는 가격 상승이 이익 증가율을 높이는 주역이었다. 올해 두 업종의 이익 증가율은 작년에 비해 현저히 낮을 것이다. 비교 점이 높아졌기 때문인데, 조선업종이 이들을 대신할 걸로 전망된다. 주식시장이 안정 국면에 들어가려면 큰 부침을 겪어야 한다. 2월 급변동이 그 부침이었다. 이 과정을 거쳐 시장이 안정을 찾으면 상반기 중에는 그 상태가 유지될 걸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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