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발전으로 은하계의 다른 지적 생명체를 발견하는 것은 시간 문제일 뿐이라지만 지구인이 만들어내는 전파 소음이 탐색 방해해 사진:ART BY THE VOORHES하와이 마우이섬 할레아칼라 화산 위에 세계 최대의 디지털 망원경이 설치돼 있다. 여기서 매일 밤 우주 광선의 입자를 포착한다. 주 목적은 우주를 떠돌아다니는 소행성을 찾는 것이다. 그런데 지난해 10월 어느날 밤 뭔가 희한한 것이 잡혔다. 우주를 쏜살처럼 돌아다니는 미확인 비행물체였다. 하와이대학의 천문학자들은 그 물체가 태양계 외부에서 온 듯하다고 판단했다.
그들은 그 물체를 처음엔 혜성으로, 그 다음은 소행성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한 달이 채 못 가 그것이 과학계에 알려진 소행성과도 다르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특히 가늘고 길게 생겨 마치 시가(여송연)처럼 보였다. 천문학자들은 그 물체에 ‘오우무아무아(oumuamua)’라는 이름을 붙였다. 하와이 원주민 말로 ‘먼 과거에서 온 메신저’라는 뜻이다.
거기서 수천㎞ 떨어진 곳에 있던 하버드대학 천문학자 아비 로브는 이 신비스런 물체를 보며 흥미로운 가설을 떠올렸다. 오우무아무아는 외계인의 우주선이며, 우주를 정찰한 결과를 그 주인들에게 송신한다는 것이었다. 터무니없다고 말할지 모른다. 하지만 로브는 ‘우주선을 타고 다니는 작은 녹색 외계인’을 찾는 괴짜가 아니다. 그와 동료들은 엄격한 과학적 기준으로 우리가 가진 가장 큰 의문 중 하나를 풀기 위해 노력하는 일류 과학자다. ‘우주에 지구인 외 다른 생명체가 있을까?’의 답을 찾는 작업이다.
지구인은 오랫동안 외계인의 방문 가능성에 매료됐다. 2001년의 갤럽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33%는 외계인이 지구를 방문했다고 믿었다. 그러나 미국 정부 안팍의 과학자들은 그런 주장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 1947년 뉴멕시코 주 로즈웰에서 기상관측기구가 추락한 사건부터 영국의 크롭 서클(crop circles, 곡물이 일정한 방향으로 눕혀져 위에서 보면 전체적으로 어떤 문양이 만들어진 형태)까지 그들은 그런 ‘가짜’ 주장의 진실을 밝히는 일에만 참여했다.
과학자들은 외계인의 지구 착륙(실제로 그런 적이 없다)과 미래 외계인과의 접촉 가능성(실제로 일어날 수 있다) 사이의 차이를 대다수 사람들이 알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캘리포니아대학버클리 캠퍼스(UC 버클리) 천문학자 댄 워시머 박사는 “사람들은 늘 우리에게 UFO 질문을 한다”고 말했다. 그런 사람들은 외계 생명체 탐색 프로젝트를 두고 “ET가 지구에 착륙해서 그들의 비밀을 일부 군사 시설에 숨겨놨는데 왜 과학자들은 ET가 실제로 있는지 확인하려고 애쓰는지 모르겠다”고 말한다고 그는 지적했다.
물론 UFO 목격 주장이 짓궂은 장난이거나 음모론자들이 꾸며낸 이야기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지구인처럼 똑똑하고 기술적으로 발전한 외계의 지적 생명체를 찾는 일은 과학의 정당한 한 분야다. 이제 수억 달러의 연구 자금이 확보되고 우주의 더 깊숙한 곳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초강력 망원경이 개발되면서 과학자들은 지구 외 다른 행성의 생명체를 찾는 작업에 박차를 가한다.
전문가들은 외계의 지적 생명체가 지구인과 접촉할 수 있는 방법을 둘러싸고 논란을 벌인다. 그러나 SETI(Search for Extra-Terrestrial Intelligence)로 알려진 외계 지적 생명체 탐사 프로젝트는 외계인이 실제로 존재하며, 그들이 지구인과 대화하기를 원한다면 지금 우리가 통신에 사용하는 것과 같은 기술을 사용할 수 있다는 가정을 바탕으로 한다. 무선 신호(전파)와 빛의 번쩍임 등을 말한다.
그러나 그런 추정은 SETI의 핵심적인 아이러니를 잘 드러낸다. 외계인을 찾을 수 있는 기술이 더욱 발전하고 과학자들이 우주에 지구인 외 다른 지적 존재가 있다고 확신해가는 상황에서 우리 지구인이 그런 기술을 사용하면서 더 많은 소음을 만들어낸다는 사실이다. 그런 현실이 혹시 올지 모르는 외계인 신호를 탐지하는 지구인의 능력을 약화시킨다. 주변이 조용해야 신호를 잘 포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SETI 과학자들은 우리가 너무 많은 소음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ET가 우리에게 전화를 걸어와도 우리가 받지 못할 것”이라고 비유적으로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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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홀의 윙윙거리는 소리
그린뱅크 망원경(위)은 외계의 지적 생명체가 보내는 신호를 찾을 수 있는 장비다. 천문학자들은 하아이 할레아칼라 관측소(아래)에서 발견된 성간 소행성 ‘오우무아무아’(오른쪽)가 외계 지적 생명체의 메시지를 갖고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 사진:WIKIPEDIA, ESO, SETI, WIKIMEDIA COMMONS1938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물리학자 엔리코 페르미는 1950년 과학자들과 식사하던 중 우연히 외계인에 관한 얘기를 하게 됐다. 그 자리에서 그는 우주의 크기를 고려해 방정식을 계산한 결과 무려 100만 개의 문명이 우주에 존재해야 마땅하다는 가설을 도출했다.
그처럼 수많은 외계 문명이 존재한다면 왜 지금까지 한 번도 지구인 앞에 외계인이 나타나지 않았을까? 페르미는 “도대체 그들이 어디 있는 거지?”라고 물었다. 이것이 그 유명한 ‘페르미 역설’이다. SETI 과학자들도 바로 그 의문의 답을 찾으려 한다. 지적인 생명체가 우주의 다른 곳에도 존재한다면 우리는 왜 아직도 그들을 발견하지 못했을까? 전문가들은 우주가 약 140억 년 전에 만들어졌다고 추정한다. 그렇다면 우리 외에 다른 문명이 있다고 충분히 생각할 수 있다.
그 답을 찾으려는 노력의 발목을 잡는 한 가지 문제가 돈이었다. 외계인을 찾는 작업은 비용이 아주 많이 드는 일이다. 미국 정부와 사립대학 대다수는 그 답을 찾는 데 필요한 연구에 재정 지원을 꺼렸다. 최초의 공식 SETI 컨퍼런스는 1961년 웨스트버지니아 주 그린뱅크에서 열렸다. 소련 우주인 유리 가가린이 세계 최초로 우주를 여행한 지 몇 달 뒤였다.
그 후 1980년대 들어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외계의 지적 생명체를 찾는 연구에 연간 200만 달러를 투자했다. 1990년 미국 의회는 SETI를 위한 신기술 개발에 1억 달러의 예산을 승인했다. 그 분야의 재정 지원으로선 상당한 규모였다. 그러나 바로 몇 년 뒤 NASA는 그 프로그램을 취소했다. 리처드 브라이언 민주당 상원의원(네바다 주)은 “단 한 명의 화성인도 우리를 찾아와서 ‘당신네 지도자에게 안내해달라’고 부탁하지 않았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연방항공국(FAA)에 운항 승인을 신청한 비행접시도 전혀 없다.” 그 이래 NASA는 SETI 연구에 자금을 지원을 중단했다. 그런 결정으로 외계인은 천문학의 변방으로 밀려났다.
그러던 중 2015년 SETI는 마침내 필요한 자금을 확보했다. 영화 ‘컨택트’를 떠올리게 하는 대반전이었다. 영화에서 SETI 연구자들은 정부 당국과 갈등을 빚다가 수수께끼의 억만장자로부터 도움을 받는다.
현실에서 SETI의 구원 투수로 나선 부유한 후원자는 수수께끼의 인물이 아니다. 러시아 출신 물리학자이자 벤처투자자로 잘 알려진 유리 밀너다. 그는 “난 유리 가가린이 인류 최초로 우주비행에 성공한 1961년에 태어났고 어릴 때부터 우주에 관심이 많았으며 어머니도 내 이름을 가가린의 이름을 따 유리로 지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능을 가진 지구인의 존재를 우주의 심대한 행운으로 생각하고 그와 비슷한 존재를 다른 곳에서 찾는 것이 ‘은하계에 존재하는 우리의 책임’이라고 믿는다. 또 그런 발견이 지구인에게 미치는 영향에 관해서도 지극히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외계에 지적 생명체가 확실히 있다고 생각하면 우리 지구인 모두가 하나라고 느낄 수 있다. 그런 순간은 아주 드물다. 대부분 우리 지구인은 늘 분열돼 있다.”
그래서 밀너는 외계의 지적 생명체 탐색에 필요한 자금을 대기로 결심했다. 그는 ‘브레이크스루 리슨(Breakthrough Listen)’이라는 새로운 SETI 프로젝트에 앞으로 10년 동안 1억 달러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향후 10년 안에 외계의 지적 생명체를 찾을 가능성은 아주 작다. 하지만 잠재적인 발견의 중요성이 너무 커 작은 가능성이라도 노력할 가치가 충분하다.”
밀너가 기부하는 자금의 약 3분의 1은 UC 버클리의 SETI 프로그램에 사용된다. 현재 SETI를 이끄는 앤드루 시미언 박사는 9·11 테러 사태로 충격 받은 뒤 의미 있는 일을 찾다가 우연히 이 분야에 발을 들여놓았다. 그 이래 그는 기술적으로 진보한 외계 생명체의 존재에 의해서만 설명될 수 있는 신호라면 무엇이든 찾는 작업에 전념했다. “우주의 가장 흥미로운 속성은 그 속에 지적인 생명체가 존재한다는 사실”이라고 그는 말했다. 그는 지구 밖에서 그런 생명체가 존재한다면 반드시 찾겠다고 결심했다. “외계 지적 생명체가 존재하느냐는 것은 과학자로서 우리가 물을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질문이다.”
밀너의 자금은 시미언 박사가 그 문제의 답을 찾는 데 필요한 기술적 역량을 크게 개선해준다. 그의 재정 지원으로 시미언 박사와 동료들은 지구에서 가장 강력한 망원경을 사용해 우주를 꿰뚫어 볼 수 있는 능력과 시간을 얻게 됐다. 시미언 박사는 “그로 인해 우리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런 장비의 대부분은 전파 망원경이다. 이 망원경은 우주의 먼 곳에서 발하는 희미한 전파 신호를 포착할 수 있는 극히 민감한 초대형 접시 안테나가 주를 이룬다. 전파는 빛 스펙트럼의 일부다. 외계인이 지구인과 접촉하기 위해 사용할 가능성이 가장 큰 기술이라고 천문학자들이 믿는 것이 전파다.
외계인의 신호를 찾는 과학자들이 전파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인간이 전파 사용을 매우 좋아하기 때문이다. 전파는 먼 거리를 이동할 수 있어 우리가 자동차를 운전하면서 토크쇼를 들을 수 있도록 해준다. 또 수 광년을 이동할 수 있고 많은 정보를 운반할 수도 있다. 그래서 TV 방송, 휴대전화 신호, GPS 위치 데이터 송신에 사용된다. 전파의 용도가 그처럼 다양하기 때문에 SETI 과학자들은 우리의 은하계 이웃들도 우리에게 연락할 때는 전파를 사용할 수 있다고 믿는다.
과학자들은 파장이 얼마나 자주 최고조에 달하는지에 따라 전파를 분류한다. 그것이 주파수다. 주기가 잦을수록 주파수가 높다. 과학자들은 지구 밖에서 오는 전파의 경우 1~10㎓(기가헤르츠)의 주파수에 맞춘다. 캘리포니아 주 마운틴뷰에 있는 SETI 연구소를 이끄는 질 타터 소장은 “우리 대기가 매우 투명하고 은하계의 조용한 주파수 범위가 그렇다”고 설명했다. 그 아래 주파수로 내려가면 행성의 방사선과 멀리 있는 블랙홀의 윙윙거리는 소리 등 은하계 나머지 부분에서 비롯되는 소음이 너무 많이 잡힌다. 또 대기는 약 10㎓ 이상 되는 주파수를 차단한다. 그러나 1~10㎓라는 조용한 대역폭엔 외계인이 사용할 수 있는 주파수 또는 채널이 90억 개나 있다.
1960년대 초 외계 지적 생명체를 찾기 시작했을 때 과학자들은 한 번에 한 채널만 들을 수 있었다. 지금은 수천만 또는 수억 개의 채널을 동시에 들을 수 있다. 이처럼 역량이 커지면서 외계인의 메시지가 도착할 경우 포착할 수 있는 확률이 높아졌다. 그러나 불필요한 신호도 많이 잡힌다. SETI 연구소의 선임연구원 세스 쇼스택은 “매 10초마다 신호가 잡힌다”고 말했다. “그 모든 신호를 전부 다 조사해야 한다면 미쳐버릴 것이다.”
SETI의 새로운 시대는 외계의 지적 생명체 조사를 급속히 확장시키고 있다. 밀너의 자금으로 시미언 박사는 미국 웨스트버지니아 주부터 중국까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전파 망원경에서 관측 시간을 충분히 구입할 수 있다. 과학자들은 더 많은 행성을 조사하고, 더 약한 신호를 수집하며, 하늘의 새로운 구역을 감청할 수 있다. 거의 조사되지 않은 남반구(은하수의 복잡한 중심부로 들어가는 관문)가 그 구역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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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 신호 탐색의 최대 적은 전파 소음
중국의 직경 500m짜리 망원경(왼쪽 위)과 칠레 파라날 관측소의 대형 망원경(오른쪽 위)은 SETI 프로젝트에 사용되는 강력한 장비다. / 사진:YOUTUBE, XINHUA-NEWSIS, AP-NEWSIS, TWITTER 재정 지원은 탐색 구역을 확장할 뿐 아니라 불필요한 정보를 걸러내는 데도 사용된다. 우리에겐 ‘은하계에서 통용되는 발신자 ID’가 없다. 따라서 그럴 듯한 신호가 잡혔을 때 그것이 외계의 존재로부터 나오는 것인지 확인하는 여러 테스트를 거쳐야 한다. 지금까지 단 하나의 신호도 그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다.
그러나 타터 소장이 지적했듯이 우리가 아직 외계인의 신호를 받지 못했다고 해서 우주에 지적 생명체가 인간뿐이라고 결론짓는 것은 바닷물을 한 컵만 떠서 살펴본 뒤 바다에 물고기가 없다고 판단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페르미를 비롯한 과학자들은 새로운 생명체를 찾으려면 약 100만 개의 항성계를 샅샅히 뒤져야 한다고 계산했다. 쇼스택 연구원은 “지금까지 우린 겨우 몇 천 개밖에 조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1998년부터 호주 뉴사우스웨일스 주의 파크스 전파 망원경에 잡힌 하나의 미확인 전파가 천문학자들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그 전파가 상당히 가까운 곳에서 나오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게 무슨 신호인지는 도무지 알 수 없었다. 그러다가 17년의 연구 끝에 드디어 그 출처가 밝혀졌다. 관측소 직원이 냉동 음식을 해동하다가 조급증을 이기지 못하고 아직 돌아가고 있는 전자레인지를 열면서 발생한 전파였다.
SETI 과학자들은 외계인이 지구인과 비슷한 기술을 사용할 수 있다고 믿지만 그 가정은 그들의 연구에 근본적이며 어쩌면 극복할 수 없는 도전을 제기한다. 인간이 내는 소리가 그 작업을 너무나 어렵게 만든다는 사실이다. 휴대전화와 와이파이, GPS가 전부 전파에 의존한다. 그 전파는 과학자들이 ET의 신호를 듣기 위해 사용하는 것과 같은 채널을 사용한다.
또 우리가 사용하는 디지털 기기가 외계보다 망원경에 훨씬 가깝기 때문에 거기서 나오는 신호가 훨씬 강하게 잡힐 수밖에 없다. 워시머 박사는 “만약 ET가 휴대전화 대역폭으로 신호를 보낸다면 우린 그 신호를 포착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우리가 이모티콘을 보낼 때마다 의도치 않게 SETI 연구를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 지구인의 신호에서 외계인의 신호를 분리해내는 것이 외계의 지적 생명체 탐색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라고 시미언 박사가 말했다.
세계 각국의 규제가 그런 간섭을 줄일 수 있다. 남아공은 현재 대규모 전파 안테나를 구축하는 중이다. 또 SETI 연구의 방해 요인을 줄이기 위해 TV와 전화 서비스를 무전파 기술로 바꾸려 한다. 미국 웨스트버지니아 주에선 그린뱅크 망원경을 소음으로부터 막아주기 위해 ‘정숙 지대’가 설정됐다. 그곳 직원들은 이웃 주민의 전파 간섭이 적도록 친절히 도와준다. 그들은 때때로 전파 안테나를 갖춘 밴을 끌고 다니며 전파 소음의 출처를 추적한다.
그러나 그런 조치가 충분치는 않다. 천문학자들은 주민이 아주 적은 곳에 망원경을 설치하려 하지만 그게 쉬운 일이 아니다. 예를 들어 호주 파크스 전파 망원경은 인구가 적은 오지에 있어 외계의 신호를 포착하기에 용이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곳에선 가축의 방해를 받기가 더 쉽다. 목장의 전기 울타리에서 발산되는 전파가 휴대전화보다 SETI의 작업을 더 많이 방해한다. 호주 스윈번공과대학의 천문학자 매튜 베일스는 “파크스 전파 망원경 주변에선 다른 것보다 소떼가 더 많은 문제를 일으킨다”고 설명했다. 우리가 하는 거의 모든 활동이 전파를 생성한다. 그 신호를 없앤다는 것은 사실상 현대 생활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
그러나 지상이 조용하다고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하늘에서 전파 방해가 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궤도를 도는 위성이 계속 늘어나면서 거기서 발하는 신호가 전파 망원경에 포착된다. 이런 간섭을 배제하는 데만 SETI 연구소의 컴퓨터 역량 중 약 절반이 소모된다고 타터 소장이 설명했다. 우리 전화기 배터리의 절반이 내게 필요 없는 이웃의 통화나 문자 메시지를 걸러내는 데 사용된다고 생각해보라.
구름이나 우주 먼지, 또는 소멸하는 항성 등 자연 현상을 연구하는 천문학자들은 인공적으로 보이는 것을 전부 다 무시할 수 있다. 그러나 외계의 지적 생명체를 찾는 과학자들은 그럴 수 없다. 시미언 박사는 “연구에 간섭이 되는 소음을 찾아내는 게 우리의 주된 일”이라고 말했다. 냉동 음식을 전자레인지에 넣고 해동하다가 끝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성급하게 그 문을 여는 것이 외계 문명을 발견할 기회를 망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외계의 지적 생명체를 찾는 데 전파 천문학이 최고라는 가정을 모두가 믿진 않는다. UC 샌디에이고의 천체물리학자 셸리 라이트 교수가 그중 한 명이다. 라이트 교수는 외계 문명이 어떤 기술을 가졌는지, 어떤 수단을 사용해 우리에게 안부를 전할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외계인이 반드시 전파를 사용한다고 생각할 이유가 없다. 레이저나 우리가 아직 모르는 다른 수단을 사용할 수도 있다.”
SF 소설과 영화도 그 문제를 다뤘다. 1998년 발표된 테드 창의 소설 ‘네 인생의 이야기(Story of Your Life, 영화 ‘컨택트’의 바탕이 됐다)’에서 언어학 전문가가 외계인 언어를 이해하지 못해 고민한다. 1966년 나온 새뮤얼 R. 딜레이니의 공상과학 소설 ‘바벨-17(Babel-17)’에선 다른 은하계에서 온 메시지를 특정 시인만이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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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인 사진사의 카메라 플래시
카시니 우주탐사선은 토성의 위성 엔셀라두스(왼쪽 위)에 미생물이 존재할 가능성을 보여주는 현상을 발견했다. 일본 케코-LFEX가 사용하는 것(오른쪽 위)과 비슷한 레이저는 전파 천문학이 부닥치는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다. / 사진:NASA, DR. YUKI ABE/GEKKO-LFEX SYSTEM, YOUTUBE, NASA외계인이 우리에게 어떻게 말을 걸어 올지에 관한 우리의 잘못된 가정으로 그들의 신호를 찾는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 우리는 전파가 통신의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라이트 교수에 따르면 전파가 인간이 발명한 최초의 통신 기술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론상이지만 우리의 가장 강력한 기술을 사용한다면 인터넷에 담긴 모든 콘텐트를 하나의 메시지로 만들어 수만 광년 떨어진 곳으로 레이저빔을 통해 보낼 수 있다고 라이트 교수는 설명했다. 외계 문명이 있다면 그들도 그렇게 할 수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라이트 교수를 비롯한 일부 전문가는 새로운 분야의 천문학을 개척한다. ‘광학 SETI’로 불리는 이 분야는 전파 천문학과는 다른 빛 스펙트럼 대역폭에 초점을 맞춘다. 우리 눈이 받아들이는 것과 같은 파장과 그보다 약간 더 긴 적외선 주파수를 사용한다.
그 역시 외계인이 사용할 수 있다고 추정되는 기술이다. 인간이 그 위력을 잘 알기 때문이다. 라이트 교수는 캘리포니아 주에서 대형 축구공 같은 측면을 가진 관측소 두 개를 짓는 광학 SETI 프로젝트를 이끈다. 라이트 교수는 그 시설을 올해 안에 가동해 앞으로 6년 내 하늘 전체를 관측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비유하자면 외계인 사진사의 초강력 카메라 플래시처럼 밝은 빛의 파열을 찾는 것이 목적이다.
그러나 광학 SETI도 전파 천문학과 마찬가지로 허점이 있다. 빛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어둡고 맑은 하늘에서만 작동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지나치게 민감할 수도 있다. 라이크 교수와 협업하는 하버드대학 물리학자 폴 호로위츠 교수는 “광학 망원경은 정말 섬세하다”고 말했다.
오판을 줄이는 방법은 광학 망원경 한 대 이상을 동시에 사용하는 것이다. 호로위츠 교수는 “한밤중에 아주 드물게 살짝 나타나는 빛 신호를 찾으려면 여러 개의 관측소를 동시에 가동해야 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 보면 외계인이 그런 기술을 초월해 진화했거나 아예 그런 기술을 모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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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종이에 하얀 소금 뿌린 듯
2009년 4월 8일 NASA의 위성 기반 케플러 망원경이 최초의 이미지를 전송했다. 과학자들은 그 망원경으로 은하수를 가로지르는 백조자리의 날개 아래 부분을 세세히 살폈다. 지구와 비슷한 행성을 찾는 것이 목표였다.
케플러 프로젝트에서 일하던 천체물리학자 나탈리 바탈라 박사는 노던 캘리포니아의 NASA 에임스 연구센터에서 밤에 혼자 그 첫 이미지가 컴퓨터 모니터에 수신되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지켜봤다. 바탈라 박사는 그 장면을 두고 ‘거품으로 서서히 채워지는 샴페인 잔’으로 묘사했다. 이미지 전송이 끝나자 바탈라 박사는 케플러 망원경이 우리가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우주의 새로운 광경을 보여준다는 사실을 즉시 알아챘다. 그녀는 아직도 그 이미지에 감탄하며 “검은 종이 위에 소금 한 주먹을 뿌린 것처럼 수많은 별이 반짝거렸다”고 돌이켰다.
그 이래 케플러를 비롯한 우주 망원경 프로젝트는 우주에 관한 새로운 진실을 밝혀냈다. 행성이 우리의 예상보다 훨씬 많다는 사실이다. 매주 또는 한 주 걸러 한 번씩 새로운 행성이 발견되고 있다. 현재까지 발견된 행성이 4000개에 육박한다. 그에 따라 지적 생명체를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이 더 커졌다. 바탈라 박사는 “빛으로 이뤄진 모든 점이 행성이라는 사실을 깨달으면 은하계가 이전과 달리 보인다”고 말했다. “그런 은하계를 더 깊이 조사해보지 않는 것은 너무나 어리석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발견은 외계의 지적 생명체를 찾을 확률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SETI를 창설한 천문학자 프랭크 드레이크 박사는 인간처럼 과학이 발달해 통신이 가능한 외계 지적 문명의 수를 구하기 위한 수학 방정식을 만들었다. 은하계 안에서 1년 동안 탄생하는 항성의 수, 이들 항성이 행성을 갖고 있을 확률, 항성에 소속된 행성 중에서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행성의 수, 조건을 갖춘 행성에서 실제로 생명체가 탄생할 확률, 탄생한 생명체가 지적 문명체로 진화할 확률 등의 변수를 감안한 계산법이다.
이런 요소의 값이 높아질수록 ET를 발견할 가능성도 커진다. 다른 변수가 일정하게 유지된다고 해도 우리가 발견하는 행성의 수가 늘어나면 방정식의 결과가 크게 달라진다. 그렇다면 외계의 지적 생명체를 발견하는 것은 이제 가능성의 문제가 아니라 시간의 문제일지 모른다.
지금도 우리는 계속 기다리는 중이다. 1977년 72초짜리 신호가 SETI에 포착되면서 외계인이 지구와 접촉하기 위해 보낸 신호일 수 있다고 흥분했지만 다른 진전이 없었다(외계의 지적 생명체가 보낸 것이라면 그 후에 유사한 신호가 반복적으로 왔어야 하지만 그 뒤로는 신호가 잡히지 않았다). 현재 천문학자들은 그 신호가 혜성에서 발하는 가스로 생긴 소음이라고 추정한다. 물리학자 게리 하프는 SETI 연구소에서 외계인을 탐색한 지난 16년 동안 유망해 보이는 신호 하나를 포착했지만 그 역시 위성에 나온 소음으로 판명났다고 말했다.
그와 마찬가지로 그린뱅크 망원경에도 오우무아무아에서 나오는 외계인 메시지의 흔적이 아직까지 포착되지 않았다. 그 조사를 이끈 하버드대학 천문학자인 로브는 망원경이 명멸하는 신호를 놓쳤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로브가 이끄는 팀은 신호가 잡히지 않는 적막함에도 조바심을 내지 않고 기다린다. 외계인의 신호를 듣느라 평생을 바친 많은 사람들처럼 그들은 전파의 침묵에 익숙하다.
- 메간 바텔스 뉴스위크 기자
※ [취재 협력: 제시카 웨프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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