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드라마 ‘스타트렉’ ‘심슨네 가족들’부터 핑크 플로이드의 팝송까지 등장해스티븐 호킹 박사는 과학 실험실과 상아탑에서만 잘 알려진 게 아니었다. 전 세계의 어린이들, 운동선수들, 자녀를 양육하는 부모들이 호킹 박사의 팬이었다. 저명 과학자로서 만이 아니라 엔터테인먼트 세계에서도 사랑 받았던 그는 휠체어와 음성합성 장치로 누구나 바로 알아볼 수 있었기 때문에 영화나 애니메이션에서 카메오(특별 게스트)의 단골 후보였다.

대중문화에 등장한 호킹 박사의 명장면을 소개한다. 호킹 박사는 ‘스타트렉: 넥스트제너레이션’ 시즌6의 ‘하강’ 에피소드에서 첫 TV 카메오로 출연했다. 안드로이드 로봇 데이터(브렌트 스피너)가 처음으로 인간의 감정을 느끼는 이 에피소드에서 데이터가 뉴턴, 아인슈타인, 호킹 등 위대한 과학자들과 포커를 치는 장면이 나온다. 바로 여기에 호킹이 직접 출연했다. ‘스타트렉’의 커크 선장 역으로 유명한 배우 윌리엄 섀트너에 따르면 호킹 박사는 오랜 ‘스타트렉’ 팬으로 에피소드를 찍기 전에 세트를 돌아보면서 극중에서 우주선의 초광속 비행에 사용되는 워프 엔진 곁에서 이렇게 농담했다. “내가 지금 이 엔진을 개발하고 있는데 말이야.”

‘스타트렉’ 데뷔 후 얼마 안 가 호킹은 록음악계에도 입문했다. 그는 1994년 초 브리티시텔레콤(BT) 광고에서 “인류의 가장 위대한 업적은 대화로 인해 일어났고, 최대 실패는 대화하지 않음으로써 일어났다”고 말했는데, 록밴드 핑크 플로이드는 이에 영감을 받아 ‘Keep Talking’이라는 곡을 만들었다(기타리스트 데이비드 길머는 그 광고에 나오는 호킹 박사의 전자 목소리를 따서 곡에 포함시켰다). 핑크 플로이드는 2014년 발표한 앨범에도 호킹 박사의 내레이션을 담은 ‘Talkin’ Hawkin’이라는 곡을 수록했다. 길머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호킹 박사의 광고를 보고 “울 뻔했다”며 “내가 본 TV 광고 중 가장 감동적이었다”고 말했다.

호킹 박사는 미국의 최장수 애니메이션 ‘심슨네 가족들’에 4차례 나왔다(마지막이 2010년의 ‘초등학교 뮤지컬’ 에피소드였다). 그러나 가장 인상적인 것은 그가 그 시리즈에 처음 출연한 시즌10의 ‘그들이 리자의 뇌를 구했다’ 에피소드였다. 거기서 만화 캐릭터로서의 호킹 박사가 주인공 호머 심슨에게 “우주가 도넛처럼 생겼다는 당신 이론은 매우 흥미롭다. 내가 그걸 훔쳐야겠다”고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진짜 호킹 박사의 목소리를 사용했다.

‘심슨네 가족들’을 만든 맷 그레이닝은 호킹 박사와 함께 일하기를 즐긴 듯하다. 그는 또 다른 애니메이션 ‘퓨처라마’에도 호킹 박사에게 목소리를 기부해달라고 요청했다. 그 결과 호킹은 2000년의 ‘앤솔로지 오브 인트레스트 1’ 에피소드와 2011년의 ‘환생’ 에피소드에서 목소리로 출연했다. 그러나 그의 ‘퓨처라마’ 카메오 중 최고는 TV가 아니라 DVD용으로 제작된 2008년 작품 ‘퓨처라마: 더 비스트 위드 어 빌리언 백스(Futurama: The Beast with a Billion Backs)’ 출연이었다. 호킹 박사는 항아리에 들어 있는 자신의 머리로만 나오는데 목소리를 직접 녹음했다(눈으로 레이저도 쏜다). 지난해 나온 비디오게임 ‘퓨처라마: 내일의 세계(Futurama: Worlds of Tomorrow)’에서도 같은 역할로 등장했다.

호킹 박사는 미국 CBS 방송의 인기 시트콤 ‘빅뱅이론’에 7차례 출연했다(목소리 연기 포함). 마지막이 지난해였다. 그러나 이 시트콤에서 그가 등장한 최고의 장면은 처음 출연한 2012년 에피소드 ‘호킹 자극’이었다. 셸던 쿠퍼(짐 파슨스)가 가장 존경하는 영웅 호킹 박사를 마침내 만나는 장면이다. 셸던이 감격해 기절하자 호킹 박사가 미소 짓는 장면이 압권이었다. 뛰어난 과학자도 파슨스의 매력엔 어쩔 수 없었던 듯.

- 애너 멘타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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