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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갑내기 아파트의 엇갈린 가격] 3.3㎡당 6700만원(신반포2차) vs 2400만원(청량리미주)

[동갑내기 아파트의 엇갈린 가격] 3.3㎡당 6700만원(신반포2차) vs 2400만원(청량리미주)

1977년 3.3㎡당 40만원대 분양…계획적 개발, 재건축 반사이익으로 격차 커져
1977년 9월 동시분양해 이듬해인 78년 7월과 9월 입주한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2차(왼쪽)와 동대문구 청량리동 청량리미주. 당초 분양가는 거의 차이나지 않았으나 40년이 지난 지금 시세는 2배 가까이로 벌어졌다.
40년. 사람으로 치면 세상사에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는 ‘불혹’(不惑)의 나이에 해당하는 세월이다. 1978년 이후 강산이 네 번 바뀌는 동안 서울 경제도 많이 변했다. 당시 250원이던 택시 기본요금이 현재 3000원으로 올랐다. 자장면값이 277원에서 5000원 선으로 뛰었다. 부동산 가격은 훨씬 더 많이 올랐다. 서울 땅값은 25배 정도 뛰었다. 당시 아파트는 귀한 집이었다. 1980년만 해도 서울 아파트가 지금(166만 가구)의 10분의 1 수준인 18만 가구에 불과했다. 전체 주택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9%였다. 현재는 58%다. 현재 지어진 지 40년이 된 아파트는 ‘초고령’급으로 드물다. 지난해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 166만 가구 중 3%인 5만4000여 가구다.

거의 같은 분양가에 같은 1978년 태어난 강남·북 아파트가 눈길을 끈다. 올해 개원 40년을 맞은 국토연구원이 찾아낸 ‘동갑내기’들이다. 이 아파트들은 서울 집값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서울 서초구 잠원동 한강변의 신반포2차와 동대문구 청량리동 터줏대감인 청량리미주다. 변세일 국토연구원 부동산시장연구센터장은 “두 단지의 과거를 돌아보면 현재 주택시장의 문제가 어떻게 쌓여왔는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신반포2차는 1978년 7월, 청량리미주는 그로부터 두 달 후인 9월 준공했다. 신반포2차는 한신공영이 지은 최고 12층의 68~150㎡(이하 전용면적) 1572가구다. 한신공영이 반포 일대에 20여 개 민간 단지를 시리즈로 지었다. 청량리미주는 86~170㎡ 1089가구(최고 15층)로 라이프주택이 시공사였다.
 1977년 동시분양 … 강남이 다소 저렴
두 단지는 직전 해인 1977년 9월 동시분양했다. 청약접수 결과는 신반포2차의 경쟁률이 4.6대 1로 청량리미주(2.7대 1)보다 높았다. 분양가는 3.3㎡당 40만원대였으나 청량리미주(평균 45만8000원)가 좀 더 비쌌다. 신반포2차는 평균 43만1000원이었다. 당시 반포 일대가 매립지로 개발돼 땅값이 저렴했다. 현재 두 단지 몸값은 3.3㎡당 신반포2차가 6700만원, 청량리미주 2400만원이다. 비슷한 분양가에서 출발해 40년 새 3배 수준으로 벌어졌다. 두 단지에서 크기가 비슷한 신반포2차 92㎡(옛 30평형)와 청량리미주 101㎡(옛 33평형)의 시세 추이를 보자. 과거 시세를 파악하기 어려워 공시가격(2005년 이전엔 기준시가)을 조사했다. 공시가격이 시세보다 낮게 평가되지만 가격 수준을 비교하기에는 적합하다. 두 단지의 공시가격을 모두 알 수 있는 가장 오래된 때가 1988년 9월 21일 기준이다. 입주한 지 10년 후다. 신반포2차 5320만원, 청량리미주 5000만원으로 신반포2차가 근소하게 역전했다. 1980년대 붐이 절정이었던 강남 개발 효과 때문이다. 그때 공시가격을 시세의 60%로 보면 신빈포2차는 9000만원, 청량리미주는 8300만원 선으로 둘 다 10년 새 5배 넘게 급등했다. 1980년대는 경제 호황 등으로 부동산 가격이 치솟던 시기였다. 1979~88년 10년 간 소비자물가가 143% 올랐다. 이 기간 서울 땅값은 8.5배 상승했다. 1984년 한 해 상승률이 57.7%에 달했다.
 가격차 1.7배까지 확대
공시가격 격차가 1990년대 좀 더 벌어지긴 했지만 20~30% 이내였다. 그러다 2000년부터 크게 벌어졌다. 2001년 50%까지 차이 났고 2003년부터는 신반포2차가 청량리미주의 2배를 넘기 시작했다. 1990년대 말부터 불기 시작해 2000년대 들어 거세진 강남권 재건축 바람 때문이다. 당시 준공 20년이 지나면 재건축을 할 수 있었다. 1970년대 말과 80년대 초반 지어진 강남권 아파트들에 재건축 기대감이 컸다. 신반포2차도 2003년 재건축 추진위를 구성했다. 2007년 1.4배까지 벌어진 신반포2차와 청량리미주 격차는 그 후 좁혀져 2009년 0.8배로 줄었다. 2007년부터 강남권 아파트값이 약세로 돌아서고 강북 아파트값이 뛰면서다. 2010년대 초반 서울 주택시장 침체기에는 가격 차가 1배 정도를 유지했다. 그러다 2014년 하반기 서울 집값이 다시 오르기 시작하면서 가격 차가 커졌다. 강남권이 훨씬 많이 오르면서 올해 공시가격은 1.78배까지 격차가 생겼다. 최근 들어선 동대문구가 지난 8월 투기지역에 지정될 정도로 가격이 많이 오르면서 시세 기준으로 격차가 1.5배 정도로 다시 조금 좁혀졌다. 현재 시세는 신반포2차 21억원 선, 청량리 미주 8억6000만원 선이다. 각각 166배, 61배 올랐다.

땅값 변화도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확인 가능한 가장 오래된 공시지가가 1992년 분이다. 3.3㎡당 신반포2차가 664만원으로 청량리미주(429만원)의 1.5배였다. 올해 공시지가는 각각 3914만원과 1206만원이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계획적인 개발 덕에 뛰어난 입지여건을 갖춘 강남에 재건축 개발이익까지 더해져 강남·북 격차가 벌어졌다”고 말했다.

두 단지는 모두 재건축과 인연이 깊지 않았다. 신반포2차는 2003년 추진위 구성만 한 상태에서 그 뒤 조합 내분 등으로 사업이 지지부진했다. 그사이 단지 규모가 더 작은 신반포1차는 2016년 재건축을 끝내고 현재 국내 최고가 아파트(아크로리버파크)로 자리 잡았다. 청량리미주는 강북이라는 불리한 입지여건 등으로 재건축 시장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사실 1977년 이 두 단지와 함께 동시분양한 다른 아파트가 있었다. 강남구 역삼동 개나리2차였다. 이 아파트는 일찍 재건축에 나서 2000년 재건축조합을 설립하고 2003년 착공에 들어가 2006년 9월 ‘역삼아이파크’로 다시 태어났다. 28~144㎡ 최고 21층 541가구다. 현재 시세가 3.3㎡당 5000만원 선이다.

최근 신반포2차와 청량리미주가 재건축 시동을 걸고 있다. 신반포2차는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하고 올해 안에 추진위를 다시 꾸릴 계획이다. 청량리미주는 구청에서 재건축 정비계획안을 마련해 공람 중이다. 45~134㎡ 최고 27층 1401가구로 재건축한다는 계획이다. 안전진단은 2015년 통과했다. 서울시 도시계획위에서 정비구역으로 지정되면 추진위를 구성해 재건축 본궤도에 오르게 된다. 두 단지의 뒤늦은 재건축 사업 앞날이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 같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조합원 명의변경 금지 등 재건축 규제가 강화됐고 집값 상승세도 주춤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재건축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앞으로 10년 후쯤에는 두 단지 모두 새 아파트로 거듭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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