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에서 극적으로 묘사되는 로봇이 그들의 영향력 희화화해 보편적인 편견을 고착화한다 인간은 변화에 적응하느냐 못 하느냐에 따라 희비가 갈린다. 사진은 로봇 바리스타. / 사진:JUSTIN SULLIVAN-GETTY IMAGES-AFP-YONHAP로봇과 인공지능의 부상만큼 기술발전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분야도 없다. 스마트 기기부터 셀프 계산대, 넷플릭스 콘텐트 추천 기능까지 현대 사회의 모든 기술에 로봇(하드웨어)과 인공지능(소프트웨어)이 내장돼 있다. 광고에도 갈수록 자주 모습을 드러낸다. 2019년 슈퍼볼 경기 중에만 로봇이나 인공지능이 등장하는 광고가 7편이나 방송됐다.
약 10년 전 인간-로봇 상호작용에 관한 연구를 시작한 이래 관측한 바에 따르면 대다수 광고에서 로봇은 흔히 무섭거나 불쌍하거나 멍청한 3개 항목 중 하나에 속했다. 3가지 모두 사람들의 삶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맡기 시작한 기술에 관해 보편적인 편견을 고착화한다.
━
두려움 요소
로봇을 악한 존재로 묘사하는 비유가 인기임을 감안할 때 ‘무서운 로봇’ 광고는 불가피하다. 광고주들도 할리우드와 마찬가지로 로봇과 인간이 사이 좋게 지내는 줄거리보다 더 드라마틱하다는 점에서 무서운 로봇 스토리를 채택한다.
피해망상을 유발하는 2019년 광고 ‘사방에 공포(Fear is Everywhere)’는 심플리세이프(SimpliSafe) 주택방범 시스템을 홍보한다. 광고에서 악한 존재로 묘사하는 모니터링 기술을 사용하는 시스템이다. 광고는 도둑 침입이나 지하실 침수 우려를 시청자에게 상기시키기보다는 로봇과 인공지능을 어디에나 존재하는 위험으로 조명한다. 전자제품 매장에서 한 여성이 친구에게 자기 말을 듣고 있느냐고 묻자 한 스피커에서 소름 끼치는 컴퓨터 음성이 말한다. “그럼요, 언제나.”
그 광고는 또한 두 번째 큰 두려움을 조명한다. 로봇이 인간을 대체하리라는 두려움이다. 스포츠 경기를 관람하던 한 남자가 친구들에게 “5년 뒤에는 로봇들이 자네 일, 자네 일, 자네 일을 대신할 수 있을 거야”라고 말한다. 한편 스탠드에 앉아 있던 로봇이 그의 말을 확인해주듯 험악한 표정으로 경청한다.
물론 사람을 해치려는 의도를 가진 악당 로봇에 관한 제3의 비유도 빠지지 않는다. 예컨대 2017년 헤일로 탑 아이스크림 광고는 90초 분량의 공포영화 역할을 한다. 로봇이 한 여성에게 아이스크림을 강제로 먹인 뒤 그녀가 아는 모든 사람이 죽었다고 태연하게 알려준다.
로봇과 인공지능이 인간에게 미치는 위협은 실재한다. 자동화로 수백만 명의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 그리고 아직 존재하지 않는 다른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도 있다. 유사 이래 늘 그래왔듯이 둘 다 실현될 확률이 높다. 엘리베이터 오퍼레이터가 사라지고 소셜미디어 관리자 일자리가 새로 생겼다. 변화에 적응하느냐 못 하느냐 또는 새 일자리를 얻기 위한 교육을 받느냐 못 받느냐에 따라 희비가 엇갈린다.
그러나 세상은 ‘프랑켄슈타인 콤플렉스’의 한 버전을 상징하는 로봇의 세계와는 거리가 멀다. 엉성하게 설계된 기계적 창조물이 인류를 공격할지 모른다는 인간의 두려움을 가리키는 SF 작가 아이작 아시모프의 용어다. 로봇은 아무 생각 없이 지시에 따를 뿐이다. 감정을 가진 듯 행동할 수 있지만 실제 감정을 느끼지는 못한다. 로봇에게 감정이나 지각이 가능한지조차 아무도 모른다.
인간에게 기술에 대한 두려움을 불어넣는 광고는 비현실적인 사고방식을 유발해 형사사법·헬스케어 또는 그 밖의 어떤 분야든 우리 삶 속으로 갈수록 파고드는 이런 기술에 적응하기 어렵게 만들 수 있다. 두려움은 또한 사람들의 집중력을 흩어 놓아 기계의 능력을 뛰어넘는 유의미한 능력과 통찰을 발휘할 만한 방법을 찾아내고 대책을 세우지 못하게 할 수도 있다.
━
비관적인 전망
‘슬픈 로봇’ 광고는 로봇에 관한 사람들의 두려움을 없애는 동시에 동정심을 유발한다. 올해 프링글스 칩 광고에선 스마트 기기가 자신에게는 칩을 겹쳐 쌓을 손이나 먹을 입이 없다고 한탄한다. 로봇의 그런 신체적 한계는 시청자에게 인간의 우월함을 확인시켜주지만 그 로봇은 진짜로 슬픔을 느낄 만큼 발전했다.
터보택스의 로보차일드는 2019년 슈퍼볼 경기 중 2회 등장해 로봇 지능에 관한 편견을 고착화했다. 작은 로봇의 몸에 영화 ‘에이 아이’에서 데이빗으로 분한 어린 헤일리 조엘 오스먼트의 얼굴을 붙인 듯한 로보차일드는 회계사가 되고 싶지만 사람들은 그가 인간세계에 있다는 사실을 끊임없이 상기시킨다. 어떤 사람은 로보차일드에게 그 일을 맡을 만큼 감정적으로 발달되지 않았다고 지적해 인간과 로봇 간에 감정을 느끼는 능력 차이를 정확히 적시하면서 로봇에 대한 시청자의 동정을 촉발한다. 그러나 대다수 회계 기능을 수행하는 데 감정은 필요하지 않다. 인공지능은 이미 다수의 재무 업무를 처리하며 그중 다수가 인간과의 상호작용이 필요하다.
━
멍청한 로봇?
광고 로봇의 세 번째 항목은 두려움이나 동정보다는 조소를 불러일으킨다. 예컨대 2018년 스테이트팜 보험사 광고는 사람 대신 싸구려 로봇 보험 대리인을 사용하기 시작한 라이벌 보험사를 비웃는다. 로봇 에이전트는 액체를 뿜어내고 횡설수설하면서 우스꽝스러운 광경을 연출한다. ‘멍청한 로봇’ 광고에선 로봇이 때로는 신체적 제약에 덧붙여 인지적 한계를 드러낸다.
로봇과 인공지능에 근본적인 한계가 있어 이들 광고는 적어도 어느 정도 사실적이다. 바둑 세계 챔피언을 이길 수 있는 시스템이라도 다른 일은 별로 잘하지 못한다. 그렇다 해도 로봇을 우스꽝스럽고 기능이 미비한 부품의 집합체로 묘사하는 것은 그들이 지닌 중대한 영향력을 평가절하한다. 멍청한 기계라고 비웃는 사람들은 한계를 가진 로봇과 인공지능조차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미래를 명확히 내다보지 못하거나 적극적으로 대비하지 못할 수 있다.
알렉사의 초창기 실패를 보여주는 아마존의 슈퍼볼 광고는 ‘멍청한 로봇’ 하이라이트 같았다. 개가 한 트럭 분량의 사료를 주문할 수 있게 하는 목줄은 TV 뉴스나 일상적인 대화를 식품 구입 지시로 해석한 알렉사를 연상케 한다.
광고는 완벽한 제품은 없다는 사실을 정확히 일깨워주면서도 아마존 기술의 위력을 은근히 과시한다. 광고에서 우연한 사고로 대륙 전체에 정전이 발생한다. 기술 자체는 역기능적이고 모두 배꼽을 잡을 만한 것으로 묘사되지만 그런 실패는 인간의 구상·설계·프로그래밍 노력에 깔린 결함을 보여준다. 기계를 비웃기만 하다가 사람들의 주의력이 산만해져 더 깊은 통찰을 얻지 못하거나 자동화로 인해 참사가 발생할 때 누가 책임져야 할지 제대로 살피지 못할 수 있다.
광고가 시청자에게 신기술에 관해 합리적인 정보를 구하도록 권장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광고의 목적은 제품이나 서비스 판매이지 정확한 정보 제공이 아니다. 그렇다고 비현실적인 두려움을 일반화해 확산시켜선 안 된다. 로봇과 인공지능에 관한 잘못된 인식이 사람들에게 더 많이 전파될수록 기술발전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하고 관리하는 능력은 떨어질 것이다.
- 조엘 렌스트롬
※ [필자는 보스턴대학 수사학 전임강사다. 이 기사는 온라인매체 컨버세이션에 먼저 실렸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브랜드 미디어
브랜드 미디어
'공선법 위반' 벌금 90만원…민주당 김문수, 오늘 대법 결론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데일리
이숭용 감독, SSG와 2+1년 재계약...까닭은?
대한민국 스포츠·연예의 살아있는 역사 일간스포츠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일감 걱정 커진 中企…로펌 앞 줄선 대기업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데일리
[마켓인]준오헤어 품은 블랙스톤?…'대규모 투자' 두고 엇갈린 해석
성공 투자의 동반자마켓인
마켓인
마켓인
고바이오랩, ‘주사 대신 자연 GLP-1…비만 치료제 판도 흔드나[바이오맥짚기]
바이오 성공 투자, 1%를 위한 길라잡이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