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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한 주제를 ‘핫’한 이슈로

지루한 주제를 ‘핫’한 이슈로

HBO 정치 풍자 토크쇼 ‘라스트 위크 투나잇’의 진행자 겸 대본작가 존 올리버 인터뷰
ILLUSTRATION BY BRITT SPENCER
에미상을 받은 HBO의 정치 풍자 토크쇼 ‘라스트 위크 투나잇(Last Week Tonight with John Oliver)’의 호스트 겸 크리에이터인 코미디언 존 올리버는 “대본을 쓰는 입장에서 말하자면 소재가 늘 재미있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때로는 웃음과는 거리가 먼 이슈를 다뤄야 한다. 그런 소재로 (풍자 토크쇼) 대본을 쓰려면 광범위하면서도 집중적인 기술이 필요하다.” 코미디와 저널리즘 사이에서 절묘하게 균형을 잡는 이 프로그램은 지루한 주제(예를 들면 네트워크 중립법)를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는 ‘핫’한 이슈로 탈바꿈시키곤 한다.

거기엔 출연자들의 우스꽝스런 말투나 음담패설, 흥미로운 설정 등이 큰 몫을 한다. 특정 사안에 대한 가차 없는 비판은 실제 사회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일례로 범죄자 보석 요건의 부당함을 꼬집은 올리버의 독백이 나간 지 한 달 뒤 뉴욕 시장은 비폭력적인 범죄자에 한해 보석 요건을 완화한다고 발표했다.

지금까지 가장 어려운 주제는 암호화폐였다. “어떤 농담이든 말이 되게 하려면 먼저 시청자가 해당 사안에 대한 기본 지식을 갖고 이해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올리버는 말했다. “그건 우리의 역량을 총동원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다. 그래서 난 방송을 전후해 약 72시간 동안은 그 문제를 전문가 수준으로 이해하게 된다. 하지만 그렇게 습득한 지식은 곧 잊혀진다.”



‘라스트 위크 투나잇’의 제작과정에 대해 설명해 달라.


난 자주 이 프로그램이 ‘찹트(Chopped, 요리 경연 리얼리티 쇼)’처럼 느껴진다. 우린 깨진 유리와 다 쓴 주삿바늘, 콘돔, 그리고 근본적인 슬픔을 재료로 “뭔가 맛있는 걸 만들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재미있게 만드는 비결은?


보통은 뭔가 크고 단단한 걸 분해해서 코미디에 녹여 넣는 것이 코미디언의 임무다. 예를 들어 오바마 전 대통령의 경우엔 단백질을 함유한 뭔가에 모순을 끼워 넣었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엔 그렇게 할 만한 게 아무것도 없다. 대통령이 터무니없는 말이나 명백한 거짓말을 쏟아내면 주변 사람들은 그 말에 의미를 부여하려고 애쓴다. 그러고 나선 그 일을 정당화하려고 한다. 우린 거기서 코미디 소재를 찾는다.



다른 TV 프로그램 중에 질투를 느끼는 게 있다면?


드라마 ‘더 굿 플레이스’다. 사실 질투라기보다는 매우 어려운 일을 훌륭히 해내는 데 대한 감탄이라고 하는 게 맞다. ‘더 굿 플레이스’는 삶과 죽음, 그리고 말기 자본주의에 관한 철학적인 드라마다. 게다가 그 드라마는 HBO 같은 케이블이 아니라 공중파 방송인 NBC에서 방영한다. 그만큼 문턱이 높다는 말인데 이 드라마에선 거기에 대한 부담이 전혀 안 느껴진다. 그저 계속해서 재미있고 바보스럽다. 그게 정말 놀랍다.

- 팀 마신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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