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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産 럭셔리 호텔 페어몬트, 여의도에 첫발] 정치인·출장객 이미지 여의도 호텔 분위기 확 바꿀까

[캐나다産 럭셔리 호텔 페어몬트, 여의도에 첫발] 정치인·출장객 이미지 여의도 호텔 분위기 확 바꿀까

연내 개장 목표로 총지배인 임명 마쳐… 랜드마크 내 입지로 ‘메기 효과’ 기대
드라마 배경으로 등장해 화제를 모은 캐나다 퀘백의 페어몬트 호텔. / 사진:아코르앰배서더코리아
서울 서남권의 오피스·상권을 뒤흔들 여의도 파크원호텔동에는 고급 호텔 브랜드 ‘페어몬트’가 들어온다. 페어몬트는 tvN 드라마 [도깨비]에서 배경으로 등장한 캐나다 퀘백의 ‘페어몬트 샤토 프롱트낙 호텔’로 국내에서도 주목받은 호텔이다. 페어몬트 브랜드를 운영하는 프랑스 아코르 그룹은 노보텔·머큐어·반얀트리 등 전 세계 100개국에 50여개 브랜드, 3700여개 호텔을 거느린 글로벌 호텔 운영사다. 그 중 페어몬트는 최상위 럭셔리 브랜드로, 국내에는 최초로 진출하면서 여의도를 택했다.

파크원 내 페어몬트 호텔은 31개층에 326개 객실 규모로 들어선다. 7월 중순 준공을 마치고, 올해 연말 개장을 목표로 내부 공사가 한창이다. 최고층 루프탑 테라스 레스토랑과 바를 비롯해 수영장·스파 등의 휴게시설과 비즈니스 행사를 위한 다양한 미팅룸 등이 마련된다. 여의도의 랜드마크인 파크원에 입주한 만큼 비즈니스 수요를 잡겠다는 전략이다. 페어몬트 호텔 관계자는 “연내 개장을 목표로 현재 총지배인을 임명하고, 팀을 꾸리는 단계”라며 “그룹 내 럭셔리 브랜드로서 파크원에 입점해 백화점 등과 시너지 효과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5성급 호텔 ‘콘래드 서울’도 5년째 적자
페어몬트가 개점하면 인근에 위치한 5성급 호텔인 ‘콘래드 서울’과 여의도 특급 호텔 수요를 양분할 것으로 보인다. 2012년 11월 IFC(국제금융센터)에 개장한 콘래드 서울은 여의도를 대표하는 특급 호텔로 인식된다. 38개층, 434개 객실을 보유한 콘래드는 오픈 당시 서울 시내 다른 특급 호텔에 비해 공항으로부터 이동거리가 짧고, 여의도라는 지리적 이점을 활용해 대관 업무는 물론 해외여행객을 끌어들일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콘래드의 성적은 그리 좋지 않다.

지난해 콘래드 서울은 11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내며 5년 연속 당기순손실을 기록 중이다. 여의도 고급 호텔 수요를 꽉 잡고 있는 콘래드지만 수익성 측면에선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각종 비즈니스 행사가 줄줄이 취소된 데다 관광객 수요까지 급감해 특급 호텔로서는 이례적으로 반값 세일에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여의도 내 다른 호텔들 역시 예년 투숙률을 회복하지 못하고 고전하고 있다.

한 홍보대행업체 관계자는 “주요 행사를 기획할 때 주로 광화문이나 강남 지역 호텔을 선호하다보니 여의도에 있는 호텔을 굳이 고집하지 않는다”며 “여의도 자체가 서울 시내 다른 주요 지역에 비해 고급 호텔에 대한 수요가 적은 지역인데 또 다른 호텔(페어몬트)이 들어온다고 해서 분위기가 달라질 것 같진 않다”고 말했다.

이 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지역 내 호텔 업계는 페어몬트의 개점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페어몬트가 콘래드와 경쟁을 펼치면서 일종의 ‘메기 효과’를 불러와 여의도 상권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파크원에 대한 관심과 함께 현대백화점과 연결통로로 이어지는 등 지리적 이점을 지녀 비즈니스 고객뿐 아니라 ‘호캉스족(호텔에서 바캉스를 즐기는 사람)’의 수요도 잡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여의도 호텔 하면 그동안 정치인이나 출장객이 찾는 곳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는데 페어몬트가 들어오면 럭셔리한 이미지를 더할 수 있을 것”이라며 “코로나19 사태에도 고급 호텔의 집객력은 크게 타격을 받지 않았다는 점을 봤을 때 두 호텔의 경쟁이 여의도 지역에 활기를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 여름, 코로나19 사태로 관광업계가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도 고급 호텔은 ‘무풍지대’다. 안전에 대한 염려와 높은 숙박비에도 불구하고 이례적으로 높은 투숙률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6성급 럭셔리 호텔 브랜드 ‘시그니엘 서울’은 이달 들어 주말 예약률이 약 90%에 이른다. 서울 시내 호텔 대부분이 주말조차 30% 이상 객실을 채우기 버거워하는 상황에서 시그니엘 서울의 예약률은 독보적이다.

시그니엘은 1박에 최소 30만~40만원 하는 최고급 호텔이지만 코로나19 상황에 ‘해외여행 대체지’를 찾는 휴가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서울뿐 아니라 지난달 부산 해운대에 문을 연 ‘시그니엘 부산’도 이달 중순까지 주말에는 만실에 가까웠다. 이밖에 강릉의 씨마크호텔, 부산 아난티코브, 남해 힐튼 등의 지역 럭셔리 호텔들도 때 아닌 ‘코로나 특수’를 맞았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을 갈 수 없는 여행객들이 국내로 눈길을 돌리면서 줄어든 항공비를 숙박비에 쓰는 양상”이라며 “고급 호텔일수록 코로나19에 대비해 소독·관리가 철저히 이뤄질 거라는 신뢰도 한 몫을 했다”고 분석했다.
 아코르, ‘어려워도 계획대로’ 공격 행보 계속
한편 아코르 그룹과 제휴해 국내 호텔 사업을 전개하는 아코르 앰배서더 코리아는 국내에서 26개 호텔을 운영 중이다. 연말에 오픈하는 페어몬트를 비롯해 2022년까지 서울 시내에 5개 호텔을 오픈할 계획이다. 8월 초 ‘머큐어 앰배서더 서울 홍대’와 ‘몬드리안 서울 이태원’이 차례로 문을 열었다. 요진건설이 옛 캐피탈호텔을 리모델링해 문을 연 몬드리안 호텔은 ‘아시아 최초의 몬드리안 호텔’이라는 타이틀로 화제를 모은 5성급 부티크 호텔이다. 내년에는 잠실에 소피텔 호텔을, 내후년에는 마포에 부티크 브랜드 엠갤러리 호텔을 개장할 계획이다.

아코르 그룹은 코로나19 사태로 전 세계 호텔·관광업이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서도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몬드리안 호텔만 하더라도 3월에 준공을 완료했지만 코로나19로 개장을 미루다 이달 들어서야 가오픈할 수 있었다. 페어몬트 역시 연내 개장을 목표로 하지만 일정이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

아코르 앰배서더 코리아 관계자는 “신규 호텔로서 분명 어려운 상황이긴 하지만 다른 나라에 비하면 한국 시장은 선전하는 모습”이라며 “호텔은 단기적인 수익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브랜드를 구축해나가는 사업이다 보니 당초 계획에 따라 개점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 중에서도 파크원에 개점을 앞둔 페어몬트 호텔은 국내 소비자의 기대가 큰 만큼 성공적으로 안착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 허정연 기자 jypow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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