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일반
끝나지 않은 한미약품 경영권 분쟁…4자 연합 균열 '2라운드' 격화 조짐
- 최대주주 신동국 회장, 잇단 교환사채 발행 행보
‘엑시트설’·‘경영 개입’ 논란에 R&D 기조 위축 우려

[이코노미스트 이승훈 기자] 한미약품그룹의 경영권을 둘러싼 내홍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 모녀와 형제 간의 ‘1라운드 경영권 분쟁’이 가까스로 봉합된 지 채 1년도 지나지 않아, 이번에는 최대 주주 연합 내부에서 갈등 조짐이 일어나는 모양새다. 업계에서는 경영권 분쟁 장기화 시 기업가치 훼손과 경영 공백을 우려하는 시선이 제기된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미약품그룹 오너 일가인 송영숙 회장과 장녀 임주현 부회장, 사모펀드 운용사 라데팡스 파트너스의 특수목적법인(SPC)인 킬링턴 유한회사는 한미사이언스 개인 최대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보유한 한미사이언스 주식(약 120억원)을 가압류했다.
또 신 회장의 자택인 서울 한남더힐 아파트(약 100억원)를 법원에 가압류 신청, 인용 결정을 받아냈다. 이로써 ‘4자 연합’ 내부 균열이 공식화된 셈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신 회장과 모녀(송영숙·임주현) 측은 ‘4자 연합’(송영숙·임주현·신동국·라데팡스)을 형성해 형제(임종윤·임종훈) 측을 견제했으나, 최근 교환사채(EB) 발행과 주식담보대출을 통한 신 회장의 현금화 행보가 갈등의 도화선이 됐다.
앞서 송 회장과 임 부회장 모녀는 2024년 1월 5400억원에 달하는 상속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OCI그룹과의 통합을 추진하며 지분 확보에 나섰다. 신 회장은 창업주의 지인이자 한미사이언스의 개인 최대 주주로서, 초기에는 형제 측을 지지하는 듯했으나 이후 모녀 측과 연합하며 4자 연합을 결성했다. 이후 4자 연합은 한미사이언스의 지분 과반을 확보하며 경영권 확보에 성공했다.
4자 연합의 계약에는 ‘보유 주식을 매각할 때 다른 주주가 해당 주식을 우선적으로 매수할 권리’(우선매수권)가 포함돼 있다. 하지만 신 회장이 이를 어기고 4자 연합이 아닌 외부에 먼저 한미사이언스 지분 매각을 추진했다는 점이 갈등의 불씨가 된 것이다.
이는 신 회장이 7월 29일 한양정밀 법인 명의로 교환사채(EB) 3건을 발행한 데 따른 것이다. 이번 EB 발행의 총규모는 384억5426만원으로, 교환 대상은 ▲한미약품(197억5340만원) ▲동아에스티(37억2086만원) ▲동아쏘시오홀딩스(149억8894만원)이다.
이는 올해 들어 두 번째 대규모 현금화 작업이다. 신 회장은 지난 1월에도 한미약품·동아에스티·동아쏘시오홀딩스를 대상으로 한 EB 발행을 통해 약 500억원을 확보한 바 있다.
교환사채는 채권 보유자가 만기 전에 사채를 특정 주식으로 교환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채권으로, 발행자는 보유 주식을 매각하지 않고도 단기간에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지분 매각 가능성·내홍에 ‘R&D 명가’ 입지 우려
업계 안팎에서는 이러한 잇따른 자금 조달 움직임이 단순한 유동성 확보를 넘어, 한미사이언스 지분 매각(엑시트)과 연계된 포석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한미사이언스 주가가 4만~5만원대로 오르면서 시장에서는 신 회장의 엑시트 가능성이 제기됐다. 신 회장은 최근 한미사이언스 지분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한 8000억원 수준에 매각하기 위해 사모펀드, 증권사와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은 고(故) 임성기 한미약품그룹 창업주의 고등학교 후배로, 2010년 임 회장의 권유로 한미사이언스 지분
12.5%(113만1692주)를 약 420억원에 사들이며 그룹과 인연을 맺었다. 당시 한미사이언스의 매입 단가는 3만7000원 수준이었다.
이후 꾸준한 추가 매입을 통해 현재 신 회장은 개인 지분 16.43%(1123만9739주), 한양정밀 보유분 6.95%(475만4449주)를 합쳐 총 23.38%를 보유한 최대주주 지위에 올라 있다. 이는 7월 30일 기준 송 회장(3.38%)·임 부회장(7.57%) 모녀와 킬링턴(9.81%)의 총지분율(20.76%)보다 더 높은 수준이다.
다만 신 회장이 사모펀드나 재무적 투자자(FI)에 지분을 매각할 경우, 한미약품그룹 지배구조 재편과 함께 경영 전략이 급변할 수 있다는 시선도 제기된다. 신규 투자자가 단기 차익실현을 목표로 할 경우, 장기적 연구·개발(R&&D) 전략보다는 단기 수익성 개선에 집중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다.
신 회장의 행보를 두고 지분 추가 매입 가능성도 나온다. 신회장이 현금화한 자금으로 한미사이언스 지분을 추가 매입하는 시나리오다. 만약 그룹 내 영향력을 확대할 경우, 모녀 측과의 대립이 격화하며 ‘2라운드 경영권 전쟁’으로 번질 수 있다는 시각이다.
실제 최대주주 지위를 공고히 한 신 회장이 한미그룹 경영권에 간접적으로 개입하며 논란이 불거졌다. 올해 3월 정
기 주주총회에서 송 회장은 전문 경영인 체제로의 전환을 밝히며 김재교 한미사이언스 대표를 선임했으나 신 회장이 ‘비상근 이사’라는 명분 아래 경영에 깊게 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신 회장의 추천으로 한미약품 자문위원으로 합류한 배인규 자문이 최근 한미약품 팔탄공장의 R&D 비용과 품질관리 인력의 감축을 지시하는 등 경영 개입의 강도를 높이며 논란이 됐다. 결국 한미약품은 최근 배 자문과의 계약을 종료했다.
신 회장과 배 고문의 행동은 고(故) 임성기 회장이 ‘R&D 명가’를 표방하며 일궈온 자체 연구개발 중심의 경영 철학과 정면으로 배치된 셈이다. 이에 업계 안팎에서는 한미약품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단순한 가족 내 갈등을 넘어, 글로벌 신약 개발 경쟁력을 위협하는 구조적 리스크로 번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이 나왔다.
업계 관계자는 “신약 개발은 장기 투자가 필수인데, 경영권 불확실성이 길어지면 연구개발 인력 유출과 파트너사 신뢰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며 “지분 매각이든 추가 매입이든 단기적으로 주가 변동성이 커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브랜드 미디어
브랜드 미디어
티모시 샬라메, 억만장자 여친과 결별? 진실은…
대한민국 스포츠·연예의 살아있는 역사 일간스포츠이데일리
이데일리
일간스포츠
'신지♥' 문원, "억측 자제 부탁" 무슨 일?
대한민국 스포츠·연예의 살아있는 역사 일간스포츠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푸틴, 돈바스지역 양도 요구…트럼프 “우크라, 합의해야”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데일리
‘원조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몸값 ‘2000억원’ 찍은 이유
성공 투자의 동반자마켓인
마켓인
마켓인
'구독하면 200만원 주식 선물', 팜이데일리 8월 행사 시작
바이오 성공 투자, 1%를 위한 길라잡이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