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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쇼핑 실적 쇼크 배경은] 추락하는 재계 5위 롯데… ‘롯데온’ 구원투수 될까

[롯데쇼핑 실적 쇼크 배경은] 추락하는 재계 5위 롯데… ‘롯데온’ 구원투수 될까

롯데쇼핑 2분기 영업이익 98.5% 급감… ‘일본기업’ 이미지가 발목 잡아
롯데쇼핑이 지난 4월 내놓은 온라인 쇼핑 플랫폼 롯데온(on).
재계 5위 롯데그룹이 흔들린다. 그룹을 이끄는 핵심 계열사인 롯데쇼핑이 수년째 부진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백화점·마트·하이마트·슈퍼·홈쇼핑·컬처웍스 등을 아우르는 롯데쇼핑은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이 14억원에 그쳤다. 전년 동기 대비 98.5% 급감한 수치다. 백화점·마트 할 것 없이 모든 부문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경기침체로 인한 소비 부진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에 따른 결과다.

특히 정부가 긴급재난지원금 사용처에서 대형마트를 제외하면서 롯데마트는 2분기에만 578억원 영업적자를 냈다. 롯데슈퍼도 2분기 96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198억원)에 비해 적자폭은 줄었지만 위기감은 여전하다. 백화점은 그나마 흑자를 기록했지만 지난해 2분기 739억원에서 올 2분기 439억원으로 급감했다. 코로나19 영향이라고는 하지만 경쟁사가 온라인 사업에서 선전하며 실적을 만회한 것과 대조를 이룬다.
 악재 거듭되며 ‘온라인 전환’ 적기 놓쳐
롯데쇼핑은 최근 몇 년 새 실적 부진을 이어왔다. 영업이익뿐 아니라 매출도 매년 감소세다. 2016년 23조원에 달했던 롯데쇼핑 매출은 2018년 17조8208억원, 지난해 17조6220억원으로 감소했다. 영업이익 하락세는 더욱 뚜렷하다. 2016년 한 해 9000억원을 넘어섰던 영업이익은 지난해 4279억원으로 추락했다. 올 상반기에는 535억원에 그쳐 사상 최악의 위기를 맞았다.

위기의 시작은 2015년 경영권 분쟁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신동주 SDJ 코퍼레이션 회장(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2015년 7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에서 해임했다. 이를 시작으로 검찰 수사에 들어가 2018년엔 결국 총수인 신동빈 회장이 구속되기에 이르렀다. 그룹 관계자는 “오프라인 중심이던 유통 사업이 온라인으로 급속히 전환하는 중요한 시점에 그룹 내부적인 요인 탓에 제대로 힘을 받지 못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외부 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 2017년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여파로 중국 정부는 롯데마트를 비롯한 롯데쇼핑 중국 매장 대부분을 문 닫게 했다. 이때 중국 시장에서 철수할 수밖에 없었던 롯데쇼핑은 대규모 손실을 피할 수 없었다. 글로벌 핵심시장인 중국 사업 철수로 롯데쇼핑 당기순이익은 2016년 2469억원 흑자에서 2017년 206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2018년에는 무려 4650억원의 적자를 냈다.

지난해 한일관계가 악화되며 일본제품 불매 운동이 확산되며 롯데가 ‘불매의 아이콘’이 되기도 했다. 앞서 경영권 분쟁이 또한번 발목을 잡았다. 당시 신동빈 회장의 어눌한 한국어 발음이 논란이 된데다 이후 공개된 신격호 명예회장과의 녹취록도 모두 일본어 대화인 것이 공개되며 일본기업 이미지가 더욱 강해진 것이다. ‘효자 노릇’을 하던 유니클로 사업도 직격탄을 맞았다.

국내에서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에프알엘코리아는 롯데쇼핑이 지분 49%를 보유한 회사다. 유니클로는 한국 시장 매출이 한때 1조3000억원을 넘고 영업이익률만 17%에 달할 정도로 승승장구했다. 최대 2000억원대에 이르던 영업이익은 지난해 19억원 적자로 전환했다. 롯데상사가 지분 40%를 보유한 일본 생활용품기업 무인양품 역시 일본 불매 운동의 영향으로 지난해에만 71억원 영업손실을 냈다.

그러나 본질적인 문제는 변화에 둔감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 4월 내놓은 온라인 쇼핑 플랫폼 ‘롯데온(ON)’이다. 롯데쇼핑은 롯데그룹 내 유통 계열사 7개 쇼핑몰의 온·오프라인 데이터를 통합해 롯데온을 만들었다. 기존 e커머스 업체들과 달리 롯데그룹은 롯데온에 빅데이터를 적용해 단 한 사람만을 위한 쇼핑몰을 완성한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e커머스계의 넷플릭스가 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롯데의 강점인 전국 1만5000여개 오프라인 매장과 연동해 온라인과 오프라인 간의 경계가 없는 옴니채널을 구현하겠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투자비만 3조원에 이른다.

롯데쇼핑은 롯데온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아 2023년까지 온라인 매출 2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청사진을 그렸다. 그러나 벌써부터 ‘무늬만 합친 통합몰’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신세계그룹이 계열사 간 온라인몰을 통합한 것과 달리 롯데그룹은 기존에 운영하던 계열사별 온라인몰을 그대로 운영하면서 롯데온을 별도로 만든 형태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기존 계열사별 온라인몰을 이용하던 고객에게 혼란만 가중시켰다는 비난이 계속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사용자에 대한 편의성이나 혜택은 생각하지 않은 채 그저 전 계열사를 묶는 기능에만 집중하다 보니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롯데온 출시를 주도한 경영진이 온라인 유통에 대한 이해 없이 기존 오프라인 사업을 하던 방식으로 신사업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내부에서도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최악의 위기 상황에 롯데그룹은 8월 13일 비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하기도 했다. 매년 연말에 정기임원인사를 발표하던 롯데그룹으로서는 이례적인 행보다. ‘신동빈 회장의 오른팔’로 불렸던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이 물러나고 후임으로 이동우 하이마트 대표를 선임했다. 이동우 신임 롯데지주 사장은 34년간 롯데맨으로 근무한 유통전문가로 알려졌다. 최근 비대면 소비를 강화시켜 롯데하이마트의 수익성을 대폭 개선시킨 공을 인정받았다. 올 상반기 롯데하이마트는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을 80% 가까이 늘렸다. 그룹 내에선 이 신임 사장이 롯데쇼핑 실적 반등을 위한 길잡이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악의 위기에 비정기 임원인사 단행도
구원투수의 등판에도 마냥 장밋빛 미래는 아니다. 롯데그룹은 수익성 개선을 위해 오프라인 점포 효율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롯데쇼핑은 앞으로 5년간 백화점·대형마트·슈퍼 등 718개 매장 중 수익성이 떨어지는 점포 200곳 이상을 정리하기로 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와 실적 부진이 겹치면서 연내에만 약 120여개의 점포를 정리할 계획이다.

점포 구조조정과 동시에 롯데온을 보완해 온라인 사업을 지속적으로 강화해나간다는 계획이다. 롯데쇼핑은 7월에 이어 9월에도 검색 엔진을 업그레이드할 예정이다. 통합회원제도 새롭게 선보였다. 롯데쇼핑은 지난 7월 1일 통합회원제를 실시한 이후 상위 0.5%의 고객이 전체 매출의 약 20%를 차지할 정도로 우수 고객의 매출 기여도가 높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후발주자로 뛰어들며 아직 온라인 사업에서 두각을 나타내진 못했지만 롯데의 유통망이 가진 빅데이터 정보는 활용범위가 무궁무진하다”며 “온라인 플랫폼이 자리 잡고, 점포 효율화 작업이 마무리되는 시점에는 유통공룡으로서의 제자리를 찾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허정연 기자 jypow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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