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공정위, 배민·쿠팡이츠 3000억·600억 규모 상생안 퇴짜
- 동의의결 절차 개시 요건 미흡 판단
배민·쿠팡이츠 “상생 노력했으나 아쉬워”
[이코노미스트 강예슬 기자] 입점 업체에 음식 가격과 할인 쿠폰 등을 경쟁 애플리케이션(앱)과 맞추도록 강요한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가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에 자진시정을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배민과 쿠팡이츠는 각각 3000억원, 600억원의 상생안을 마련했지만 피해 구제에 부족하다는 판단이 나오면서 다시 제재 절차를 밟게 됐다.
공정위는 지난달 27일과 지난 10일 전원회의 심의를 통해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과 쿠팡이츠 운영사 쿠팡의 동의의결 절차 개시 신청을 기각하기로 결정했다고 18일 밝혔다.
동의의결은 법 위반 혐의를 받는 사업자가 자진 시정안을 제시해 공정위의 인정을 받으면 위법 여부를 가리지 않고 사건을 종결하는 제도다.
배민과 쿠팡이츠는 입점 업체에 ▲음식 가격 ▲최소 주문 금액 ▲할인 쿠폰 등을 경쟁사보다 불리하지 않게 설정하도록 강요한 혐의를 받는다. 입점 업체가 이를 준수하지 않으면 유료 멤버십 회원이 무료 배달 혜택을 이용할 수 있는 매장에서 제외했다. 두 업체 모두 최혜대우 혐의에 대해 자진시정 의사를 밝혔다.
배민은 음식점에 자사 서비스인 배민배달 이용을 강제한 혐의와 배민배달이 가게배달보다 배민배달이 더 빨리 배달되는 것처럼 부당하게 광고한 혐의에 대해서도 동의의결을 신청했다. 쿠팡은 유료 쇼핑 멤버십인 와우멤버십에 쿠팡이츠를 끼워팔기한 혐의에 대해서는 동의의결을 신청하지 않았다.
위원회는 두 업체가 제시한 시정안이 동의의결 절차 개시 요건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심의 과정에서 심사관 역시 기각을 주장했다.
심사관은 법 위반 기간 배달 앱 시장이 배민과 쿠팡이츠 과점 체제로 바뀌면서 경쟁 상황이 악화했다고 판단했다.
두 업체가 마련한 상생 방안도 충분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배민은 3년간 3000억원의 상생안을 제시했다. 1400억원 규모의 상생협력 기금을 조성해 가게배달 입점업체 수수료를 낮추고 배달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피해 입점 업체에 쿠폰비 일부를 지원하고 성장 단계별 맞춤 홍보 패키지를 지원하는 데에도 1600억원을 들이기로 했다. 쿠팡도 피해 입점 업체 지원을 위한 기금을 반드는 등 4년 동안 600억원을 지원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기각 결정에 따라 해당 사건의 심의 절차가 재개될 예정이다. 공정위는 최대한 신속하게 심의 일정을 결정할 방침이다. 연내 과징금 등 제재 여부가 결론날 것으로 예상된다.
공정위 심사관은 두 업체의 최혜대우 혐의와 배민 자사 우대 혐의에서 이들을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판단했다. 전원회의에서 해당 혐의가 인정된다면 두 업체가 처음으로 배달앱 시장에서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제재받게 된다.
이날 공정위의 발표에 우아한형제들과 쿠팡은 아쉬움을 표했다. 쿠팡은 “입점 매장과의 상생을 적극적으로 고려한 동의의결 안을 제출했다”면서 “향후 심의 절차를 통해 회사의 입장을 성실히 소명해 나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우아한형제들은 “이번 상생 지원 방안은 소상공인 부담 완화에 초점을 맞췄다”며 “배민의 신속하고 실질적인 지원 방안에 대해 소상공인연합회·전국상인연합회·한국외식업중앙회·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전국카페사장협동조합 등 다수 소상공인 단체는 ‘장기적인 법적 공방보다 당장의 실질적 지원이 시급하다’는 취지에서 공정위에 공식 지지 의견을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우아한형제들에 따르면 우아한형제들이 제시한 동의의결 상생 지원 규모는 과거 동의의결안이 확정된 사례와 비교해도 이례적이다.
우아한형제들은 “과거 사례가 주로 인프라 구축이나 간접 지원에 집중된 반면 우아한형제들의 상생안은 영세 입점 업주 대상의 수수료와 배달비 등 직접적인 지원 방안이 포함됐다”면서 “시장의 경쟁 질서를 빠르게 회복하고, 소상공인을 직접적으로 지원하는 동의의결 신청이 무산된 데 대해 아쉽게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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