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UP INNOMATE(9) ‘선 굵은 벤처빌더’ 퓨처플레이 류중희 대표] ‘돈은 수단, 기술이 곧 미래’
[STARTUP INNOMATE(9) ‘선 굵은 벤처빌더’ 퓨처플레이 류중희 대표] ‘돈은 수단, 기술이 곧 미래’
사이언티픽 임팩트 지향… 문제인식과 해결 기술 가진 팀 발굴 진보의 촉매제는 결핍이다. 인간은 결핍을 느끼면 문제 해결을 위해 기술을 개발하고, 고도화된 기술은 문제를 해소하며 역사의 수레바퀴를 굴린다. 기술에 의한 사회 진보는 필연적이다. 대표적인 것이 18세기 영국에서 벌어진 산업혁명이다.
세상에 변곡점을 찍는 기술이나, 시장 전환을 불러일으킬 기술 기반 비즈니스 모델·아이디어가 어느 때보다 소중한 시대다. 단순히 기술과 자본의 결합이 아닌, 기술에 대한 초기 투자로 ‘사이언티픽 임팩트(scientific impact)’를 키울 필요성이 커졌다.
국내에도 ‘기술의’, ‘기술에 의한’, ‘기술을 위한’ 투자기업이 있다. 스타트업 육성 기업 퓨처플레이가 그 주인공이다. 퓨처플레이는 극초기 기술 창업팀을 발굴, 투자하는 한편 스타트업과 비즈니스 모델 공동 설계로 기술 사업화를 지원하고 있다.
류중희 대표는 서울과학고와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기 및 전자공학 학·석·박사를 마친 과학인재다. 2006년 얼굴·이미지 인식 소프트웨어 회사 올라웍스를 창업했고, 2012년에는 이를 국내 최초로 인텔에 매각한 기록을 가지고 있다.
류 대표는 이후 과학기술 육성의 뜻을 함께하는 엔젤투자자와 손잡고 2014년 퓨처플레이를 출범했다. 기술 기업에 대한 대담한 투자와 비즈니스 모델을 설계하면서 퓨처플레이만의 고유 영역을 구축했다.
현재는 인공지능(AI)·자율주행·로봇·디지털 헬스케어·핀테크·가상현실(VR)·증강현실(AR)·블록체인 등 혁신 분야 기업을 육성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만도·농심·이지스 자산운용 등과 ‘테크업플러스’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대기업-스타트업의 오픈이노베이션도 진행하고 있다.
류 대표는 “자본은 미래로 가기 위한 수단이다. 기술 기업 투자사는 단지 운용 수익만을 지향해선 안 된다”며 “기술 기업과 함께 대중이 겪는 문제와 고통을 해결하는 방법을 찾아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창업 무대의 분위기는 어떤가.
“세 가지 교차점에 접어들었다. 전 지구적 팬데믹, 기술 스타트업에 대한 이해 향상, 우리 회사의 정체성 고민 등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미래를 당겨왔다. 이제 줌을 넘어 가상환경에서 협업하는 사례도 등장하며 한계를 뛰어넘고 있다. 로봇 서빙의 경우도 사용자의 수용도가 높아졌다. 사람들은 건강을 위해서, 일을 더욱 잘하기 위해서 로봇 기술이 필요하다고 받아들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비롯된 변화가 비가역적이라고 보나.
“그렇다. 여러 협업도구나 로봇 등은 최초 코로나19 대응 기술이 아니었다. 미래를 향해 천천히 가고 있었는데, 코로나19로 장점이 부각되며 새 기술을 써야 할 이유가 많아졌다. 경험해보지 못했던 재택근무 등의 장점이 발견됐다. 과거로 돌아가진 않을 것이다.”
급격한 변화 속 퓨처플레이의 강점과 경쟁력은.
“퓨처플레이는 글로벌 스케일로 나아가는 혁신 기업에 투자하는 회사다. 최초 기술 중심의 얼리 스테이지에 투자하겠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는 회의론이 짙었다. 그렇지만 우리가 세운 가설이 잘 맞아 들어가고 있다. 우리는 다른 VC와 출생이 다르다. 나는 과학기술자의 길을 따랐다. 창업하고 인텔에서 근무했고, VC를 차렸다. 그런데도 자본을 운용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 적 없다. 자본은 수단이다. 회사의 탄생을 지원하는 게 내 역할이다. 좋은 투자자는 돈을 수단으로 쓰는 사람이다. 과학에서 비롯된 미래의 변화를 선명하게 본다. 재무적 투자자보다는 창업자에 가깝고, 여의도 증권가 문법의 반대편에 서 있다.”
그동안 기술 기업 투자를 외면했던 VC들도 정부 자금의 움직임에 따라 이 분야의 투자와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퓨처플레이는 경쟁 상황에 몰린 것이다. 류 대표는 “우리가 선구자였는데, 이제는 하나의 투자사로 남게 될 가능성도 생겼다”며 “LP(유동성 공급자)의 자금을 잘 운용해서 수수료를 받는 투자업이 아닌, 기술 기업의 존재 가치를 발굴하는 본질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LP들을 어떻게 설득하나.
“기업가치 성장과 멀티플로 증명한다. 최초에는 뜻을 함께하는 엔젤 투자자들로 구성했다. 현재는 기업가치를 잘 이해하는 LP들이 참여한다. 매우 많은 LP로부터 콜드콜을 받고 있다.”
창업자·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은.
“기술 창업자가 시장·고객의 문제를 찾고, 제품을 디자인할 때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그에 맞는 논리를 모르기 때문이다. 나는 엔지니어 출신이기 때문에 논리적으로 접근하고, 최적의 방법을 찾는 틀을 제시한다. 창업자의 문제의식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큰 문제를 푸는 게 좋다. 그래야 수익도 크다. 큰 문제는 고객의 고통이 많이 발생하는 곳에 있다. 고객의 고통은 곧 달러(자본)다. 창업자가 고객을 특정하고 자각하면 문제를 잘 풀어간다. 창업자는 돈을 받고 쓰일 수 있도록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내가 결과를 내도록 창업자를 밀어붙일 수는 없지만, 피드백을 용감하게 말하는 경우는 있다.”
창업자와 기술, 어느 쪽을 중요하게 보나.
“문제가 무엇인지부터 본다. 문제를 냉정하게 인식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수단으로써 기술이 적정한지 등을 따진다. 창업자의 문제 정의 능력을 본다. 문제 정의를 잘하려면 공감 능력이 있어야 한다. 고객의 고통을 이해하고, 고객을 확보해 나가는 것도 공감 능력이다. 기술력과 문제의식이 선명하며, 애정을 가진 팀은 망하지 않는다.”
스타트업과 어떻게 협업하나.
“망하는 팀의 이유는 문제를 못 정했거나, 믿음이 없어서다. 팀 구성원이 굳은 믿음을 갖고 끝까지 덤빌만한 문제를 찾아야 한다. 문제를 찾는 방식에 대해 많이 논의한다. 온·냉 배달 로봇을 만드는 스타트업이 있는데, 문제를 찾지 못하고 있기에 직접 물류업을 경험해 보라고 조언했다. 이에 전 팀원이 모든 종류의 물류 아르바이트를 3주간 체험하고, 비즈니스 방식을 찾았다. 직접 시장에서 겪어 보면 시장조사만으로는 찾을 수 없는 결과물을 얻게 된다.”
VC로서 지향하는 브랜드가 있나.
“브랜드는 지난 7년간 노력이 쌓아 올린 데 대한 대중의 인식이다. 대중들이 바라보는 교집합은 ‘혁신에 굉장히 용감하게 투자하는 회사’, ‘기술을 잘 이해하는 회사’로 꽤 선명해졌다. 우리는 단지 기술이 아닌, 10년 뒤 시장의 게임체인저를 찾는 것이다. 창업 시장에서는 미친 발상이 있으면 퓨처플레이를 찾아가 보란 얘기도 나온다. 대담하고 선 굵은 투자를 한다는 인식도 있다.”
류 대표는 정부에도 한마디 했다. 정부 정책은 항상 후행하기 때문에 신생 VC라도 철학과 자기 색깔을 갖고 자금을 운용할 수 있도록 민간에 주도권을 더 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모태펀드의 비중은 빠르게 줄고 있기 때문에 모태펀드 다음 단계로 올라가야 한다”며 “펀드 만기가 7~8년인데, 각 테마는 3~4년만 지나도 낡아질 만큼 시장은 역동적이다. TIPS가 잘 운용되듯 민간에 믿음 갖고 맡겨도 된다”고 강조했다.
미래를 어떻게 예측하나.
“대부분 사람이 못 보는 기술의 활용 가능성을 포착하는 것이 우리의 강점이다. 미래는 막연해 보이지만, 내다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우리가 현재 신기하게 바라보는 기술은 대부분 10~20년 전에 나왔다. 많은 기술이 도태되지만 어떤 기술은 살아남는다. 어떤 후보 기술에서 잭팟이 터질지는 사람들이 원하는 점과 기술적 조합으로 예측할 수 있다. 예컨대 뷰노의 경우 딥러닝이란 홈런을 칠 수 있는 기술이 있어, 돈과 생명을 다룸으로써 큰 이익을 낼 수 있는 의료·금융 중 한 분야를 선택하라고 조언했다.”
손정의 회장과 투자 방식이 비슷하다.
“통장의 크기가 다르다.(웃음) 올라웍스 시절 소프트뱅크가 우리 고객사였다. 비슷한 측면이 있다. 소프트뱅크는 사업과 자본 수익의 균형을 갖춘 좋은 예다. 현금흐름을 만드는 비즈니스가 있어야 안정적으로 투자업을 할 수 있다. 현재 우리도 기술 발전에 맞물린 시장에 뛰어들 2개 자회사를 만들어 실험하고 있다. 뷰티·푸드·패션·부동산 분야에 관심이 있다. 빅마켓을 딥테크로 푸는 도전을 하고 있다.”
지주회사 체계를 지향하나.
“지주회사든 자회사로 VC를 만들든 투자를 만드는 본질은 같다. 새로운 형태의 기업모델은 계속 고민 중이다. 현재로선 전통적 비즈니스 회사가 잉여자금을 창출하고, 균등한 비율로 투자회사가 활동하는 기업 형태가 없어 공부 중이다. 2022년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경영자로서 고민과 앞으로 계획은.
“빠르게 성장하며 직원이 많이 늘었는데, 각각의 전문성과 문법이 달라 이를 융합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 데 시간을 쓰고 있다. 설립 초기와는 달리 이제는 명확히 지향하는 바와 가치를 정하고 공유해야 한다. 임직원들과 대화를 많이 나누고, 투자회사 대표들로부터 많이 배우고 있다. 직원 30명 규모의 스타트업 대표가 OKR(실리콘밸리의 성과관리기법)을 공부하는 모습을 보고 많이 자극받았다. 현재 목표는 큰일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다.”
창업자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행복하길 바란다. 회사를 행복 극대화의 도구로 써야지, 잡아먹혀서는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선 자신의 행복과 욕망을 명확히 정의해야 한다. 나도 그것을 돕고 싶다. 자기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지 못하면 우리가 만들어줄 수도 없다. 어떤 VC·AC도 돈 달라고 하거나 망했다고 뭐라고 하지 않는다. 본인의 성취를 지향하길 바란다. 특히 엔지니어는 창업하기 위해 태어났다고 생각한다. 머릿속 상상을 구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면 큰 성취를 내야 한다. 내 행복과 영향력·돈을 동조시켜야 한다. 남의 회사 주가가 오르는 걸 보고 일희일비하지 말고, 자기 회사의 주가를 극대화해 돈 버는 게 낫다. ”
-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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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변곡점을 찍는 기술이나, 시장 전환을 불러일으킬 기술 기반 비즈니스 모델·아이디어가 어느 때보다 소중한 시대다. 단순히 기술과 자본의 결합이 아닌, 기술에 대한 초기 투자로 ‘사이언티픽 임팩트(scientific impact)’를 키울 필요성이 커졌다.
국내에도 ‘기술의’, ‘기술에 의한’, ‘기술을 위한’ 투자기업이 있다. 스타트업 육성 기업 퓨처플레이가 그 주인공이다. 퓨처플레이는 극초기 기술 창업팀을 발굴, 투자하는 한편 스타트업과 비즈니스 모델 공동 설계로 기술 사업화를 지원하고 있다.
류중희 대표는 서울과학고와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기 및 전자공학 학·석·박사를 마친 과학인재다. 2006년 얼굴·이미지 인식 소프트웨어 회사 올라웍스를 창업했고, 2012년에는 이를 국내 최초로 인텔에 매각한 기록을 가지고 있다.
류 대표는 이후 과학기술 육성의 뜻을 함께하는 엔젤투자자와 손잡고 2014년 퓨처플레이를 출범했다. 기술 기업에 대한 대담한 투자와 비즈니스 모델을 설계하면서 퓨처플레이만의 고유 영역을 구축했다.
현재는 인공지능(AI)·자율주행·로봇·디지털 헬스케어·핀테크·가상현실(VR)·증강현실(AR)·블록체인 등 혁신 분야 기업을 육성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만도·농심·이지스 자산운용 등과 ‘테크업플러스’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대기업-스타트업의 오픈이노베이션도 진행하고 있다.
류 대표는 “자본은 미래로 가기 위한 수단이다. 기술 기업 투자사는 단지 운용 수익만을 지향해선 안 된다”며 “기술 기업과 함께 대중이 겪는 문제와 고통을 해결하는 방법을 찾아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업 성공 위한 논리적 방법 찾아 틀 제시
최근 창업 무대의 분위기는 어떤가.
“세 가지 교차점에 접어들었다. 전 지구적 팬데믹, 기술 스타트업에 대한 이해 향상, 우리 회사의 정체성 고민 등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미래를 당겨왔다. 이제 줌을 넘어 가상환경에서 협업하는 사례도 등장하며 한계를 뛰어넘고 있다. 로봇 서빙의 경우도 사용자의 수용도가 높아졌다. 사람들은 건강을 위해서, 일을 더욱 잘하기 위해서 로봇 기술이 필요하다고 받아들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비롯된 변화가 비가역적이라고 보나.
“그렇다. 여러 협업도구나 로봇 등은 최초 코로나19 대응 기술이 아니었다. 미래를 향해 천천히 가고 있었는데, 코로나19로 장점이 부각되며 새 기술을 써야 할 이유가 많아졌다. 경험해보지 못했던 재택근무 등의 장점이 발견됐다. 과거로 돌아가진 않을 것이다.”
급격한 변화 속 퓨처플레이의 강점과 경쟁력은.
“퓨처플레이는 글로벌 스케일로 나아가는 혁신 기업에 투자하는 회사다. 최초 기술 중심의 얼리 스테이지에 투자하겠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는 회의론이 짙었다. 그렇지만 우리가 세운 가설이 잘 맞아 들어가고 있다. 우리는 다른 VC와 출생이 다르다. 나는 과학기술자의 길을 따랐다. 창업하고 인텔에서 근무했고, VC를 차렸다. 그런데도 자본을 운용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 적 없다. 자본은 수단이다. 회사의 탄생을 지원하는 게 내 역할이다. 좋은 투자자는 돈을 수단으로 쓰는 사람이다. 과학에서 비롯된 미래의 변화를 선명하게 본다. 재무적 투자자보다는 창업자에 가깝고, 여의도 증권가 문법의 반대편에 서 있다.”
그동안 기술 기업 투자를 외면했던 VC들도 정부 자금의 움직임에 따라 이 분야의 투자와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퓨처플레이는 경쟁 상황에 몰린 것이다. 류 대표는 “우리가 선구자였는데, 이제는 하나의 투자사로 남게 될 가능성도 생겼다”며 “LP(유동성 공급자)의 자금을 잘 운용해서 수수료를 받는 투자업이 아닌, 기술 기업의 존재 가치를 발굴하는 본질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LP들을 어떻게 설득하나.
“기업가치 성장과 멀티플로 증명한다. 최초에는 뜻을 함께하는 엔젤 투자자들로 구성했다. 현재는 기업가치를 잘 이해하는 LP들이 참여한다. 매우 많은 LP로부터 콜드콜을 받고 있다.”
창업자·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은.
“기술 창업자가 시장·고객의 문제를 찾고, 제품을 디자인할 때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그에 맞는 논리를 모르기 때문이다. 나는 엔지니어 출신이기 때문에 논리적으로 접근하고, 최적의 방법을 찾는 틀을 제시한다. 창업자의 문제의식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큰 문제를 푸는 게 좋다. 그래야 수익도 크다. 큰 문제는 고객의 고통이 많이 발생하는 곳에 있다. 고객의 고통은 곧 달러(자본)다. 창업자가 고객을 특정하고 자각하면 문제를 잘 풀어간다. 창업자는 돈을 받고 쓰일 수 있도록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내가 결과를 내도록 창업자를 밀어붙일 수는 없지만, 피드백을 용감하게 말하는 경우는 있다.”
창업자와 기술, 어느 쪽을 중요하게 보나.
“문제가 무엇인지부터 본다. 문제를 냉정하게 인식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수단으로써 기술이 적정한지 등을 따진다. 창업자의 문제 정의 능력을 본다. 문제 정의를 잘하려면 공감 능력이 있어야 한다. 고객의 고통을 이해하고, 고객을 확보해 나가는 것도 공감 능력이다. 기술력과 문제의식이 선명하며, 애정을 가진 팀은 망하지 않는다.”
계열사 만들어 사업·자본 수익 창출
스타트업과 어떻게 협업하나.
“망하는 팀의 이유는 문제를 못 정했거나, 믿음이 없어서다. 팀 구성원이 굳은 믿음을 갖고 끝까지 덤빌만한 문제를 찾아야 한다. 문제를 찾는 방식에 대해 많이 논의한다. 온·냉 배달 로봇을 만드는 스타트업이 있는데, 문제를 찾지 못하고 있기에 직접 물류업을 경험해 보라고 조언했다. 이에 전 팀원이 모든 종류의 물류 아르바이트를 3주간 체험하고, 비즈니스 방식을 찾았다. 직접 시장에서 겪어 보면 시장조사만으로는 찾을 수 없는 결과물을 얻게 된다.”
VC로서 지향하는 브랜드가 있나.
“브랜드는 지난 7년간 노력이 쌓아 올린 데 대한 대중의 인식이다. 대중들이 바라보는 교집합은 ‘혁신에 굉장히 용감하게 투자하는 회사’, ‘기술을 잘 이해하는 회사’로 꽤 선명해졌다. 우리는 단지 기술이 아닌, 10년 뒤 시장의 게임체인저를 찾는 것이다. 창업 시장에서는 미친 발상이 있으면 퓨처플레이를 찾아가 보란 얘기도 나온다. 대담하고 선 굵은 투자를 한다는 인식도 있다.”
류 대표는 정부에도 한마디 했다. 정부 정책은 항상 후행하기 때문에 신생 VC라도 철학과 자기 색깔을 갖고 자금을 운용할 수 있도록 민간에 주도권을 더 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모태펀드의 비중은 빠르게 줄고 있기 때문에 모태펀드 다음 단계로 올라가야 한다”며 “펀드 만기가 7~8년인데, 각 테마는 3~4년만 지나도 낡아질 만큼 시장은 역동적이다. TIPS가 잘 운용되듯 민간에 믿음 갖고 맡겨도 된다”고 강조했다.
미래를 어떻게 예측하나.
“대부분 사람이 못 보는 기술의 활용 가능성을 포착하는 것이 우리의 강점이다. 미래는 막연해 보이지만, 내다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우리가 현재 신기하게 바라보는 기술은 대부분 10~20년 전에 나왔다. 많은 기술이 도태되지만 어떤 기술은 살아남는다. 어떤 후보 기술에서 잭팟이 터질지는 사람들이 원하는 점과 기술적 조합으로 예측할 수 있다. 예컨대 뷰노의 경우 딥러닝이란 홈런을 칠 수 있는 기술이 있어, 돈과 생명을 다룸으로써 큰 이익을 낼 수 있는 의료·금융 중 한 분야를 선택하라고 조언했다.”
손정의 회장과 투자 방식이 비슷하다.
“통장의 크기가 다르다.(웃음) 올라웍스 시절 소프트뱅크가 우리 고객사였다. 비슷한 측면이 있다. 소프트뱅크는 사업과 자본 수익의 균형을 갖춘 좋은 예다. 현금흐름을 만드는 비즈니스가 있어야 안정적으로 투자업을 할 수 있다. 현재 우리도 기술 발전에 맞물린 시장에 뛰어들 2개 자회사를 만들어 실험하고 있다. 뷰티·푸드·패션·부동산 분야에 관심이 있다. 빅마켓을 딥테크로 푸는 도전을 하고 있다.”
창업자는 자신의 행복·욕망 명확히 정의해야
지주회사 체계를 지향하나.
“지주회사든 자회사로 VC를 만들든 투자를 만드는 본질은 같다. 새로운 형태의 기업모델은 계속 고민 중이다. 현재로선 전통적 비즈니스 회사가 잉여자금을 창출하고, 균등한 비율로 투자회사가 활동하는 기업 형태가 없어 공부 중이다. 2022년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경영자로서 고민과 앞으로 계획은.
“빠르게 성장하며 직원이 많이 늘었는데, 각각의 전문성과 문법이 달라 이를 융합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 데 시간을 쓰고 있다. 설립 초기와는 달리 이제는 명확히 지향하는 바와 가치를 정하고 공유해야 한다. 임직원들과 대화를 많이 나누고, 투자회사 대표들로부터 많이 배우고 있다. 직원 30명 규모의 스타트업 대표가 OKR(실리콘밸리의 성과관리기법)을 공부하는 모습을 보고 많이 자극받았다. 현재 목표는 큰일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다.”
창업자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행복하길 바란다. 회사를 행복 극대화의 도구로 써야지, 잡아먹혀서는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선 자신의 행복과 욕망을 명확히 정의해야 한다. 나도 그것을 돕고 싶다. 자기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지 못하면 우리가 만들어줄 수도 없다. 어떤 VC·AC도 돈 달라고 하거나 망했다고 뭐라고 하지 않는다. 본인의 성취를 지향하길 바란다. 특히 엔지니어는 창업하기 위해 태어났다고 생각한다. 머릿속 상상을 구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면 큰 성취를 내야 한다. 내 행복과 영향력·돈을 동조시켜야 한다. 남의 회사 주가가 오르는 걸 보고 일희일비하지 말고, 자기 회사의 주가를 극대화해 돈 버는 게 낫다. ”
-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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