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현대건설 임원, 한남3구역 ‘무허가·쪼개기’ 투기 논란
도시정비영업 담당 임원 등 다세대·무허가 건물 매입
전형적인 ‘입주권 세팅’ 매물 취득 사례
재개발 사업성 악화 원인…관련 업무와 이해충돌 우려까지
현대건설 일부 임원들이 자사가 수주한 한남3구역 재개발 사업지역에서 무허가·쪼개기 물건 투자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임원은 이 투자로 수십억원의 시세차익을 거두게 될 전망이다.
11일 [이코노미스트]가 한남뉴타운 3구역 조합원 명부를 전수 조사한 결과 해당 사업을 수주한 현대건설의 전현직 임원이 이곳에 무허가 건축물 및 구분 다세대주택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남3구역 입주시 이들이 얻을 수 있는 시세차익은 수십억원에 달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의 ‘토지 지분 쪼개기’ 문제가 불거진 가운데 한남3구역 재개발 관계자인 현대건설 임원들의 이 같은 투자 행태 또한 논란이 될 여지가 크다. 이들이 보유한 무허가 건축물과 구분 주택 또한 편법으로 입주권을 ‘세팅’한 전형적인 재개발 투자 물건이기 때문이다.
논란의 당사자는 현 주택사업부 도시정비영업실 소속 김 상무와 2019년까지 경영지원본부에서 일했던 박모 전무다. 김 상무는 2019년 10월 한남동 5XX 소재 나대지(36㎡)와 무허가 건물을 함께 사들였다. 당시 매수가는 8억7000만원이다.
정비사업 전문가들에 따르면 해당 물건은 토지 면적이 작은 곳이라 무허가 건물의 존재 여부가 입주권이 나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같은 기간 박모 전무 역시 일명 ‘쪼개기’가 된 보광동 2XX 소재 다세대주택 지하1층을 9억원에 사들였다. 이 주택은 서울시 조례상 권리산정기준일인 2003년 12월 30일의 약 2년 전인 2001년 10월 구분등기가 됐다. 구분등기를 통해 대지 면적이 70㎡에 불과한 소규모 다가구주택(지하1층~지상2층) 지분은 4개로 쪼개졌다. 1개였던 입주권이 4개가 된 셈이다.
비슷한 사례는 또 있다. 역시 전 현대건설 직원인 장모씨도 한남3구역에 이런 쪼개기 물건을 매입했다. 이 구분 다세대주택은 장씨가 매입하기 약 3달 전인 2003년 2월 구분등기가 됐다. 그리고 장씨가 해당 주택을 산지 불과 반년 뒤, 뉴타운 후보지역이었던 한남3구역은 뉴타운지구로 지정됐다.
수익성 악화 우려에도 10억원 차익…자사 수주 단지 투자도 문제
이 같은 지분 쪼개기와 무허가 건축 행위는 재개발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대지면적에 비해 조합원이 받아야 할 입주권이 많아지면 그만큼 일반 분양 세대 수가 줄기 때문이다. 한남3구역은 2019년 시공권 수주전이 불붙었을 당시부터 지분 쪼개기의 대표 사례로 꼽혔다. 실제 5816세대(임대 876세대 포함) 재건축을 추진 중인 한남3구역 조합원 수는 3842명에 달한다.
그럼에도 2024년(예정) 입주시 현대건설 임원들이 얻을 시세차익은 건당 1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부동산 관계자들은 기존 매입가에 향후 분담금을 5억원 이상 추가로 지급하더라도 해당 물건의 투자 가치가 충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인근 한남더힐 전용면적 59㎡이 25억원에 거래되며 이미 3.3㎡ 당 1억원을 돌파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례처럼 재개발 사업과 직접 관련된 건설사 임직원들의 사익추구 활동에 대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들은 재개발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높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에서는 LH 임직원들의 내부거래 및 투기 논란 이후 토지 및 부동산 업무를 직접 취급하는 공직자에 대한 규제 방안을 마련해 놓은 상황이다. 4월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이 그것이다.
해당 법안은 부동산 관련 업무를 직접적으로 취급하는 공무원 또는 공공기관 직원은 관련 물건을 보유하거나 매수하게 되면 14일만에 서면으로 신고하고 해당 업무 회피를 신청하도록 하고 있다. 적용대상에는 공직자 당사자뿐 아니라 배우자와 직계가족까지 포함된다.
그러나 공무원들만큼이나 부동산 정보와 가까운 건설사 임직원은 오랫동안 사각지대로 남을 전망이다.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조차 내년 5월이 돼야 시행될 계획이기 때문이다.
김성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국장은 “건설사 임직원은 공직자가 아닌 민간인이기 때문에 사내 감사팀을 통해 감시하는 것 말고는 당장 이들의 사익추구를 막을 방법이 없을 것”이라면서 “현재로선 ‘이해충돌방지법’이 자리를 잡고 나서야 논의가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고 전망했다.
민보름 기자 min.boreu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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