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돈' 된 비트코인, 진짜 싸움은 이제부터 [고란 코인도란]
칼 빼든 금융당국 '부실 거래소' 꼼짝마!
법정통화된 비트코인… 엘살바도르의 몸부림?
비트코인 "자산이냐, 사기냐" 여전히 '인정 투쟁' 중
비트코인 가격이 바닥을 모르고 떨어졌다. 9일에는 3만 달러선마저 위협받았다. 희망이 사라진 때, 구세주가 나타났다. 엘살바도르다. 스페인어로 엘살바도르는 구세주를 뜻한다. 이날 달러와 함께 법정통화(legal tedder)로 비트코인을 인정하는 ‘비트코인 법’이 의회를 통과했다. “비트코인은 화폐가 될 수 없으며, 사기다”(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2018년 1월 8일)는 발언은 3년여가 지난 지금 거짓이 됐다.
국내에선 무슨 일이?=벌집계좌 턴다
정부 부처의 역할분담이 이제야 끝난 모양새다. 암호화폐의 ‘거래’를 담당하는 금융위원회가 9월 특금법(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시행을 앞두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문제 삼은 건 이른바 ‘벌집계좌’다. 정부가 암호화폐의 ‘질서있는 퇴장’을 원하다보니 은행들은 업비트ㆍ빗썸ㆍ코빗ㆍ코인원 등 4곳을 빼곤 실명확인이 가능한 가상계좌를 내주지 않았다. 은행 창구에서는 사업목적에 ‘코인’이 보이기만 하면 법인계좌 발급조차도 꺼렸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 되레 편법이 판을 쳤다. 대표자나 임원 등의 개인명의로 계좌를 발급해서 고객 돈을 받는 거래소들이 등장했다. 이곳에 ‘내’ 돈을 입금하는 순간, 이 돈은 법적으로 ‘거래소’ 돈이 된다. 고객 돈을 사적으로 유용하거나, 어느날 고객 돈을 들고 사라져도 이상할 게 없다. 벌써 여러 사례가 있었다. 9월 특금법이 시행되면 4~5개 거래소를 빼곤 대부분 거래소가 문을 닫을 것이란 전망이다. 벌집계좌를 쓰는 거래소들은 ‘먹튀’할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
금융당국은 거래소가 쓰는 계좌를 전수조사한 후 불법 소지(금융실명제법 위반)가 있는 계좌는 바로 폐쇄 조치할 계획이다. 아울러 이달 내로 거래소 20여곳을 대상으로 실사를 진행해 정보보호관리체계(ISMS)나 IT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졌는지는 현장 점검한다.
실명계좌를 발급받는 건 거래소 입장선 생존과 직결된 문제다. 이 와중에 가장 많은 거래소의 러브콜을 받은 BNK부산은행이 거래소에 실명계좌 발급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블록체인 특구인 부산의 대표은행 부산은행마저 거래소의 손을 잡아주지 않으니, 거래소는 그야말로 벼랑 끝에 몰렸다.
해외에선 무슨 일이?=엘살바도르 법정통화는 달러, 그리고 비트코인
엘살바도르는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채택한 첫 국가가 됐다. 의회를 통과한 비트코인 법안에는 모든 경제주체가 비트코인 결제를 받아들이도록 의무화하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 다만, 비트코인을 대금으로 받아야 하는 상점 주인 입장에서는 변동성이 신경쓰일 수 있다.
이들은 비트코인을 즉각 달러로 교환할 수 있다. 교환 역할을 맡기 위해 엘살바도르 정부는 1억5000만 달러 규모의 ‘트러스트 펀드’를 운영한다. 결제속도와 수수료 문제 해결을 위해 디지털 지갑 서비스 기업 스트라이크의 도움을 받는다. 시민을 위한 비트코인 지갑도 출시할 계획이다. 아울러 비트코인은 화폐이기 때문에 비트코인 거래에는 양도소득세가 부과되지 않으며, 비트코인으로 세금도 낼 수 있다.
엘살바도르는 국내총생산이 270억 달러에 불과하다. 세계 99위 경제규모(2019년)다. 2001년부터 자국통화 콜론은 폐기됐고, 달러를 법정화폐로 쓰고 있다. 양대 갱단이 사회를 장악, 살인률 세계 1위 국가다. 자국민이 해외에 나가 본국에 송금하는 돈이 전체 GDP의 20%를 차지한다. 전국민의 70%는 은행계좌도 없고 신용카드도 없다. 비트코인을 둘러싼 논란은 차치하고, 이 나라의 밀레니얼 대통령(1983년생) 입장에선 뭐라도 해 보는 게 엘살바도르의 미래를 위한 선택이었을 게다.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채택했다는 상징적 의미만으로도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했다. 엘살바도르의 시도 이후 저개발 국가, 특히 파라과이ㆍ멕시코 등 중남미를 중심으로 비트코인 채택 움직임이 일고 있다. 엘살바도르가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채택하는 첫 번째 나라이지 마지막은 아닐 거라는 것이 시장 참여자들의 중론이다.
거대한 변혁은 작은 균열에서 시작한다. 글로벌 금융시스템을 장악한 이들 입장선 엘살바도르의 시도를 좌시하지 않는다. 가장 먼저 국제통화기금(IMF)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10일 공식성명을 통해 “엘살바도르가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채택한다면, 일련의 위험과 규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암호화폐는 상당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으며, 이를 제어할 수 있는 효과적인 규제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IMF의 견제에 상승 반전했던 비트코인 가격이 하락을 맞았다.
위클리 코인=비트코인(BTC)은 인정투쟁 中
10일 지지부진하던 비트코인 가격이 갑자기 급등했다. 주요 선진국(G10)의 중앙은행 및 은행 감독 당국의 대표들로 구성된 바젤은행감독위원회(바젤위원회)가 비트코인을 최고위험 자산 등급인 ‘유니크 리스크’ 등급으로 분류했다는 뉴스 때문이다. 바젤위원회는 비트코인이 ‘초고위험’ 자산이니 은행이 비트코인에 투자하고 싶다면 투자금액의 1250%에 달하는 국채 등 안전자산을 보유하거나 그에 상응하는 자기자본을 더 쌓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정도면 은행은 비트코인에 투자하지 말라고 권고한 것과 다를 바 없다. 그럼에도 투자자들은 “바젤위원회가 비트코인을 초고위험 ‘자산’으로 인정했다”고 환호했다.
비트코인은 지금 '인정'투쟁 중이다. 기존 금융 기득권 세력의 경계 심리를 극복하고 존재감을 입증해야 한다. 가장 비트코인을 경계하는 곳은 중국 정부다. 지난달 말 중국의 금융과 경제를 책임지는 류허 부총리가 비트코인 채굴과 거래행위를 단속하겠다고 밝힌 이후 규제 움직임이 곳곳서 포착된다. 최근에는 중국의 검색 엔진 바이두와 SNS 웨이보 등에서 유명 암호화폐 거래소인 바이낸스나 OKEs, 후오비 등을 검색하면 검색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 웨이보는 법률 위반 등을 들어 암호화폐 인플루언서의 계정을 차단했다.
엘살바도르의 비트코인 법정화폐 채택으로 비트코인은 중요한 승리를 쟁취해냈다. 제2, 제3의 승리 경험이 쌓여야 비트코인 가격이 다시 대세 상승 흐름으로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번 주는 뭘 봐야 할까?=17일 비트코인 ETF 승인 여부 결정
비트코인이 인정투쟁에서 승리해야 시장 전체가 살아난다. 17일 또 하나의 중요한 인정투쟁의 결과가 발표된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비트코인 ETF 승인 여부다. 미국 자산운용사 반에크는 지난 3월 SEC에 비트코인 ETF 승인 신청을 냈다. 신청이 접수된지 45일 이내 SEC가 승인 여부에 대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데, SEC는 이 결정을 16일로 연기했다.
앞서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반에크가 SEC에 제출한 비트코인 ETF 관련 ‘예비 투자설명서’(Preliminary Prospectus)’가 화제가 됐다. 이 문서는 보통 기업이 기업공개(IPO) 신청 전에 투자자들에게 기업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배포하는 설명자료다. 문서에는 투자 관련한 여러가지 면책 조항이 등장한다. 예비 투자설명서의 제출이 비트코인 ETF의 승인을 전제로 한 것은 아니지만, 그 어느 때보다 승인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상황이다. SEC의 결정에 따라 시장이 요동칠 수 있다. 다만, SEC는 최종 결정을 내리기 전 법률 검토 기간을 최대 240일까지 연장할 수 있다.
15~16일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가 열린다. 테이퍼링(자산매입축소)에 대한 내부 논의에 돌입할 것이라는 관측이 쏟아진다. 최근엔 늘 그렇듯 이번 주에도 연준 이사들의 입을 주목해야 한다.
※필자는 알고란(알기 쉬운 경제뉴스 고란tv)의 대표이자, 유일한 기자이자, 노동자다. 중앙일보에서 기자로 일했다. 경제 뉴스를 해석하는 능력(어려운 말로 ‘미디어 리터러시’)을 키워주는 유튜브 채널 ‘알고란’을 운영하고 있다. 코인ㆍ주식ㆍ부동산 등 가릴 것 없이 모든 투자 자산에 관심이 많다. 최근 시장 무서운 줄 잊고 레버리지로 투자하다 큰 손실을 본 후, 생계형 기자 모드로 전환했다(독자분들도 신용 거래는 조심하셔라. 여기 반면교사가 있다). 구독ㆍ좋아요ㆍ알림설정은 사랑이다. algorantv36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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