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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어하우스'로는 뭔가 부족, ‘공유 주거 하우스’ 시대 온다

샌드박스 규제 완화로 다양한 주거 형태 등장 예정
'느슨한 연결' 강조된 청년 공유 주거 콘셉트

 
 
코리빙하우스 '맹그로브 숭인' [사진 맹그로브 홈페이지 캡처]
 
침실 등 개인 공간은 따로, 주방‧거실 등은 공유하는 주택. 이른바 '공유 주거 하우스(코리빙하우스)'라는 새로운 주거 형태가 만들어진다. 기존에 지어진 아파트나 공동 주택 등을 나눠쓰는 셰어하우스의 개념이 아니다. 애초에 지어질 때부터 공유 주거를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공동 주택, 도시형생활주택과 같은 건축법상 기준에 포함되는 하나의 주택이다.
 

개인 공간은 철저하게, 공간 공유는 넓게  

 
공유 주거 하우스는 한 집을 여럿이 공유하는 ‘셰어하우스’와 유사하나 ‘나만의 공간’을 확보한다는 명확한 차이점이 있다. 한 방을 두 명이 나눠 쓰는 등 개인 공간이 불명확했던 셰어하우스에 비해 개인 방, 개인 화장실 등 ‘개인 공간’을 철저히 보장한다. 또한 영화관‧카페‧운동시설 등 다양한 커뮤니티 환경을 제공한다. 임대료는 주변 신축 원룸과 유사하지만 보증금이 낮다. 침대‧책상‧수납 등 가구와 TV‧고속인터넷 등 각종 생활 편의서비스가 임대료에 포함돼 경제적이다.
 
서울시가 발표한 ‘2020년 서울시 복지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시 1인 가구는 전체 가구의 33.3%로 가구 형태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1인 가구 중에서도 청년(만19~34세) 1인 가구가 41.2%로 가장 많았다. 여성가족부의 ‘2020년 가족실태 조사’에서도 지난해 기준 전체 가구 중 1인 가구의 비중이 30.4%에 달했다. 세 가구 중 한 가구는 1인 가구인 셈이다.
 
1인 가구 청년들은 셰어하우스를 넘어 공유 주거 하우스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공유 주거 하우스가 개인 공간이 부족했던 셰어하우스의 단점은 보완하고, 다양한 공간이 필요한 청년층의 수요를 반영했기 때문이다.
 
2015년 국내에 처음으로 코리빙(Cooperate+Living) '협력해서 산다‘ 모델을 도입한 홈즈컴퍼니는 강남‧잠실‧관악 등 1인 가구 수요가 많은 서울 거점 지역에 공유 주택을 운영하고 있다. 코리빙브랜드 MGRV의 ‘맹그로브 숭인’의 경우 지난해 6월 오픈 이후 수용 가능 인원의 40배가 넘는 사람들이 입주를 희망했다. 또한 오는 7월 오픈할 311세대 규모의 대형 코리빙하우스인 ‘맹그로브 신설’의 첫 입주 펀딩은 이미 마감됐다.  
 
수요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유 주거 하우스는 주택법상 그간 명확한 허용 기준이 없었다. 가구별로 다양한 평면을 구성해 ‘맞춤식 주거 공간’을 제공하려 해도 현행법상 주택으로 볼 수 없다며 허가를 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장 유사한 형태인 ‘원룸(도시형생활주택)’의 경우에도 각 세대별로 욕실과 부엌을 설치하고 세대 내 공간은 2개까지 구성해야 한다.  
 
하지만 대한상의 샌드박스 지원센터와 산업부가 지난 5월 31일 '산업 융합 샌드박스 심의위원회'를 열고 공유 주거 하우스에 대해 임시 허가를 부여하면서 다양한 형태의 공유 주거 공간이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심의위는 1인 가구를 위한 주택 공급을 촉진하고 비가족형태의 공유 주거 확산 추세를 감안해 세대 내 공간 구성을 침실 3개까지 허용하고 개인 공간은 최소 7㎡를 충족하도록 했다. 관계부처인 국토교통부는 공유 주거에 대한 세부 기준을 마련할 예정이다.
 
조강태 MGRV 대표는 "기존 원룸과 비교하면 나만의 공간은 작지만 대신 내가 활용 가능한 공간은 늘어나는 셈"이라며 "기존 공유 주거 하우스가 공간 구성 제약으로 온전한 사업이 불가능했는데 이번 샌드박스를 통해 보다 나은 주거 서비스가 가능해졌다"고 밝혔다.
 

1인 청년 가구의 첫 사다리 '코리빙하우스'  

서울시 사회주택 쉐어원 신림1 [사진 셰어킴]
 
캐나다에서 공유 주거 형태의 집에서 1년 거주했던 이지영(23)씨는 “거실과 주방은 공유하고 개인 방과 개인 화장실이 있는 공간이 편리했다. 외로움을 타지만 혼자만의 시간이 필수인 사람들에게 추천한다”며 공유 주거의 장점을 강조했다.  
 
단국대학교 근처 셰어하우스에서 2년 거주한 김지은(가명‧24)씨도 “학교와 거리는 가깝고 근처 원룸보다 저렴하게 살 수 있었다. 밥솥, 정수기 등이 미리 구비된 것이 좋았다”고 말했다.  
 
청년들이 셰어하우스, 코리빙하우스 등 공유 주거 형태를 선택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개인 공간 마련, 다양한 사회관계망 형성, 경제적 부담은 줄이고 입지 좋은 곳에서 거주할 수 있는 장점 등이 꼽힌다.
 
코리빙하우스에서는 청년들 간의 ‘느슨한 연결’이 이뤄지도록 한다. 1인 가구는 타인에게 간섭받지 않고 거리를 유지하고 싶어하지만 동시에 외로움을 덜어내고 사회관계망 속에서 안전함을 느끼길 원한다는 것이다. ‘2020년 서울시 복지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청년 1인 가구는 혼자 생활하며 가장 곤란한 점으로 ‘위급 상황 대처 어려움’(42.2%)을 꼽았다.  
 
코리빙브랜드 맹그로브는 ‘맹그로브 소셜 클럽’ 등 입주자들의 성장과 교류를 위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전문적으로 공간을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청년들의 혼자 사는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전문가들은 코리빙하우스의 새로운 주거 형태가 도심 속 청년 주거난을 위한 ‘첫 사다리’가 될 것이라고 본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교수(부동산학과)는 “청년 주거난을 전체적으로 해결한다고 보긴 어렵겠지만 주택 시장 속 다양한 형태의 주거 공급은 청년들에게 좋은 선택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학교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이중식 교수는 '혼자 잘 살기 연구소'라는 리빙랩(일상생활 실험실)을 신림동 근처의 청년 셰어하우스 1층에 두고 관찰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 교수는 “코리빙하우스는 청년들을 위한 공간 선택지가 넓어지는 측면에서 중요하다. 다만, 공간 중심으로만 공급이 된 셰어하우스 중에는 성공적이지 않은 케이스도 많다. 청년층의 외로움과 고독감을 해소할 수 있는 느슨한 연결을 위해서는 문화 이벤트 등의 프로그램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홍다원 인턴기자 hong.da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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