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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란 코인도란] 코인 솎아내기 본격화…특금법 이후 누가 살아남나

특금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 예고, 거래소 규제 강화
거래 중인 거래소·코인 예의주시 필요
"보호장치 미흡" 여전히 불안한 비트코인 행보

 
 
[연합뉴스]
 
역사는 반복된다. 한 번은 비극으로, 또 한 번은 희극으로. 2018년 1월에 벌어졌던, 이른바 ‘상기의 난’ 데자뷰다. 특히 ‘돈복사’라는 말이 무색하게 급등했던 국산 알트코인, 소위 ‘김치코인’이 위기를 맞았다. 11일 업비트가 5개 코인을 원화마켓에서 상장 폐지하고, 25개를 유의종목으로 지정한다고 밝혔다. 
 
해당 코인은 물론이고 제2, 제3의 숙청 대상이 될 수도 있는 알트코인까지 동반하락했다. 잔고가 ‘순삭’당하는 경험을 한 투자자들은 이날을 ‘석우의 난’이라 부른다(이석우 업비트 대표를 가리킴). 2018년이 비극이었다면, 2021년은 희극이어야 하는데…. 어째 이번에도 ‘졸업’이 아닌 ‘퇴학’을 당하게 생겼다.
 

국내에선 무슨 일이?=‘셀프 발행’ 코인 주의보

 
금융위원회가 특정금융정보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앞으로 거래소(가상자산 사업자)는 본인 또는 특수관계인이 직접 발행한 가상자산의 매매ㆍ교환을 중개할 수 없다. 거래소가 코인 찍어, 그 코인을 자신들 거래소에 상장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이런 의무를 위반하면 최대 1억원의 과태료, 영업의 전부 또는 일부 정지 조치를 부과받는다.
 
쟁점은 특수관계인에 있다. 특수관계인을 상법 시행령을 따라 정의했다. 배우자, 6촌 이내의 혈족, 4촌 이내의 인척, 본인이 단독으로 또는 특수관계인과 함께 30% 이상을 출자했거나 주요 경영사항에 대해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하는 법인 또는 단체와 그 이사ㆍ집행임원ㆍ감사 등이 포함된다.
 
이 조항을 근거로 현재 업비트에 상장된 마로(BTC마켓)나 보라 등이 상장폐지될 거라고 추측하는 사람들이 있다. 마로는 두나무(업비트 운영사)의 자회사인 두나무앤파트너스가 5월 말 현재 3000만개를 들고 있다. 특금법 시행령에 따라, 업비트는 마로를 원화마켓은 물론이고 비트코인(BTC) 마켓에서도 상장폐지해야 할까. 
 
특금법 시행령에 따라 업비트에 상장된 마로(BTC마켓)의 상장폐지 여부에 이목이 쏠린다. 마로는 두나무(업비트 운영사)의 자회사인 두나무앤파트너스가 5월 말 현재 3000만개를 들고 있다. 사진은 이석우 두나무 대표.[사진 두나무]
 
애매하다. 두나무의 특수관계인인 두나무앤파트너스가 마로가 발행한 코인(MARO)를 산 것이지 마로 프로젝트 운영사의 지분을 산 게 아니다. 단순히 코인을 샀다고 해서 ‘사실상 영향력 행사’가 가능할까. 주식시장에 적용한 특수관계인 조항을 코인 시장으로 들고 오다 보니 구체적인 법령 적용에 있어 아귀가 잘 안 맞는다(업비트 역시 11일 마로의 원화상장 폐지는 ‘내부기준’에 의한 것이지 시행령과는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다).
 
어쨌든 특금법 시행 일자(9월24일)가 다가오면서, 거래소의 살아남기 움직임이 본격화했다. 빗썸도 17일 4개 코인을 상장폐지하고, 2개 코인을 유의종목으로 지정했다. 코인빗은 15일 오후 10시 8종을 상장 폐지, 28종을 유의종목으로 지정했다. 사업을 계속하려면 거래소는 코인 솎아내기를 이어갈 수밖에 없다. 혹시나 내가 거래하고 있는 거래소가, 그리고 내가 투자한 코인이, 특금법을 전후로 해서 사라지지 않을지 주의해야 한다. 지금은 ‘야수의 심장’이 아니라 ‘돌다리도 두드리는’ 신중함이 필요하다.
 

해외에선 무슨 일이?=비트코인 ETF, 또 연기

 
비트코인 ETF 승인 여부 결정이 또 미뤄졌다. 미국 운용사 반에크가 신청한 비트코인 ETF에 대해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연기 결정을 내렸다. “검토한 뒤 6월에 결정하겠다”며 4월 승인을 미룬 후, 또 다시 연기했다. 재심사 날짜를 밝히지도 않았다. 다만, ETF 신청 규정에 따르면 SEC는 최장 240일 동안 심사를 할 수 있다.
 
결정을 미룬 이유는 “(비트코인 ETF에 대한) 추가 의견 수렴이 필요”해서다. SEC는 여전히 비트코인 가격 조작에 대해 우려한다. 특정 세력이 비트코인 가격을 좌지우지할 수 있어 투자자 보호가 어렵다는 것이다. 현재 SEC에는 크립토인ㆍ스카이브릿지ㆍ갤럭시디지털 등 9건의 ETF가 SEC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게리 겐슬러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은 “가상자산 시장의 투자자 보호 장치가 너무 미흡하다”고 발언하며 연내 비트코인 ETF 출시 전망을 어둡게 했다.[사진 폭스TV]
 
앞서, 미국 MIT에서 디지털 화폐와 블록체인을 강의했던 게리 겐슬러가 신임 SEC 위원장으로 취임하자 코인 투자자들은 환호했다. 드디어 비트코인 ETF가 나오나 싶었다. 하지만, 그는 지난달 하원 증언에서 “가상자산 시장의 투자자 보호 장치가 너무 미흡하다”, “가상자산을 거래하는 거래소 중 어느 한곳도 SEC에 등록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겐슬러 위원장의 달라진 기류에 연내 비트코인 ETF 출시는 어렵지 않겠냐는 게 시장 분위기다.
 
나스닥 상장사 마이크로스트래티지는 비트코인을 사기 위해 10억달러 유상증자에 나선다. 앞서 비트코인 매입을 위해 5억달러 규모 채권을 발행했던 이 회사는 이미 약 38억달러에 달하는 9만2079개의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다. 억만장자 헤지펀드 매니저인 폴 튜더 존스는 인플레이션 헷지 수단으로 금과 함께 비트코인을 꼽았다. 그는 지난해 5월, 순자산 58억달러 중 2% 가량을 비트코인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엘살바도르의 비트코인 법정통화 실험은 장벽을 만났다. 비트코인의 법정통화 시행 및 규정에 대한 기술 지원을 세계은행에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 세계은행은 환경적인 요인과 투명성의 결점을 감안할 때 엘살바도르의 비트코인 도입을 지원할 수 없다고 밝혔다.
 

위클리 코인=페이코인(PCI), 업비트와 이별

 
11일 업비트가 원화마켓 상장폐지 코인 5종을 발표했을 때, ‘니가 왜 거기서 나와’ 싶었던 코인이 페이코인이다. 페이코인은 실사용 사례가 많다. 피자 사먹으려고 사뒀던 페이코인이 ‘떡상’했다는 증언을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게다(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내부기준’을 이유로 상장폐지됐다.
 
일부는 두나무와의 관계를 지적한다. 페이코인은 다날의 자회사인 다날핀테크가 발행했는데, 다날의 또 다른 자회사인 다날엔터가 케이큐브벤처투자조합을 통해 두나무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법적으로 문제될 건 없지만, 조심하자는 차원에서 ‘선제적으로’ 상장폐지시켰다고 풀이한다. 하지만, 그 이유라면 페이코인은 비트코인 마켓에서도 사라져야 한다.
 
상장폐지 이유와 관계없이 가격은 급락했다. 어쩌면 상장 이전으로 돌아갔다고 보는 편이 맞겠다. 비트코인 마켓에서 200원 안팎에 거래되던 페이코인은 2월 17일 업비트 원화마켓에 상장하면서 상장 당일 5310원까지 급등했다. 이후 하락과 상승을 이어갔지만 '지폐'(1000원 이상)는 유지하다, 원화마켓 퇴출과 함께 다시 '동전'이 됐다.
 
페이코인은 “이번 조치가 페이코인의 암호화폐 결제 사업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달 중 비트코인 결제 서비스가 페이코인 앱을 통해 오픈될 예정”이라며 “이를 통해 국내 7만개, 해외 3000만개의 페이코인 사용 가맹점에서 비트코인을 사용하게 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거래소의 상장 여부와 관계없이 성공하는 국내 코인 프로젝트가 나오길 기대한다.
 

이번 주는 뭘 봐야 할까?=22일 파월 의장 증언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22일 하원에 출석한다. 미 하원 ‘코로나 위기’ 특별 소위원회에 출석해 ‘교훈: 코로나 팬데믹에 대한 연준의 대응’을 주제로 증언한다. 이번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기자회견에서 파월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표시하긴 했지만, 조기 금리인상을 예측하는 점도표에 대한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이를 감안하면 이날 비둘기적인 발언을 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지켜볼 필요가 있다. 지금은 코인 시장 자체 모멘텀보다는 자산 시장 전반의 흐름과 비트코인 가격이 궤를 같이 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알고란(알기 쉬운 경제뉴스 고란tv)의 대표이자, 유일한 기자이자, 노동자다. 중앙일보에서 기자로 일했다. 경제 뉴스를 해석하는 능력(어려운 말로 ‘미디어 리터러시’)을 키워주는 유튜브 채널 ‘알고란’을 운영하고 있다. 코인ㆍ주식ㆍ부동산 등 가릴 것 없이 모든 투자 자산에 관심이 많다. 최근 시장 무서운 줄 잊고 레버리지로 투자하다 큰 손실을 본 후, 생계형 기자 모드로 전환했다(독자분들도 신용 거래는 조심하셔라. 여기 반면교사가 있다). 구독ㆍ좋아요ㆍ알림설정은 사랑이다. algorantv36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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