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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렬 센터장의 증시 전망…“이륙했으니 비행 즐겨라, 유망종목은 S·E·S”

[투자고수에게 듣는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
“주식시장 고점은 경기 정점과 일치…엑시트 시점 한참 남았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정준희 인턴기자]
 
“하반기 조정 가능성은 없습니다. ‘이륙은 끝났다’고 하면 많은 투자자들이 착륙을 준비하는데 성급한 판단입니다. 지금은 비행을 제대로 해야 할 때입니다.”  
 
새해 코스피 3000 돌파를 시작으로 최근 3300선까지 치솟은 국내 주식시장의 열기가 뜨겁다. 올해 상반기에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운 횟수만 14번이다. 거침없는 코스피 돌파에 일각에선 주식시장이 과열된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인플레이션과 금리인상 등 요인이 주식시장에 영향을 미치면서 하반기 조정장이 올 수도 있지 않겠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과거 코스피 1000포인트 시대가 다른 나라에 휘둘릴 수밖에 없는 ‘귀속경제’의 시대였다면, 2000포인트 시대는 보다 나아진 ‘자립경제’의 시대, 3000포인트 시대는 ‘독립경제’의 시대”라며 “외부요인에 따라 어느 정도의 영향은 있겠으나 이제 우리 스스로도 살아남을 수 있는 카드를 쥐고 있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이어 김 센터장은 서비스·전기차·증권업을 하반기 주목할 업종으로 꼽으며, 하반기 증시 변수로는 고용동향과 원자재 가격을 지목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인플레이션·보복소비 상수, 고용동향과 원자재가격은 변수 

최근 코스피 지수가 3300을 돌파했습니다. ‘코로나19’라는 팬더믹에도 불구하고 1년간 국내 주식시장이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요인은?
첫 번째 요인으로 볼 수 있는 것은 기본적으로 국내 주식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겁니다. ‘코스피 3000시대’가 열리고 나니 왜 우리가 그토록 2000포인트에서 10년 넘게 머물렀었는지에 대한 원인이 보이기 시작하더라고요. 지금 생각해보니 그땐 우리나라 사람들이 국내 주식을 좋아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당시 10년간 고객 예탁금이 20조원을 벗어난 적이 없었는데 지금은 60조원이 넘었다는 게 그 방증입니다. 시중자금이 이렇게 몰려있으면 망가뜨리기도 쉽지가 않습니다. 
두 번째 요인은 코스피 2000시대엔 ‘곧 죽어도 삼성전자’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는데 지금은 카카오나 네이버 등 다른 기업들이 치고 올라오면서 어느 정도 밸런스가 맞춰졌기 때문이고요. 
또 세 번째로 자본시장의 발목을 잡던 규제가 다소 해소되면서 경제 상황이 많이 바뀌게 됐기 때문입니다. 결과적으로 사회와 경제가 전반적으로 발전하면서 거기에 어울리는 주식 시장의 지수 수준이 만들어졌다고 보고 있습니다.
 
하반기 조정 가능성은 없을까요?
개인적으로 조정 가능성은 없다고 봅니다. 요새 경제·증시 관련 세미나에서 ‘이륙은 끝났다’라는 표현을 많이 쓰는데 이 표현을 듣는 많은 투자자들이 부정적으로 생각하세요. 착륙 준비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들 하시는데요. 이륙을 하고 난 이후는 착륙이 아닌 ‘비행시간’입니다. 아직 비행을 제대로 하지도 않았는데 내릴 준비를 한다는 것은 지나치게 성급한 것이죠. 
물론 예상치 않게 난기류를 만날 순 있습니다. 그럴 땐 안전벨트를 매라는 경고등이 켜질 수도 있고 흔들거리기도 하겠지만 그것이 추락을 뜻하진 않아요. 지금 상황도 마찬가지 입니다. 팬더믹 상황에서 경제부양을 위해 우리가 쓸 수 있는 정책을 다 사용했고, 다행히 거기에 반응해 복구가 되고 있기 때문에 사회·경제의 시스템이 점차 갖춰지는 상황을 믿고 지켜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하반기 증시 변수는?
상수와 변수로 구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상수’라는 것은 변함없는 수들을 뜻하는데요. 첫 번째 상수는 인플레이션입니다. 당분간은 물가가 계속 오를 테니 너무 놀랄 필요 없고 그것이 생각보다 덜해진다고 달리 해석할 필요도 없다는 겁니다. 두 번째 상수는 소비입니다. 보복소비를 비롯해 모든 소비가 당분간 연장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저축률이 높았기 때문에 소비가 내년 초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이며, 특히 정부는 소비지원 정책을 꾸준히 추가 제시할 것 같습니다. 
변수는 고용동향과 원자재 가격인데요. 고용은 지금도 개선되어지고 있지만 더 좋아지면 정책 금리와 미국 금리 등이 더 빨리 인상될 수 있는 등 가변적 요소가 있고요. 소비가 상수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수요활동이 강해서 가격적 변수에서 오버슈팅이 나오는 상황이 만들어지면서 에너지·구리·반도체 가격 등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많은 사람들이 제각기 해석을 내놓을 것이고 이러한 요인들이 하반기 주식 시장에서 따져볼 수 있는 변수가 될 것입니다. 
이것 외에 테이퍼링과 금리인상 등은 경제 흐름에 따라 다룰 수 있는 얘기이지 이것에 따라서 주식 시장이 붕괴하거나 사이클이 끝난다거나 하는 큰 의미로 봐야 할 사안은 아니라고 봅니다.
 

하반기엔 서비스·전기차·증권업 주목 

하반기 주목할 만한 업종은?
하반기 주목할 업종 키워드로 ‘S·E·S’를 꼽습니다. ‘Dreams come true’라는 노래를 불렀던 1세대 아이돌이죠. 실제 이 노랫말처럼 아직도 시장은 성장을 추구하고 있고 이들 산업에 대한 관심은 올 하반기뿐만 아니라 내년까지도 유효하다고 봅니다. 
‘S·E·S’의 첫번째 ‘S’는 서비스(Service)입니다. 이 안엔 카카오와 네이버 등 플랫폼 기업들이 전면에 나서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이 코스피 3000시대를 열었음에도 불구하고 시가총액의 66%가 제조업입니다. 우리나라 산업·경제 체질이 바뀌어가고 있지만 아직 주식 시장이 그것을 반영하고 있진 못하는 현실인데요. 때문에 서비스 부분에 대한 잠재력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봅니다. 
두번째 ‘E’는 전기차(EV)입니다. 그간 전기차의 가능성까지만 봐왔다면 요즘엔 실제 아파트나 건물 등 주차장에서 아주 쉽게 전기차를 볼 수 있죠. 시장의 외형적 확대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겁니다. 전기차가 제대로 보급된 이후엔 완성차 기업이나 배터리 기업 등 EV 관련 주들이 시장에 등장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마지막 ‘S’는 증권업(Securities company)입니다. 최근 중동이나 개발도상국에서 발전 설비나 수주 소식이 중공업이 아니라 금융기관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그만큼 금융자본이 갖고 있는 확장성이 먹거리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인데 그런 면에서 증권업으로 대표되고 있는 금융산업이 투자매력이 크다고 봅니다. 지금 제일 유망하다고 보는 산업이 카카오나 네이버 등 플랫폼기업들이 들어가 있는 커뮤니케이션 섹터인데 이 산업이 올해 걷어 들일 것으로 예상되는 순이익이 23조원이고, 금융섹터는 무려 27조원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금융섹터의 전체 시가총액은 160조원밖에 되지 않아요. 물론 금융이라는 특성상 성장이 보이지 않고 규제가 많은 산업이라 디스카운트 된 측면은 있으나, 금융산업이 현 상황에서 보이지 않게 돌파구를 계속 뚫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측면에서 유망하다고 보이는 부분입니다.  
 
'들어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많은 투자자들의 고질적 고민거리입니다. 고점 여부 판단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가장 중요한 것은 경기의 정점과 주식시장의 고점은 거의 일치한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경기 정점에 나타날 수 있는 신호가 무엇일까를 생각해 봐야 하겠죠. 임금 상승 속도가 상당히 빠르고, 그 임금에 대해서 기업이 전혀 부담을 느끼지 않을 때 그때가 경기의 정점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임금을 올려줘도 괜찮아. 우리는 돈을 많이 버니 이익을 서로 나눌 수 있어’라며 기업이 흥에 취해있을 때가 경기의 정점입니다. 
미국을 기준으로 보면, 시간당 임금이 정점일 때가 경기의 정점이고 그 전후 6개월이 주식시장의 정점입니다. 지금 우리나라의 상황을 보면, 완전고용까지 가지도 않았고 일자리는 여전히 부족하죠. 그렇다면 우리가 우려하는 그런 상황과는 너무나 많은 시간이 남아있다고 보면 될 것 같아요.  
 
투자자들에게 당부의 말씀은.
과거 코스피 1000시대가 다른 나라에 휘둘릴 수밖에 없는 ‘귀속경제’의 시대였다면, 2000시대는 보다 나아진 ‘자립경제’의 시대, 3000시대는 ‘독립경제’의 시대로 보면 됩니다. 외부요인에 따라 어느 정도의 영향은 있겠으나 이제 우리 스스로도 살아남을 수 있는 카드를 쥐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귀속-자립-독립 이것은 인생의 주기와도 같습니다. 우리가 자립을 하고 독립해서 가족을 꾸렸는데 다시 엄마·아빠 품으로 귀속될 순 없잖아요. 투자자들이 그러한 논리를 이해한다면 과한 공포는 느끼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강민경 기자 kang.mi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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