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첫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 상임위 통과…‘구글 갑질 방지법’으로 불려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법사위·본회의 넘으면 시행
주미한국대사관 개정안 통상 문제 우려 의견 전달하기도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안 통상 압박 뚫고 콘텐트 업계 의견 담아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이 가장 까다로운 문턱을 넘었다. 국회 과방위는 지난 20일 오전 열린 안건조정위원회 3차 회의에서 앱 마켓이 특정한 결제방식 강제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안을 여당 단독으로 처리했다. 이제 법사위와 본회의를 통과하면 법이 시행된다.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은 ‘구글 갑질 방지법’으로도 불린다. 구글이 새 수수료 정책을 발표하면서 개정 논의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구글은 지난해 앱 마켓인 구글플레이의 모든 유료 콘텐트에 자체 결제 시스템을 적용하기로 했다. 이 시스템을 통하면 결제대금의 일부를 구글에 내야 한다.
구글은 그간 게임 앱에만 자체 결제를 강제했고, 음원·웹툰 등의 서비스는 외부 결제 시스템을 허용해왔다. 기존에 내지 않던 수수료를 내야 하니, 앱 제작자 입장에선 수수료가 올라간 셈이었다. 물론 입법의 타깃은 구글 혼자가 아니다. 애플 역시 2011년부터 모든 콘텐트를 대상으로 인앱 결제를 강요해왔다.
구글의 인앱 결제 정책은 국경 구분 없이 적용되는 만큼, 세계 곳곳에서 이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런데도 실제로 법 시행을 앞둔 건 한국이 유일하다.
다른 국가에서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는 건 글로벌 앱 마켓 시장 점유율을 양분하고 있는 구글과 애플의 국적이 미국인 이유가 크다. 자칫 통상 압박의 후폭풍을 맞을 수 있어서다.
실제 사례도 있다. 프랑스가 지난해 구글이 온라인에서 거둔 이익에 ‘디지털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자 미국은 프랑스산 와인·식료품에 이른바 ‘와인세’라 불리는 보복 관세를 물리겠다고 압박했다.
사실 우리나라 국회에서도 우여곡절이 많았다. 지난해 11월 주미한국대사관은 개정안이 특정 기업을 표적하고 있어 통상에서의 불이익 문제로 비화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정부와 국회에 전달했다. 올해 3월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자국 의회에 제출한 무역장벽 보고서에 개정안을 두고 ‘새로운 디지털 무역장벽’으로 간주하며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이 법에 신중론을 펼쳐온 국민의힘의 주요 논리 역시 “통상문제의 발생이 걱정된다”였다.
플랫폼 편의를 누렸으면 그에 따른 대가를 지급하는 게 당연하다는 구글과 애플의 반론도 설득력이 있다. 이미 수수료를 내면서 구글 인앱결제 시스템을 활용하는 기업이 상당수를 차지해 신규 적용 대상이 2% 미만이란 점도 입법의 명분을 약화했다.
그럼에도 이 법이 끝내 상임위를 통과한 건 국내 콘텐트 생태계 구제 논리가 통상 압박 문제보다 더 힘을 얻었기 때문이다. 그간 인앱결제 적용 대상이 아니었던 음원, 동영상, 웹툰 등 콘텐트 업계는 작가와 업체의 수익 저하, 유저 사용료 인상 등이 불가피했다.
이 때문에 관련 산업계와 종사자가 적극 목소리를 높였다. 인터넷기업협회, 벤처기업협회 등 IT 업계뿐만 아니라 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한국웹소설산업협회, 한국웹툰산업협회 등 국내 주요 콘텐트 단체도 성명을 통해 법안 처리를 촉구했다.
국회 과방위 관계자는 “이제 막 시장이 형성 중인 국내 콘텐트 창작 생태계가 무너질 위기에 처하자 관련 업계가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면서 법 통과에 우호적인 여론이 형성됐다”면서 “결제 시스템이 강제돼 사업자에 선택권이 없다는 게 문제였고, 규제 대상엔 국내 사업자도 포함돼 통상 마찰 이슈가 크게 번지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사회 역시 구글 인앱결제 강제에 대응할 조치를 마련하고 있다. 한국이 세계 각국이 참고할 만한 선례를 제시했다.
김다린 기자 kim.dar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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