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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환율이 던진 질문, 한국경제는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스페셜리스트 뷰]

은행

2026년은 고환율이라는 새로운 과제가 우리 앞에 놓인 한 해가 될 것이다. 원·달러 환율이 1달러당 1500원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2025년 한 해만 놓고 보더라도 환율은 1350원대에서 1480원 부근까지 넓은 폭으로 움직였다. 시장에서는 최근의 환율 수준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월간 평균 최고 구간에 근접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단기적 상승으로 치부하기에는 그 변동폭과 지속성이 예사롭지 않다. 이 정도라면 기업의 투자 계획과 가계의 소비 패턴을 동시에 흔드는 ‘고환율 시대’라는 표현이 과장이 아니다. 한국은행이 수입물가와 소비자 물가 상승, 중소 수출기업의 부담 확대를 동시에 우려하며 경계 수위를 높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환율 국면의 배경…금리 차를 넘어선 구조적 요인들이번 원화 약세를 단순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금리 기조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물론 정책금리 기준으로 보면, 한국과 미국의 금리차는 여전히 의미있는 수준이다. 미국 정책 금리가 한국보다 1%포인트(p) 이상 높은 상태가 이어지면서, 달러 자산의 상대적 매력이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이번 환율 국면의 특징은 금리 차 외에도 달러 수요를 구조적으로 키우는 요인들이 동시에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대표적인 요인은 대미 투자 확대다. 최근 한미 관세 및 투자 협상 결과에 따라 한국은 향후 10년간 최대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 조성을 약속했고, 여기에 더해 선박·방산·에너지 분야에서 추가로 1000억 달러를 투입하기로 했다. 일본 역시 미일 협정을 통해 5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고, 유럽연합도 미EU 합의에서 6000억 달러 수준의 투자 계획을 제시했다. 이는 향후 수 년동안 한국·일본·EU의 제조업 금융 자본이 지속적으로 달러를 매입해 미국 실물 프로젝트로 이동해야 함을 의미한다. 이것이 글로벌 차원에서 달러 수요가 구조적으로 고착되는 배경이라 할 수 있다.국내 자본 흐름도 원화 약세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이른바 ‘서학개미’로 불리는 개인투자자들의 해외 주식 투자가 빠르게 늘었다. 2025년 11월 중순까지 개인투자자의 해외주식 순매수는 300억 달러를 넘어섰고, 투자 대상의 상당 부분은 미국 빅테크와 인공지능(AI) 관련 종목에 집중됐다. 해외 주식과 채권을 포함한 해외 증권투자 잔액은 1조2140억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내에서 벌어들인 원화를 달러로 바꿔 해외 자산에 투자하는 흐름이 상시화되면서, 외환시장에서는 달러를 사려는 수요가 구조적으로 우위에 서는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이처럼 대내외 구조적 요인까지 겹치면서 최근의 원화 약세는 무역시장 보다는 자본과 투자의 흐름이 달러 중심으로 재편되는 과정의 한 단면으로 보는 편이 더 정확하다. 실제로 한국의 수출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했고, 무역수지도 흑자를 이어가고 있다. 그럼에도 환율이 약세를 보인다는 것은 ‘수출은 잘 되는데 자본계정에서는 달러가 빠져나가는 나라’라는 새로운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고환율이 작동하는 경제적 경로와 기업 활동 영향고환율이 기업 활동과 국민 일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몇가지 기본적인 환율이 경제에 미치는 경로들을 하나씩 짚어볼 필요가 있다.우선, 구매력 평가 관점을 살펴보자. 장기적으로 환율은 각국의 물가 수준 차이를 반영한다. 물가 상승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나라의 통화 가치는 하락하는 것이 구매력 평가의 이론적 귀결이다. 문제는 최근 한국의 상황이 다소 역전된 형태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달러 표시 기준으로 국제 원자재 가격은 안정되거나 하락했지만, 원화 약세로 인해 원화 기준 수입가격은 오히려 상승하고 있다. 실제로 10월 수입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1.9% 상승했다. 국제유가가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평균 환율이 한 달 사이 2% 이상 오르면서 수입가격을 끌어올린 결과다. 이번 국면에서 ‘물가가 오르니 환율이 약해지는’것이 아니라, ‘환율이 약해져 물가를 밀어 올리는’ 경로가 작동하고 있다.둘째, 환율 전가 효과 측면이다. 환율 변동이 기업의 생산비와 최종 판매 가격에 얼마나, 그리고 얼마나 빠르게 반영되는지를 설명하는 개념이다. 한국은 전통적으로 가격 경쟁이 치열한 수출 구조를 갖고 있어 환율 상승분이 최종 가격에 완전히 전가되지 못하는 ‘부분 전가’ 특성을 보여 왔다. 그러나 원자재와 부품을 수입해 국내에서 가공하는 중소·중견 기업의 경우 상황은 다르다. 환율 상승분을 자체적으로 흡수하기 어려워 비용 부담이 고스란히 실적에 반영된다. 한국은행과 재정경제부가 원화 약세를 수입물가를 거쳐 생산자 물가와 소비자 물가로 이어질 압력이 커졌다고 경고하는 배경이 바로 이 경로다.세 번째는 소위 ‘J-커브 효과’라는 것이 있다. 이론적으로는 환율 상승이 수출 경쟁력을 높여 무역수지를 개선해야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이미 체결된 계약과 고정된 물량 탓에 가격만 먼저 반응하고 물량 조정은 지연된다. 그 결과 무역수지가 일시적으로 악화될 수 있다. 최근 한국의 무역수지는 흑자를 유지하지만, 미국향 수출은 관세 인상 여파로 일부 산업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철강과 석유화학처럼 미국과 유럽 의존도가 높은 업종은 환율 효과를 충분히 누리지 목하고 있다. 즉, 환율이 올랐다고 해서 모든 수출 기업이 단기적으로 혜택을 보는 것이 아니게 된다.네 번째는 대차대조표 효과를 보자. 달러로 부채를 지고 있는 원화로 수익을 내는 기업에게 환율 상승은 곧바로 부채 부담 확대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원화 가치가 10% 하락하면 동일한 달러 부채의 원화 환산액은 10% 늘어난다. 대기업들은 외화 조달 비중을 줄이고 환헤지 비율을 높여왔지만, 중견·중소 기업이나 해외 프로젝트 파이낸싱에 노출된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이 최근 한국 기업을 평가하면서 환차손과 이자 비용 증가를 주요 리스크로 지목하는 이유가 바로 이 경로다. 국민 일상과 한국 경제에 남는 과제이러한 다양한 경로들을 한국 현실에 대입해 보면 위험의 윤곽이 보다 분명해진다. 기업 측면에서는 수출 대기업과 중소 및 내수기업 간의 격차가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반도체와 자동차처럼 달러 매출 비중이 높은 업종은 환율과 가격 상승의 이중 효과를 누리고 있다. 반면 원자재를 수입해 국내에서 가공 하는 기업, 달러 차입 비중이 높은 기업은 원가와 금융 비용이 동시에 상승하며 마진 압박에 직면하고 있다.국민 일상에서도 고환율의 영향은 이미 체감되고 있다. 수입물가는 지난 2025년 7월부터 11월까지 연속 상승했고, 연간 기준으로도 플러스로 전환됐다. 국제 원자재 가격이 안정된 상황에서 나타난 변화라는 점에서 환율의 영향은 분명하다고 볼 수 있다. 최근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2.4% 수준으로 기록했는데 농산물과 석유류, 수입 가공식품의 기여도가 높다. 장바구니 물가·외식비·물류비가 동시에 오르는 이유가 바로 고환율이라는 것이다.여기에 해외여행·유학·송금 비용 부담도 커졌다. 같은 2000달러라도 환율이 1300원일 때와 1500원일 때의 체감 차이는 크다. 해외 주식 투자까지 겹치면서 달러는 소비와 투자 전반을 관통하는 필수 경제 변수로 자리 잡고 있다. 개인의 해외 주식 순매수가 연간 300억 달러를 웃도는 상황에서, 달러가 국내를 떠나 장기간 해외 자산에 묶이는 구조가 고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지금 한국에서 가장 현실적인 위험 시나리오는 세 가지다. 첫째, 수입물가로 이어지며 실질 소득을 잠식하는 경로다. 만약 임금 상승속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 체감 경기 악화는 불가피하다. 둘째, 중소 및 내수기업의 대차대조표 리스크 확대다. 환율과 금리가 동시에 부담으로 작용할 경우 고용과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셋째, 대규모 대미 투자에 따른 장기적 달러 수요 증가는 환율 상향 변동성을 구조적으로 키울 가능성이 있다.기업과 가계의 대응을 위해서, 우리는 결국 기본적인 것부터 돌아보아야 한다. 기업은 환위험 관리의 기본전략을 다시 점검해야 한다. 가계 역시 고환율을 일시적 현상이 아닌 환경 변화로 인식하고, 해외 소비와 투자에서 쏠림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 정책 당국의 역할은 더 중요하다고 본다. 단기적 변동성과 완화도 필요하지만, 더 근본적인 과제는 한국경제를 ‘만성 약세 통화’ 구조로 고착시키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성장 잠재력과 생산성, 인구 구조와 재정 기반이 약해지면 환율은 결국 이를 반영하게 된다. 지금의 환율을 단순한 외부 충격으로만 볼 수 없는 이유다.고환율은 분명히 불편하고 때로는 고통스럽다. 그래서 빨리 없애고 싶은 충동이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고환율은 동시에 한국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을 비추어주는 거울이기도 하다. 수출에만 의존해 온 성장 방식에서 벗어나 내수와 서비스, 혁신 역량을 키우고 해외 투자와 국내 투자 간의 균형을 회복할 수 있다면 환율은 다시 안정의 영역으로 돌아올 수 있다. 한국 경제는 고환율 시대를 피하기만 할 것인지, 아니면 더 강한 경제로 가는 계기로 삼을 것인지 그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다. 필자는 서강대에서 경제학 학사와 석사 과정을 거친 뒤, 미국 위스콘신대 매디슨 캠퍼스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국제무역을 주요 연구 분야로 삼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학계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2025년에는 한국국제통상학회 제30대 회장을 맡아 학술 교류와 국제통상 연구의 확산에도 힘쓰고 있다.

2025.12.29 11:00

6분 소요
고환율 앞에 ‘벌벌’…금융사 영업의 새 변수

은행

고환율은 은행권 영업환경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에 따라 은행권 역시 원·달러 환율 흐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환율 상승은 원화 가치 하락과 달러 가치 상승을 의미하며, 이는 은행의 달러 부채 부담을 키워 자본 건전성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위험가중자산 확대 우려…‘생산적 금융’ 부담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2월 23일 기준 원·달러 환율은 1483.6원에 마감했다. 이는 2025년 중 가장 낮은 수준이었 6월 30일 1350원과 비교하면 대폭 상승한 것으로, 이는 은행들의 영업 환경 또한 달라졌음을 시사한다. 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에 진입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환율이 상승 흐름은 금융사의 외화자산·외화부채 구조에도 영향을 미친다. 원화 가치가 하락하면 별다른 거래 변화가 없더라도 달러 부채의 원화 환산 부담이 커지고, 이에 따라 위험가중자산(RWA) 증가 압력이 확대된다. RWA는 은행이 보유한 각종 자산에 대해 신용위험 정도에 따라 위험 가중치를 곱해 산출한 금액이다.실제로 KB·신한·하나·우리·NH농협금융 등 5대 금융그룹의 9월 말 RWA는 역대 최대치인 총 1450조원으로 집계됐다. 원화 약세가 지속될 경우 RWA에 대한 상승 압박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환율이 오를수록 은행의 RWA 증가 압력은 구조적으로 확대되고, 이는 곧 건전성 부담으로 이어진다. RWA 상승은 금융사의 ‘생산적 금융’ 확대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생산적 금융은 ▲중소·중견기업 ▲신산업 ▲해외 인프라·수출금융 등 위험가중치가 100% 이상인 고RWA 자산 비중이 높아 자본 소모가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하나금융은 지난 2025년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생산적·포용금융에 매년 약 20조원 규모의 자본을 투입하면 RWA가 연간 12조원 가량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자본비율 관리도 과제…주주환원 여력 줄어은행의 자본비율 관리도 당면 과제로 떠올랐다. 환율 급등은 은행의 보통주자본(CET1)비율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CET1비율은 보통주자본(CET1)을 RWA로 나눈 값으로, 은행의 손실흡수능력을 보여주는 핵심 자본적정성 지표다. 외화자산과 부채의 원화 환산액이 증가하면 CET1 비율의 분모인 RWA가 불어난다. RWA가 증가할수록 자본 대비 위험 규모가 커지고 건전성 지표는 낮아지는 구조다. 통상 금융권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를 때마다 CET1 비율이 약 0.01~0.03%포인트(p) 하락하는 것으로 추산한다. 각 금융그룹이 CET1 비율을 주주환원 지표로 활용하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환율 급등이 내년도 주주환원 계획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대부분 금융지주들은 CET1 13% 초과분을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소각 등 주주환원에 활용하겠다는 주주환원 기조를 갖고 있다. 지난 9월말 4대 금융지주의 CET1 비율은 KB금융 13.83%, 신한금융 13.56%, 하나금융 13.30%, 우리금융 12.92%다. CET1 비율이 하락하면 주주환원 여력이 줄어들 수 있다.결과적으로 환율 급등은 금융사의 전체 경영 전략과 수익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된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환율 상승은 은행 보유 외화자산 증가→RWA 확대→재무건전성 지표인 CET1 비율의 하락으로 이어진다”면서 “생산적 금융 활성화 과정에서 대출 리스크가 상승하지만 RWA 하한 규제는 2025년 60%에서 2026년 65% 상향된다”고 말했다. d이어 “은행입장에서는 생산적 자금공급에 더해 재무안전성 확보도 과제로 더해진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한은의 판단은…“시스템 리스크 전이 가능성 낮아”최근 고환율 상황이 금융 안정에 미치는 복합적인 리스크를 조명한 한국은행의 분석도 나왔다. 한은은 ‘2025년 12월 금융안정보고서’에서 고환율 수준이 지속될 경우 은행 외화자산의 원화환산액 증가, 통화파생거래 신용위험 증가 등으로 신용RWA가 확대되고 은행의 자본비율 하락 압력이 가중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2025년 3분기 환율 상승으로 은행들의 외화자산의 원화 환산액이 늘면서 자본 비율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 또 2026년부터 은행 자본규제 관련 국제 기준인 바젤3 최종안에 따라 은행들이 자체 내부 모형으로 추산한 RWA가 표준방법으로 추산한 RWA의 65%(2027년 70%·2028년 72.5%)를 넘도록 규제가 강화될 예정이다.지난 12월 23일 설명회에서 장정수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최근 환율 급등이 연말 금융기관들의 자본 비율 관리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자본 비율이 하락하면 은행들은 규제 비율을 준수하거나 건전성을 관리하기 위해 위험가중자산을 줄이려 할 것”이라며 “이는 기업이나 가계에 대한 대출 태도를 깐깐하게 만들어 신용 공급이 축소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다만 그는 “현재 국내 은행들의 자본 비율이 규제 수준을 상당히 상회하고 있어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될 가능성은 낮다”면서 “변동성이 확대된 만큼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2025.12.29 10:00

4분 소요
“1500원 못 가게”…高환율 방어 총력전

은행

미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1500원을 위협하는 고환율 국면에서, 환율 상승의 원인을 둘러싼 진단과 처방이 동시에 쏟아지고 있다. 최근 유동성 확대가 환율 급등의 배경이라는 지적이 나오자, 한국은행은 이를 일축하며 해외투자 확대와 기업의 외화 보유 성향 강화 등 외환 수급 구조 변화를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다. 정부와 외환당국은 외화 수급 개선에 나서며 고환율 대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2025년 환율 ‘V자 상승’ …하반기 가파른 상승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COS)에 따르면 2025년 1월 1455.5원이었던 월평균 원-달러 환율은 3월 1457.92원까지 상승한 뒤 6월 1365.15원으로 하락했다.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을 거치며 정치적 불확실성이 극대화됐던 시기 급등했던 원화 환율이, 새 정부 출범과 맞물려 안정을 찾은 것이다.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정책 불확실성의 여파로 원화 환율은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특히 하반기 환율 상승세가 가팔랐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7월 이후 6개월 연속 상승하고 있다. 월평균 환율은 7월 1376.92원에서 ▲8월 1389.86원 ▲9월 1392.38원 ▲10월 1424.83원으로 1400원을 넘겼다. 11월에는 1460.44원으로 올랐고, 12월엔 1∼19일 평균 1472.49원을 기록해 사실상 6개월 연속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외환위기 직후였던 1998년 평균 환율(1394.97원)보다도 높은 상황이다.고환율은 유동성 탓?…한은 “과도한 해석”이 같은 환율 급등의 원인을 두고 최근 ‘시중에 과도한 유동성이 풀리면서 환율과 집값을 동시에 밀어 올렸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한국은행은 유동성 증가만으로 환율 급등을 설명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선을 그었다.유동성이란 소비·투자·금융거래 등 경제활동에 활용되는 화폐, 즉 자금의 총량을 의미한다. 협의통화(M1), 광의통화(M2), 금융기관 유동성(Lf), 광의유동성(L) 순으로 구성 상품의 포괄 범위가 넓어진다. 이런 통화지표는 2023년 말을 저점으로 완만한 상승 흐름을 보이다가 올해 하반기 들어 증가세가 빨라졌다.한국은행에 따르면 M2의 증가율은 지난 9월 기준 전년 동기 대비 8.5%다. 금융기관 유동성과 광의유동성 증가율도 각각 8.0%, 7.2%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이후 네 차례의 기준금리 인하가 시차를 두고 민간신용에 영향을 줬고, 최근 경상수지 흑자 폭이 확대되면서 국외로부터 유동성 유입이 늘어난 점과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로 국채발행이 증가한 점 등에 따른 결과다.다만 한은은 이 같은 유동성 증가 속도가 과거 금리 인하기와 비교하면 평균 수준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 차례 금리 인하기 동안 누적 M2 증가율은 2012년 5.9%, 2014년 10.5%, 2019년 10.8%였는데, 이번 인하기의 누적 증가율은 8.7%로 중간 수준에 해당한다는 것이다.박성진 한은 금융시장국 시장총괄팀장은 “유동성 수준도 실물경제 및 자산시장 성장세를 고려할 때 과도한 수준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M2 비율은 장기 추세치 수준에서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고, 자산거래 규모 대비 유동성 수준도 2023년 말 이후 하락해 장기 추세치에 근접했다”고 말했다.특히 최근 증가세 확대에는 M2 범위 밖에 있던 주식 자금이 상장지수펀드(ETF) 등 수익증권으로 대폭 유입된 점이 기인한다고 봤다. 박 팀장은 “지난 5월 이후 주가가 상승하는 상황에서 개인이 어떤 통화지표에도 포함되지 않는(비통화성자산) 국내 주식을 큰 폭 순매도했는데, 이 매도자금 중 일부가 ETF 등 수익증권으로 유입되면서 M2 증가세를 가속화하는 요인이 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짚었다.외환당국, ‘달러 붙잡기’ 총력전외환당국은 원화 약세의 직접 원인으로 지목되는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정책 대응에 속도를 내고 있다. ‘원화 약세→달러에 대한 과잉수요 증가→원화 추가 약세’로 이어지는 악순환 과정에 경제 참여자들의 구조적 환율 상승에 대한 믿음이 고착화되고, 투기심리가 커지는 것을 끊어내겠다는 취지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외화 공급을 촉진하는 ‘외화 건전성 제도 탄력적 조정 방안’을 발표하고, 수출기업의 외화 환전을 유도하기 위한 세제 인센티브도 검토 중이다. 한국은행 역시 지난 12월 19일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2026년 1월부터 6월까지 한시적으로 ‘외화지준 부리’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금융회사가 추가로 예치한 외화지급준비금에 미국 중앙은행(Fed)의 정책금리(연 3.5~3.75%) 수준의 이자를 지급하는 제도다. 한은이 외화 자산에 이자를 지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윤경수 한국은행 국제국장은 “은행 입장에서 외화자산을 활용해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좀 더 좋은 조건으로 외화예금을 유치할 수 있게 된다”며 “전체적으로 (더 많은) 외화자산이 국내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아울러 정부는 금융회사가 일정 규모 이상 외화부채를 보유할 때 한은에 내야 하는 부담금을 내년 1월부터 6월까지 한시적으로 면제하기로 했다. 외환 건전성 부담금이 면제된 것은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인 2020년 이후 약 5년 만이다. 금융회사로선 외화 차입 비용이 상대적으로 줄어 외환시장에 달러 공급을 늘릴 여지가 커진다. 윤 국장은 “외환 건전성 부담금 감면으로 금융회사의 외화 조달 비용이 0.1%포인트 정도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2025.12.29 09:00

4분 소요
반재상 바노바기 성형외과 원장 “불로장생은 불가능… 줄기세포 치료는 슬로 에이징 가능”

의료

“불로장생의 꿈이요? 인간이 늙지 않는 것은 불가능하죠.”반재상 바노바기성형외과 대표원장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9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전승절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생명공학이 계속 발전하면서 앞으로 몇십 년 안에 장기를 끊임없이 이식해 더 젊게 살 수 있을 것”이라며 마치 불로장생의 꿈을 꾸는 듯한 발언을 한 데 대한 생각을 물은 뒤였다.‘대한민국 성형 1번지’ 서울 강남을 대표하는 성형외과 전문의인 반 원장은 ‘영원불멸의 삶’은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항노화 기술인 줄기세포 재생 치료를 통해 천천히 늙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보고 있었다. 이른바 ‘슬로 에이징’(Slow aging)이다.반 원장은 국내에 줄기세포라는 개념 자체가 생소하던 12년 전, 병원 내부에 줄기세포 연구센터를 세웠다. 이후 10여 년 동안 자신을 비롯한 수많은 환자들에게 자가 줄기세포 재생 치료를 시행하며 이 분야를 리드하는 성형 전문의로 발돋움했다. 반 원장과 한국은 물론 글로벌 성형 업계의 ‘화두’로 떠오른 줄기세포 피부 재생 치료의 원리와 연구 수준, 효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기적의 치료가 아닌 ‘회복의 선순환’최근 국내는 물론 글로벌 전역에서 줄기세포 시술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특히 헐리우드의 ‘톱 셀러브리티’ 킴 카다시안이 지난 9월 전용기를 타고 한국을 찾아 이 시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동종의 치료를 원하는 대중도 늘어나는 추세다.보통 인간의 지방·골수·혈액 등에서 채취하는 줄기세포는 미분화 세포다. 농축된 자가 줄기세포를 피부 진피층에 주입하면 엘라스틴과 콜라겐을 활성화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줄기세포가 활성화돼 주변 세포를 흔들어 깨우면서 피부 깊은 부분부터 탄력을 높이는 것이다.“자가 줄기세포 피부 재생 치료의 핵심은 세포가 스스로 기능할 수 있는 선순환을 만들어 주는 겁니다. 세포가 다른 세포를 흔들어 깨우면서 은근하고 우아하게 피부가 다시 살아나는 과정이죠.”그러나 반 원장은 줄기세포 피부 재생 시술만 하면 곧바로 쪼글쪼글한 피부가 탱탱해진다거나 푹 꺼졌던 눈가가 생기 넘치게 변한다는 식의 소문에는 확실하게 선을 그었다.“줄기세포 피부 재생 시술 한 번만으로 드라마틱한 변화가 있을 수는 없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의사가 있다면 분명 사기꾼입니다(웃음). 무언가 잔뜩 얼굴에 맞거나 수술을 받은 뒤 어색한 느낌이 아니라 줄기세포를 반복적으로 맞으면서 점차 젊음을 회복하는 것이 핵심입니다.”반 원장은 10년 이상 꾸준히 치료받은 환자들의 피부는 동년배 대비 탄력과 톤, 질감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는 설명이다. 자가 줄기세포 부작용 거의 없어반 원장이 줄기세포를 처음 주목한 시기는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1년에 1000여 명에 가까운 환자들의 지방흡입술을 시행하면서 지방과 그 안에 포함된 줄기세포를 활용하는 방안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이후 10년 이상 줄기세포 피부 재생 시술을 하면서 다른 동안 시술들과 달리 부작용이 거의 없다는 점을 알게 됐다고 한다.“줄기세포 피부 재생 시술은 부작용이 거의 보고되지 않았습니다. 실리프팅이나 필러 등의 시술은 시간이 지날수록 부위가 어색해 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자가 지방에서 분리한 줄기세포를 활용한 피부 재생 치료는 쉽게 말해 자기 자신의 세포를 재주입하는 과정이기 때문이죠.”대중이 주의할 부분은 줄기세포 시술에 대한 과대 포장이다. 최근 줄기세포가 널리 알려지면서 효과를 부풀리거나 터무니없이 비싼 치료비를 요구하는 병원이 늘고 있다. 환자들 중에는 ‘다른 곳보다 확연히 비싸면 그만큼 효과가 있는 것 아니냐’며 몰려드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한다.“노화를 완전히 막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스트레스 조절, 꾸준한 운동, 줄기세포 피부 재생 시술 등으로 세포 기능을 유지하면 늙는 것을 최대한 늦출 수 있습니다. 이제 중요한 건 안티에이징이 아니라 건강하게 나이 드는 ‘웰에이징’입니다. 흐름이 살아 있는 얼굴, 자연스럽게 나이를 먹는 얼굴이 가장 오래가는 젊음입니다.”줄기세포 피부 재생 치료를 보다 효과적이고 안전하게 시술하기 위해서는 전문 시설과 체계적인 시스템, 풍부한 임상 경험을 갖춘 의료진까지 고루 갖춘 병원에서 진행하는 것이 좋다. 줄기세포는 살아 있는 생명체로서 세포의 수뿐만 아니라 회수율·생존율·미세 환경에서의 자가 증식 능력을 보존하는 것이 핵심이다.“줄기세포는 정확한 처리 시설과 연구진의 관리가 필수입니다. 안전성을 확보한 병원에서 많은 경험을 갖춘 전문 의료진에게 치료받길 권합니다.”

2025.12.2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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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일수록 금융 수익률 높고, 부에 대한 갈증도 강해[富와 사람들]

산업 일반

한국의 부호들이 생각하는 부자의 기준은 세 자릿수 ‘100억원’이다. 15년 동안 변하지 않고 있는 짙은 욕망과 갈망의 숫자다. 부자들의 자산 구성과 부의 축적 및 투자 방식 등을 통한 패턴을 들여다보면 부에 대한 목마름은 더욱 커지고 있다. 부자들은 과연 어떤 투자 상품에 베팅하며 연간 얼마만큼의 수익을 챙길까. 금융 수익률, 평균 근로소득의 7배 3억1000만원. 금융부자들이 2024년에 전년 대비 1년 동안 올린 금융자산의 증가 수치다. 이는 국세청 집계, 평균 근로소득 4475만원(2024년 기준)의 7배에 육박하는 금액이다. 일반인이 7년을 꼬박 일해야 벌 수 있는 소득을 부자들은 금융투자를 통해 1년 만에 벌고 있는 셈이다. 설사 국내 대기업에 다니면서 평균 연봉 1억원 이상을 받는다고 해도 세금과 대출금 상환, 생활비 등을 고려하면 3억1000만원의 금융자산 증가를 3년 안에 이루기 힘들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발간한 ‘2025 한국 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기준으로 100억원 이상 자산가는 0.08%에 불과하다. 10억~100억원 미만의 금융자산을 보유한 이는 43만2000명이다. 하지만 100억원 이상 보유한 고자산가는 4만4000명으로 떨어진다. 이 중 300억원 이상의 자산가는 1만2000명에 조사됐다. 이 통계에 따르면 부자의 증가 속도와 부의 축적 속도가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의 금융자산의 부자는 총 47만6000명으로 전체 인구의 0.92%로 추산된다. 부자 수는 전년보다 3.2% 증가했다. 이 조사가 시작된 2011년 13만명과 비교하면 3배 이상 불어, 연평균 9.7% 증가 속도를 보였다. 고자산가의 증가 속도는 더 가파른 양극화 현상이 나타났다. 2020~2025년 10억~100억 미만의 금융자산가의 수는 연평균 5.9% 증가세를 보였다. 하지만 300억원 이상의 금융자산가는 같은 기간 연평균 12.9% 증가했다. 한국 부자가 보유한 총금융자산은 3066조원으로 1년 사이 8.5% 증가했다. 전체 가계 금융자산 5041조원의 60.8%에 해당하는 규모다. 한국 부자 1인당 평균 금융자산은 64억4000만원으로 전년보다 3억1000만원이 늘었다. 또 2011년 이후 이들 부자의 금융자산 연평균 증가율은 7.2%로 집계됐다.보고서는 “부자들의 금융자산 증가율 8.5%는 전체 가계 금융자산 증가율(4.4%)의 두 배 수준이다. 일반 가계보다 부자의 자산 축적 속도가 더 빨랐다는 뜻”이라고 풀이했다.올해 7∼8월 이들 부자 400명의 면접조사 결과, 이들의 자산 중 부동산과 금융자산의 비율이 각각 54.8%, 37.1%로 나타났다. 2024년(부동산 55.4%·금융 38.9%)과 비교해 부동산과 금융자산 비중이 모두 소폭 줄었다. 금·디지털자산 등 대체 투자처가 주목받으면서 기타자산 투자가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국 부자의 자산 구성을 세부적으로 보면 ▲거주용 주택(31.0%) ▲현금 등 유동성 금융자산(12.0%) ▲거주용 외 주택(10.4%) ▲예·적금(9.7%) ▲빌딩·상가(8.7%) ▲주식(7.9%) 순이었다.100억원 이상 부호를 부자라고 부르고 있지만 정작 부자들의 생각은 달랐다. ‘스스로 자신을 부자라고 생각하는 비율’이 2024년 조사에서는 52.8%로 절반을 넘겼다. 하지만 이 수치는 2025년 34.2%로 뚝 떨어졌다. 이에 대해 “자산 가치는 늘어나고 있지만 물가 상승과 경기 불확실성 등으로 부자들조차 ‘아직 부자가 아니다’는 부에 대한 갈증을 느끼는 것 같다”는 의견을 보였다. ‘주식 네이티브’ 영리치 증가세 10억원 이상의 금융자산을 지닌 40대 이하의 부자를 ‘영리치’(Young Rich)라 부른다. 수적으로는 아직 열세지만 규모의 증가 속도가 가팔라 부의 세대 전환이 앞당겨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하나금융연구소의 ‘2025 대한민국 웰스 리포트’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영리치의 증가율은 6%로 올드리치(50대 이상) 3%와 비교해 2배가 넘는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영리치는 과거와 달라진 부자의 특징과 자산관리 행태를 보이고 있다. 영리치의 자산은 평균 60억원이었고, 금융자산의 비중은 30억원으로 약 50%를 차지했다. 영리치는 10명 중 8명이 부동산을 소유해 올드리치(10명 중 9명)보다는 낮은 편이었고, 금융자산 비중이 올드리치(48.3%)보다 높게 나타났다. 대출 보유율도 영리치의 경우 35.3%로, 올드리치 16.5%에 비해 2배 이상 많았다. 하나금융연구소는 “영리치는 이전 세대에 비해 금융을 활용해 자산을 증식·운용하는 경향이 더 강해졌고, 금융자산의 운용 방법도 더 적극적으로 변모했다”고 분석했다. 영리치는 투자 비중을 높게 가져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금융자산 중 투자자산 비중이 영리치의 경우 2024년 41.7%까지 올라갔다. 올드리치의 경우 비중이 40%에서 38%로 떨어졌다.영리치의 금융상품 중 단연 돋보이는 자산 종류는 ‘주식’과 ‘가상자산’이다. 특히 영리치는 ‘주식 네이티브’라고 할 정도로, 어린 시절부터 주식에 익숙한 특징을 보이고 있다. 주식 투자 시점이 ‘대학 입학 및 취업 준비 이전’인 비중이 20%로 올드리치(4.4%)보다 훨씬 빨리 주식을 접한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3년간 영리치의 주식 보유율은 71%에서 78%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는 올드리치(66.4%)보다 1.2배 높은 수준이다. 해외주식에 대한 관심도도 높다. 2024년 국내주식과 해외주식의 보유 비중이 7대3으로 높아졌다. 이에 반해 올드리치는 국내와 해외주식의 비중이 8대2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영리치에게 주식은 자산을 증식하기 위한 필수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금융·경제 상황에 따라 저축자산과 투자자산의 포트폴리오를 과감히 조정할 것이고, 직접투자를 통한 수익 창출 경향이 두드러진다”고 설명했다. 가상자산에 대한 관심도 남달랐다. 가상자산 비율이 2024년 29%까지 증가하는 등 새로운 투자 영역으로서 중요도가 높아졌다. 올드리치의 경우 가상자산 비율은 10%에 머물렀다. 금과 예술품 등의 실물자산들도 영리치의 주요 투자 영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영리치의 실물자산 보유율은 41%로 올드리치(38%)보다 높았다. 공격적인 투자 성향을 보이는 영리치의 경우 투자 수익률도 올드리치를 압도했다. 2024년 수익률이 10명 중 8명이 긍정적이었다. 올드리치는 74% 수준이다. 특히 영리치 중 5% 이상의 수익을 낸 비율은 47%에 달했다. 이는 2022년 20%에 비해 2.4배나 개선된 결과다.

2025.12.2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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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P 최영우 "80억 인구 1인 미디어 시대로"

IT 일반

18년 만에 아프리카TV에서 간판을 바꾼 ‘SOOP’의 변신은 2026년 병오년(丙午年)에도 계속된다. 단순히 화장을 고치는 데 그치지 않고, 스마트폰과 삼각대 하나면 누구나 자신만의 이야기를 펼칠 수 있는 플랫폼을 꿈꾼다.아직 갈 길이 멀다. 네이버라는 강력한 라이벌이 등장했고, 글로벌 진출 성과가 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 그래도 SOOP은 자신감이 넘친다. 최근 서울 강남 사옥에서 만난 최영우 SOOP 대표는 “‘스트리머의, 스트리머를 위한, 스트리머의 플랫폼’ 비전 아래 80억 인구의 1인 미디어 시대를 개척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SOOP이 품은 스트리머들국내 최장수 스트리밍 플랫폼의 새로운 이름은 뚝딱 만들어지지 않았다. ‘한국 회사 이름이 왜 아프리카TV냐’라는 해외 파트너들의 질문에 매번 부딪히다 고심 끝에 탄생했다. 전 세계 오피스 직원들을 대상으로 공모전을 펼쳐 ‘바다’ ‘온다’(파도·물결의 스페인어) ‘SOOP’(숲)이 후보에 올랐다. 인터넷 페이지를 넘기는 의성어를 연상케 하고, 한 음절로 읽기도 쉬워 새로운 브랜드로 SOOP이 선정됐다. 로고 제작을 맡긴 영국 디자이너에게는 ‘모든 구성 요소를 아우르는 숲처럼, 언제 어디서든 누구나 콘텐츠로 소통하는 공간’이라는 뜻을 알려주지 않았는데, 두 개의 알파벳 ‘O’를 연결해 ‘무한대’의 의미를 완성했다. 끊김이 없이 연결되는 콘텐츠 에코시스템을 우연치고는 너무 딱 떨어지게 표현했다.“SOOP은 글로벌을 겨냥해 만든 브랜드입니다. 아프리카TV 시절에는 영어권 사람들에게는 약자를 풀어 설명해야 하는 게 굉장한 허들이었습니다. 아예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각오로 사명은 물론 플랫폼도 SOOP로 리론칭했고, 다행히 이런 변화를 스트리머들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였습니다.”SOOP은 지난해 3월 새로운 사명을 적용한 데 이어 10월에는 플랫폼 명칭까지 변경했다. 글로벌 최대 스트리밍 플랫폼 트위치가 네트워크 사용료 부담으로 국내에서 철수한 시기와 맞물렸다. 그런데 마침 네이버가 ‘치지직’으로 출사표를 던졌다. 쉽지 않은 경쟁 환경에 직면하게 됐지만, 소수 마니아의 놀이터로 여겨졌던 SOOP이 국내 최대 플랫폼과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며 입지가 달라지는 계기가 됐다. SOOP은 스트리머를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환경을 차별화 강점으로 내세웠다.“SOOP은 스트리머와의 소통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방송 세팅이 잘 안되거나 콘텐츠 진행에 어려움을 겪는 스트리머들이 새벽에 연락하는 일도 빈번합니다. 정말 맨투맨으로 철저하게 관리하죠. 그래서 회사 내 지원팀이 가장 규모가 큽니다. SOOP에서 방송하면 절대로 떠나지 않으려는 이유죠.” 스포츠·게임·기획 방송·버추얼 콘텐츠 등 SOOP이 제작하는 오리지널 콘텐츠도 스트리머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게 목적이다. 조금이라도 더 많은 시청자와 만날 수 있도록 탄탄한 제작 환경도 갖췄다. 단체 이동을 돕는 승합차(밴)는 7대가 있어 스트리머가 신청하면 언제든지 빌려준다. 낚시 콘텐츠용으로 브랜드 래핑을 한 보트도 3대나 있다. 강남 프릭업 스튜디오·잠실 DN 콜로세움·상암 SOOP 콜로세움 등 회사가 운영하는 대형 e스포츠 경기장은 게임 스트리머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무대다. SOOP 공식 e스포츠 대회인 ‘멸망전’과 ‘대학대전’은 스트리머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친선 경기에서 출발한 콘텐츠다.스트리머끼리 뭉치는 특유의 동료애도 SOOP만의 매력이다. 플랫폼에 엮이지 않고 열린 마음으로 합방을 제안한다. 트위치에서 이주해 오거나 새롭게 1인 방송에 도전하는 스트리머와 함께한다는 ‘품어’라는 밈(온라인 유행 콘텐츠)까지 퍼졌을 정도다. SOOP 대표 스트리머 ‘봉준’은 트위치에서 활동하던 ‘우정잉’을 초대해 연착륙을 도왔다. 올해 5월 방송을 시작한 ‘엊우진’은 인기 스트리머 ‘감스트’가 주최한 ‘스타크래프트 버추얼 크루대전’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며 3개월 만에 베스트 스트리머에 선정되기도 했다. 최 대표는 이런 성장 기회를 제대로 잡으려면 “시청자가 많지 않아도 정해진 시간에 방송을 켜는 ‘꾸준함’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조언했다.“한때 잘 나갔던 방송인들도 라이브 스트리밍에 도전했다가 실패한 사례가 많습니다. 편집이 없다 보니 돌발 상황에 대처하는 게 쉽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SOOP에서는 묵묵히 방송하다 보면 대형 스트리머들이 먼저 손을 내미는 문화가 형성돼 있습니다.” e스포츠 향한 SOOP의 진심이처럼 스트리머 중심의 생태계를 널리 알리기 위해 SOOP은 올해 e스포츠의 살아있는 전설 ‘페이커’ 이상혁과 브랜드 캠페인을 펼쳤다. 정확한 수치를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캠페인 기간 일간 방문자·가입자 수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SOOP이 이상혁을 브랜드 파트너로 선정한 데에는 e스포츠를 향한 최 대표의 남다른 애정이 반영됐다. 최 대표는 한국e스포츠협회, 위메이드, 라이엇 게임즈, EA를 거친 한국 e스포츠 역사의 산증인이다. 부족한 인원을 이끌고 ‘리그 오브 레전드’의 유럽 리그인 LEC(당시 EU LCS)를 출범시킨 것도 그다.e스포츠는 ‘글로벌 영토 확장’이라는 SOOP의 중장기 미션에 없어서는 안 되는 콘텐츠다. SOOP은 지난해 11월 글로벌 플랫폼을 론칭하고 동남아시아를 발판 삼아 시장을 확장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한 바 있다. 회사가 주최·주관하는 1인칭 전술 슈팅 게임 ‘발로란트’의 글로벌 e스포츠 리그 ‘SVL’은 한국어·영어·태국어·베트남어 등으로 송출해 누적 시청자 260만명을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했다.이렇듯 간판을 새로 달고 외연 확장에 나선 SOOP에게는 오랜 시간 풀지 못한 숙제가 있다.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플랫폼’이라는 꼬리표가 여전하다.“팀을 넘어 본부 단위로 100명에 가까운 인력이 24시간 모니터링하고 있습니다. 1인 미디어 대표 격으로 거론되는 부분이 분명히 있죠. 그래도 최근에는 자신이 스트리머라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밝히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기성 미디어도 스트리밍 플랫폼과 적극적으로 제휴를 맺고 있죠. B급 문화로 분류됐던 스트리밍 생태계를 바라보는 시선이 점차 개선될 것으로 기대합니다.”최 대표의 목표는 새해에도 한결같다. 20년 가까이 이어온 스트리핑 플랫폼 최강자의 입지를 다지는 것은 물론, SOOP을 이루는 스트리머와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콘텐츠와 기술로 보답할 계획이다.“새해에도 스트리머와 시청자들에게 즐길 거리와 혜택을 공유하기 위해 힘을 쏟으려고 합니다. 토종 플랫폼으로서 글로벌 시장에서도 긍정적인 영향을 확산하기 위해 노력할 테니 많은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2025.12.2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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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세에 美경제 망한다?…왜 경제 예측은 또 빗나갔나 [특파원 리포트]

국제 경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올해 초 전면적인 관세 인상을 밀어붙이자, 시장은 즉각 두 갈래로 갈라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경제와 증시가 동시에 폭발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고, 월가와 학계에서는 경기침체를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였다. 보호무역이 물가를 끌어올리고 소비와 투자를 얼어붙게 할 것이라는 경고가 쏟아졌다. 둘 중 하나는 맞아야 했다.하지만 결과는 늘 그렇듯, 둘 다 틀렸다. 관세 시행 이후 8개월이 지난 현재, 미국 경제는 그 어떤 예측에도 정확히 들어맞지 않는다. 2025년 12월 23일(현지 시간) 발표된 올해 3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은 전 분기 대비 연율 4.3% 증가해 2년 만의 최고 성장률을 기록했다. 침체는 없었지만, 그렇다고 관세가 약속한 ‘미국 제조업의 부활’도 보이지 않는다.관세 발표 직후 비관론이 우세했던 이유는 명확하다. 고율 관세는 물가를 올리고 소비를 위축시키며, 결국 성장을 갉아먹는다는 교과서적 논리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시장은 고율 관세가 세계 교역을 위축시키고, 미국 경제에도 부메랑이 될 것이라고 봤다. 대형 금융기관과 기업인들은 잇따라 경기 둔화를 경고했다.반면 트럼프의 논리는 더 단순했다. 관세로 돈을 벌고, 공장을 되돌리고, 일자리를 만든다는 이야기였다. 정치적으로는 강력했지만, 경제적으로는 설명이 부족했다.미국 경제는 ‘폭망’도 ‘대반전’도 아닌, 그 중간 어디쯤에 서 있다. 고용부터 그렇다. 관세가 수백만개의 일자리를 만들 것이라는 주장은 실현되지 않았다. 제조업 고용은 오히려 줄었다. 그렇다고 대규모 해고 사태가 벌어지지도 않았다. 기업들은 해고 대신 채용을 멈췄고, 투자 대신 관망을 택했다. 고용시장은 무너지지 않았지만, 점점 숨이 가빠지는 모습이다.물가도 마찬가지다. 관세 비용을 외국이 부담할 것이라는 주장은 현실과 거리가 멀었다. 가격은 올랐다. 유통업체들은 관세 인상분을 소비자 가격에 반영했다. 그렇다고 물가가 폭등하지도 않았다. 관세가 영향을 미치는 품목이 제한적인 데다, 주거비와 에너지 가격이 안정된 흐름을 보인 덕분이다. 인플레이션은 중앙은행의 목표를 여전히 웃돌고 있지만, 공포를 자극할 수준까지는 오르지 않았다. 관세 수입은 일정 부분 성과를 냈다. 연방 재정으로 유입되는 관세 규모는 전년 대비 크게 늘었다. 그러나 이를 통해 소득세를 대체할 수 있다는 트럼프의 주장은 과장에 가까웠다. 관세는 재정에 도움을 줄 수는 있어도, 미국 재정 구조의 근간을 바꿀 수준은 아니다. 관세, 미국 재정 구조의 근간 바꾸지 못해 성장률에서는 더 분명한 역설이 나타났다. 올해 미국 경제는 예상보다 탄탄했다. 3분기 GDP가 4%를 넘긴 배경 역시 관세가 아니라 소비였다. 의료·서비스 지출이 호조를 보였고, 인공지능(AI) 관련 데이터센터 투자와 반도체·소프트웨어 지출 확대도 성장세를 뒷받침했다. 관세가 경제를 살렸다기보다, 다른 동력이 관세의 부정적 효과를 덮었다고 보는 편이 정확하다.제조업과 무역수지도 트럼프의 구상과는 달랐다. 제조업 지표는 장기간 위축 국면을 벗어나지 못했다. 3분기 순수출 개선은 GDP를 끌어올렸지만, 이는 수입 급감과 일시적 교역 왜곡의 결과에 가까웠다. 무역수지의 방향성이 바뀌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관세만으로 수십 년에 걸쳐 형성된 글로벌 분업 구조를 되돌리기엔 한계가 뚜렷하다.왜 예측은 또다시 빗나갔을까. 핵심은 관세의 효과가 과거처럼 단순하게 작동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전통적인 경제 전망은 관세 인상이 곧바로 물가 상승과 성장 둔화로 이어지는 직선적 경로를 가정한다. 그러나 실제 경제에서는 기업과 소비자의 대응이 그 경로를 끊임없이 수정했다. 기업들은 가격을 즉각 올리는 대신 재고를 소진하고, 공급선을 재편하며, 관세가 낮은 국가로 수입선을 돌렸다. 명목 관세율은 크게 뛰었지만, 실제 부담은 분산됐다. 충격은 한 번에 터지지 않고 시간차를 두고 퍼졌다. 단기 쇼크를 전제로 한 비관적 전망이 빗나간 이유다.여기에 정책 불확실성이 더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고율 관세를 위협했다가 협상 국면에서 이를 낮추는 방식을 반복했다. 기업 입장에서는 어느 수준의 관세가 ‘최종안’인지 판단하기 어려웠다. 투자와 고용, 가격 결정은 자연스럽게 미뤄졌다. 관세의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기도 전에 정책이 바뀌면서, 경제 지표는 뚜렷한 방향성을 보여주지 못했다. 또 하나 간과된 요인은 경제 예측이 정치적 프레임에 과도하게 종속됐다는 점이다. 트럼프의 관세 정책은 경제 정책이기 이전에 정치적 메시지였다. 비관론자들은 ‘트럼프식 정책은 실패한다’는 전제를, 낙관론자들은 ‘강한 리더십이 변화를 만든다’는 기대를 각각 강화했다. 이 과정에서 관세라는 정책 수단 자체보다, 그 정책을 둘러싼 정치적 이미지가 전망을 왜곡했다.경제 데이터의 시차 역시 예측 실패를 키웠다. 관세는 발표 즉시 심리에 영향을 주지만, 실물경제에 반영되기까지는 긴 시간이 필요하다. 공급망 재편과 투자 결정은 수년 단위로 이뤄진다. 그 사이 시장은 단기 지표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거나, 반대로 중요한 신호를 놓치기 쉽다.무엇보다 이번 사례는 현대 미국 경제가 단일 정책 변수로 설명되기 어려운 단계에 들어섰음을 보여준다. ▲관세 ▲금리 ▲재정정책 ▲기술 투자 ▲금융시장 심리가 동시에 작용하는 환경에서 하나의 정책 효과를 분리해 예측하는 것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특히 AI처럼 생산성과 투자 구조 자체를 바꾸는 변수가 등장하면서, 기존 거시 경제 공식은 설명력을 빠르게 잃고 있다.이번 트럼프 관세 논쟁이 남긴 교훈은 분명하다. 관세는 미국 경제를 망치지도, 구하지도 못했다. 다만 경제 예측이 얼마나 정치적 구호와 현실 사이에서 쉽게 빗나갈 수 있는지는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정책은 단순한 메시지로 포장되지만, 경제는 훨씬 복잡하게 움직인다. 그리고 그 복잡성을 과소평가할수록, 예측은 언제나 자신 있게 틀린다.

2025.12.28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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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경이 아니라 머무는 경험에서 완성” [길에서 만난 사람들]

여행

관광 산업에서 가격은 통상 수요를 자극하는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 가격을 낮추고 접근성을 높여 더 많은 방문객을 유치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전 세계 주요 관광지는 이제 정반대의 질문을 던지고 있다. 얼마나 많이 받을 것인가가 아니라, 얼마나 정교하게 덜 받을 것인가다. 대구 군위의 사유원은 이 질문을 가장 분명한 운영 원칙으로 구현한 사례다.사유원의 입장료는 평일 기준 5만원, 주말에는 6만9000원 수준이다. 여기에 하루 정원제가 더해진다. 유지연 사유원 회장은 이를 두고 “가격을 높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붐비지 않는 정원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고 설명한다. 그는 “사유원의 경험은 구경이 아니라 머무는 시간에서 완성된다”며 “사람이 많아지는 순간 그 경험의 전제 조건이 무너진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사유원의 가격 정책이 단순한 프리미엄 전략이 아니라, 운영 목표에서 출발했음을 보여준다.공간의 신뢰 지키는 사유원사유원의 수용 인원은 감각이 아니라 계산에서 출발했다. 공간 조성 단계에서 공간역학 전문가를 통해 ‘이 숲에서 개인이 홀로 사유할 수 있는 밀도’를 분석했고, 그 결과 적정 수용 인원은 약 300명 수준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유지연 회장은 “정원제는 희소성을 연출하기 위한 마케팅이 아니라, 공간의 물리적·정서적 수용력을 지키기 위한 기준”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사유원의 운영 원칙은 이 수치를 토대로 설정돼 있다.경제학적으로 보면 이는 가격을 통한 수요 관리 전략이다. 가격은 수익 극대화 수단이 아니라, 방문 목적과 체류 의도가 분명한 수요를 선별하는 신호로 작동한다. 그 결과 사유원의 방문객 구성은 뚜렷하다. 전체 방문객의 약 80%가 외지인이다. 이는 지역 기반의 일상적 소비가 아니라, 경험의 질이 이동 비용을 상쇄하는 구조임을 의미한다. 가격 민감도가 낮고 체류 시간이 긴 수요가 자연스럽게 남는다.이는 ‘캐링캐퍼시티’(carrying capacity)를 비용이 아닌 자산으로 전환한다. 다수의 관광지는 수용 한계를 넘는 순간 혼잡과 유지 비용 증가라는 이중 부담에 직면한다. 반면 사유원은 수용력을 기준으로 운영을 설계함으로써, 혼잡으로 인한 가치 훼손을 사전에 차단한다. 유 회장은 “더 많이 받는 선택은 단기적으로는 매출을 키울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공간의 신뢰를 갉아먹는다”며 “사유원은 그 길을 택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이러한 ‘덜 받는 경제학’은 해외 관광지에서도 공통적으로 관찰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부탄이다. 부탄은 '고부가가치, 저용량‘(High Value, Low Volume) 정책을 공식 관광 전략으로 채택하고, 국제 방문객에게 1인 1박 기준 100달러(약 14만5800원)의 지속가능발전부담금(SDF)을 부과한다. 이 제도는 단순한 세금이 아니다. 관광으로 발생하는 환경·사회적 비용을 가격에 내부화하는 장치다. 부탄 정부는 이를 통해 연간 방문객 수를 제한하면서도 1인당 관광 수입을 높이는 구조를 유지해왔다. 덜 받는 경제학의 힘도시 관광지에서는 베네치아가 유사한 실험을 진행 중이다. 베네치아는 역사 도심으로 유입되는 당일치기 관광객을 대상으로 사전 예약과 접근료 제도를 도입했다. 조기 결제 시 5유로(약 8600원), 성수기·비혼잡 관리일에는 최대 10유로(약 1만7200원)까지 부과하는 방식이다. 핵심은 수입 자체보다도 ▲언제 ▲누가 ▲얼마나 들어오는지를 데이터로 관리하는 데 있다. 베네치아는 이를 통해 특정 날짜와 시간대의 혼잡을 완화하고, 거주 환경 악화를 줄이겠다는 목표를 분명히 하고 있다.세계 유산 단위에서는 마추픽추가 대표적이다. 페루 정부는 하루 입장 인원을 제한하고, 시간대별 티켓과 동선 분리 방식을 운영한다. 하루 최대 수용 인원은 수천 명 단위로 관리되며, 방문객은 정해진 시간대에만 입장이 가능하다. 유산 보호와 방문객 경험을 동시에 고려한 캐링캐퍼시티 관리 사례다. 공통점은 명확하다. 관광의 병목은 수요 부족이 아니라, 관리되지 않은 수요라는 인식이다.사유원의 차별성은 이러한 전략이 공공 규제가 아니라 민간 운영 원칙으로 작동한다는 데 있다. 유 회장은 “확장하자는 요구는 늘 있었지만, 그때마다 기준은 하나였다”며 “고요가 유지되지 않는다면 그 어떤 확장도 의미가 없다”고 말한다. 단기 수익을 포기하는 선택이지만 장기적으로는 브랜드 훼손 리스크를 줄이는 결정이다. 경제적 관점에서 보면, 이는 미래의 유지 비용과 가치 하락을 선제적으로 관리하는 투자에 가깝다.관광 산업의 성과 지표 역시 재검토가 필요하다. 방문객 수 증가는 측정이 쉽고 정치적으로도 명확한 지표다. 혼잡으로 인한 경험 가치 하락, 환경 비용, 지역 주민의 피로도는 숫자로 잘 드러나지 않는다. 사유원의 사례는 성과를 ‘몇 명이 왔는가’가 아니라 ‘어떤 상태가 유지되는가’로 전환해야 함을 보여준다. 캐링캐퍼시티를 지키는 운영은 단기 성장을 늦출 수 있지만, 브랜드 프리미엄을 축적하는 데는 유리하다.유지연 회장은 사유원의 운영을 이렇게 정리한다. 유 회장은 “사유원은 더 많은 사람에게 열려 있기보다 더 깊은 시간을 허용하는 공간이길 바란다”고 희망했다. 사유원이 택한 경제학의 요약에 가깝다. 가격은 배제의 도구가 아니라 질을 지키는 신호이고, 정원제는 마케팅이 아니라 운영 인프라다. 관광 산업에서 프리미엄은 화려한 콘텐츠가 아니라, 수용력을 관리하는 규칙에서 만들어진다. 사유원이 보여주는 ‘덜 받는 경제학’은 성장의 속도보다 지속의 구조가 더 중요해진 시대에 유효한 하나의 답안이다.

2025.12.28 11:00

4분 소요
인구절벽 앞, ‘핀란드의 역설’이 가리키는 새로운 성장의 길 [스페셜리스트뷰]

산업 일반

세계 경제는 전례 없는 도전에 직면해 있다. 과거의 경제 위기들이 금융 시스템의 붕괴나 일시적인 수요 쇼크에서 기인했다면, 지금 우리가 마주한 위기는 훨씬 더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성격을 띤다. 바로 ‘인구통계학적 한계(demographic limitations)’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빠르게 진행되는 고령화와 노동 인구의 감소는 더 이상 단순한 사회 현상이 아니다. 이는 지속 가능한 성장 자체를 위협하는 가장 강력한 구조적 역풍으로 작용하고 있다. 더 적은 수의 일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 부양 인구를 떠안아야 하는 상황에서, 과거와 같은 수준의 경제적 번영과 복지 시스템을 유지하는 것은 점점 불가능에 가까워지고 있다.인구통계학적 위기와 생산성의 수수께끼이러한 절박한 현실 앞에서 경제학 교과서가 제시하는 해법은 비교적 명확하다. 노동 투입량이 줄어든다면, 노동생산성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21세기의 우리는 그 생산성 향상의 열쇠가 ‘디지털 기술’에 있다고 믿어왔다. ▲인공지능(AI) ▲로보틱스 ▲빅데이터 ▲블록체인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 기술들이 인구 감소의 공백을 메우고, 새로운 성장의 동력이 될 것이라는 기대였다.그러나 여기서 우리는 당혹스러운 현실과 마주하게 된다. 바로 '글로벌 생산성 역설'(Global Productivity Paradox)이다. 지난 십수 년간 전 세계적으로 디지털 기술에 대한 투자는 천문학적인 규모로 이뤄졌다. 기업들은 앞다퉈 디지털 전환(DX)을 외쳤고, 각국 정부는 스마트 국가 건설을 약속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 성장의 핵심 척도인 총요소생산성(TFP)은 정체돼 있거나, 심지어 뒷걸음질 치고 있다. 기술은 눈부시게 발전하는데, 왜 경제 통계는 그만큼의 성장을 보여주지 못하는가. 이 질문은 더 이상 학술적 호기심의 대상이 아니다. 인구 절벽 앞에 선 각국 정부와 기업에게 이는 생존이 걸린 시급한 과제가 됐다.이번 기고는 이 역설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사례인 ‘핀란드’를 분석함으로써 그 해답을 찾고자 한다. 그리고 결론적으로 세 가지 주장을 제시한다. 첫째, 디지털 투자는 결코 실패하지 않았다. 둘째, 우리가 목격하는 생산성 역설은 실체라기보다 착시에 가깝다. 셋째, 빠르게 진행되는 고령화와 노동 인구 감소라는 구조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성장 엔진이자, 이 역설에 대한 명확한 해법으로서 ‘디지털 성장 원칙'(Digital Growth Principle, DGP)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디지털 성장 원칙은 ▲AI ▲로보틱스 ▲3D 프린팅 ▲블록체인 경제를 비롯한 차세대 신기술에 대한 집중 투자가 인구 감소 시대의 핵심 성장 메커니즘이라는 전제 위에 서 있다.이 논의가 갖는 핵심적 의미는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된다. 하나는 선진국 정책 입안자들에게 미시경제적 성과가 거시경제 전반으로 확산되는 과정을 가속화할 수 있는 검증된 정책 모델을 제시한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개발도상국과 저개발국 경제를 위한 새로운 성장 프레임워크로서 디지털 성장 원칙의 가능성을 구체화했다는 데 있다. 전략적인 디지털 투자가 정보기술 인프라 격차에서 비롯된 글로벌 양극화를 완화하고, 경제적 수렴을 촉진하는 핵심 수단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는 점에서다.핀란드의 역설: 완벽한 디지털 국가의 멈춰 버린 성장판왜 하필 핀란드인가. 핀란드는 이 분석을 위한 가장 완벽한 테스트 베드다. 핀란드는 유럽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국가 중 하나인 동시에, 전 세계에서 가장 디지털 친화적인 나라로 꼽히기 때문이다.핀란드는 정부 주도의 강력한 전략 아래 '설계 기반 디지털'(Digital by Design) 국가로 탈바꿈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발표하는 디지털경제사회지수(DESI)에서 핀란드는 2018년부터 2023년까지 6년 동안 무려 네 차례나 1위를 차지하며 압도적인 디지털 역량을 과시했다. 핀란드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R&D) 지출 비중은 지속적으로 3%를 상회하고 있으며, 이는 전 세계적으로도 최상위권에 해당한다. 또한 핀란드 정부는 'AI 기본과정'(Elements of AI)이라는 혁신적인 무료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전 국민의 1% 이상에게 인공지능의 원리를 교육하는 등 인적 자본의 디지털화에도 막대한 투자를 이어왔다.상식적으로라면 이러한 세계 최고 수준의 디지털 인프라와 혁신 역량은 폭발적인 경제 성장으로 이어져야 마땅하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다. 핀란드의 거시경제 성적표는 초라하기 그지없다. 지난 수년간 핀란드의 연간 GDP 성장률은 미미한 수준에 머물렀고, 2023년에는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며 경기 위축을 겪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생산성 지표다. 2021년 팬데믹 이후의 일시적 기술적 반등을 제외하면, 핀란드의 연간 총요소생산성(TFP) 성장률은 0%대에 머물거나 오히려 감소하는 경향을 보여 왔다.세계 1위의 디지털 경쟁력을 갖춘 나라가 왜 경제 성장에서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가. 이 극명한 불일치, 즉 핀란드의 생산성 역설은 우리에게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과연 디지털 투자는 생산적인가.’ 혹은 우리가 디지털 기술의 경제적 효과를 과대평가해 온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다.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우리는 거시 지표의 표면을 넘어, 기업이라는 미시경제의 현장으로 깊숙이 들어가 봤다.현미경으로 들여다본 진실: 디지털성장원칙(DGP)의 입증거시 통계가 보여주는 ‘평균의 함정’을 피하고자, 2010년부터 2023년까지 핀란드 기업들의 방대한 패널 데이터를 분석했다. 목적은 인구 감소 시대에 디지털 투자가 생산성 향상을 이끄는 핵심 메커니즘이라는 디지털 성장 원칙을 실증적으로 검증하는 데 있었다. 디지털 성장 원칙은 인공지능, 로보틱스, 블록체인 등 신기술에 대한 집중 투자가 기업의 생산성 향상을 견인한다는 명제를 전제로 한다.그러나 기업 수준에서 생산성을 분석하는 작업은 통계적으로 절대 단순하지 않다. 여기에는 크게 세 가지 난관이 존재한다. 첫째는 ‘관찰되지 않는 이질성’의 문제다. 어떤 기업의 성과가 디지털 투자 때문인지, 아니면 데이터로 포착되지 않는 경영진의 역량 때문인지를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둘째는 ‘동태성’의 문제다. 기업의 생산성은 어느 한 시점에 갑자기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과거에 축적된 역량과 성과의 영향을 지속적으로 받는다. 셋째는 ‘내생성’의 문제다. 디지털 투자가 생산성을 높이는 것인지, 아니면 생산성이 높은 기업이 여유 자금을 활용해 디지털 투자를 늘리는 것인지 인과관계를 명확히 식별하기 어렵다.기존의 단순한 분석 기법으로는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없으며, 그 결과는 필연적으로 편향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본 분석에서는 최신 계량경제학 기법인 '시스템 일반화 적률법'(System GMM)을 도입했다. 이 방법론은 변수들의 과거 값을 도구 변수로 활용함으로써, 경영진의 능력이나 역인과 관계와 같은 통계적 잡음을 제거하고 디지털 투자의 순수한 효과를 식별할 수 있게 해준다.분석 결과는 매우 분명했다. 통계적 잡음을 제거하자 디지털 투자의 진정한 위력이 드러났다. 핵심 발견은 다음과 같다. 기업의 디지털 자본 집약도, 즉 총자산 대비 디지털 기술 및 소프트웨어 자산의 비중이 1%포인트 증가할 때, 해당 기업의 총요소생산성(TFP)은 약 3.5%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이 결과는 통계적으로 매우 유의미할 뿐 아니라, 경제적 의미 또한 상당하다. 통상적인 물적 자본 투자나 노동 투입만으로는 달성하기 어려운 수준의 생산성 향상 효과가 디지털 투자에서 발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디지털 성장 원칙이 단지 이론적 가설에 그치지 않고, 기업 현장에서 실제로 작동하는 강력한 성장 엔진임을 보여준다. 다시 말해, 디지털 투자는 절대 실패하지 않았다. 오히려 기업 단위에서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고 있었다.역설의 해부: 기술의 실패가 아닌 ‘변환의 실패’미시(기업) 수준에서는 3.5%라는 강력한 생산성 향상이 확인되는데, 왜 거시(국가) 수준의 통계는 0% 성장을 가리키고 있을까. 이 둘 사이의 간극, 즉 ‘미시–거시 간 단절'(Micro–Macro Disconnect)이 바로 핀란드 생산성 역설의 실체다. 이 단절은 기술 자체의 결함 때문이 아니라, 미시적 성과가 거시적 지표로 변환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구조적 요인들에서 비롯된다. 우리는 이를 ‘변환의 실패'(Translational Failure)라고 부른다.첫 번째 원인은 '집계와 확산'(Aggregation and Diffusion)의 문제다. 디지털 혁신의 혜택은 경제 전반에 균등하게 분포되지 않는다. 앞서 확인한 3.5%의 생산성 향상 효과는 디지털 기술을 선도적으로 도입한 소수의 ‘선도 기업’에 집중돼 있을 가능성이 크다. 반면, 경제의 다수를 차지하는 ‘후발 기업’들은 여전히 아날로그 방식에 머물러 있거나, 기술 도입 과정에서 비용·인력·역량의 한계에 직면해 있다. 소수의 선도 기업이 아무리 빠르게 성장하더라도, 다수의 후발 기업이 제자리에 머문다면 국가 전체의 평균 생산성은 개선되기 어렵다. 문제는 혁신의 부재가 아니라, 혁신의 확산 속도에 있다.두 번째 원인은 ‘길고 가변적인 시차'(Long and Variable Lags)다. 디지털 기술과 같은 범용 기술은 도입 즉시 생산성으로 전환되지 않는다. 공장에 인공지능 시스템을 도입했다고 해서 다음 날 바로 생산성이 상승하는 것은 아니다. 기술 도입 이후에는 조직 구조의 재편, 인력 재교육, 업무 프로세스 전반의 재설계 등 이른바 ‘보완적 투자’가 뒤따라야 한다. 핀란드의 디지털 전환은 여전히 진행 중이며, 그 거시적 성과를 수확하기까지는 아직 상당한 숙성 기간이 필요할 수 있다. 우리는 지금 제이(J) 커브의 바닥을 통과하고 있는 단계에 있을지도 모른다.세 번째 원인은 ‘측정 오류'(Measurement Error)다. 이는 현재 사용되는 경제 통계의 구조적 한계와 직결돼 있다. 오늘날의 GDP와 생산성 지표는 20세기 제조업 경제를 기준으로 설계됐다. 공장에서 생산되는 물리적 재화의 수량은 비교적 정확하게 측정하지만, 디지털 경제가 창출하는 새로운 형태의 가치는 제대로 포착하지 못한다. 예컨대 검색 서비스나 무료 메신저가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막대한 효용, 디지털 서비스의 품질 향상, 거래 속도의 증가나 위험 감소와 같은 요소들은 기존 통계에 거의 반영되지 않는다. 핀란드 경제는 통계에 잡히지 않는 영역에서 이미 상당한 성장을 이루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미래의 거울: 블록체인 경제가 보여주는 단절의 현장이러한 ‘변환의 실패’는 과거의 데이터 분석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현재 부상하고 있는 차세대 디지털 기술인 블록체인 경제에서도 동일한 문제가 실시간으로 재현되고 있다. 분산원장기술(DLT), 스테이블코인,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는 앞서 언급한 집계와 확산의 문제, 시차의 문제, 그리고 측정 오류라는 세 가지 단절 요인을 가장 명확하게 보여주는 사례들이다.먼저 ‘확산의 실패’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세계 최대 컨테이너 운송사 머스크(Maersk)와 IBM이 주도했던 물류 블록체인 플랫폼 ‘트레이드렌즈'(TradeLens)를 들 수 있다. 이 플랫폼은 기술적으로 완성도가 매우 높았다. 서류 처리 비용을 약 20% 절감하고, 배송 시간을 최대 40% 단축하는 등 기업 단위에서는 분명한 효율성 개선 효과가 확인됐다. 그러나 이 프로젝트는 2022년 결국 서비스 종료라는 결말을 맞았다. 이유는 단 하나였다. 생태계 내 다른 참여자들, 즉 후발 기업들을 충분히 끌어들이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기술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그것이 산업 전반으로 확산하지 못하면 거시적 성과는 사실상 0에 수렴한다는 점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다.‘측정 오류’의 문제는 스테이블코인 기반 결제 시스템에서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 비자(Visa)와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시도하고 있는 스테이블코인(USDC) 기반의 기업 간 거래(B2B) 결제는 기존에 며칠씩 소요되던 국제 송금을 단 몇 초 만에 완료할 수 있게 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생산성 향상은 속도의 비약적 증가, 거래 리스크의 제거, 그리고 수수료 절감이다. 그러나 송금되는 금액, 즉 거래의 명목 가치 자체는 변하지 않기 때문에 기존의 GDP 산정 방식으로는 이러한 혁신적 효율성 개선을 거의 포착할 수 없다. 기업의 수행 업무 방식은 훨씬 효율적으로 바뀌었지만, 국가 통계는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것이다.마지막으로 ‘시차의 문제’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프로젝트인 ‘mBridge’에서 확인할 수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이 주관한 이 프로젝트는 국경 간 결제 비용을 최대 50%까지 절감할 수 있음을 실증적으로 보여줬다. 기술적·미시적 잠재력은 분명히 확인됐지만, 이 성과가 실제 국가 경제의 생산성 지표로 반영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금융 규제의 정비, 기존 은행 시스템과의 통합, 국제 공조 체계 구축 등 국가 금융 인프라 전반의 재구성이 선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블록체인 기술 역시 지금은 변환의 시차 구간에 놓여 있다고 볼 수 있다.한국과 디지털성장원칙 그렇다면 한국의 상황은 어떨까. 최근 핀란드 기업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연구는 생산성 역설이 기술의 한계가 아니라 집계와 확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착시에 불과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미시적 수준에서는 디지털 자본이 여전히 강력한 성장 엔진으로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디지털 자본 집약도가 1%포인트 증가할 때 기업의 총요소생산성(TFP)이 약 3.5% 상승한다는 분석 결과는 한국 경제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거시적 단면에서 보면 대한민국 역시 생산성 역설의 징후를 보인다. 한국은 GDP 대비 연구개발(R&D) 투자 비중이 세계 1~2위를 다툴 만큼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반도체와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국가다. 그런데도 총계 수준의 TFP 성장률은 둔화하고 있다. 이는 디지털 투입과 생산성 산출 사이에 존재하는 구조적 단절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핀란드가 유럽 내에서도 최고 수준의 고령화 국가라면, 대한민국은 합계출산율 0.7명대라는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인구 절벽에 직면해 있다. 축소되는 노동력 환경에서 현재의 생활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근로자 1인당 생산성, 즉 노동생산성의 획기적인 향상이 필수적이다. 그리고 이러한 생산성의 비약적 증대는 현실적으로 디지털 전환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대한민국에 디지털 성장 원칙은 단순한 경제 전략을 넘어 사회 계약을 유지하기 위한 ‘존립의 문제(Survival Issue)’로 재구성된다. 과연 이 원칙은 세계 최악 수준의 인구 절벽에 직면한 한국에서도 유효할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한국에서의 효과는 핀란드를 상회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우선 투입 구조의 질적 수준 측면에서 한국은 뚜렷한 우위를 갖고 있다. 핀란드의 R&D 지출 비중이 GDP 대비 약 3% 수준이지만 한국은 4.9%를 넘어서는 세계 최고 수준의 R&D 집약도를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초고속 인터넷 보급률과 광케이블 침투율 등 세계 최고 수준의 디지털 인프라는 디지털 자본이 생산성으로 전환되기 위한 최적의 환경을 제공한다. 네트워크 효과가 강하게 작용하는 디지털 경제의 특성상, 이처럼 고도화된 인프라를 갖춘 한국에서는 디지털 자본의 생산성과 탄력성이 3.5%라는 수치를 충분히 상회할 가능성이 있다.실제로 한국 기업을 대상으로 한 미시적 실증 연구들 역시 이러한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과거 국내 제조업과 서비스업 기업 분석 결과에 따르면, 정보기술(IT) 자본의 한계생산성은 비(非) IT 자본보다 최대 8배 높게 나타난 바 있다. 또한 무형자산 중심 산업에서 노동생산성 성장의 60% 이상이 총요소생산성(TFP) 증가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은, 소프트웨어와 데이터베이스와 같은 디지털 자산이 이미 한국 경제의 핵심 성장 동력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마지막으로 대한민국이 직면한 인구통계학적 절박성은 디지털 전환의 한계 이익을 극대화하는 강력한 촉매로 작용할 것이다. 합계출산율 0.7명대라는 전례 없는 노동력 감소 국면에서 디지털 기술은 더 이상 보조적 수단이 아니라, 노동을 근본적으로 대체하는 필수재로 자리 잡게 된다. 숙련된 인적 자본이 디지털 기술과 결합할 때 발생하는 시너지는 인구 감소의 역풍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의 생산성 도약을 가능하게 할 것으로 기대된다.인구감소를 넘어서는 길핀란드의 사례는 우리에게 분명한 교훈을 남긴다. 이른바 생산성 역설은 디지털 기술의 실패를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기술의 잠재력이 거시경제 전반으로 확산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성장통이며, 동시에 20세기형 통계 체계가 빚어낸 착시에 가깝다. 디지털 성장 원칙(Digital Growth Principle)에 따르면, 디지털 자본에 대한 투자는 기업 수준에서 이미 확실하고 강력한 보상을 제공하고 있다.따라서 정책 입안자와 기업 리더가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디지털 투자의 효과를 의심하거나 주저할 것이 아니라, 미시적 성과가 거시적 성장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변환의 실패’를 극복하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점이다.선진국 경제에 있어 지금 가장 시급한 과제는 ‘혁신의 가속화’가 아니라 ‘혁신의 확산’이다. 정부의 지원 정책은 이미 잘하고 있는 소수의 선도 기업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오히려 기술 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과 전통 산업군을 대상으로 한 지원에 집중돼야 한다. 아울러 디지털 기술 도입이 실제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기술 그 자체에 대한 투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해당 기술을 운용할 인력을 양성하고, 조직 구조와 업무 프로세스를 변화시키는 ‘보완적 자산’에 대한 투자가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 핀란드의 'AI 기본과정'과 같은 전 국민 재교육 프로그램은 인적 자본을 업그레이드함으로써 기술 확산의 시차를 단축하는 대표적인 모범 사례다. 더 나아가 디지털 시대에 부합하는 새로운 경제 지표를 개발해, 우리가 창출한 가치를 제대로 측정하려는 노력 역시 병행돼야 할 것이다.개발도상국과 저개발국에게도 디지털 성장 원칙은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선진국이 걸어온 산업화의 경로를 그대로 따라가는 추격 전략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을 수 있다. 오히려 디지털 인프라를 도로와 전기와 같은 핵심 공공재로 인식하고 과감하게 투자함으로써, 발전 단계를 건너뛰는 ‘립프로그'(Leap-Frog)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핀란드의 경험은 디지털 자본이 글로벌 경제에서 수렴(convergence)을 달성하기 위한 가장 빠른 지름길임을 보여준다.결론적으로 인구 감소는 피할 수 없는 미래다. 그러나 그것이 곧 경제 성장의 종말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디지털이라는 강력한 성장 엔진은 이미 우리 앞에 준비돼 있다. 핀란드의 생산성 역설은 그 엔진을 어떻게 예열하고, 어떻게 국가 경제라는 거대한 시스템에 연결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이정표다. 기술을 믿고, 확산을 서두르며, 사람에게 투자하는 것. 이것이 인구 감소를 넘어 지속 가능한 성장으로 나아가는 유일하고도 확실한 길, 바로 디지털 성장 원칙이다. 필자는 현재 영국계 글로벌 사모펀드 한국 대표를 맡고 있다. 연세대학교에서 국제경제학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영국 런던정경대(LSE), 프랑스 파리 HEC, 미국 뉴욕대(NYU) 스턴 스쿨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MBA 과정을 마쳤다. 하버드 케네디 스쿨(Harvard Kennedy School)에서도 수학했다. 금융위원회 외신대변인으로 활동하며 정책 소통 경험을 쌓았고, 사우디아람코 코리아 임원을 역임하며 글로벌 에너지 및 투자 분야에서 전문성을 인정받았다. 현재 한양대학교 경영대학 및 블록체인융합학과 겸임교수로서 강단에 서고 있다.

2025.12.2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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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EU 전동화 ‘급제동’…배터리부터 車까지 ‘삐걱’

자동차

유럽연합(EU)과 미국이 전기차 전환 속도 조절에 나서면서 전동화 흐름에 제동이 걸렸다. 이른바 '전동화 급브레이크'의 충격은 완성차 업계보다 배터리 업계에 먼저 미치고 있다. 전기차 수요 둔화와 정책 속도 조절이 맞물리면서 한국 배터리 기업들의 공급 계약과 생산능력 증설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지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충격이 배터리를 넘어 완성차 업체들의 전동화 로드맵과 수익성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전기차 전환...유턴하는 EU·美EU는 최근 ‘2035년 내연기관 신차 판매 금지’ 기조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정책 선회에 나섰다. EU 집행위원회는 2025년 12월 16일(현지시간) 2035년 신차 탄소배출 감축 목표를 기존 100%에서 90%로 낮추는 내용을 담은 법 개정안을 공개했다. 이에 따라 2035년 이후 전기차만 판매하도록 했던 규제의 강도가 다소 완화될 전망이다.이번 개정안은 집행위원회의 제안 단계로, 향후 회원국으로 구성된 이사회와 유럽의회의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를 두고 EU가 2023년 확정했던 ‘2035년 내연기관 신차 판매 금지’ 원칙에서 한발 물러선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실제로 감축 목표가 90%로 조정될 경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등 내연기관 기반 차종이 규제 틀 안에서 제한적으로 존속할 여지가 생긴다. 이에 따라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차 올인 전략을 재조정할 선택지가 확대되는 반면, 배터리와 소재 등 전동화 밸류체인 전반에는 수요 불확실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유럽은 중국과 함께 전기차 수요를 떠받치는 핵심 시장이다. 유럽환경청(EEA)에 따르면 2024년 EU에서 배터리전기차(BEV) 신규 등록은 140만대 이상으로 신차의 13.6%를 차지했다. 전기차가 이미 ‘주류’로 커진 시장에서 규제 신호가 흔들리면, 완성차의 포트폴리오와 함께 배터리 발주와 투자 속도까지 재조정될 수 있다는게 업계의 분석이다.미국에서도 전동화 속도를 조정하려는 흐름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직후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해 온 전기차 의무화와 보조금 정책을 폐기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아울러 2030년까지 신차 판매의 50%를 전기차로 채우겠다는 기존 목표도 공식 철회했다. 전기차 확산 정책과는 정반대의 방향으로 정책 기조가 전환된 셈이다.미국의 정책과 수요 신호가 변화하면서 완성차 업체들도 전기차 중심 전략에서 점차 한발 물러서는 모습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포드다. 포드는 최근 전기차 사업 축소와 관련한 비용으로 약 195억달러(약 29조원)를 이번 분기 실적에 반영했다. 수익성이 낮은 전기차 투자를 줄이는 대신 트럭과 SUV, 상용차 등 고수익 차종에 역량을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전기 픽업트럭 ‘F-150 라이트닝’의 생산 중단도 이러한 전략 조정의 일환으로 풀이된다.업계 관계자는 “유럽과 미국에서 전기차 전환 정책 기조가 한풀 꺾이면서 캐즘은 더욱 길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며 “완성차가 전기차 투자 속도를 늦추는 순간 배터리 발주와 증설 계획이 흔들리고, 그 여파는 소재·부품까지 연쇄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탄 맞는 韓 기업들글로벌 전동화 전환 속도 조절의 여파로 한국 기업들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포드와 체결했던 대규모 전기차 배터리 공급 계약 일부가 종료됐다고 최근 공시했다. 회사는 “2024년 10월 15일 공시한 포드와의 전기차 배터리 공급 계약을 해지한다”고 밝혔다.계약 해지 배경으로는 거래 상대방인 포드의 일부 전기차(EV) 모델 생산 중단 결정이 지목됐다. 시장에서는 미국 내 전기차 구매 세액공제 혜택 폐지 이후 포드가 전기차 사업 전략을 재조정하는 과정에서 나온 조치로 해석하고 있다.앞서 LG에너지솔루션과 포드는 2024년 10월 배터리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물량은 2027~2032년 6년간 75GWh(기가와트시), 2026~2030년 5년간 34GWh 등 총 109GWh 규모로, 배터리는 LG에너지솔루션의 폴란드 브로츠와프 공장에서 생산돼 유럽용 전기차에 탑재될 예정이었다. 이번에 해지된 계약은 이 가운데 2027~2032년 물량에 해당하며, 해지 금액은 약 9조6030억원 규모다. 여기에 더해 미국 배터리팩 제조사 FBPS와 맺었던 약 3조9000억원 규모의 계약을 해지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공시를 통해 FBPS의 배터리 사업 철수에 따라 지난해 4월 체결한 전기차 배터리 모듈 공급 계약을 상호 합의로 종료했다고 밝혔다. FBPS는 독일 프로이덴베르크 그룹 계열사다. 미국 미시간주 미들랜드에서 배터리팩 조립용 기가팩토리를 운영해왔다.완성차 업계도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현대자동차는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으로 가동 중단이 반복됐던 울산1공장 12라인의 생산 속도를 낮추기로 했다. 해당 라인은 아이오닉 5와 코나 일렉트릭 등을 생산하는 곳이다. 현대차가 특근을 축소하고 프로모션을 확대했지만 주문량이 기대만큼 회복되지 않으면서, 2월 이후 2025년 12월까지 일시 휴업이 반복돼 왔다.이에 따라 현대차 노사는 시간당 생산량(UPH)을 기존 27.5대에서 17.5대로 줄이는 데 합의했다. 촉탁계약직 등 일부 인력은 다른 라인이나 타 공장 생산라인으로 전환 배치하기로 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국내 생산 전략 조정이 글로벌 탈탄소 정책 추진 속도 변화와 맞물린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결국 한국 전기차 생태계 역시 '플랜B'를 꺼내 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단기적으로는 전기차 비중 둔화에 대응해 하이브리드용 배터리, 보급형 전기차를 겨냥한 LFP(리튬인산철) 라인업, ESS(에너지저장장치)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는 흐름이 강화될 전망이다.완성차 업계의 대응은 ‘전기차 올인’보다는 파워트레인 믹스 확대에 방점이 찍힌다. 현대차는 전기차 수요 둔화에 대응해 하이브리드와 EREV(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를 병행하는 전략을 내놓았다. 배터리 전기차(BEV)뿐 아니라 다양한 전동화 파워트레인을 동시에 가져가며 시장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겠다는 구상이다. 기아 역시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전 차급으로 확대해 2030년 판매를 크게 늘리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전기차 캐즘이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고, 복합적인 변수들이 단기간에 해소되기는 쉽지 않다”며 “현재로서는 배터리와 자동차의 가격이나 라인업 측면에서 충분한 ‘대항마’를 갖췄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이어 “지금 상태에서 단순한 가격 경쟁으로는 승산이 낮다”며 “한국이 확실히 차별화할 수 있는 특화 기술을 확보하고, 포트폴리오를 더욱 촘촘하게 다각화하는 동시에 원가·안전·수명 측면에서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2025.12.2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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