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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 이대로 괜찮나 ③] “투자보호·업체견제·사기처벌 강화해야”

사모펀드 10월부터 일반용·기관용으로 재편…실효성 의문
전문가들 “프라임 브로커 연계한 직판 채널 확대해야”
미국에선 금융사기범에 150년형, 연루 직원은 모두 해고

 
 
[게티이미지]
 
2019년 터진 '사모펀드 사태'는 현재진행형이다.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를 비롯해 라임·옵티머스·디스커버리 등 대형 사모펀드 사고는 금융사기, 불완전판매, 탈법, 관리감독부실 등 집단적 도덕적 해이로 인한 ‘비리 종합선물세트’였다. 수조 원 피해를 입은 투자자들은 금융감독원의 분쟁조정안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당국이 사모펀드 제도를 개편했지만 ‘사후약방문’이란 비판이 거세다. [이코노미스트]는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이 판매한 디스커버리 펀드의 문제, 사모펀드 사건을 둘러싼 정·관계 로비 의혹 등을 되짚어 반복되는 사고의 해결책을 찾아보았다. [편집자 주]  
 
[사모펀드 이대로 괜찮나]
①“판매 책임을 왜 투자자에게 떠넘기나”  
② 정관계 로비, 파면 팔수록 오리무중
③ “투자보호·업체견제·사기처벌 강화해야” 
 
약 6조6000억원의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는 금융사들이 공모 규제를 회피하기 위한 ‘꼼수’에서 시작됐다는 것이 금융권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공모펀드는 통상적으로 분산 투자 의무, 공시 의무 등 운용 규제가 깐깐한 편이다. 하지만, 사모펀드는 규제를 확 풀어주는 대신 펀드당 투자자를 최대 49명으로 제한했다.  
 
소수를 위한 고위험·고수익 투자상품인 사모펀드에 개인 투자자들이 몰린 것은 금융사가 사모펀드를 공모펀드처럼 판매했기 때문이다. 자산운용사들은 모·자 펀드를 이용해 투자자를 끌어들였다. 개인투자자 49명이 모집된 자펀드 수십 개를 모펀드에 재투자하는 구조다. 비용을 줄이고 운용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데다 불법도 아니어서 가능했다.  
 
가장 큰 문제는 은행과 증권사의 프라이빗 뱅커(Private Banker 고액 자산가를 전담 관리하는 직원. 이하 ‘PB’)들이 상품의 위험성을 잘 알지도 못하고 팔았거나, 알면서도 거액의 수수료에 눈이 멀어 피해자를 양산한 점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최근 규제의 칼을 빼 들었고, 자본시장법과 하위 법규를 개정해 사모펀드 제도를 새로 개편했다. 하지만 업계는 이것만으로는 사모펀드의 태생적 구조적 문제를 해소하긴 어렵다고 지적한다.  
 
특히 피해자들은 “부실 점검을 제대로 하지 않고 판매에만 혈안이 된 은행과, 감시·감독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금융당국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며 “이들에게도 사모펀드 사태를 키운 책임이 크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보 비대칭·일방적 수수료 여전, 도덕 해이 부추기는 구조

제도 개편에 따라 오는 10월 21일부터 사모펀드는 투자자를 기준으로 ‘일반용’과 ‘기관 전용’으로 분리된다. 그동안 운용 목적에 따라 ‘전문 투자형’, ‘경영 참여형’으로 분류했던 사모펀드의 기준을 투자자 기준으로 바꿔 투자자를 보호하겠다는 취지다.  
 
일반 사모펀드에는 최소 투자액이 3억원 이상인 일반투자자와 전문 투자자가 자금을 넣을 수 있다. 국가·한국은행·금융회사 등을 대상으로 한 기관 전용 사모펀드보다 일반 사모펀드가 더 엄격한 투자자 보호 장치를 적용 받는다. 일반투자자에게 사모펀드 투자를 권유하거나 판매할 때 ‘핵심상품설명서’를 제공하고, 판매했다면 펀드 운용 행위가 설명서에 맞는지를 판매사가 사후 점검해야 한다.  
 
아울러 정보를 독점하던 사모펀드 운용사를 견제·감시할 수 있도록 앞으로 판매사와 수탁사가 관련 정보를 공유한다. 또 판매사·수탁사는 운용사가 펀드를 불합리하게 운용할 경우 시정을 요구할 수 있으며, 운용사가 이에 응하지 않으면 금융감독원(금감원)에 보고할 수 있다.
 
그런데 사모펀드는 구조 자체가 정보의 비대칭이 클 수밖에 없고, 판매사와 운용사는 펀드 성과에 상관없이 수수료를 취하는 구조여서 소비자에게 불합리하고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익명을 요청한 한 전직 은행 PB는 “은행이 눈에 보이지 않는 신뢰를 바탕으로 고객과 성장했는데 오히려 이를 악용한 부도덕한 PB들이 불완전 판매를 강행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PB 입장에서도 핵심성과지표(KPI)를 들먹이며 실명과 함께 판매액을 공개하는 등 회사의 실적 압박이 들어오면 도덕적 해이에 유혹될 수 밖에 없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운용사 관계자 또한 “투자 자산의 평가 이익을 바탕으로 성과급을 받는 운용사 입장에선 수익률을 부풀리는 유혹이 적지 않다”며 “사모사채나 전환사채 등 비유동 자산은 가치 평가가 어려운 허점을 악용한 것이 바로 사모펀드 사태”라고 꼬집었다.  
 
 

프라임 브로커 대안 될까, 해외에선 PBS 연계 직판 활발

금융권 관계자들의 조언을 종합해보면 결국 일반 투자자에게 정상적으로 판매되려면 사모펀드 상품의 안정성이 우선 검증돼야 한다는 결론이다. 이에 프라임 브로커(Prime Broker 자산운용사의 펀드 운용에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금융투자사)의 역할을 확대해 부실 펀드를 애초에 발행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자기자본 3조원 이상 종합금융사업자로 등록한 증권사는 현재 프라임 브로커 서비스(PBS)를 제공할 권한을 갖고 있다. 증권사가 나서 사모펀드를 키우는 신생 운용사의 성장을 돕고, 사모펀드에 자금을 공급할 투자자를 주선하는 서비스를 활성화 하자는 것이다.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프라임 브로커 연계 직판 채널을 새로 도입해 신생 운용사의 인큐베이션형 펀드를 지원하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며 “기존 대형 금융사 채널은 운용 성과가 검증되면 사모펀드를 중심으로 판매해 종합자산관리 연계 사모펀드 채널로서의 평판과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적 추세를 봐도 사모펀드는 프라임 브로커가 소개하는 직판 비중이 높은 편이며, 판매 채널이 다변화되고 있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 관리기업인 시트코 그룹(CITCO)이 2017년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프라임 브로커가 소개한 고객에게 펀드를 판매한 경우는 41%에 달했다. 재간접과 일임을 통한 판매는 23%, 제3자는 17% 정도다.  
 
반면 PB를 통해 판매되는 사모펀드는 약 11%에 불과했다. 사모펀드의 제조와 판매가 명확히 분리돼 은행 중심의 대형 금융사가 주된 판매 채널인 우리나라와 다른 특징이다. 한 증권사 PBS 관계자는 “미국은 PBS 부서가 마케팅도 하고 자금을 끌어와 운용사에 자금을 모아주기도 한다”며 “다만 국내 증권사에선 그런 업무에 대한 검토가 없어 아직 현실적으로 쉽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동현 서울대 교수(경제학과)는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할 프라임 브로커를 키워야 한다”며 “PBS 시장이 커져야 질 좋은 헤지펀드를 골라 낼 수 있고 수익률을 올리면 국내 사모펀드 시장도 활성화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빠진 금융소비자보호법을 재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미국의 경우 펀드 사기 행위에 대해 150년형을 내리는 등 무거운 처벌을 내리는데 우리나라는 많아야 고작 10~12년에 불과하다”며 “상대적으로 우월한 지위에 있는 판매사에 대한 처벌 수위가 여전히 약해 정부의 개선책은 ‘반쪽 대책’에 불과하다.
 
금융정의연대와 라임·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사태 피해자들이 지난 5월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의 사모펀드 사태 대책 마련과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와의 간담회를 요청하고 있다. [사진=전국 사모펀드 사기피해 공동대책위원회]
 

“징벌적 손해배상제·집단소송제로 투자자 실질 보호 필요”

정부의 최근 사모펀드 제도 개선에 대해 피해자들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라고 지적한다. 이들은 감사원이 ‘사모펀드에 대한 금융당국의 감독업무가 부실했다’는 감사 결과를 발표하자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집단소송제 등을 도입해 투자자를 실질적으로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금감원은 2017년 옵티머스 자본금이 기준에 미달했는데도 제대로 점검하지 않고 적정시정조치 유예를 금융위원회에 건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의환 전국 사모펀드 사기피해 공동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은 “일련의 사모펀드 사태는 불완전 판매로만 규정 짓기 어려우며, 정부의 정책 실패와 금융당국의 관리·감독 부실 등에 사태가 발생하게 된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정부와 국회가 사후약방문식으로 사모펀드 사태를 방치하는 것은 책임 방기"라고 주장했다.  
 
이에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빠진 금융소비자보호법을 재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투자형 상품에 대한 손해배상액을 추정 계산하고,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하는 금융소비자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엔 고의·중과실의 경우 금융회사가 손해액의 최대 3배까지 배상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미국의 경우 펀드 사기 행위에 대해 150년형을 내리는 등 무거운 처벌을 내리는데 우리나라는 많아야 고작 10~12년에 불과하다”며 “상대적으로 우월한 지위에 있는 판매사에 대한 처벌 수위가 여전히 약해 정부의 개선책은 ‘반쪽 대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2008년 버나드 메이도프(Bernard Madoff) 전 나스닥증권거래소 위원장의 650억달러(약 72조원) 규모 ‘폰지 사기’(다단계 금융사기)를 계기로 시장의 견제 기능을 강화했다. 2016년 미국 웰스파고 은행은 고객 동의를 받지 않고 유령 계좌 200만개를 만든 사실이 적발돼 벌금 3조6000억 원을 부과 당했다. 이에 따라 존 스텀프(John Stumpf) 웰스파고 회장은 450억 원을 몰수당했다. 해당 사건에 연루된 직원 5000여명도 함께 해고됐다.  
 
▶ [사모펀드 이대로 괜찮나 ①] “판매 책임을 왜 투자자에게 넘기나”
▶ [사모펀드 이대로 괜찮나 ②] 정관계 로비, 파면 팔수록 오리무중 

김하늬 기자 kim.hon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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