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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체험기] KT가 출시한 카세트플레이어, Z세대 '감성 덕질' 적중

Z세대 "레트로 감성 낭낭… 듣기 힘들었던 아이돌 테이프 앨범 해결책"
밀레니얼 세대는 추억에 집중 "그땐 없던 블루투스와 결합 신선해"

 
 
KT가 지난 10일부터 정식 판매되고 있는 KT 리와인드 블라썸 카세트(KASSETTE). 오토리버스와 블루투스 5.1을 지원한다. [선모은 인턴기자]
"여기 숨 쉬는 이 시간은 나를 어디로 데려갈까? 많은 기쁨과 한숨들이 뒤섞인 이곳에서~ 3! 4!"
 
걸그룹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48'로 탄생한 아이즈원 멤버 유진의 목소리가 카세트플레이어에서 들려왔다. 15년 전 사라진 기계에서 10대인 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건 KT가 올해 카세트플레이어 '리와인드 블라썸(Rewind Blossom)'을 출시했기 때문이다.
 
아이즈원이 부른 노래는 '3!4!'. 1990년대 전국 학생들의 책받침을 장식했던 혼성그룹 룰라가 25년 전 발매한 4집의 수록곡이다. 난생처음 들어본 노래가 나오자, 발매 일자가 궁금해 검색해봤다. 1996년 6월 15일. 기자가 태어나기 딱 두 달 전이다.
 
이동통신사가 왜 1996년 노래를 담은 카세트플레이어를 2021년에 출시했을까. KT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뉴트로' 감성을 겨냥하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뉴트로는 새로움(new)과 복고(retro)를 합친 신조어다.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 태어난 Z세대가 30~40년 전 옷차림과 음악, 물건을 즐기는 문화를 말한다.
 
KT의 뉴트로 전략이 MZ세대에게 통할까? 밀레니얼세대인 30대와 Z세대인 20대에게 직접 물었다. 참고하자면 1980~1990년대 초중반 태어난 밀레니얼세대는 학창 시절 휴대용 CD플레이어와 MP3로, 1990년대 후반 이후 태어난 Z세대는 MP3와 스마트폰으로 노래를 들었다.
 

NCT 노래 들으려면 카세트플레이어 필요…투명창 디자인 인기

먼저 Z세대인 이코노미스트 인턴들에게 카세트플레이어에 대해 물었다. 카세트플레이어를 테이블에 내려놓자 탄성을 내뱉는 게 일반적인 반응이었다. 디자인에 대한 호평이 먼저 나왔다. H씨는 "전면이 투명창이라 테이프가 돌아가는 게 잘 보여 예쁘다"며 "카세트플레이어가 아니라 인테리어 소품으로 사고 싶다"고 했다.
 
레트로 감성에 후한 점수를 주기도 했다. 투박한 메탈 재질의 외형부터 귀여운 주황색 버튼까지. 조작도 재생(Play)과 멈춤(Stop), 앞으로 가기(Fwd), 뒤로 가기(Rwd) 뿐이다. USB 단자도 없다. 카세트플레이어를 작동하려면 AA타입 건전지 2개가 필요하다. Y씨는 "투박한 디자인에 사용도 불편해 오히려 레트로 감성이 낭낭(넉넉하다는 뜻)하다"며 "복고 콘셉트 카페나 소품 샵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 같은 디자인"이라고 평가했다.
 
동봉된 카세트테이프를 카세트플레이어에 직접 넣고 재생해봤다. 버튼을 누르니 테이프 감기는 '지지직' 소리만 흐른다. 잡음이 녹음된 줄 알았으나 K씨가 카세트테이프가 원래 소리가 그렇단다. 9~10초간 반복되는 '지지직' 소리가 지루해질 때쯤 첫 곡을 들을 수 있었다.
 
곡명은 '인형'. 이지훈과 신화 신혜성이 2001년 발매한 노래를 엑소 백현과 NCT 도영이 리메이크했다. 도영의 파트가 흘러나오자 카세트플레이어를 사고 싶다는 사람이 속출했다. 아이돌 굿즈를 사듯 카세트테이프를 수집하고 싶어서다. NCT를 좋아하는 L씨(26)는 "NCT가 발매하는 카세트테이프처럼 KT 리메이크 앨범도 소장 가치가 있다"고 했다.
 
리메이크가 유행하면서 아이돌이 카세트테이프 앨범을 속속 내는 점도 구매 욕구를 자극했다. 걸그룹 레드벨벳 멤버 조이의 '안녕'이 대표적이다. 조이는 가수 박혜경이 2003년 발매한 곡 '안녕'을 지난 5월 리메이크해 발표했다. 무지개색 반소매 니트와 낮은 채도 등을 앨범 커버와 뮤직비디오에 녹여 1990년대 느낌을 냈다. 카세트테이프 앨범은 덤이다.
 
샤이니도 5년 전 정규 5집 앨범 '1 Of 1'을 카세트테이프로 선보인 바 있다. 1990년대 추억을 자극하는 복고풍 노래에 맞춘 앨범 형태다. 첫 물량만 제작했기 때문에 지금은 부르는 게 값이다. 24일 기준 한 중고거래 플랫폼에 이 카세트테이프를 검색해보니 최상 등급 앨범이 3만3000원~4만9000원에 거래되고 있었다. 블랙핑크는 해외 정규 1집을, BTS는 다이너마이트에 이어 신곡 버터 앨범을 카세트테이프로 출시했다.
 
문제는 카세트플레이어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는 점이다. 인턴 L씨는 "NCT가 카세트테이프 앨범을 냈는데 카세트플레이어가 없어 들어본 적이 없다"며 "전자상가를 찾아갔지만 마음에 드는 디자인은 가격이 너무 비싸고, 정크(고장 등으로 작동하지 않는 기계)가 많다고 해 포기했다"고 했다. 해외직구로 카세트플레이어를 구매해도 바다 건너 공수해온 물건으로 고생하기도 한다. 
 
KT 카세트플레이어는 KT가 판매하고 음향기기 제조회사 인켈이 사후관리를 담당한다. 휴대용 카세트플레이어인 구형 워크맨이나 마이마이가 고장 나도 수리할 방법이 없어 구매를 망설였다면 KT 카세트플레이어가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음질 아쉽지만 추억 소환…'마이마이'엔 없던 블루투스 기능 유용

밀레니얼세대의 반응을 보기 위해 이코노미스트 IT·바이오 팀 30대 기자들에게 카세트플레이어를 보여줬다. 어렸을 때 선물로 받은 카세트테이프를 떠올리는 기자도, 카세트플레이어와 별다른 추억이 없는 기자도 있었다.
 
초등학교 때 삼성 ‘마이마이’를 사용했다는 김다린 기자는 그 시절 카세트플레이어를 떠올리면서 학창 시절을 추억했다. 어학 공부를 위해 카세트테이프를 들었던 이야기, 테이프 위를 스카치테이프로 막아 노래를 녹음한 이야기 등이 줄을 이었다. 김 기자는 "학교 다닐 때 어학 테이프는 모두 카세트테이프였다"며 "학교 다니던 그 시절이 떠오른다"고 했다.
 
사용하던 카세트플레이어와 KT 카세트플레이어를 비교하기도 했다. 가장 눈에 띄는 기능은 블루투스다. 블루투스 이어폰을 카세트플레이어와 연결해 카세트테이프에 녹음된 노래를 들을 수 있다. 문상덕 기자는 "그때는 블루투스 기능이 없었고 블루투스로 연결할 기계도 없었다"며 "무선 이어폰으로 카세트테이프를 듣는 경험이 색다르다"고 말했다.
 
그 시절의 고급 기능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오토리버스'다. 카세트테이프는 양면에 소리가 녹음돼 있어 반대쪽 면을 재생하려면 카세트테이프를 플레이어에서 직접 꺼내 돌려 넣어야 한다. 오토리버스는 자동으로 카세트테이프 재생면이 바뀌는 혁신적인 기술이었다. 카세트플레이어를 구매할 때 오토리버스 탑재 여부를 반드시 따져봤을 정도다.
 
카세트플레이어에 대한 추억이 없는 기자는 기능에 집중했다. 특히 블루투스 스피커 기능이 호평을 받았다. KT 카세트플레이어는 자체 스피커가 내장돼 블루투스 스피커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최윤신 기자는 "카세트플레이어라기보다 레트로한 디자인의 블루투스 스피커로 사용할만 하다"며 "인테리어 소품처럼 집에 비치해놓고 손님이 왔을 때 구경하면 좋겠다"고 감상을 남겼다.
 
음향기기인 만큼 음질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원태영 기자는 "예전에 사용하던 카세트플레이어보다 음질이 좋지 않은 것 같다"며 "그래도 옛 생각에 계속 듣게 된다"고 했다. 유선 이어폰 접촉 불량이 있기도 했다. 단자가 좁아 접촉 단자를 깊게 꽂지 않으면 이어폰이 한쪽만 들렸다. 무선 이어폰 역시 구형 갤럭시 버즈는 지원하지 않는다.
 
원곡자 굿즈를 포함하면 좋았을 것이란 의견도 나왔다. KT 카세트플레이어 세트 상품에는 아이즈원과 백현 등 카세트테이프 녹음에 참여한 아티스트의 포토 카드, 브로마이드 등이 포함돼있다. 이승훈 기자는 "룰라나 윤상 등 원곡자 굿즈도 포함하면 좋겠다"며 "80년대 태어난 밀레니얼세대는 아이돌 굿즈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할 것 같다"고 했다.
 
밀레니얼세대 기자들과 Z세대 인턴들이 KT 카세트테이프를 사용하고 별점을 매겼다. 대체로 감성과 디자인에 후한 점수를 줬고, 가격과 음질에 낮은 별점을 매겼다. 

선모은 인턴기자 seon.mo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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