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혼란 키운 11번가의 무리수 '머지포인트 전액 환불'…왜?
8월 한달간 판매분 전액 환불…실상은 8월 10일 하루뿐
사태 책임자 머지플러스, 11번가 핑계로 ‘환불 중단’
이커머스업계 “섣불렀다” 지적…환불채널 통일해야
11번가가 이커머스업계 최초로 ‘머지포인트 구매액 환불’에 나서면서 후폭풍이 일고 있다. 머지플러스는 11번가 중복 환불을 핑계 삼아 환불을 잠정 중단했고, 다른 이커머스업체에도 환불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하지만 정작 별다른 추가 대책은 나오지 않는 상황이다.
시장의 평가 또한 ‘선제적 조치’라는 긍정적인 반응에서 비판이 새 나오고 있다. 섣부른 환불조치로 시장 전체에 혼란을 야기했다는 게 비판의 요지다.
“양심적” “선제적 구제” 호평… 그 이면엔
11번가는 10일 머지포인트 상품권을 구매한 고객이 직접 고객센터 등을 통해 요청하면 환불해주고 있다. 상품에 하자가 있을 때 이를 인지한 날부터 30일 이내 청약 철회를 할 수 있다는 전자상거래법 규정에 따른 조치라는 게 11번가 측 설명이다.
초기 반응은 뜨거웠다. “역시 대기업은 다르네”, “티몬이 제일 많이 팔았을 텐데 11번가가 양심적이다”, “롯데온, 티몬, 위메프, G마켓도 동참해야 한다” 등 피해 고객들을 중심으로 호평이 쏟아졌다.
반면 시장에선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내놨다. 우선 환불 조건이 그다지 파격적이지 않다는 평가다. 11번가에서 구매했던 전체 판매량에 대한 환불이 아닌 ‘8월 10일’ 단 하루 판매인 데다 11번가는 다른 이커머스업체와 달리 할인율이 낮아 판매량 자체가 낮았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커머스업계 관계자는 “7월엔 11번가에서도 수일간 판매가 진행됐을 텐데 8월엔 하루만 진행됐고 판매량 자체가 워낙 낮으니 이를 마케팅에 역이용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하루 판매량을 환불해 준다고 해서 큰 의미가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고 꼬집었다.
‘머지포인트’ 판매 플랫폼이던 이커머스업계의 책임론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11번가 측의 선제적 이미지 개선과 환불 구상권 청구 등에 대한 계산이 깔려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커머스업계 또다른 관계자는 “10일 저녁 판매가 종료됐는데 다음 날 사건이 터지면서 소진됐을 확률이 낮을 것이고 (11번가 쪽에서는) 이로 인한 효과와 이해관계를 다 따져본 뒤 도의적 차원에서 환불이 진행됐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선 11번가의 머지포인트 판매가 마지막 날까지 계속됐다는 점에서 “환불조치가 당연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소비자는 “11번가는 머지포인트 사태 하루 전날 저녁까지 머지포인트를 판매했다”면서 “머지포인트 기사가 터지고 여기저기 카페에서도 우려 글들이 올라와 구매를 고민하던 시점에도 11번가에서는 팔고 있기에 황당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11번가 ‘머지 마케팅(?)’…무엇을 간과했나
사실상 당일 판매 규모도 크지 않은 11번가가 머지플러스의 환불 중단 명분을 제공해 준 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덕분에 티몬, 롯데온, G마켓, 위메프 등 다른 채널에서 머지포인트를 구매한 소비자들은 당분간 구제받을 길이 없어졌다.
머지포인트 피해자모임 커뮤니티 등에는 “11번가 마케팅 제대로 한다”, “머지플러스에 좋은 핑계를 마련해줬다”, “꼴랑 하루 구매치 환불해주면서 수십만, 수백만원 피해자들의 환불 길을 막았다” 등 우려와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환불 방식에도 구멍이 뚫려있다는 지적이다. 미등록 상품이 환불 원칙이지만 11번가가 10일 판매분에 한에서 모바일앱을 통해 등록 전환한 경우도 환불을 해주겠다고 밝혔다. 이 경우 추가적인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예를 들면 11번가에서 구매한 뒤 중고나라에 ‘핀 번호’를 받고 재판매했을 경우 사실상 핀 번호를 보유한 사람이 환불받아야 하지만 11번가 판매 기록이 남아있는 고객에게 환불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문제들로 업계에서 강조하는 건 ‘환불채널의 통일’이다. 현재 기술력으로는 고객이 어느 판매 채널에서 구매했고, 어디 어디 가맹점에서 포인트를 샀는지까지는 알 수 없다. 머지포인트 운영사인 머지플러스에서만 확인이 가능하다. 이커머스업체들이 쉽게 환불 고지를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여러 곳에서 판매가 이뤄졌고 다같이 판매했기 때문에 환불 채널은 머지플러스 쪽 하나로 묶어주는 게 중요하다”면서 “다른 채널에서 선제적으로 그것도 하루짜리 환불을 한다는 건 혼란만 가중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은 채널을 일원화하면서 머지플러스를 압박해 수습을 빨리해야하는 데, 여기저기저 나름의 환불을 해버리면 시간만 더 지체되지 않겠냐”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11번가가 8월 31일부터 시작된 ‘아마존’ 직구 서비스를 앞두고 이미지 홍보 효과를 노린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실제 1세대 이커머스인 11번가는 쿠팡, 네이버 등과 격차가 크게 벌어지면서 존재감이 낮아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 아마존과 손을 잡으면서 반전 기회를 찾고 있었던 만큼 ‘단기적인 이미지 상승’이 절실했을 수 있다고 분석한다.
이커머스업계 관계자는 “아마존 서비스가 오픈했고 인적분할하면서 모기업도 바뀌었다”면서 “새롭게 이미지 구축을 잘 한 뒤 그걸 이용해서 반전을 노려보려는 것 아니겠냐”고 해석했다.
“고객 피해 최소화”…머지 측 환불중단 유감
이 관계자는 또 “고객들의 피해부터 최소화하겠다는 마음으로 접근한 것인데 머지플러스 측에서 이를 핑계 삼아 환불을 중단한 건 매우 유감”이라면서 “시장 혼란이 아닌 최소한의 노력이라도 보였다는 측면으로 봐달라”고 덧붙였다.
김설아 기자 kim.seola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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