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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월세 잡겠다더니, 죽여버린 전세시장 [오대열 리얼 포커스]

집값 안정 외친 문재인 정부 4년 돌아보니…
강남 아파트 전셋값 평당 4000만원 돌파
쏟아낸 부동산 정책, 역효과·풍선효과 속출

 
 
박동수 세입자협회 대표가 지난 7월 29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전월세 문제에 대해 논의하는 온라인 기자회견에서 주택임대차법 개정을 요구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정부 동안 우리 서민들을 괴롭혔던 미친 전·월세. 이런 높은 주택 임대료 부담에서 서민들이 해방되기 위해 부동산 가격의 안정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번 정부가 발표한 대책이 역대 하지 않았던 가장 강력한 대책이기 때문에 부동산 가격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8월 대통령 취임 후 100일 기자회견에서 발표한 발언 중 일부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문 대통령은 강력한 부동산 대책을 통해 전 정부가 만들어낸 ‘미친 집값’과 ‘미친 전·월세’를 안정시키겠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4년 동안 집값은 이와는 반대로 움직였다. 4년 전만 하더라도 아파트를 매입할 수 있는 금액이 이젠 전세로도 들어가기 어려울 정도로 높아져 ‘벼락거지’가 된 사람들은 한숨만 깊어졌다.  
 
문 정부가 아파트 가격을 꺾기 위해 3기 신도시 사전 청약과 공급 확대 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이 좀처럼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정부 출범 당시 약 2500만원 수준이던 서울 강남구의 3.3㎡당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은 올해 8월 역대 처음으로 4000만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경제만랩이 KB부동산의 주택가격 동향을 살펴본 결과, 지난 2017년 5월 서울 강남구의 3.3㎡당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은 약 2537만5000원이었지만, 올해 8월에는 약 4023만8000원으로 나타났다. 서울 강남구의 3.3㎡(평)당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이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무려 약 1486만4000원이나 치솟아 전국에서 가장 높은 상승폭을 보였다.  
 
문 정부 출범 후 전국에서 두 번째로 3.3㎡당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이 가장 많이 오른 곳은 서울 서초구다. 2017년 5월 서초구의 3.3㎡당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은 약 2432만3000원이었지만, 올해 8월에는 약 3831만7000원으로 약 1399만4000원 상승했다. 같은 기간 송파구가 약 1879만7000원에서 약 2926만3000원으로 약 1046만6000원 올라 문 정부가 들어선 뒤 서울 강남3구가 유일하게 3.3㎡당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이 1000만원 이상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주택가격 동향을 살펴본 결과, 지난 2017년 5월 서울 강남구의 3.3㎡당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은 약 2537만5000원이었지만, 올해 8월에는 약 4023만8000원으로 나타났다. 서울 강남구의 3.3㎡(평)당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이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무려 약 1486만4000원이나 치솟아 전국에서 가장 높은 상승폭을 보였다.  
 
 

은마아파트 전셋값 4년전 5억원서 지금 10억원

이 같은 상승세는 실거래가에서도 반영됐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은마 아파트 전용면적 84.43㎡은 2017년 5월에만 하더라도 약 5억2000만원(11층)에 전세 계약이 이뤄졌다. 하지만, 올해 8월 24일에는 약 10억5000만원(10층)에 거래돼 101.9%나 오르고 약 5억3000만원이나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위치한 반포자이 아파트는 전용 59.98㎡이 2017년 5월 15일 약 8억4000만원(26층)에 전세 거래가 이뤄졌다. 하지만 올해 8월 21일에는 약 15억5000만원(23층)에 거래돼 약 7억1000만원이나 올랐고, 84.5% 상승률을 보였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 아파트는 전용 84.88㎡이 2017년 5월 19일 약 8억3000만원(14층)에 전세 거래가 이뤄졌지만, 올해 8월 23일에는 약 14억4000만원(10층)에 거래돼 그동안 약 6억1000만원이나 올랐고, 73.5% 상승률을 기록했다.
 
남산에서 본 서울 도심 아파트 단지들. [연합뉴스]
 

가을이사철·임대차2법·재건축이주수요…악재 겹겹이

세입자를 보호하겠다는 취지로 마련된 임대차2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을 시행한 지 1년이 지났다. 정부는 “임대차 2법 시행 1년여만에 전·월세 계약 갱신율이 평균 77.7%로 직전 1년 평균 57.22% 대비 대폭 늘어났다”며 세입자 주거 안정에 기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기존 세입자가 아닌 신규 계약은 이 같은 혜택을 누릴 수 없는데다 공급 물량과 전세매물의 감소로 전셋값은 여전히 불안한 상태다.  
 
전세가율(주택의 매매가격에서 전세가격이 차지하는 비율)도 여전히 낮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7월 서울 강남구가 약 54.3%로 나타났으며, 송파구 54.0%, 서초구 58.6% 등으로 조사됐다. 이렇게 전세가율이 상승하지 않은 것은 강남3구의 아파트 매매가격이 많이 상승했다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어 전세가격도 앞으로 더 높아질 수 있는 여지를 갖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전세 가격 상승세를 막을 길이 어렵다는 것이다. 기준금리 인상과 사전청약 확대는 장기적으로 집값 상승세를 억제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신규 공급 물량은 늘어나지 않았고 가을 이사철과 재건축 이주 수요, 임대차 2법 시행 등으로 전세매물 부족 현상에 따른 전세가격 상승이 지속될 수 있어 이젠 즉각적이고 획기적인 공급 확대 정책이 나와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필자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각종 부동산 통계를 분석, 제공하는 큐레이션 서비스 ‘경제만랩’의 리서치 팀장이다.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후, 언론사에서 취재기자로 활동하다가 경제만랩 리서치팀에 합류해 부동산시장의 변화를 분석하고 있다. 

오대열 경제만랩 리서치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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