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리 올리면 집값 하락”…하지만 현실은 ‘폭등’ 어쩌나
기준금리 인상 후에도 수도권 집값 상승세
대출금리 부담보다 집값 상승 기대감 더 커
“금리 정책 만으론 부동산 시장 안정 어렵다” 지적
한국은행(한은)이 추가 금리 인상 군불때기에 나섰다. 보고서를 통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면 주택 가격 상승률을 0.25%포인트 낮추는 효과가 있다’고 발표한 것이다. 지난달 기준금리를 0.5%에서 0.75%로 인상한 뒤 다시 한 번 금리를 올리기 위한 사전 명분 쌓기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9일 한국은행은 ‘통화신용정책 보고서(2021년 9월)’를 통해 기준금리 인상 효과를 발표했다. 거시계량모형을 이용해 과거 평균적인 기준금리 인상 영향을 분석한 결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면 1년 뒤 가계부채 증가율은 0.4%포인트, 주택가격 상승률을 0.25%포인트 정도 떨어진다고 추정했다.
문제는 현재 국내 상황이 한은의 이런 분석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9월 첫째주 서울과 수도권(서울·경기·인천 포함)의 아파트값 상승률은 각각 0.21%, 0.4%로 나타났다. 지난달 마지막주에도 서울과 수도권의 아파트값 상승률은 같은 수준이었다. 수도권의 아파트값 상승률은 역대 최고치다.
부동산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는 와중에 특히 최근 상승률이 주목받는 건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후 나타난 사실상 첫 지표이기 때문이다. 지난 8월 26일 한은은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 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0.5%에서 0.7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동결 기조를 유지한 지 15개월 만의 일로 초저금리 시대가 막을 내렸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시중은행들도 기준금리 인상을 반영해 앞 다퉈 예금‧대출 금리 올리기에 나섰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30일부터 예·적금 금리를 0.2~0.3%포인트 인상했다. 카카오뱅크도 예·적금 금리를 최대 0.3~0.4%포인트 올렸다. 우리은행도 지난 1일부터 예·적금 금리를 0.1~0.3%포인트 올리는 금리 인상 행렬에 동참했다.
그런데도 집값 상승세는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한 셈이다. 서울은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경기도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가 지나가는 곳 위주로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금리 인상 영향보다 도시 개발과 교통 호재가 있는 지역에 부동산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 심리가 더 크게 반영된 결과다.
매수심리도 2주 연속 강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부동산원이 10일 발표한 전국 아파트 매수심리를 보면 9월 첫째 주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수급 지수는 108.4로 지난주(108.1)보다 0.3포인트 올랐다. 전 주에는 107.3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상승폭은 둔화했지만, 상승세는 이어졌다. 매매수급 지수는 부동산원의 회원 중개업소 설문과 인터넷 매물 건수 등을 분석해 수요와 공급 비중을 수치화 한 것이다. 100을 기준으로 이보다 높으면 수요가 공급보다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금리 인상 후에도 아파트를 사려는 사람들이 계속 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 대해 한은도 우려하고 있다. 한은은 보고서를 통해 “최근과 같이 주택가격에 대한 추가 상승 기대가 있는 상황에서는 금리를 올려도 주택가격의 둔화 영향이 약화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높은 변동금리부 대출 비중이 이자상환 부담 증대 등을 통해 소비 약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집값 상승을 기대하는 사람들이 대출을 받아 집을 사고, 높아진 금리 부담을 덜기 위해 소비를 줄일 수 있다는 뜻이다.
“금리 정책 만으론 한계, 부동산 정책 변화 필요”
9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세를 끼고 주택을 산 사람 중 무주택자 비중은 64.7%를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 무주택 갭투자자가 52.6%였던 것과 비교하면 10%포인트 늘었다. 주택담보대출 문턱은 높아진 반면 전세자금대출에 대한 부담은 크지 않기 때문에 나타난 효과로 풀이된다. 7억짜리 아파트에 5억원의 보증금을 낸 전세 세입자가 있다면 매수자는 현금 2억원만 내고 집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경제학)는 [이코노미스트]와의 통화에서 “금리를 올리면 시중에 풀린 유동성을 어느 정도 회수하는 효과가 있다”면서도 “이 방법만으로 집 값을 잡는데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성 교수는 “현재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큰 틀에서 정부의 부동산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며 “정책 변화 없이 금리 인상만으로 집값을 잡으려 한다면 실물경제가 타격을 받은 등 더 큰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병희 기자 yi.byeong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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