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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색한 ‘뒷광고’ 대신 ‘앞광고’ 뜬다…웹드라마 제작에 열 올리는 유통업계

인위적인 PPL 대신 자체 제작 콘텐트로 ‘앞광고’
브랜드 가치·정체성 담은 ‘브랜디드 콘텐트’ 전략
웹드라마부터 예능, 뮤지컬까지…매출 신장 효과 톡톡

 
 
하반기 기대작으로 꼽혔던 드라마 ‘지리산’이 방송 초반 과도한 PPL(간접광고)로 논란에 휩싸였다. [사진 tvN ‘지리산’ 영상 캡처]
 
# 지리산 대피소에서 ‘네파’ 등산복을 입은 채 ‘에그드랍’ 샌드위치를 먹고, 피부 관리를 하라고 콜라겐을 건넨다. 지난 10월 23일 첫 방송된 tvN 토일드라마 ‘지리산’ 장면 중 일부다. 배우 전지현과 주지훈 주연에 김은희 작가가 극본을 맡아 하반기 기대작으로 꼽혔던 ‘지리산’은 방송 초반 과도한 PPL(간접광고)로 논란에 휩싸였다. ‘지리산’ 제작 후원사인 아웃도어 브랜드 네파의 의상이 매회 지나치게 많이 등장하고 이외에도 간접광고 상품이 자주 노출돼 드라마인지 광고인지 헷갈린다는 시청자 반응이 잇따르고 있다.  
 
국내 유통업체들이 어색한 PPL 대신 웹드라마와 웹예능 등을 자체 제작해 젊은 소비자층 공략에 나서고 있다. 과거부터 지적돼왔던 드라마 속 과도한 PPL에 대한 지적과 최근 불거지고 있는 ‘뒷광고’ 논란에 대응해 자체 제작한 콘텐트를 통해 광고임을 드러내는 ‘앞광고’ 형태로 광고 방식을 새롭게 바꾸고 있는 것이다.  
 

브랜드 가치·정체성 담았다…자연스럽고 양심적이란 평가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패션 전문기업 한섬이 지난 19일 자사 유튜브 채널 ‘푸쳐핸썸’에서 선보인 웹드라마 ‘바이트 시스터즈’의 누적 조회수가 공개 11일 만에 400만뷰를 넘었다. [사진 한섬]
 
유통업계는 단순한 홍보 차원을 넘어 디지털 소통이 익숙한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자) 유입을 위해 ‘콘텐트 플랫폼’으로의 진화를 꾀하고 있다. 업계는 이를 ‘브랜디드 콘텐트’ 전략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탄탄한 스토리와 흥미 요소를 통해 높은 퀄리티의 영상 콘텐트를 만들어 기업의 팬층을 확보해 광고 이상의 효과를 내려는 움직임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국내 유통업체들이 만든 웹드라마와 웹예능은 젊은 층으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며 그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패션 전문기업 한섬이 지난 19일 자사 유튜브 채널 ‘푸쳐핸썸’에서 선보인 웹드라마 ‘바이트 시스터즈’의 누적 조회수는 공개 11일 만에 400만뷰를 넘어섰다. 
 
매출 효과도 상당했다. 웹드라마가 MZ세대의 호응을 얻으면서 지난 10월19일부터 30일까지 한섬의 프리미엄 온라인몰 ‘더한섬닷컴’의 매출 신장률은 두 배 이상 뛰었다. 극중 배우 강한나가 입고 나온 시스템 청바지와 배우 이신영이 착용한 타임옴므 셔츠, 시스템옴므 청바지는 완판됐다. 별도의 판촉 이벤트 없이 자체 제작 웹드라마 하나로 매출 신장을 이룬 것이다.  
 
바이트 시스터즈는 지난해 11월 한섬이 업계 최초로 웹드라마 ‘핸드메이드 러브’를 제작한 이후 두 번째로 만든 콘텐트로 기업명이나 로고, 브랜드 등을 일체 노출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한섬 관계자는 “인위적이고 직간접적인 광고를 불편해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며 “기업명이나 브랜드 노출 없이 자사의 주요 브랜드 디자인을 자연스럽게 영상에 녹여내 시청자가 스스로 제품에 대한 호기심을 갖도록 콘텐트를 기획, 제작했다”고 밝혔다.
 

경험 중시하는 MZ 겨냥…콘텐트 커머스로의 변화 꾀하는 업계 

티몬은 지난 2월부터 오리지널 콘텐트 브랜드 ‘티몬 플레이’를 통해 웹드라마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은 최근 공개된 웹드라마 ‘로코에 진심인 편’ 포스터. [사진 티몬]
 
이커머스 업계도 ‘콘텐트 커머스’ 전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티몬은 지난 2월부터 오리지널 콘텐트 브랜드 ‘티몬 플레이’를 통해 첫 웹드라마인 ‘스위트 오피스’를 선보였고 누적 조회수 67만회를 넘었다. 두 번째로 선보인 ‘수상한 소개팅’도 회당 평균 10만회 이상의 시청자를 확보했으며 최근에는 세 번째 웹드라마로 ‘로코에 진심인 편’을 공개하는 등 활발하게 콘텐트 커머스로의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티몬 관계자는 “온라인 쇼핑에 익숙한 소비 주체인 MZ세대는 상품보다는 경험을 중요시 한다”며 “고객에게 경험을 제공하고 상품과 브랜드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콘텐트를 계속해서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CU는 올해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자체 제작 웹예능 ‘쓔퍼맨’을 선보였다. 공개 한 달 만에 누적 조회 수 200만회를 기록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가수 겸 예능인인 데프콘이 슈퍼맨 복장을 한 채 CU에서 판매하는 상품을 거리에서 만난 시민들에게 맞춤형으로 판매하는 내용을 담았다.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CU가 제작한 웹예능 '쓔퍼맨'. [사진 유튜브 캡쳐]
 
자체 제작 뮤지컬을 선보인 곳도 있다. 삼양식품은 지난 9월 15일 창립 60주년을 맞아 대표 상품인 삼양라면의 탄생 취지와 상징성을 전하는 유튜브 광고 ‘평범하게 위대하게’를 공개했다. 국내 최초의 라면인 삼양라면의 역사와 전통을 MZ세대에게 재밌게 전하기 위해 애니메이션 기반 뮤지컬 형태로 제작됐다. 그룹 슈퍼주니어 ‘규현’이 노래를 불러 화제를 모았고, 탄탄한 스토리까지 더해져 공개 4주 만에 560만뷰를 넘어섰다.  
 
삼양라면의 탄생 취지와 정체성을 담은 60주년 기념 뮤지컬 '평범하게 위대하게' 장면 중 일부. [사진 삼양식품]
 

흐려지는 유통업과 콘텐트의 경계…신성장 동력될까  

업계는 이 같은 흐름을 긍정적으로 보고 앞으로 콘텐트 커머스 시장 규모가 점점 더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를 증명하듯 신세계그룹은 콘텐트에 힘을 싣기 위해 지난해 상반기 자회사 ‘마인드마크’를 설립하고 콘텐트 제작사인 실크우드와 스튜디오329를 인수했다. 변화하는 커머스 흐름 속에서 유통업과 콘텐트 사업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유통업과 콘텐트의 경계가 점점 흐려지고 있다”며 “콘텐트 커머스로의 변화를 꾀하기 위해 꾸준히 드라마를 제작해왔던 두 콘텐트 제작 전문 회사를 인수했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넷플릭스 오리지널의 ‘오징어 게임’을 통해서도 볼 수 있듯이 콘텐트 자체로도 경쟁력이 있기 때문에 그룹의 신성장 동력으로도 고려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기업이 일방적으로 소통하는 방식은 더 이상 소비자에게 통하지 않는다”며 “앞으로는 고객을 자연스럽게 브랜드의 팬으로 만들고 기업의 가치와 정체성을 표현할 수 있는 브랜디드 콘텐트를 통해 적극적인 소통을 이어나가야한다”고 밝혔다.

김채영 기자 kim.chae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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