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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꿈꾸던 그곳, '우주정거장' 산업의 씨가 뿌려지고 있다 [한세희 테크&라이프]

제프 베조스의 블루오리진, 민간 우주정거장 ‘오비탈 리프’ 건설 계획 밝혀
우주정거장 건설…보잉·아마존·액시엄스페이스 등 민간기업 참여
민간기업과 협업 NASA…우주정거장 경제와 산업 생태계 조성 목표

 
 
10월 13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밴혼에 블루 오리진 유인 캡슐이 착륙하자 제프 베이조스가 양손을 들어 환영하고 있다. [사진 블루오리진=연합뉴스]
 
제프 베조스 아마존 창업자가 CEO 자리에서 물러난 후 가장 열심히 하는 일 중 하나가 그의 또다른 회사 블루오리진의 우주 사업이다.
 
그는 지난 7월 블루오리진의 로켓 뉴셰퍼드를 타고 지구와 우주의 경계선까지 올라가 무중력 상태를 체험하고 귀환했다. 완전히 우주 밖으로 나갔다고 할 수는 없지만, 11분간의 이 비행은 우주 관광 산업의 첫걸음이 될 전망이다. 블루오리진은 우주 관광 외에도 자체 로켓을 활용한 위성 발사 대행, 위성인터넷 서비스 카이퍼, 달 탐사선 개발 등 다양한 우주 산업 분야에 도전하고 있다.
 
이 회사는 얼마전 새로운 사업을 발표했다. 무려, 우주정거장 건설이다. 강대국들의 초거대 과학정책의 산물로만 여겨지던 우주정거장 사업에도 민간이 뛰어드는 것이다.
 

민간 우주정거장 산업 싹튼다  

블루오리진은 시에라스페이스와 보잉 등의 기업과 협력해 민간 우주정거장 ‘오비탈 리프 (Orbital Reef)’를 건설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지구 궤도(orbit)에 떠 있는 산호초(reef)라는 의미다. 오비탈 리프는 과학 연구와 비즈니스, 우주 관광 등을 지원하는 다목적 비즈니스 파크로 활용된다. 이번 10년의 후반기, 즉 2025년에서 2030년 사이 완성 예정이며 최대 수용 인원은 10명이다.
 
우주정거장 건설에는 각자 분야에서 전문성을 가진 우주항공 기업들이 함께 참여한다. 블루오리진은 우주정거장의 유틸리티 시스템과 핵심 모듈을 담당한다. 오비탈 리프를 우주에 띄우는 데에는 아마존이 뉴셰퍼드의 후속 모델로 개발 중인 대형 로켓 뉴글렌을 사용할 예정이다.
 
시에라스페이스는 우주정거장 내 거주 및 작업 공간인 ‘LIFE (Large Integrated Flexible Environment)’를 제공한다. 우주선이나 외계 행성 정착지 등에 쉽게 설치해 사람들이 거주하고 연구나 작업을 할 수 있는 모듈이다. 이 회사가 개발 중인 우주왕복선 드림체이서는 인원과 화물을 우주정거장으로 실어나를 예정이다.
 
보잉은 연구개발 모듈 구축과 우주정거장 운영 및 유지보수를 맡는다. 보잉이 개발 중인 재사용 가능 우주선 스타라이너도 제공한다. 레드와이어라는 기업은 미세중력 환경에서의 연구 개발과 화물 관련 시스템 운영을 담당한다. 제네시스엔지니어링은 우주복을 대체할 초소형 우주 이동 장비 (Single Person Spacecraft) 기술을 제공한다. 우주비행사가 우주복처럼 입고 우주 공간을 이동하며, 부착된 장비로 외부 작업도 할 수 있다.
 
블루오리진이 우주정거장 사업에 뛰어든 유일한 기업은 아니다. 블루오리진의 발표 1주일 전, 나노랙스, 보야저스페이스, 록히드마틴도 2027년까지 우주정거장 스타랩을 공동 건설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스타랩은 4명의 우주비행사가 지낼 수 있는 소형 시설이다. 공기를 빼 부피를 줄인 상태에서 발사하고 우주에서 공기를 주입해 공간을 확장한다.
 
액시엄스페이스라는 회사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서 1억 4000만달러의 지원을 받아 기존 국제우주정거장에 연결할 수 있는 모듈을 만들고 있다. 2024년부터 3년 간 3개의 모듈을 우주로 보내고, 이후 국제우주정거장에서 분리되어 독자적인 우주정거장으로 운영된다.
 
이들 기업은 개발에 비용이 얼마나 들어갈지 등 구체적 내용은 함구하고 있다. 뉴글렌이나 드림체이서 등은 아직 실제 비행을 한 적이 없다. 민간 우주정거장 사업이라는 거대한 스케일의 사업 앞에 사람들이 의구심을 갖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의지와 기업들의 관심 속에서 민간 우주정거장 산업의 탄생은 가까워지고 있다.
 

우주 산업 민영화 속내는?

국제우주정거장 [AFP=연합뉴스]
 
우리들 마음 속에 우주정거장의 이미지를 각인시킨 것은 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일본 등이 손잡고 만든 국제우주정거장(ISS)이다. 축구장과 비슷한 108.5m x 72.8m의 크기에 450톤의 무게를 자랑하는, 세계 최대 우주 비행체이다. 1998년 건설을 시작해, 20년 넘게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ISS는 이제 퇴역을 앞두고 있다. 오래된 만큼 많이 낡았고, 균열과 공기 누출 등 이런 저런 문제들이 생기고 있기 때문이다. 공식적으로는 2024년 12월까지 운용될 예정이다. 미국은 2028년까지 연장 운용할 생각이 있지만, 러시아는 자국 우주 기업에 대한 미국의 제재를 문제 삼아 불참 의사를 밝히고 있다. 미국 역시 1970년대 마무리된 아폴로 계획 이후 거의 50여년 만에 달 탐사 프로젝트를 재개함에 따라 우주정거장에 예산을 쓰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선택은 우주 산업의 민간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우주정거장 분야 민간 참여를 끌어내기 위해 ‘상업용 저궤도 도착지(CLD, Commercial Low-earth orbit Destination)’ 프로그램을 추진 중이다. 올해 중 최대 4개의 기업을 선정, 4억 달러의 개발금을 지원한다.
 
NASA는 기업이 다양한 우주 거주 시설을 구축하도록 지원하고, 이들의 서비스를 구매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우주정거장에 들어가는 부담을 줄이고, 달과 화성 탐사에 역량을 집중할 수 있다. NASA는 민간 기업에 우주정거장 프로젝트를 맡김으로써 연간 40억 달러에 이르는 우주정거장 관련 비용 중 10억 달러를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금까지 미국이 ISS 건설과 유지 등에 쓴 비용은 1500억 달러에 이른다.
 
NASA는 이미 우주 사업 민영화의 성공 사례를 갖고 있다. 우주정거장에 우주비행사와 화물을 보내는 미션을 스페이스X와 같은 민간 기업에 맡겨 200억~300억 달러의 비용을 절감한 것으로 추산된다. 우주선 2개도 기업이 개발했다. CLD 프로그램에 신청한 기업이 이미 10곳이 넘는다.
 
우주정거장 사업의 민간 위탁을 통해 우주 기업들은 우주에 ‘나가는 것’에 이어 우주에 ‘거주하는 것’으로 영역을 넓히게 된다. CLD에 참여한 기업들은 NASA의 우주정거장 사업을 수행하며 수익을 올릴 수 있다. 후에는 NASA뿐만 아니라 다른 고객에게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또한 무중력 우주 환경에서만 가능한 다양한 연구개발과 생산 활동은 새로운 부가가치를 일으킬 것으로 기대된다.  
 
NASA는 우주정거장 관련 경제와 산업 생태계 조성을 장기 목표로 삼고 있다. 우주에 꿈을 품은 과학도와 혁신가가 정부 연구소가 아니라 기업에 몰려 있게 될 날도 멀지 않았다. 
 
 
※ 필자는 전자신문 기자와 동아사이언스 데일리뉴스팀장을 지냈다. 기술과 사람이 서로 영향을 미치며 변해가는 모습을 항상 흥미진진하게 지켜보고 있다. [어린이를 위한 디지털과학 용어 사전]을 지었고, [네트워크전쟁]을 옮겼다. 
 

한세희 IT 전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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