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만 배불리는 대출규제?…"폭리 논란 벗어나야 부채 구조조정 성공"
서영수 "은행 예대마진 폭리 비난은 과도"
은행 예대금리차, 전년말 대비 오히려 하락
기업여신에 대한 충당금 확대 방안 등 제안
금융당국의 고강도 대출 규제가 이어지는 가운데, 때마침 시중은행의 호실적까지 겹치면서 '대출규제는 곧 폭리'라는 비난 여론이 갈수록 비등해지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폭리 프레임이 자칫 부채 구조조정의 실패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금융당국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주문이 나왔다.
"부채 구조조정, 대선 앞두고 정치적 부담 요인"
이어 "대출이 어려워지자 전세시장에서 편법적 방식의 계약갱신청구권 거절이 어려워지게 됐고, 주택가격 상승을 주도한 전세가격도 빠르게 안정됐다"며 "부채 구조조정 정책이 주택가격 상승에 기여할 수 있는 재건축, 재개발 규제 완화 등 각종 호재를 압도한 결과"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서 연구위원은 최근의 부채 구조조정이 큰 고비를 맞고 있다고 진단했다. 고강도 부채 구조조정의 경우 지난 2019년 상반기 때처럼 대선 및 지방선거 등 정치적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금융국이 과다 대출자에 대한 대출금리 인상, 한도 축소 등과 같은 은행의 자율권을 부여하고, 인터넷 전문은행, 빅테크사에 대한 규제를 강화한 것도 이런 정치적 부담에서라고 풀이했다. 이에 은행들 역시 자체적으로 분할상환제도 도입, 대출심사 강화에 나서며 규제 강화의 효과가 가시화됐다는 평가다.
서 연구위원은 "대출금리 인상과 대출심사 강화는 투기적 목적 또는 불필요한 과소비성 실수요의 대출을 억제해 주택시장을 안정화하는 선진국에서도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가장 효과적인 대책"이라며 "선진국에서 비대면 대출이 활성화되지 않은 것도 같은 이유"라고 소개했다.
그는 특히 "대다수 전문가들이 주택시장 안정화의 대안으로 공급확대를 꼽고 있는데, 주택가격 상승의 주된 원인은 투기 수요 또는 과소비성 실수요의 증가 때문이라는 점은 통계청 자료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며 "실제 지난해 가구별 아파트 순매수 동향을 보면, 과거와 달리 전체 늘어난 주택의 대부분을 무주택자가 구매한 것으로 소위 '영끌' 매수로 무리하게 주택을 구매하거나, 편법 및 합법 증여 방식의 가구 분할을 통해 주택을 구매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그 결과 2017년 2만 가구에 불과했던 1인 가구의 순매수 규모가 2020년 두배가 넘는 5만 가구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즉 절대 공급 물량이 줄어든 게 아니라 늘어난 수요를 공급으로 충족해주지 못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코로나 위기 중소기업 지원 비용을 가계가 부담"
이에 최근 논란이 된 사안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우선 '예대마진 폭리' 논란에 대해 "실제 최근 1년동안 올라간 기준금리(0.25%p) 대비 은행의 신규 가계대출 금리 0.59%p로 두 배 넘게 상승했다"면서도 "그러나 은행의 신규 취급액 기준 예대금리차는 1.79%p로 전년말 대비 오히려 0.04%p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중소기업대출 금리가 0.11%p 하락한 결과로, 코로나 위기 이후의 중소기업 지원 비용을 가계가 부담한 것으로 단순히 대출금리 인상으로 순이자마진이 개선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또 금융당국의 해명처럼 대출 총량이 과도하게 늘어난 것도 이자이익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고 덧붙였다.
한은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에 따른 논란 재현 가능성에 대해서도 "기준금리 인상은 은행의 조달금리와 대출금리를 동시에 올리는 요인으로 예대마진 개선에 따른 이익 개선폭은 크지 않다"며 "따라서 은행이 가계대출 금리 인상으로 폭리를 취해 막대한 이익을 냈다는 주장은 과하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그는 부채 구조조정의 가장 큰 위협 요인은 풍선효과와 같은 예상치 못한 부작용으로 정부 정책이 오히려 더 위험을 키워 스스로 구조조정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부채 구조조정이 별다른 성과 없이 다세대주택 등 서민 주거 대상 주택 가격을 올리기만 하고, 규제를 피해 개인사업자나 법인 명의의 비주택 부동산 투자를 늘리는 것을 조장하는 부작용만 낳는다면 결국 2019년과 마찬가지로 부채 구조조정은 수포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에 서 연구위원은 "부채 구조조정의 부작용을 완화하고 은행이 폭리를 취한다는 비판을 해결해야만 현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은행 주도의 부채 구조조정을 지속할 수 있을 것"이라며 "현 시점에서 가장 합리적인 대안으로는 충당금 한도 확대 등과 같은 건전성 규제 강화 정책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제안했다.
공인호 기자 kong.inho@joongang.co.kr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