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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 온 기분이에요”…다시 막힌 하늘길에 ‘이국적 핫플’ 인기

종로구 런던동이라고 불리는 '런던 베이글 뮤지엄'
'용산 속 작은 미국' 용산공원 내 미군장교숙소
해외여행 대신 이국적 장소 찾는 발길 늘어

 
 
종로구에 위치한 '런던 베이글 뮤지엄'의 인테리어와 소품들은 마치 런던에 와있는 느낌이 들게 한다. [이현정 기자]
 
연말 하늘길이 다시 막히면서 '외국 같은 국내' 장소가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다. 한적한 곳에 자리하고 있지만 유럽의 어느 골목에 자리한 듯 이국적인 느낌을 만끽하기 위해서다. 마치 외국에 여행온 듯 남기는 인증샷은 덤이다.  

런던 어딘가에 있는 듯한 기분이 드는 곳, 안국역 인근에 있는 '런던 베이글 뮤지엄'은 최근 젊은층이 많이 찾는 곳으로 꼽힌다. 베이글 맛도 맛이지만 외관은 물론 내부에 풍겨지는 유럽 분위기를 느끼기 위해 찾는 이들이 많다. 영어로 쓰인 메뉴와 소품들, 벽에 걸린 그림과 포스터는 이국적인 매력을 한껏 더해준다. 
 
평일 점심시간 내부는 이미 만석이고 매장 밖에는 사람들이 입장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이현정 기자]
 
인기만큼 대기시간도 길다. 보통 평일에는 기본 20분 이상, 피크 타임에는 한 시간 정도 기다려야 한다. 주말에는 1~2시간 웨이팅은 기본. 시간대별로 '오픈런' 현상도 벌어진다고 한다. 샌드위치 메뉴는 만들어져서 나오는 즉시 팔려나가고, 베이글 메뉴는 오후 2~3시쯤이면 전체 동난다고 한다.  

 
런던에 와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소품들로 가득하다. [이현정 기자]
 
데이트하러 온 연인, 점심시간에 맞춰 나온 직장인, 친구와 함께 온 대학생 등 다양한 손님들이 가게를 찾는다. 딸과 함께 방문한 50대 여성은 "요즘 하도 인기가 많은 곳이라고 해서 딸이 데려왔다"며 "외국에 온 느낌이 들어 색다르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 이유는 마치 해외에 온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인해 항공길이 막힌 지 어느덧 2년째. 위드코로나와 함께 하늘길이 다시 열리나 싶었지만 최근 오미크론 바이러스로 인해 해외여행에 대한 기대감이 다시 줄어든 상태다. 런던 베이글 뮤지엄은 해외 분위기를 느끼고 싶은 고객들의 취향을 저격하며 이국적인 풍경과 맛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영어로 쓰여있는 메뉴들은 이국적인 느낌을 한껏 강화해준다. [이현정 기자]
 
현장에서 만난 이가현(24)씨는 "SNS에서 보고 교환학생 당시의 감성이 그리워 찾아왔다"고 말했다. 가게 분위기뿐만 아니라 메뉴도 이국적인 느낌을 주는데 한몫한다. 이씨는 "국내 베이글 집은 플레인, 블루베리 등 한정된 종류만 있는 게 아쉬웠는데 여기에는 치아씨드, 바질 등 다양한 종류의 베이글이 있다"며 "현지에서 먹던 베이글 맛이 그리울 때 종종 찾아올 것 같다" 고 말했다.
  

마치 캘리포니아에 있는 기분...미국 느낌 물씬인 용산공원

붉은 벽돌집과 영어로 된 표지판은 미국에 온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미군장교숙소는 최근 이국적인 느낌의 '핫플레이스'로 거듭났다 . [이현정 기자]
 
종로구엔 작은 런던이 있었다면, 용산에는 작은 미국이 있다. 붉은 벽돌과 영어로 된 표지판. 한국과는 사뭇 다른 느낌의 동네 이미지. 얼핏 보면 미국에 있나 착각이 들 정도로 해외 느낌이 물씬 풍긴다.  
 
이국적인 풍경으로 사람들의 발걸음을 이끄는 이곳은 용산공원에 위치한 (구) 미군장교숙소 5단지다. 미군장교숙소는 대한주택공사(현 LH공사)가 건설해 2019년 말까지 임대·운영해오던 곳으로 지금은 용산공원의 일부가 됐다. 2019년 11월 미군 사용이 종료됨에 따라 정부는 일부 리모델링 작업 후 작년 8월부터 국민에게 부지를 개방했다. 
 
용산공원 내에는 미군 가족이 살던 집이 그대로 재현돼있다. 집 내부엔 자녀들의 성장 흔적이 남아있다. [이현정 기자]
 
개방 이후 용산공원은 이색 관광명소로 자리 잡았다. 용산공원을 태그한 SNS 게시물은 2만개가 넘으며, 주말에 포토스팟에서 사진을 찍으려면 긴 줄을 따라 대기해야 한다. 용산공원에서 근무하는 정 모씨(60대)는 "지난 가을부터 유독 사람이 많이 몰렸다"며 "SNS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많은 사람이 방문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미군장교숙소에 입장 가능한 인원은 한 번에 200명이다. 200명이 넘을 경우 대기해야 한다. 정씨는 "한창 날씨 좋을 때는 사진 찍는 줄뿐만 아니라 입장 대기 줄도 길다"고 말했다.
 
개방된 부지 내에는 미군들이 머물던 숙소 외에도 잔디마당, 갤러리, 파빌리온 등이 마련돼있다. [이현정 기자]
 
용산공원이 '핫플(핫플레이스)'가 된 것도 용산공원만의 이국적인 느낌 때문이다. 미국의 작은 마을에 와있는 것 같은 기분에 방문객들은 짧은 해외여행을 다녀간 셈 친다. 휴가를 맞아 용산공원에 방문한 군인 정재엽(22)씨는 "SNS에서 핫하길래 꼭 와보고 싶었다"며 "군인 신분과 코로나19 때문에 해외에 못 나가지만 잠시라도 미국에 있다 온 것 같아 대리만족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현정 기자 lee.hyunjung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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