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필리핀·일본·브라질… 2022년 선거가 바꿀 세계는 [채인택의 글로벌 인사이트]
‘젊은 피’와 ‘중도우파 여성’ 맞붙는 프랑스 대선
필리핀 대선, 마르코스 우세에 정치세습 우려
7월 日 참의원 선거, 기시다 총리 입지 달려
브라질 대선은 좌파 룰라 당선 가능성 높아
대한민국은 올해 3월 9일 새 대통령을 뽑는 대통령 선거를 치르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선거에 대한 관심이 높다. 2022년에는 한국은 물론 전 세계 곳곳에서 굵직한 선거가 열린다. 선거의 해인 2022년, 글로벌 사회는 어떤 변화의 흐름을 탈지 주목된다.
프랑스, 중도우파 공화당이 명예회복 성공할까
이번 선거는 2017년 대선에서 전통의 기존 좌·우파 정당을 기득권 정당으로 모조리 침몰시키고 좌우를 넘어서겠다는 젊은 에마뉘엘 마크롱을 대통령에 앉힌 유권자들의 혁신 물결이 계속될지가 가장 큰 관심사다. 마크롱은 자신의 새로운 정당인 레퓌블리크 앙마르쉐를 앞세워 의회도 장악했다.
이에 따라 당시 선거에서 몰락했던 중도우파, 중도좌파, 그리고 극우파와 극좌파는 올해 대선으로 어떤 전략으로 설욕에 나설지도 관심거리다. 프랑스에서 관심을 끄는 정당이 전통의 프랑스 우파 대표인 공화당(LR)이다.
지난 2017년 대선에선 유권자들이 기득권‧제도권 정당에 반기를 들고 좌우 모두를 경원하는 바람에 결선 투표에도 진출하지 못하는 치욕을 당했다. 그런 공화당이 이번에 이미지를 대대적으로 쇄신하고 나왔다.
중도우파 정당 사상 처음으로 여성을 대선후보로 선출한 것이다. 발레리 페크레스가 그 주인공이다. 페크레스는 후보 당선 직후 여론 조사에서 마크롱 대통령 다음으로 앞서가고 있다. 결선 투표에 진출할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다.
프랑스에서 2021년 12월 이뤄진 여론조사 중에서 조사 대상이 1만928명으로 가장 많은 입소스(Ipsos) 조사(7~13일)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이 24%로 2위를 지키고 있다. 눈에 띄는 것이 중도 우파의 페크레스가 17%로 2위라는 사실이다. 지금 결과대로라면 마크롱과 중도 우파의 페크레스가 결선 투표에서 맞붙을 수 있다.
주목할 점은 페크레스가 수도 파리와 인근을 관할하는 수도권인 일드프랑스의 주지사라는 사실이다. 일드프랑스는 프랑스 본토를 이루는 광역지방자치단체인 레지옹(주) 18개 가운데 인구가 가장 많고 경제력이 가장 강하다.
인구는 1230만 명에 이르고 프랑스 본토 면적의 2.2%의 지역에 인구의 18.8%가 산다. 지역총생산(GRP)는 1조570억 달러로 레지옹 가운데 1위다. 1인당 GRP는 6만100유로(7만1900달러)로 역시 레지옹 중 1위다.
물론 수도권도 마크롱 지지가 강하고 좌·우파와 극우‧극좌가 고루 분포하고, 대선과 주지사 선거는 별개인 게 사실이다. 게다가 수도권은 부유한 파리와 가난한 교외 지역으로 나뉘어 프랑스의 양극화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지역이기도 하다. 하지만 인구 밀집지역을 배경으로 둔 만큼 대선에서도 어느 정도 유리하다고 할 수 있다.
더욱 주목할 점은 중도우파 정당인 공화당이 이번 선거에 필사적이라는 사실이다. 공화당은 당 내부적으로 강경·온건파로 나뉘는데 온건파인 페크레스는 경선 1차 투표에서 2위였으나, 2차 투표에서 강경파인 에릭 시오티 하원의원을 20%포인트가 넘는 득표율 차이로 눌렀다.
공화당으로 상징되는 프랑스 우파는 제5공화국을 이룬 샤를 드골과 자크 시라크, 니콜라 사르코지 등 쟁쟁한 대통령을 배출했다. 그런 공화당에서 온건파 후보가 결선 투표에서 큰 차이로 후보 자리를 따낸 것은 이번 대선에서 중도우파로서 극우와 차별화를 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하게 보여준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당의 극우화를 막겠다는 당원들의 의지일 수도 있다.
독특한 점은 2021년 12월 5일 창당된 새로운 극우 정당인 레콩퀘스트(R!‧재정복) 소속 에릭 제무르가 15%로 3위를 차지했다는 사실이다. 전통의 극우정당으로 프랑스 극우 정치를 이끌어온 국민연합(RN‧국민전선(FN)에서 2018년 개명)의 마리 르펜 후보를 근소한 차로 눌렀다.
르펜은 14.5%를 차지했다. 르펜은 지난 2017년 대선에서 1차 선거 2위로 결선투표에서 마크롱과 맞붙었지만 현재로썬 중도 우파는 물론 같은 성향의 극우파 제무르에게도 밀린 것이다.
극우 세력에서도 인물 교체 바람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지, 제무르와 극우파들의 지지를 양분한 것인지도 모른다. 둘을 합치면 극우세력은 여전히 1차 투표에서 30% 정도의 고정 지지층을 확보한다는 이야기다.
그린피스 활동가 출신으로 유럽생태녹색당 소속의 환경주의자인 야니크 자도 유럽의회 의원은 8.8%의 지지율을 얻고 있다. 극좌 정당인 ‘불복하는 프랑스’를 이끄는 장뤽 멜랑송도 8.5%의 지지율을 확보하고 있다. 멜랑송은 사회당에서 더욱 강력한 좌파 정책을 내걸고 별도 정당을 창당해 상당한 세력을 확보하고 있다.
안타까운 것은 전통의 중도좌파 정당인 사회당(PS)이다. 사회당 소속 안 이달고 파리 시장은 4.5%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사회당은 자당 소속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이 임기 말인 2016년 좌파로부터는 배신자, 우파로부터는 무능이라는 비난을 받으며 지지율이 4%로 추락한 이후 좀처럼 기력을 회복하지 못하는 셈이다. 전통 프랑스 좌파의 현주소다.
결국 4월의 프랑스 대선은 마크롱 바람으로 상징되는 혁신의 바람을 계속 이어갈지가 관심사다. 이념적 도그마에서 벗어난 실용주의를 앞세우는 마크롱은 대선을 앞두고 소형모듈원자로(SMR) 개발을 앞세우며 인공지능(AI), 전기자동차 등 과학기술을 통한 혁신 경쟁의 재점화를 선언했다. 미래를 끌고 갈 것인지, 이념의 기치를 높이 들지가 2002년 프랑스 대선의 핵심이다.
필리핀, 대통령 자녀가 대통령·부통령 취임 가능성 높아
5월 9일의 필리핀 대선은 이 나라의 정치가 얼마나 거대 정치가문에 좌우되는지를 잘 보여준다. 국민에 밀려났던 독재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가문이 이번 대선을 통해 복귀와 명예 회복을 노리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럴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크다.
필리핀 대선을 앞두고 독재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1917~89년, 재임 1965~86년) 전 대통령인 외아들인 페르디난드 ‘봉봉’ 마르코스(64)가 여론조사에서 계속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마르코스 전 상원의원은 부친의 이름은 물론 정치적 자산도 고스란히 물려받았다.
‘봉봉’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마르코스는 가문의 영향력을 바탕으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고향인 북일로코스의 부지사(1980~83년)와 주지사(1998~2007년)를 지낸 뒤 이곳을 지역구로 하는 하원의원(2007~2010년)과 상원의원(2010~2016년)을 지냈다.
봉봉이 이 지역에서 계속 선출직에 당선하면서 마르코스 가문은 ‘국민에 쫓겨난 독재자 집안’의 굴레에서 벗어나 정치적으로 재기에 성공했다. 2022년 필리핀 대선은 마르코스 가문이 다시 대통령궁을 차지하면서 정치적 재기를 넘어 명예 회복까지도 할 수 있는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봉봉은 지난해 12월 1일부터 엿새 동안 24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펄스아시아의 필리핀 대선후보 여론조사에서 53%의 지지율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고 12월 23일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마르코스의 지지율은 펄스아시아가 여론 조사를 시작한 이래 가장 높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현 대통령과 대립하면서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다져온 레니 로브레도 부통령이 2위를 차지했지만 봉봉과 한참 차이가 나는 20%에 불과했다. 배우이자 방송인 출신인 프란시스코 도마고소 마닐라 시장이 8%로 뒤를 이었다. 필리핀의 복싱 영웅으로 국내외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매니 파키아오 상원의원이 같은 8%를 나타냈다. 현직인 두테르테는 필리핀 헌법에 따라 연임할 수 없이 이번에 대선 출마가 불가능하다.
대신 두테르테 대통령의 딸인 사라 두테르테-카르피오(43) 다바오 시장이 부통령 후보 지지율 조사에서 지지율 45%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사라는 부통령 후보 등록 직후 마르코스와 러닝메이트를 선언했다.
이들이 이번 선거에서 당선하면 필리핀 사상 최초의 전직 대통령 자녀가 대통령과 부통령에 나란히 취임하게 된다. 대통령 가문의 자녀들이 정치적으로 제휴해 시너지를 내면서 권력을 계속 누리는 ‘2세 동맹’이다. 필리핀은 여러모로 족벌 정치 체제라는 지적을 받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친선외교 강화와 전쟁 개헌의 갈림길에 선 일본
7월에는 일본 참의원 선거가 있다. 2021년 10월 4일 취임해 10월 22일의 총선에서 선거 전과 동일한 284석을 확보하면서 선방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가 본격적으로 자신의 정치력을 보여주는 무대가 되는 선거다.
참의원 선거에서 승리할 경우 기시다는 안정적인 의석을 바탕으로 본격적인 장기 집권의 길을 걸을 수 있다. 이를 통해 자민당 내 1·2위 파벌인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의 아베파와 아소 다로(麻生太朗) 전 총리의 아소파의 입김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 독자적인 자신의 정치를 할 길도 어느 정도 만들 수 있다.
기시다 총리는 아베나 아소와 달리 외교에서 이웃나라들과 친선과 교류·협력을 강조하는 비둘기파로 분류된다. 하지만 기시다가 더욱 힘을 얻기 위해 이 부분에서 양보하고 아베나 아소와 힘을 합쳐 보수 강평파의 오랜 꿈인 개헌을 이루고 전쟁할 수 있는 일본으로 한걸음 나갈 수도 있다. 모든 것은 정치적 환경과 상황에 좌우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혼란의 중동국가 레바논은 3월에 총선에 예정됐지만 연기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선거를 제대로 치를 정도의 정치력도, 국민 신뢰도, 치안 능력도 없기 때문이다. 선거 일정이 제대로 진행되는 것만으로도 행정력이 제대로 작동한다고 볼 수 있다.
‘좌파가 돌아온다’ 룰라 당선 가능성 높은 브라질
남미 브라질에선 10월 2일(결선투표를 한다면 10월 30일) 대통령 선거와 상·하원 선거를 치른다. 1억4600만 명의 유권자들이 투표를 기다리는 거대한 선거다. 이번 선거에선 좌파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76세·2003~2010년 재임)의 정치적 복귀가 관심을 모은다. 현직인 우파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은 그리 커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다. 흘러간 권력의 복귀와 좌파 세력의 정치적 복권이 핵심 관심 사안이다.
브라질은 2022년 전 세계의 눈이 몰리는 지역이다. 10월 대선을 앞둔 브라질에선 좌파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압도적으로 1위를 지키고 있어 재선이 유력하다. AP통신에 따르면 현지 여론조사업체 다타폴랴의 12월 13~16일 조사 결과 좌파인 룰라가 1차 투표에서 47~48%를 얻을 것으로 전망됐다. 그야말로 압도적인 지지다.
룰라는 21~22%를 확보한 우파의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을 크게 앞질렀다. 우파에서 그의 대안으로 평가 받는 세르지우 모루 전 법무장관은 9% 확보에 그쳤다. 3666명을 대상으로 조사(오차범위 ±2%포인트)해 16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다. 브라질 좌파는 조금만 더 힘을 모으면 결선투표를 벌이지 않고 1차 투표에서 룰라가 바로 당선할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금속 노동자 출신의 노동운동가로 좌파 노동자당 소속인 룰라는 2002년과 2006년 대선에서 연거푸 승리해 8년을 집권했다. 2016년 그의 후계자인 지우마 호세프 당시 대통령이 권력 남용 혐의 등으로 탄핵되면서 좌파 정권이 무너졌다.
룰라 자신도 퇴임 뒤 뇌물과 돈세탁 등의 혐의로 1심과 2심 재판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대법원이 2심 재판의 유죄 판결만으로 피고인을 수감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판결하면서 지난 2019년 11월 8일 수감 580일 만인 석방돼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았다.
그 뒤 2021년 3월에는 연방대법원으로부터 지난 2018년 부패 혐의로 선고받았던 징역 12년형이 무효라는 최종 판결을 받으면서 기사회생했다. 앞선 판결은 룰라에게 유죄를 선고하도록 판사들과 검사들이 담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등 공정성이 문제가 되면서 논란을 불렀다.
결국 룰라의 부패 혐의는 정치적이었던 것으로 드러나고 룰라는 정치적으로, 사법적으로 복권이 됐다. 이런 룰라 전 대통령이 내년 대선에서 당선하면 7년 만에 부활하게 된다. 중남미 최대 국가인 브라질에서 좌파인 룰라가 당선하면 중남미에 핑크타이(좌파 도미노)를 이룰 가능성이 있다.
룰라는 과거 집권 당시 빈곤층에 대한 위생‧교육‧안전‧기회 제공 등에 치중하면서 빈곤 인구를 줄여 양극화를 완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기업 정책에서도 균형을 유지해 브라질 경제의 고속성장을 이끌었다.
룰라는 빈곤과 부패, 그리고 혼란이 그치지 않는 브라질에서 하나의 희망으로 간주되고 있다. 한편으로는 새로운 인물의 등장 없이 재판과 수감으로 오랫동안 발목이 잡혔던 과거 대통령이 다시 돌아오는 회전문 대선이라는 평가를 할 수도 있다.
육군사관학교 출신인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우파의 희망으로 대통령에 당선했으나 권위주의적인 행동과 코로나19의 위험을 무시하는 행동을 비롯한 갖가지 비상식적인 기행으로 인기를 잃어갔다.
브라질은 코로바19 팬더믹에서 세계에서 가장 높은 감염률을 보인 나라의 하나가 됐으며, 보우소나루 대통령 본인도 확진 판정을 받고 격리됐다. 여러모로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비슷한 특징을 보여 ‘브라질의 트럼프’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결국 그의 정치적 신뢰도는 크게 추락해 10월 대선에서 좌파 룰라에게 정권을 빼앗길 가능성이 커진 상황에 처하게 됐다.
미국 중간선거 앞두고 아프간 전쟁 멍에 쓴 바이든
11월 8일은 미국의 조 바이든의 1기 하반기 명운을 가를 중간선거(상·하원 의원선거)가 열린다. 미국 정치에서 중간선거는 일반적으로 대통령이 소속한 집권당에 불리하게 진행돼 왔다. 이번 중간선거에서도 민주당이 상원과 하원에서 계속 우위를 유지할지가 관심사다. 현재로썬 그럴 가능성이 상당히 낮다고 할 수 있다.
아프가니스탄 철군에서 보여준 혼란과 미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 하락은 바이든에게 불리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더해 코로나로 인한 인력난이 부른 미국의 물류난, 물가 상승도 국민의 불만을 불러왔다.
급기야 ‘레츠 고 브랜든(Let’s go Brandon)’이라는 밈이 미국 전역과 인터넷 상에서 돌며 바이든 때리기, 조롱하기가 미국민의 ‘국민 스포츠’가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NBC 방송이 미국의 인기 자동차 대회인 나스카에서 유력 선수인 브랜든을 인터뷰하는 동안 인근에서 관객들이 바이든을 욕하는 구호를 외쳤는데, 방송 기자가 이를 ‘레츠 고 브랜든(Let’s go Brandon)’이라고 돌려서 전하는 바람에 반민주당, 반바이든 국민의 비웃음을 샀다. 이런 민심 상황을 극복하고 올해 11월 8일 중간선거에서 바이든이 얼마나 선전할지는 미국뿐 아니라 국제정치에서 큰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채인택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n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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