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외벽 붕괴' HDC현산 중대재해법 처벌 또 피하나
중대재해처벌법 27일 시행, 미해당 가능성
회사 신뢰도 큰 타격, 도의적 책임 불가피
11일 HDC현대산업개발이 시공하는 공사현장에서 또 대형사고가 터졌다. 지난해 6월 17명의 사상자를 낸 광주 학동4구역 재개발 철거 작업 붕괴 사고가 발생한 지 7개월여 만이다. 이번에는 광주 서구 화정동 고층 주상복합아파트 신축 공사장 외벽이 무너졌고 근로자 6명이 실종됐다.
같은 지역에서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연이은 대형사고로 HDC현대산업개발에 대한 비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이번 사고를 낸 HDC현대산업개발은 오는 27일부터 시행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적용을 피하게 될 전망이어서 법안의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12일 민주노총 광주본부는 성명을 내고 "이번 사고는 생명과 안전보다 현대산업개발의 이윤 창출과 관리·감독을 책임져야 할 관계기관의 안전불감증이 빚어낸 제2의 학동참사"라고 주장했다.
광주본부는 이번 사고의 가장 큰 책임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시행령으로 중대재해 예방과 사고 책임의 당사자인 기업에게 면죄부를 준 정부와 국회에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학동 참사에서 보듯 현장의 책임이 가장 크고 무거운 현대산업개발은 빠져나가고 꼬리자르기식 수사로 하청 책임자만 구속됐다"며 "이런 법과 제도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HDC현대산업개발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적용을 받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1월 제정된 이 법은 1년간 시행이 유예되면서 오는 27일부터 적용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광주 학동4구역 재개발 철거 작업 붕괴 사고 당시에도 HDC현대산업개발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적용을 받지 않았다. 당시 사고에 대한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기소된 이들 9명 가운데 HDC현대산업개발 현장소장을 제외한 나머지 8명은 모두 하도급업체 관리자나 재하도급업체 대표였다. 사실상 원청인 HDC현대산업개발 측은 사고에 대한 법적 책임을 지지 않았다.
물론 사고 조사 결과에 따라 건설안전 기본법 등 관련법에 따른 처벌은 이뤄질 수도 있다. 국토교통부는 이번 사고가 갱폼(평면 상·하부가 동일한 단면 구조물에서 외부 벽체 거푸집과 발판용 케이지를 하나로 제작한 대형 거푸집)이 강풍이나 불충분한 양생으로 무너지면서 외벽이 붕괴된 것으로 보고 구체적인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만약 공사 기간 단축을 위해 무리한 타설을 진행한 것으로 드러날 경우 HDC현대산업개발 경영진도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HDC현대산업개발의 직접적인 책임이 없다 해도 도의적인 책임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가장 큰 문제는 사고로 인해 회사에 대한 신뢰도 큰 타격을 입었다는 것이다. 지난해 광주 학동4구역 재개발 철거 작업 붕괴 사고 직후 정몽규 HDC그룹 회장은 사고 현장을 직접 찾아 대국민 사과를 하며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약속한 바 있다.
이후 HDC현대산업개발은 안전경영실을 신설하는 한편 근로자 작업중지권 확대, 위험신고센터개설, 골조 공사 안전 전담자 선임 등 안전관리 강화에 나섰지만 이번 사고로 빛이 바래게 됐다.
차완용 기자 cha.wa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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