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월계 센트럴아이파크, 입주 2년째 ‘물이 줄줄’ 새는 사연
시공사, 소송 핑계로 하자보수 모르쇠
분양으로 수익 낸 조합, 청산 안한 채 조합장에 억대 연봉 지급
“비가 올 때면 지하주차장 곳곳에서 물이 새 관리하기가 벅찹니다. 하자보수를 요청해도 잘 처리가 안 되고 있습니다.”
2019년 11월 입주한 노원구 월계동 소재 월계 센트럴 아이파크. 인덕마을주택재건축 단지인 이곳은 1군 건설사 브랜드라는 프리미엄은 물론 역세권(1호선·동북선 월계역) 입지, 지역 내 귀한 신축 아파트라는 점에서 이 일대 대장주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24일 [이코노미스트]가 찾은 월계 센트럴 아이파크 현장은 입주 2년을 넘겼음에도 겉보기와 달리 시공하자로 신음 중이다. 지하주차장은 얼룩 등 누수가 발생했던 흔적이 여기저기 보인다. 매번 누수가 생기는 천장배관 밑 부분에는 아예 물받이용 플라스틱 통이 놓여졌다. 통상적인 입주 아파트에서 볼 수있는 하자를 뛰어 넘는 수준이다.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지난해 여름에 비가 왔을 때는 사무소 직원이 삽으로 물을 퍼내야 했을 정도로 누수가 심각했다”면서 “겨울이 된 현재 세대 내 욕실 등에선 모르타르(시멘트와 모래 등을 혼합한 반죽) 접합 문제로 생긴 타일 관련 하자만 200건 정도”라고 밝혔다.
‘이게 다 소송 탓’ 시공사는 하자보수, 조합은 청산 미뤄
해당 소송 건은 지난해 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1월 22일 인덕마을 재건축조합이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에 하자소송을 제기하면서 발단이 됐다. 뒤늦게 이를 알게 된 입대의는 같은해 7월 시행 및 분양 주체인 조합과 현대산업개발, 그리고 하자보수보증을 한 주택도시보증공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하게 됐다.
현대산업개발은 “재판에서 패소하게 되면 원고측에 손해배상을 해야 하는데 소송 과정에서 하자보수를 진행하면 2중으로 비용이 나가는 셈”이라는 이유로 하자보수에 소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동시에 입대의에 채권을 양도해 손해배상권한을 위임한 아파트 소유주들에게 “채권양도서를 철회한다면 하자보수를 해주겠다”며 손해배상소송 포기를 종용하고 있다.
'소송 중에 하자보수를 할 필요가 없다'는 법 조항은 없지만 주택시장에선 시공사가 소송을 핑계 삼아 하자 처리를 미루는 일이 자주 발생한다. 일종의 관행이다. 현대산업개발은 이미 조합이 첫 소장을 제출하기 5개월 전인 2020년 8월 16일 입대의에서 처리를 요청한 수십 건의 하자 중 소방시설 문제를 제외한 70여건의 누수를 대부분 방치한 바 있다.
입대의 “조합이 하자 처리 ‘나 몰라라’해”
이 하자소송에는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우선 소송을 제기해 손해배상을 받는 대상이 조합일 수 있냐는 것이다. 소장을 제출할 당시 월계 센트럴 아이파크는 준공허가 1년이 된 시점으로 공동주택관리법(제37조 하자보수 등) 상 조합이 아닌 입주자 및 입대의, 아파트 관리단 등이 사업주체에 하자보수를 청구할 수 있다.
게다가 월계 센트럴 아이파크 총 859가구 구분 소유주 및 임대 입주민 중 조합원 208명(서울시 정비사업정보몽땅 기준)을 제외한 600여가구(전체 약 80%)가 조합에 속하지 않았다. 즉 조합 자체는 피해자 전체를 대변할 대표성이 떨어지는 셈이다.
이 때문에 조합이 승소해 현대산업개발로부터 배상을 받더라도 이를 단지 구분 소유주들과 나눌지 미지수다. 이 같은 비용은 조합원 총회 의결을 거쳐 처리하게 돼 있으나 지난해 10월 열린 총회를 통해 조합은 이미 해산한 상태다.
한 입대의 관계자는 “조합은 하자보수가 지연되는 문제에 대해 입대의가 소송을 걸어서 그렇다는 핑계를 대고 있으나 사실 조합이 먼저 시공사에 소송을 걸었다”며 “입대의는 하자 처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던 가운데 손해배상금이 소수인 조합에게만 지급되는 문제를 우려해 시공사에 소송을 걸게 됐다”고 주장했다.
집합건물법 및 관련법에 따르면 재건축 시행사인 조합 역시 하자에 대한 법적 책임을 지게 돼 있다. 서울북부지방법원은 2020년 11월 월계 센트럴 아이파크 입대의가 제기한 조합 소유 보류지 가압류 신청을 인용했다. 조합에 대한 입대의의 ‘하자보수에 갈음한 손해배상청구권’을 인정한 것이다.
‘청산 미루려 소송 걸었나?’ 조합장은 부인
조합이 해산할 당시 총회에선 청산일까지 5년간 청산인 대표, 즉 조합장에게 급여 4억2000만원과 상여 1억4000만원 등 총 5억6000만원(연간 1억1200만원)을 지급하는 예산안이 의결됐다. 사무실 임차료(1억8000만원)와 업무추진비(6000만원) 등 총 운영비가 약 13억8000만원에 달하며 이중 조합장 임금이 절반에 가깝다. 일각에선 소송업무 대부분을 조합 집행부가 아닌 법률대리인이 담당한다는 점에서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합은 일부 조합원이 요구한 회계장부 공개를 거부한 끝에 이들이 2020년 제기한 ‘장부등 열람 허용에 대한 가처분신청’에서 패소했다. 조합은 해당 가처분신청 채권자인 조합원 2명을 제명시키기도 했다. 이 때문에 조합 자금이 더욱 불투명하게 운영될 수 있다는 우려가 지속돼왔다.
이에 대해 김주평 인덕마을재건축 조합장은 “일부 정비사업 조합 집행부가 자기이익을 위해 청산을 미룬다는 점을 알고 있지만 우리 조합은 그 같은 사례와 다르다”면서 “소송 일정에 따라 2~3년 뒤 조합 청산이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조합장은 이어 “입대의 주장과 달리 조합 또한 준공 전부터 시공사에 하자보수를 수천 건 요청하는 등 하자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노력해왔으며 조합장이 될 당시부터 빠른 사업 진행을 위해 노력했을 뿐 다른 사심은 없다”고 덧붙였다.
민보름 기자 min.boreu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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