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석유화학회사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에도 주가는 ‘잠잠’
올해 전망 맑은데…주가 반등 언제쯤
에쓰오일·SK이노베이션·LG화학 등 지지부진
배터리 인정받은 LG엔솔 시총은 100조원 고지 안착
국내 석유화학회사들이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하는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완벽히 부활한 분위기지만, 이들 회사 주가는 좀처럼 반등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당장 조 단위 수익을 실현하는 안정적인 사업 구조를 구축하고 있지만, 전 세계적인 탄소 감축 흐름에 대응하기 위한 친환경 사업의 성과가 현재로선 충분치 않다고 평가받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확고한 시장 지위를 확보한 전기자동차 배터리 사업은 물적 분할(분할 신설 법인의 지분 100%를 모회사가 소유하는 분할 방식)로 떼어낸 상황이라, 전기차 배터리 사업의 가치도 주가에 반영되지 않는 구조다.
물론 석유화학회사들의 현재 주가가 증권사 제시 적정 주가보다 최대 30만원 정도 낮다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반등 기대감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대 실적 발표하자 주가 뒷걸음질
한국거래소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등에 따르면 에쓰오일이 창사 이래 처음으로 연간 연결기준 영업이익 2조원을 넘었다고 공시한 지난 1월 27일, 이 회사 주가는 전일(1월 26일)보다 4.37% 하락한 8만53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하루 뒤인 1월 28일에 전일보다 5.51% 반등하며 9만원으로 장을 마쳤으나, 이달 7일부터 9일까지 3거래일 연속 하락 마감하면서 또 다시 고꾸라졌다. 11일 종가는 8만7200원이다. 지난해 11월 주가가 10만원 안팎에서 움직였고, 증권사가 제시한 적정 주가의 평균이 13만원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만족할 만한 주가 흐름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SK이노베이션 주가 흐름도 크게 다르지 않다. SK이노베이션은 이달 7일에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1조7542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으나, 당시 이 회사 주가는 종가 기준으로 전일(2월 6일)보다 0.66% 하락한 22만65000원에 그쳤다.
8일엔 전일보다 5.74% 하락한 21만3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올해 1월에 27만원까지 상승한 주가가 지속 하락하고 있는 것이다. 11일 종가는 20만7000원으로, 20만원선도 위태로운 분위기다. 국내 증권사가 제시한 적정 주가 중 최저(25만원)보다도 낮은 주가다.
LG화학 주가의 경우 증권사의 적정 주가 평균과 무려 30만원 정도 차이를 보이고 있다. LG화학은 이달 8일에 창사 이래 처음으로 연간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5조원을 넘어섰다고 공시했는데, 이날 주가는 전일(2월 7일)보다 3.44% 하락한 61만7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 회사 주가는 10일 8% 이상 오르며 회복하는 듯 했으나, 11일 다시 4% 이상 떨어져 63만3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증권사가 제시한 LG화학 적정 주가 평균은 91만원 수준이고, 최저 적정 주가도 78만원이다.
금호석유화학은 지난 9일 경영권 분쟁으로 인한 주주가치 제고 기대감으로 9% 급등했다. 하지만 10일 다시 3% 떨어지면서 지난해 말 이후 18만원대를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10일 발표한 역대 최대 실적이 주가에 반영되지 못해 아쉬운 흐름이라는 평가다. 금호석화는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2조4068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이는 전년보다 224.3% 늘어난 사상 최대 성과다.
증권가에선 금호석유화학이 다시 반등하기 위해 신사업 동력과 배당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오는 3월 개최 예정인 주주총회에 관심이 몰린다. 고 박정구 금호그룹 회장의 아들인 박철완 금호석유화학 전 상무가 주주총회에 올릴 주주제안을 발송했다. 주주제안에는 배당에 관한 요구사항 등이 담겼다.
이동욱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압도적인 실적에도 불구하고 주가 흐름이 지지부진하다”면서 “주주가치 제고 등 구체적인 제시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키움증권은 금호석유화학 목표 주가를 31만원에서 28만원으로 하향했다.
상승세를 탔던 한화솔루션은 여수 여천 NCC폭발사고 소식에 급락했다. 한화솔루션 주가는 1월 28일부터 6거래일 연속 상승했지만 11일 6% 넘게 빠졌다. 이날 전남 여수국가산업단지 내 여천NCC 공장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해 근로자 4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 고용노동부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여천NCC는 한화솔루션과 대림산업이 절반씩 투자해 설립한 석유화학 기업으로, 한화솔루션의 주가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제유가‧정제마진 동반 상승…얼마나 오를까
이달 첫째 주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배럴당 7.5달러로 집계됐다. 정제마진은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수송·운영비 등의 비용을 뺀 금액을 말하는데, 통상 배럴당 4~5달러가 정유사 손익분기점으로 인식된다.
이 같은 실적 전망에 석유화학회사들의 주가가 반등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문제는 친환경 사업이다. 석유화학회사들은 탄소중립(이산화탄소를 배출한 만큼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대책을 세워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 달성을 위해 기존 사업을 친환경 사업으로 전환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데, 현재로선 투자를 통한 친환경 사업 확대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확고한 시장 지위로 본격적으로 수익을 거두고 있거나 수익 실현이 예상되는 배터리 사업은 물적 분할한 상태다.
국내 석유화학회사들은 수소, 배터리 소재 등의 친환경 사업을 집중 육성한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는데, 시장에선 이들 사업의 성과가 충분하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석유화학회사들이 육성 중인 친환경 사업 가치가 주가에 반영되지 않는 이유다.
반면 이미 미래 가치를 인정받은 배터리 사업은 얘기가 다르다. LG화학이 물적 분할해 지난달 말 상장한 LG에너지솔루션은 시가총액 100조원 고지에 안착했다. 시가총액 43조원 수준인 LG화학에서 떨어져 나온 배터리 사업법인의 시가총액이 모회사 시가총액의 2배를 넘은 것이다.
이창훈 기자 lee.changhun@joongang.co.kr,홍다원 기자 hong.dawon@joongang.co.kr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뉴로팩(Neuro pack), 중국 강남대학과 산-학 패키징 공동 연구 개발 관련 논의
2넷마블 ‘킹 아서: 레전드 라이즈’, 오는 11월 27일 정식출시
3‘美 대체 운용사’ 아폴로, 서울 상륙…삼성증권 출신 이재현 대표 선임
4수출입은행, 대북정책 세미나 개최…‘8.15 통일독트린’ 등 논의
5미성년자 행동대원으로…세력 넓히던 조폭 무더기 기소
6'서학개미가 옳았다' 수익률 66% '해외 ETF 1위'
7대한상의 "상속세 OECD 최고 수준...경제 역동성 저해"
8전기차에 이어 로봇까지… LG엔솔 美 로봇 기업에 배터리 단독 공급 계약
9한동훈 "재정준칙 도입해야"…기존 방식 비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