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대응방식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채인택의 글로벌 인사이트]
미국·남아공·일본은 확진자수 감소세 뚜렷해
기존 이동제한·격리 방역 조치는 한계 부딪혀
덴마크·세웨덴, 검사 확대 바탕으로 방역 완화
전파력이 강하고 치명률은 비교적 낮은 코로나19의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하면서 코로나19 사태가 전 세계에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오미크론 변이의 대유행을 일찍 겪은 덴마크‧영국 등 유럽 국가들은 방역을 중단하고 사회 회복에 주력하기 시작했다. 검사와 추적, 격리와 치료라는 코로나19 대응 방식도 패러다임 전환이 절실해졌다.
오미크론 확산에 한국은 확진자수 증가
이 숫자는 16일 기준 미국의 11만4668명보다는 적지만 영국의 5만4218명, 일본의 7만5000여 명, 일본의 7만9896명보다 많다. 한국은 오미크론 확산 전까지는 확진자가 하루 1만 명을 넘은 적이 없었다. 하지만 1월 26일 하루 1만3004명으로 처음으로 1만 명을 넘어선 것은 물론 연일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특히 16일은 일일 확진자가 하루 새 3만 명 가까이 늘어났다. 오미크론 변이가 주도하는 코로나19의 확산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이뤄지는지를 잘 보여준다.
전 세계를 봐도 이런 추세가 확연하다. 2월 17일까지 전 세계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4억1807만 명을 넘었으며, 누적 사망자는 586만 명 이상이다. 전 세계 코로나 하루 확진자는 2020년 12월~2021년 1월의 1차와 2021년 4~5월의 2차, 8월의 3차 대유행 당시 각각 70만 명을 넘었다.
어느 때도 하루 100만 명을 넘지 않았지만 이번엔 사정이 다르다. 확진자는 지난해 11월 오미크론 변이가 등장하면서 다시 증가해 12월 23일 처음으로 100만 명을 넘었으며 이런 추세는 계속되고 있다. 다만 지난 1월 20일 하루 380만 3725명을 정점으로 감소세에 들어가 2월 16일에는 208만 8674명까지 감소했다. 1월 말을 기점으로 일단 확산세가 꺾이고 있다는 이야기다.
미국(인구 3억3400만)의 경우 1월 7일 하루 확진자가 90만944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급속히 줄어 2월 16일 11만4668명으로 떨어졌다. 영국(6850만)은 1월 4일 22만9622명으로 정점에 오른 뒤 빠른 속도로 떨어져 2월 16일 5만4218명 수준으로 줄었다.
오미크론을 처음 분리‧파악한 남아프리카공화국(6050만명)은 가장 먼저 확산을 겪어 지난해 12월 12일 3만2875명까지 늘었지만, 확산만큼 빠른 속도로 감소해 16일 3699명에 불과했다.
지난해 도쿄 여름올림픽을 치른 이웃 일본은 11~12월 하루 확진자가 0에 수렴할 정도로 줄었지만 오미크론 확산으로 1월부터 하루 확진자가 급속도로 증가했다. 2월 4일 10만3038명으로 처음 10만 명을 넘은 데 이어 2월 6일 10만5817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조금씩 줄고 있다. 2월 16일에는 7만9896명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한국은 이제 대량 확산이 시작됐다. 정부는 최근까지 확진자 추이 도표가 낮고 펑퍼짐한 동네 야산 같은 모양을 이루는 것을 목표로 삼아왔다. 하지만 오미크론이 확산하면서 실제 그래프는 송곳같이 뾰족한 모양이 됐다. 앞으로 상당 기간에 걸쳐 하루 확진자가 10만 이상이 계속 나오는 ‘개마고원형’이 지속할 우려도 있다.
그나마 위로가 되는 것은 대부분의 국가가 한 달 정도 만에 정점을 찍고 하루 확진자가 늘어난 속도만큼이나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남아공은 일찌감치 한 달 여 동안 대량 확산을 겪은 뒤 이제 정상으로 돌아왔다.
일부 유럽국가가 아직 정상 회복에 이르지 못하고 있지만, 감소세는 뚜렷하다. 과거 1~3차 대유행 당시 시간과 발생자를 기록한 그래프가 비교적 펑퍼짐한 모양을 띠었다면 오미크론은 송곳이나 고드름처럼 길고 짧은 모습을 띤 것이 특징이다. 대응만 잘하면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정리될 수 있다는 의미다.
오미크론 확산에 국내 격리 대상자 관리역량 한계 보여
100년 전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스페인 독감이 전지구적으로 대유행하다가 강력한 병독 때문에 숙주가 대거 사망하자 원인 미생물이 생존을 위한 자연 선택과 돌연변이를 거쳐 독감 수준의 일반적인 질환으로 전환한 것이 소중한 교훈이 된다.
과거 중세 때의 페스트 대유행도 바이러스에 의한 것은 아니지만 같은 과정을 거쳐 안정화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바이러스도 강한 병원성으로 인간을 공격할 경우 숙주가 사라져 자신들도 함께 사라진다는 현실 앞에 독성을 줄이는 돌연변이에 나섰다는 이야기다. 여기에 다른 바이러스와 유전물질을 교환하면서 혼종을 이루기도 한다.
이런 바이러스가 유행을 거치면서 차츰 약독화하는 데에는 크게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이를 통해 생존력을 높인다는 이야기다. 인류가 거의 유일하게 멸종시킨 것은 천연두 바이러스 정도다. 적극적이고 선제적인 우두 접종이 이를 이룬 무기였다.
코로나19를 일으키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에는 백신이 무기에 해당한다. 또 다른 의미는 같은 과정을 거치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인간과 공존, 또는 공생할 기반을 만든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 변화에 따라 방역도 방식을 바꿀 필요성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는 이동이나 집합 제한조치와 검사, 그리고 확진자나 밀접접촉자, 의심자의 격리가 방역의 바탕이었다. 하지만 이 방법은 이제 한계에 이르고 있다.
이동과 집합을 비롯한 인간의 행동 제한은 경제를 마비시키고 사회적 활력을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 인간의 고통을 가중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따라 수많은 불만이 제기돼왔으며 이는 이제 거의 한계에 이른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또 하나는 격리의 문제다. 한국의 경우 격리 대상자에게 걸려오는 보건담당 공무원의 확인‧안내 전화가 제대로 오지 않는 것은 물론 통화를 시도해도 연결이 힘들다는 불만이 극에 달하고 있다.
하루 확진자 발생이 10만 명에 육박하다 보니 인력 부족으로 관리가 한계에 이른 셈이다. 확산세가 커지면 관련 인력도 확진되거나 격리될 기회가 많아질 수밖에 없다. 미국이 교통과 물류가 몰리는 지난해 성탄절 휴가를 전후해 오미크론이 확산하면서 항공 관계자, 물류 관계자가 대거 감염되면서 항공편이 줄줄이 결항하고 성탄 선물 등의 배송이 지연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한국도 이제 더 이상 격리를 이전 상태로 유지할 수가 없다. 정부가 방식을 전환한 이유다.
사실 격리는 일상생활을 중지하는 것으로 사회적인 비용이 만만치 않게 든다. 일단 격리로 노동할 수 없게 되는 것 자체가 개인과 공동체 모두에 상당한 손실이다. 이에 따른 심리적인 고통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게다가 한국의 각 지자체는 격리된 주민을 위해 생활 세트를 만들어 무료로 배포해왔다. 즉석밥이나 반찬이나 국으로 먹을 수 있는 레토르트 식품은 물론 매일매일 신체 변화를 파악하는 체온계나 산소포화도 검사기 같은 도구도 나눠준다. 상당한 비용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최근 들어 확진자와 격리자가 하도 많다 보니 격리 기간이 끝나서야 이런 물품이 배달되는 진풍경도 벌어진다. 누구의 잘못에서 비롯된 일이 아니라 상황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진다고 봐야 한다.
한국 1인당 검사횟수 0.3회, 다른 나라보다 현저히 적어
글로벌 통계사이트인 월도미터에 따르면 이번에 마스크를 벗은 나라들은 한결같이 적극적으로 코로나 검사를 해왔다. 인구 582만 명의 덴마크는 지금까지 1억 2376만 건의 코로나 검사를 해 1인당 평균 21.2건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적극적인 검사를 한 나라로 기록됐다. 인구 908만 명의 오스트리아는 1억5273건의 검사로 국민 1인당 16.8회의 검사를 해 그 뒤를 이었다.
지난 9일 0시를 기해 방역 규제를 철폐하고 코로나 검사 결과에 대한 정부 차원의 전국적인 통계 발표를 하지 않기로 한 스웨덴은 인구 1020만 명에 1796만 건의 검사를 기록해 국민 1인 평균 1.76회로 나타났다.
마스크를 벗는 것은 물론 코로나 방역을 아예 철폐한 영국은 인구 6848만명에 4억7295건의 검사를 기록해 1인 평균 6.9회를 기록했다. 인구 3억4000만 명의 미국은 9억3429건의 검사로 1인 평균 2.7회였다.
한국은 누적 검사가 1500만 건에 이르지만, 인구가 5130만 명이니 결국 1인당 0.3회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다. 다른 나라에 비해 현저히 검사가 적다. 의료인만 검체를 채취할 수 있게 하다 보니 전국적으로 하루 80만 명이 한계다.
검사 확대로 교육·경제·사회 정상화에 나서야
특히 중‧고교나 대학에서 적극적인 검사를 하고 집합 제한 등 방역 규제를 철폐해 정상적인 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당국이 앞장서야 한다. 문제는 당국이 하는 일반 PCR 검사와 개인이 할 수 있는 간이항원검사가 정확도에서 큰 차이를 보낸다는 사실이다.
보건학에서 검사의 정확도는 양성을 양성이라고 확인하는 비율을 따지는 민감도와 음성을 음성이라고 확인하는 특이도로 나타낸다. 민감도가 낮으면 양성인데도 음성으로 잘못 표시해 감염자가 일반인 사이를 활보하게 된다. 특이도가 낮으면 음성인 사람이 양성으로 오해받아 억울하게 활동의 제한을 받게 된다.
현재 일반 PCR 검사는 민감도 98%, 특이도 100%다. 감염자의 2% 정도는 음성 판정을 받아 일반인 사이에 섞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음성인 사람은 모두 음성으로 판정을 받는다.
가정 등에서 개인이 할 수 있는 신속항원검사는 민감도 90%에 특이도는 95%에 불과하다. 실제 감염자의 10%를 음성으로 잘못 판별해 거리를 다닐 수 있게 한다. 감염되지 않은 중 5%에게 양성이라는 잘못된 결과를 알려준다.
병원에서 이 검사를 하고 다시 일반 PCR 검사를 했더니 민감도가 50%도 되지 않는다는 보고도 있다. 감염 확인용이 아니라 일차적으로 걸러내는 기능 정도만 할 수 있을 뿐이라는 이야기다.
이에 비해 국내에서 최근 개발된 현장 PCR 검사는 민감도가 100%에 특이도는 99.47%다. 정확도가 상당하다. 게다가 30분~1시간이면 결과가 나와 현장에서 판단이 가능하다. 중‧고교나 대학에서 이 검사를 하고 학생이나 교직원을 출입시켜 대면 수업을 하는 데 적극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여주시에서 관련 시범사업을 벌여왔는데, 긍정적인 지표가 상당수 나타나고 있다.
더욱 근본적인 우려는 델타와 오미크론에 이은 새로운 변이의 출현이다. 현재 델타에 이어 오미크론 변이까지 나왔지만, 앞으로 어떤 변이가 더 나올지 알 수 없다. 상당수 개발도상국에선 코로나 백신 접종률이 저조하다.
백신을 통한 면역력을 확보한 인구가 상대적으로 적은 그곳에서 다량 발생한 확진자 사이에서 어떤 변이가 나타날지 알 수 없다. 델타는 물론 오미크론도 그런 환경의 지역에서 처음으로 발견돼 전 세계로 급속도로 퍼졌다.
남아공에서 처음 분리, 확인한 오미크론 변이가 전 세계에 퍼지는 데는 불과 보름 정도가 걸렸을 뿐이다. 코로나19를 전 세계가 동시에 대응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넓힐 필요가 있다.
이제는 코로나의 완전 종식보다 코로나와의 공생을 추구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선 적극적인 검사를 통한 사회생활‧경제활동 정상화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현장 PCR 검사의 적극적인 도입이 필요한 때다.
※필자는 현재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다. 논설위원·국제부장 등을 역임했다.
채인택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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