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이나 정전으로 가는 길 출발선부터 달라
양국, 회담에 기대 안 해 별도 방안 모색
우크라이나, 서방세계에 합류 계속 추진
러시아, 핵·외화 위협으로 미·EU에 맞대응
러시아가 2월 24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가운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첫 회담을 가졌으나 양국의 입장차가 좁혀질 가능성이 현재로선 희박해 보인다.
양국 대표단이 회담 후 언론에 밝힌 일부 개론적인 내용조차 각자의 입장차이 때문에 서로 엇갈리고 있어서다. 게다가 양국은 이번 회담에서 향후 2차 회담을 갖기로 합의했음에도 서로에 대한 불신이 여전해 회담 뒤에도 전비 태세를 가다듬는데 주력하고 있는 상황이다.
AP·로이터·타스 등 외신에 따르면 양국 대표단은 전쟁 5일 만인 2월 28일(현지 시간)에 벨라루스 고멜에서 첫 비공개 회담을 가졌다. 회담 후 양국 대표단은 언론 브리핑에서 회담 내용은 밝히지 않고 “상호 합의가 기대되는 일부 접점을 찾았으며 이에 대해 각국 지도부와 논의한 뒤 3월 중 폴란드와 벨라루스 국경지역에서 열릴 2차 회담에서 다시 협의하기로 했다”는 공통된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한 양국의 이견도 보이지 않았다.
러시아 “무장 해제” vs 우크라이나 “적대 종식”
러시아 대표단원으로 참여한 레오니트 슬루츠키 국가두마(러시아 연방의회 하원) 국제위원회 위원장은 회담 후 러시아 국영 방송사 로시야 24(Россия 24)와 가진 인터뷰에서 “다른 많은 사안들과 함께 정전과 비무장화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표단 단장(우크라이나 대통령 보좌관)은 회담 후 언론 브리핑에서 “정전과 적대행위 종식을 최우선 목표로 하는 협상을 했다”고 밝혔다. 올렉시 아레스토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장 고문도 “우크라이나 대표단이 크림반도와 돈바스를 포함한 우크라이나 모든 지역에서 러시아군이 철수할 것을 러시아 대표단에게 요구했다”고 현지 매체를 통해 전했다.
즉, 양국이 ‘정전’에는 의견이 일치하나 그 전제조건으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비무장’을,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적대행위 종식’을 각각 주장한 것이다. 정전으로 가는 첫 출발선부터 서로 달라 회담은 앞으로도 평행선을 달릴 것으로 전망된다.
계속된 푸틴의 기만에 양국 불신의 벽 높아져
게다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까지도 미국유럽 등 국제사회를 기만해온 점도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의 회담을 신뢰하지 않는 주 이유다.
러시아는 미국의 침공 의혹 제기에도 벨라루스와의 합동군사훈련이라는 핑계로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에 대규모 러시아 군부대를 배치했다. 또한 친러 반군 세력이 수립한 도네츠크인민공화국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의 독립을 승인해 우크라이나 내부 갈등을 부추겼다.
러시아는 이어 우크라이나 돈바스(도네츠크인민공화국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이 점유하고 있는 지역)에 평화유지군 파병이라는 명분으로 러시아 군부대를 보냈다. “자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군사행동”이라고 밝혔지만 키예프까지 침략했다.
회담에 참여한 미하일로 포돌랴크는 트위터에 “러시아 측은 불행히도 자신들이 시작한 파괴적인 경과사항에 대해 불행하게도 극도로 편향돼 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EU 가입 신청, 8개 회원국 지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를 위해 28일(현지 시간) 유럽연합(EU) 가입 신청서에 서명하고 가입을 공식 요청했다. 젤렌스키는 러시아와의 첫 회담이 진행된 이날 소셜네트워크(SNS)에 “EU 가입 신청서에 서명했다”며 자신의 서명 모습을 촬영한 사진을 공개하고 “특별 절차를 통해 EU 가입을 즉시 승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EU 회원국 중 중·동부 지역 8개 국가들(체코·라트비아·리투아니아·불가리아·슬로바키아·슬로베니아·에스토니아·폴란드)은 28일(현지 시간) 성명을 내고 “우크라이나가 EU에 가입할 자격이 있다고 믿는다”며 “우크라이나에 EU 후보국 지위를 부여하고 관련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도 27일(현지 시간) 유로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우크라이나는 EU 중 하나며 가입을 지지한다”고 밝힌 뒤 “우크라이나를 EU에 통합시키는 절차를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핵전력 비상태세와 외화 통제에 돌입
노바야가제타·타스·리아노보스티 등 러시아 매체에 따르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의 회담이 진행되던 28일(현지 시간)에도 우크라이나의 동부·남부·북동부·동남부 방면을 계속 공격했다. 회담이 진행되고 있던 시간에도 전투를 이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군은 이날 체르니히우·수미 등 우크라이나 북동부 지역을 통해 키예프로 진격했다. 동부 지역에선 우크라이나 하리코프에 계속 포격했으며, 남부 지역에선 마리우폴 주변에서 우크라이나 군과 교전을 벌어졌다.
게다가 러시아는 푸틴의 명령에 따라 핵 전력 강화 준비태세에 돌입했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이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장거리전략폭격기 등 3대 핵전력을 운용하는 부대들이 모두 비상태세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푸틴은 또한 같은 날 강력한 외화 통제 조치를 발표했다. 러시아에 대한 미국·유럽의 경제적 제재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다.
푸틴은 28일(현지 시간) 크렘린 궁 보도자료를 통해 ‘미국, 미국에 동조하는 국가, 국제기구 등의 비우호적 행동과 관련해 특별경제조치를 적용한다’는 내용의 대통령령을 발령했다.
이에 따라 러시아 무역 참여자들은 1월부터 해외에서 확보한 외화 수입의 80%를 사흘 안에 매각해야 한다. 러시아 체류자는 차용계약에 따라 역외 거주자에게 외화를 제공하는 거래를 할 수 없게 됐다. 이와 함께 해외 은행에 개설한 자기 계좌로 외화를 보낼 수 없으며, 계좌 개설 없이 전자결제수단으로 자금을 이전할 수도 없게 됐다.
오대열 경제만랩 리서치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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