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망신 부른 ‘김치 파동’…해외선 여전히 판매, 국내는 손절
[‘명장 김치’의 배신③] ’곰팡이 김치’ 대처는 어떻게
효원 납품 김치, 미국·호주·일본 등 해외로 수출…국내 유통기업은 공장 상관없이 거래 중단
업계 추정 처벌은 '과태료 50만원' 정도…"법 개정으로 처벌 수위 높여야" 주장도
한성식품 김치의 비위생적 제조 상황이 고발된 일명 ‘쓰레기 김치’ 논란 이후, 주요 거래처들은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도 관심사다.
이번 논란 속 김치공장은 한성식품과 그 자회사가 운영하는 4개의 공장 중 자회사 ‘효원’이 운영하는 충북 진천공장이다. 이 공장에서 생산한 김치는 대부분 해외로 수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진천공장 상품 중 70%는 해외로 수출됐다.
한성식품은 2000년 7월 경기중소기업 수출센터로부터 수출유망중소기업으로 선정된 후, 미 국방성 위생심사를 받고 러시아 수출을 위한 GOST-R인증, 중동지역 공략을 위한 할랄인증을 받는 등 현재까지 해외 수출사업에 적극적이었다.
코스트코, 아시안 식품몰 등에서 여전히 판매
그 결과 한성식품은 해외 미군부대를 비롯해 세계 28개국에 제품을 출시해왔다. 대표 수출국으로는 일본, 미국,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대만,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중국 등이다. 또 한성식품은 2020년부터 호주 코스트코에 입점해, 해당 제품이 ‘100% 한국산’이라고 홍보하며 판매해왔다.
수출품 생산 과정이 비위생적이라는 점에서 업계는 ‘국가적 망신’이라고 비난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3월에 온라인으로 퍼진 중국의 ‘알몸 절임배추’와 다를 바 없는 사건”이라며 “같은 식품업계 종사자로서, 이번 사건이 사명감을 갖고 깨끗하게 수출품을 생산하는 타 식품기업 이미지까지 훼손하는 것이라 화가 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다른 식품 관계자는 “한성식품은 해외 수출품 용기를 전통 옹기 모양으로 디자인하고 100% 한국산임을 기재하는 등 한국 식품임을 강하게 어필했다”며 “또 한국 정부부처인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인증하는 식품안전관리인증(HACCP)을 받은 것을 소개했는데, 정작 이 제품이 쓰레기 김치라는 것은 국가적 망신”이라고 말했다.
한성식품은 이번 사건 이후 해당 공장을 전면 폐쇄했지만 이미 해외로 유통된 김치 제품은 현재까지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2일 기준으로 호주 코스트코 온라인몰과 아시안 식품 수입업체 다이와 푸드(Daiwa Food)의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한성식품 대표인 김순자 명인 얼굴이 더해진 김치 제품이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홈쇼핑, 호텔업계 등 줄줄이 거래 끊어
반면 국내 유통업계는 한성식품과의 거래를 줄줄이 끊고 있다. 국내 유통 제품들은 문제가 됐던 진천공장이 아닌 다른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이어도, 문제 요소를 야기할 수 있는 한성식품과 발 빠르게 ‘손절’하는 모양새다.
현재 한성식품 김치를 판매하던 롯데홈쇼핑, H몰, GS홈쇼핑, NS홈쇼핑, 공영쇼핑 등 유통업계는 대부분 판매 중지에 나섰다. 특히 이중 NS홈쇼핑은 진천공장 생산 제품 판매 이력은 없지만, 기존에 한성식품 김치를 구매한 소비자 중 환불을 원하는 사람에겐 환불조치를 제공하기로 했다.
또 한성식품으로부터 김치를 공급받는 급식기업 삼성웰스토리와 한화호텔앤리조트도 거래 중단 조처를 내렸다. 한성식품 주요 거래처였던 호텔업계도 거래를 끊고 있다. 롯데호텔, 인터콘티넨탈호텔 등은 사건 이후 김치 거래를 모두 다른 브랜드로 변경했다. 롯데호텔 관계자는 “이전까지 거래한 한성식품은 진천공장이 아닌 다른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들이었지만, 사건 이후 한성식품 거래를 중지하고 티 브랜드로 빠르게 대체했다”고 말했다.
한 호텔업계 관계자는 “국내 유명 호텔 대부분은 한성식품 김치를 거래해왔을 것”이라며 “김치명인이 만드는 제품이라 특급호텔들이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생각에서 나름 고가의 최고 브랜드를 선택한 거였는데, 이번 사건으로 해당 공장 제품을 납품하진 않았지만 수년간 믿고 거래해온 호텔들도 피해를 봤다”고 말했다. 한성식품은 국내 호텔 40곳에 납품해왔다.
한성식품은 문제가 된 진천공장 외 3곳의 직영공장을 모두 폐쇄하고 조사에 나섰다. 지난달 23일 김순자 한성식품 대표는 공식 사과문을 통해 “자회사 효원의 김치 제조 위생 문제와 관련해 소비자 여러분께 깊은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현재 법적 처분과 관계없이 해당 공장을 즉시 폐쇄하고 원인 규명에 착수한 상태”라고 말했다.
한성식품과 김순자 대표에 대한 처벌 수위도 관심사다. 업계에서 추정하는 처벌은 과태료 50만원 수준이다. 식품위생법 위반은 5년 이하의 징역과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지만, 식약처 현장조사에서 발견된 현장이 아닌 공익제보를 통한 영상이어서다. 국민적 공분이 상당한 사안에 비해 미미한 처벌은 또 다른 논란이 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음식으로 장난치면 어떻게 되는지 본때를 보여줘야하는데 처벌이 약하다 보니 문제의 업체들이 벌금만 조금 내고 상호만 바꿔 아무렇지 않게 공장 가동을 하는 일이 반복되는 것 아니겠냐”면서 “법을 개정해서라도 강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라예진 기자 raye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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