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 중인 아내 몰래 3년 동안 성과급과 보너스를 숨겨온 남편의 사연이 알려지며 온라인상에서 공분을 사고 있다. 가계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거액의 비상금을 챙긴 남편의 태도에 누리꾼들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26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남편이 월급을 속였어요'라는 제목의 글이 게시됐다. 작성자 A씨는 현재 출산 후 육아휴직 중이며, 재택근무를 하는 남편과 함께 아이를 키우고 있는 외벌이 가정이다.

A씨에 따르면 이들 부부는 매달 대출 이자와 고정비로만 200만 원 넘게 지출하고 있어 생활비가 늘 부족한 상황이었다. A씨는 조금이라도 아끼기 위해 생필품 할인 기간을 챙기고, 심지어 생활비가 모자라 아이 통장에서 돈을 꺼내 쓰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사건은 A씨가 우연히 남편의 회사 인사 시스템에 접속된 급여 명세서를 보게 되면서 시작됐다. 명세서에는 지난 7월에만 약 600만 원의 성과급이 지급된 내역이 찍혀 있었다. 특히 남편은 연말정산 시기에 "세금 때문에 월급이 적다"며 생활비를 단 한 푼도 보내지 않았으나, 실제로는 성과급과 보너스를 꼬박꼬박 받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A씨가 확인한 것만 해도 최근 3년간 남편이 몰래 챙긴 금액은 1,500만 원이 넘었다. 이에 대해 남편은 "남자도 어느 정도 현금을 쥐고 있어야 한다", "원래 남자들은 다 이렇다"며 오히려 적반하장식 태도를 보였다. 이어 "동생에게 빌린 돈을 갚거나 아내 생일 선물을 사주려고 모아둔 것"이라며 상황을 축소하기에 급급했다.

A씨는 "아이 통장에서 돈을 꺼내 쓸 정도로 힘든 사정을 다 알고 있으면서도 성과급을 단 100원도 공유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신뢰가 완전히 무너졌다"고 토로했다.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비상금 수준을 넘어선 기만이다", "가족이 힘든데 혼자만 배를 불린 것은 심각한 신뢰 훼손", "돈의 행방을 명확히 따져 물어야 한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분노했다. 일각에서는 부부간의 신뢰 파탄을 이유로 이혼 사유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