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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키가 유통공룡 ‘아마존’을 버린 까닭은 [허태윤 브랜드 스토리]

브랜드, 유통 플랫폼을 뛰어 넘는 D2C 추구
직접 판매 나서, 주요 소비자 디지털 데이터 확보
플랫폼 장점 뛰어 넘는 고객 타킷 콘텐트 제공해야

 
 
나이키는 유통플랫폼을 거치지 않고 직접 소비자 판매에 나섰다. [사진 나이키]
 
“소비자와 직접 관계를 맺을 것이다.”
나이키가 2019년 11월 세계 최대의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을 떠날 때 한 말이다. 아마존에는 더는 직접 제품을 공급하지 않겠다고 한 것이다. 다른 말로 유통 전문가를 제치고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를 하겠다는 D2C (Direct to Customer) 선언이다.  
 
브랜드가 유통을 이겨본 적이 별로 없는 마케팅 역사를 보았을 때 나이키를 향한 우려의 시선은 이상하지가 않았다. 나이키의 선택은 확실히 모험이었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상대는 다름 아닌 세계 최고의 온라인 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이기 때문이다.  
 
당시 나이키의 아마존 의존도는 온라인 매출의 50% 이상을 차지할 정도였다. 그런데 2년이 지난 지금, 나이키의 선택은 ‘신의 한 수’라는 것이 증명됐다. 코로나19팬데믹이 막 시작될 즈음의 결단이었기에 온라인 매출의 증가는 당연한 것으로 평가할 수도 있겠지만, 그로부터 1년 뒤인 2020년 9~11월, 매출은 9%가 증가하고 영업이익은 30% 증가한 15억 달러(약 1조6300억원)를 기록했다.
 
거기에 D2C 매출은 43억 달러(약 4조7000억원)로 전년 대비 32% 신장했고, 온라인 판매는 84% 급증했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오프라인 점포를 폐쇄하면서 3~6월 매출이 36% 폭락하고 6~8월 매출이 1% 가까이 떨어졌지만, D2C 채널인 온라인 판매가 증가하면서 반전에 성공한 것이다. 전체 제품의 30%를 베트남에서 생산하는 나이키는 코로나로 인한 공급망 관리의 어려움으로 매출이 주춤했던 지난해에도 D2C의 비중은 전체 매출에서 40%를 차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이키는 단순히 유통마진을 줄여 이익을 더 얻기 위해 그랬을까.
 
플랫폼 시대가 오자 전자상거래 플랫폼들은 이용자들의 정보를 인공지능 등을 통해 분석하고, 분석된 자료를 바탕으로 고객의 일상을 장악하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이 전쟁에서 실제 제품을 만들어 플랫폼에 공급하는 제조업들은 고객 경험을 플랫폼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더 싼 제품이 나오면 브랜드는 언제 쫓겨날지 모르는 신세가 된 셈이다. 브랜드와의 교감을 통해 팬덤을 만들고 직접적이고 지속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다.  
 
글로벌 유통플랫폼 '아마존'. [사진 아마존]
나이키가 D2C 전환을 통해 유통비용을 줄이고 이익구조를 바꾸는 것이 일차적인 기대효과가 아닌 이유다. 나이키가 D2C 전환을 통해 성취하고자 하는 목표는 자사몰에판매 채널을직접 구축하는 것을 넘어 신규고객을 확보하고 고객과의 직접적이고 지속적인 관계를 만드는 것이다. 그리하여 온·오프라인이 연계된 경험을 제공하는 이커머스 체계를 기반으로 종합적인 마케팅을 펼치는 것이다.  
 
다시 말해 고객데이터를 직접 관리 함으로써 브랜드에 대한 고객 경험의 차원을 기존의 플랫폼을 통한 유통망과는 완전히 차별화하기 위함이다. 나이키는 2019년에 이를 위해 빅 데이터 기반 수요예측 분석기업 셀랙트(Celect)를 인수하고, 21년에는 데이터 통합 플랫폼 스타트업인 데이터로그(Datalogue)를 인수하는 등 D2C를 통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사활을 걸었고, 그것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나이키 플러스’의 회원 수는 2억5000만명(2021년 기준)을 넘겼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들은 나이키 웹사이트(Nike.com) 이용자보다 온라인 스토어에서 3배 이상을 더 쓴다고 하니, 나이키는 D2C를 이용한 고객 경험의 혁신을 통해 고객과의 직접적 관계 형성에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브랜드가 추구하는 'D2C', 무엇인가  

대형 유통플랫폼 '쿠팡'. [사진 연합뉴스]
D2C(Direct to Customer) 는 유통단계를 최소화하거나 없애고, 온라인의 자사 몰을 통해 소비자에게 직접 제품을 판매하는 방식을 뜻하는 유통방식으로, 갑자기 등장한 개념은 아니다. 오래전부터 제조업체들은 유통채널의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자체 온라인 몰을 구축해왔다.  
 
그러나 모든 제품을 취급하는 미국의 아마존, 중국의 알리바바, 한국의 쿠팡 같은 대형 전자상거래 플랫폼들이 등장하면서 이들의 배송시스템과 초저가 전략을 따라가기가 어렵다 보니 지금까지의 D2C는 고객의 규모가 작은 브랜드나, 소량의 고가제품을 파는 명품브랜드에 국한되어 있었다.  
 
그러나 아마존을 버린 나이키의 성공과 더불어 브랜드들은 D2C를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우선 D2C는 고객과의 직접거래를 통한 유통마진의 절감으로 비용을 낮출 수 있다는 매력적인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브랜드가 고객과의 관계를 직접 만들고 이를 통해 충성도 높은 팬덤을 만들 수 있다는 더 큰 장점이 있다. 세 번째로 고객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는 가장 큰 매력이 있다.  
 
디지털시대의 데이터는 돈이자 자산이다. 개인화된 구매 데이터를 통해 구매행태를 분석하고 개인 맞춤형 마케팅을 통해 고객을 단골로 만들 수도 있고, 하나 살 것을 두 개 사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좋은 점이 많은데 왜 많은 브랜드는자사몰을 통한 D2C 마케팅에 쉽게 투자하지 못할까. 고객 관리를 직접 하는 것에 따른 투자가 만만치 않다. 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 고객관계관리)과 직접적인 CS(고객 만족 서비스)에 많은 투자가 동반되기 때문이다.  또한 브랜드 충성고객을 만들 수 있는 실력과 자본이 뒷받침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실 나이키의 D2C 전환은 일반 브랜드에 적용하기가 쉽지 않다. 나이키의 성공은 이미 오래전부터 온라인플랫폼에 대응하기 위해 고객 DB분석을 차근차근 준비를 해왔고, 전 세계에 수억 명의 브랜드 팬덤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반론에 크게 이론을 달수가 없다. 그렇다면 브랜드 팬덤을 가지지 못한 브랜드는 D2C전환이 불가능할까.  
 
2014년에 설립된 우리나라 D2C 기업 '에이피알'이라는 기업은 브랜드 충성도가 높은, 다수의 고객이 없음에도 SNS 플랫폼을 적극적으로 활용, 온라인 자사몰로 유입된 소비자들에게 제품을 판매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주요 제품군은 뷰티(메디큐브, 에이프릴스킨, 포맨트), 패션(널디), 건강기능식품(글램디)으로 5개 브랜드를 운영 중이다. '유재석 화장품'으로 유명한 메디큐브는 '더마코스메틱(보조 의약용 화장품)' 브랜드로 인체적용시험을 통해 검증된 제품만을 판매하는 품질 선언과 함께 멤버십 서비스 'M-club'을 도입하며 MZ세대를 중심으로 소리소문없이 충성고객을 확보 중이다.  
 
D2C 기업 에이피알의 패션 브랜드 '널디' 광고. [사진 중앙포토]
남성뷰티 브랜드 '포맨트' 역시 국내 20대 향수 순위 내 유일한 대한민국 브랜드로 이름을 올리고 있으며, 지난해 12월 여성라인 향수를 출시하며 유니섹스 뷰티 브랜드로 발돋움했다. 자사몰 중심의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바탕으로 에이피알은 작년 한 해 D2C 업계에서 가장 많은 2200억의 매출을 올렸다. 일명 ‘마약 배게’로 유명한 블랭크 코퍼레이션이란 기업 역시 중소기업으로 D2C 분야에서 성공한 곳이다. 우수한 품질의 제품 소개 영상을 재미있게 만들어 SNS에 노출하고 이를 통해 유입되는 고객들을 자사몰로 유도하여 낚였다는 의식을 못하게 할 정도로 재미있는 콘텐트를 만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먹방 콘텐트를 통해 메뉴의 다양한 조리법과 음식정보를 공유해 3000만명 이상의 팔로워를 보유한 ‘쿠캣’또한 이 분야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브랜드다.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의 음식 콘텐트를 통해 유입된 고객들을 대상으로 콘텐트에 대한 팔로워들의 다양한 반응을 분석하고, 이들의 취향을 반영한 PB(Private Brand: 자가 브랜드) 식품을 소싱하거나 직접 만들어 자사 몰에서 판매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 이 브랜드는 기업 가치를 1500억원으로 인정받고 있다.
 

브랜드가 플랫폼을 이기는 법

D2C는 분명 매력적인 유통방식이다. 이를 위해 대개의 브랜드가 자사몰을 만들면 전자상거래 플랫폼들이 하는 UI, UX를 그대로 베낀다. 어떻게 하면 구매를 쉽게 하게 만들 것인가, 어떻게 하면 빨리 배송을 하고, 제품의 기능을 잘 보이게 할 것인가에 집중한다.  
 
그런데 제품의 다양성과 구매의 편리성은 플랫폼을 이길 수 없다, 투자를 통해 구축한 어마어마한 자본의 힘으로 구축한 최고의 개발시스템과 가장 정확하고 빠른 물류 시스템을 브랜드는 (특히 중소기업은)이겨낼 도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D2C 도입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나이키의 사례와 에이피알, 블랭크코퍼레이션, 그리고 쿠캣의 사례가 주는 공통점이 있다. 자사몰을 제품 판매를 위한 쇼핑몰이 아니라 고객의 라이프 스타일을 고려하고 그들이 좋아할 만한 콘텐트를 통해 고객이 즐기고 공유하도록 만들었다는 점이다.  
 
제품 판매와 관련이 없어도 고객이 좋아하는 콘텐트로 시작하고 상업성을 배제한 고객의 라이프스타일 가치를 더해줄 정보와 즐거움을 지속해서 제공하라. 그 진정성을 전하는 시간을 기다리면 고객은 구매전환으로 보답한다. 제품을 팔려 하지 말고 브랜드가 가진 문화를 팔아라. 그것이 브랜드가 플랫폼을 이기는 법이다.
 
필자는 칼럼니스트이자 한신대 IT 영상콘텐츠학과 교수다. 광고회사와 공기업, 플랫폼과 스타트업에서 광고와 마케팅을 경험했다. 인도와 미국에서 주재원으로 일하면서 글로벌브랜딩에 관심을 가졌고 공기업 경험으로 공기업 브랜딩, AR과 플랫폼 기업에 관여하면서 플랫폼 브랜딩을 연구하고 있다. 최근에는 2023년 서울에서 열리는 ADASIA 사무총장으로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허태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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