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사정·뒷조사 없애고 민생·정책에 집중하겠다”
윤석열 당선인 “민정수석실 폐지” 밝혀
특별감찰관제 정상 가동 방안 추진할 듯
광화문 집무실은 보안상 문재인도 못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4일 “앞으로 대통령실 업무에서 사정·정보조사 기능을 철저히 배제하고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김은혜 대변인은 윤 당선인이 이날 서울 종로구 통의동 집무실에서 열린 안철수 인수위원장, 권영세 부위원장, 원희룡 기획본부장과 차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고 서면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윤 당선인은 이 자리에서 “일명 ‘사직동 팀’은 있을 수 없다”며 “과거 사정기관을 장악한 민정수석실은 합법을 가장해 정적, 정치적 반대 세력을 통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고, 세평 검증을 위장해 국민 신상 털기와 뒷조사를 벌여왔는데, 이런 잔재를 청산하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제가 지향하는 대통령실은 사정 기능을 없애고 오로지 국민을 받들어 일하는 유능한 정부”라며 “정책 어젠다를 발굴하고 조정 관리하는 데에만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고 김 대변인은 전했다.
사직동팀은 청와대 특명에 따라 대통령을 비롯한 고위공직자의 친·인척 관리와 첩보 수집 기능을 담당해 온 조직이다. 이 조직의 공식명칭은 ‘경찰청 형사국 조사과’였지만 종로구 사직동 안가에서 작업을 했다고 해서 이 같은 이름이 붙었다.
사직동팀은 김대중 정부 들어 청와대 법무비서관실 직속으로 있었다. 그러나 2000년 1월 청와대 비서실 개편으로 법무비서관실이 폐지됐으며, 그 기능을 민정수석실에 이관해 청와대 민정수석실 직속으로 존속하다 2000년 10월 폐지됐다.
윤석열, 후보 시절 민정수석실 폐지 공약으로 내걸어
윤 당선인이 이날 언급한 민정수석실 폐지는 그의 대선 공약 중 하나다. 윤 당선인은 후보 시기 정부혁신 분야 첫 번째 공약으로 ‘국정운영 방식의 대전환’과 함께 대대적인 대통령실(청와대) 조직개편을 예고했다.
민정수석실 폐지 이후 윤 당선인은 청와대 특별감찰관을 정상가동하는 방안을 추진할 전망이다. 특별감찰관제는 대통령의 배우자와 4촌 이내 친인척, 청와대 수석비서관 이상의 고위공무원 등에 대한 비리를 막기 위해 2014년 도입한 제도다.
2015년 3월 박근혜 정부 당시 이석수 초대 특별감찰관이 활동했지만,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관련 의혹을 조사하다 감찰내용 외부 누설 의혹에 휘말리자 이듬해 8월 사표를 냈다. 이 전 감찰관이 사퇴한 뒤인 문재인 정부 시기 특별감찰관은 공석으로 남아 있었고,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에 특별감찰관 지명을 촉구해왔다.
김 대변인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특별감찰관제에 대해 “법과 원칙이 누구에게도 예외 없이 적용돼야 한다는 것은 당선인의 일관된 생각”이라며 “인수위에서 관련 논의를 진행하고 당선인에게 보고해야 할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광화문 대통령’ 시대, 경호·경비 문제 넘어야
윤 당선인이 민정수석실 폐지를 언급하자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열겠다는 윤 당선인의 대통령 집무실 이전 계획에도 관심이 쏠린다.
윤 당선인 측은 청와대를 시민에게 개방한 뒤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등으로 집무실을 옮기고, 관저는 삼청동 총리공관 등에 마련한다는 구상을 가다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준비 작업도 진행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은 이달 11일 차장 주재로 당선인 공약 분석 회의를 열고 ‘대통령실 이전 준비 치안대책위원회’를 신설하기로 했다. 위원장은 차장, 실무총괄은 경비국장이 맡는다.
윤 당선자와 인수위 측은 연일 대통령실 이전을 강조하며 제왕적 대통령에서 벗어나 국민·내각과 가까워지겠다는 취지를 담은 구상을 선보이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 집무실이 시민의 일상 공간과 지리적으로 가까워지면, 경호·경비 업무 측면에서는 한층 긴장도가 커지고 해결해야 할 난관들도 생긴다.
청와대는 독립된 공간이라 측근 경비(1선), 건물 경비(2선), 외곽 경비(3선)를 경찰 내 전담조직인 청와대 101단과 202단이 분담하기에 원활했다. 이에 비해 정부서울청사 주변은 고층 건물이 많아 저격 등 테러에 대비하기 어렵다. 외관 방탄 시설 확보와, 전용 헬기 2대가 동시에 이·착륙할 수 있는 헬기장과 대피용 벙커도 필요하다.
앞서 문재인 정부도 대통령실 이전을 추진했지만 경호·경비 문제라는 암초에 실패한 바 있다. 문재인 정부의 광화문 대통령 시대 준비위원회에 참여했던 유홍준 위원도 “주요 시설 대체 부지를 광화문 인근에서 찾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밖에도 경호 인력과 비서진의 근무 공간 확보가 여의치 않고, 관저와 집무실·영빈관 등이 흩어져 있으면 동선의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정부서울청사 주변에 주한미국대사관과 주한일본대사관 등 주요국 대사관이 있어 외교·안보와 관련된 기밀 사항을 논의·결정하기에 수월하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강필수 기자 kang.pil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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